KT, AI로 유선통신망 관리...‘아현 트라우마’ 극복한다

이원갑 기자 입력 : 2019.09.04 16:47 |   수정 : 2019.09.0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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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대전 KT OSP 이노베이션센터에서 황창규 KT 회장(앞줄 가운데)이 지상 주행형 2차 대응 로봇 ‘소파이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KT]

통신 선로 화재 발생 → 로봇 출동 → 초기 진화

'제2의 아현 국사' 없다…원격 감시·관제 구축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관제실 모니터 중계 화면을 붉은색 ‘통신구 온도 상승’ 안내문이 뒤덮었다. 광케이블과 동축케이블이 지나는 터널의 온도 패턴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것을 인공지능(AI)이 화재로 판단해 띄운 경고였다.

가장 먼저 파견된 레일형 로봇 ‘사파이어(死Fire)’가 레일에 매달려 현장에 도착, 적외선 카메라로 가상의 발화지점을 포착한 후 소화액을 분사했다. 소화액 연기가 가득 채우는 동안 지상형 로봇 ‘소파이어(消Fire)’가 나타나 남아 있던 불을 마저 껐다.

5G 통신으로 원격 조종되는 이들 두 로봇은 4일 KT가 공개한 새 통신 인프라 관제시스템의 일부다. 개발 장소이자 ‘소방 훈련’이 시연된 곳은 지난 7월 대전 대덕연구단지 일원에 설립된 KT 융합기술원 산하 OSP(Out Side Plant, 외부 통신시설) 이노베이션센터다.

이날 KT는 시연 행사에서 통신구 내 CCTV와 로봇에 부착된 카메라 영상을 기자간담회장으로 생중계했다. 통신구 내부에서는 KT 관계자 외의 사진과 영상 촬영이 금지됐다.

OSP는 통신선 가설용 맨홀을 비롯해 286km 연장의 통신선 터널인 통신구, 통신선 전봇대인 464만 개의 ‘통신주’ 등 통신 케이블 시설을 가리킨다. 무선통신 역시 각 기지국에서 취합된 전파가 결국은 이 같은 케이블을 타고 전국을 돌기 때문에 유무선 인프라로 묶여서 간주된다.

통신 케이블이 불에 타거나, 물에 잠기거나, 전봇대가 쓰러져 끊기는 등 장애 상황을 지금까지는 사람이 순찰을 돌며 파악해야 했지만 KT OSP 이노베이션센터 개발진들이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도입해 선로 상태에 대한 원격 관제가 가능해졌다.

▲ 4일 대전 KT OSP 이노베이션센터 외관 모습. [사진=뉴스투데이]

인프라 관리 자동화 체계 아타카마(ATACAMA) 개발 완료

OSP센터가 내놓은 차세대 OSP 관리시스템 ‘아타카마(ATACAMA, Advanced Tunnel And Cable Management Architecture)’는 선로 설계, 도면 관리, 품질 관리, 선로 관제 등 서로 다른 7가지의 관리 자동화 시스템을 하나로 합친 체계다.

이에 따라 동일한 국사에서 수집된 데이터가 개별 시스템마다 제각기 다르게 찍혔던 점도 아타카마에서 시스템과 여기에 딸린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하면서 해결될 수 있게 됐다. 단일 클라우드로 시스템을 통합 관리하기 때문에 하드웨어 요구 사항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아타카마는 광케이블망의 설계, 개통, 이상 감지 등의 과정에 AI를 투입해 자동화하고 상황 대응 시간을 절약한다. 그간 전문 인력들로부터 축적된 분야별 노하우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든 덕분이다. AI ‘알파고’가 기존의 바둑 기보를 학습해 새로운 수를 스스로 내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종전까지 사람이 일일이 경로를 설계했다면 이제는 AI가 설계 작업에 참여해 최적 경로를 내놓으면서 10~20배 빠른 상황 대응이 가능해졌다. 선로 개통 작업은 기존 50분에서 10분으로, 광케이블망 설계 작업도 100분에서 5분으로 줄었다는 것이 KT 측의 설명이다.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사장)은 9월 중순부터 아타카마의 본격적인 가동을 예상하면서 “지난 2017년부터 21개월에 걸쳐 120명의 인력이 투입돼 개발을 완료했다”라며 “통신 선로 전문가들의 현장 출동 노하우를 전부 AI로 집어넣을 계획이며 일부는 넣었고 아직도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 4일 대전 KT OSP 이노베이션센터에서 황창규 KT 회장이 레일 주행형 1차 화재 대응 로봇 ‘사파이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KT]

◆ 화재·침수 발생하면 사람 대신 로봇이 출동 및 조치

아타카마 체계에 로그인한 담당자는 해당 인터페이스를 통해 통신구에서 발생하는 화재나 침수 상황을 AI를 이용해 감지하거나 예측할 수 있다. 이후 담당자가 대응 결정을 내리면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실제 현장으로 파견돼 불을 끄거나 물을 빼내는 상황 대응이 이뤄진다.

AI는 통신구 내의 평상시 온도나 진동이 보이는 데이터 패턴을 수집해 학습한다. 화재로 인한 온도 변화나 침수로 인한 진동 변화가 일정 수준 이상 비정상적으로 나타나면 아타카마의 AI가 붉은색 경고창을 출력하고 상황 발생 위치도 예측해준다.

구간마다 설치된 센서에 의지하던 기존 방식에서 센서가 고장을 내거나 전원이 끊기면 감시 체계가 무너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전용 광케이블을 가설해 센서를 반복 배치하는 조치를 대신하기 때문이다.

▲ 4일 대전 KT OSP 이노베이션센터에서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사장)이 비정상적 온도 변화에 따른 적색 경보 메시지와 통신구 CCTV 영상을 보며 CTTRS 체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투데이]

통신구 원격 온도 감지(CTTRS) 시스템은 평시와 달리 비정상적 패턴으로 온도가 올라가는 경우 아타카마 인터페이스에 경보를 띄우고 1차 진화 초기 대응용 '사파이어' 레일형 로봇, 2차 진화 및 사후 점검용 '소파이어' 지상형 로봇을 내보낸다.

오성목 사장은 로봇들이 개발은 끝났지만 가격 문제로 전면 적용에 2~3년은 걸릴 것임을 예고하면서 “OSP에서의 테스트가 끝나면 내년쯤 주요 핵심 국사에 시범 적용해서 성능 테스트를 한 이후 확산을 준비할 것”이라며 “충청도의 모든 시스템이 이미 시범 서비스를 통해 사용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 4일 대전 KT OSP 이노베이션센터에서 맨홀 뚜껑 개방 장치와 양수 장치 등을 탑재한 견본 차량이 맨홀에서 빗물을 빼내고 있다. [사진=뉴스투데이]

맨홀 침수 원격 감지(MFRS) 시스템은 자동차가 맨홀 위로 지나갈 때 맨홀 뚜껑과 내부 공간이 만드는 진동 주파수를 분석해 내부에 물이 얼마나 차 있는지를 감지한다.

이날 침수 상황 대응 시연에서는 전자석 방식의 맨홀 뚜껑 개방 장치와 맨홀 내 유독가스 측정 장치, 양수 장치 등의 기능 시연이 차례로 이어졌다. 뚜껑을 열고 물을 빼 내는 작업 전반은 사람이 5G 원격조종을 통해 실행했다. 아직 장비 탑재 기능이 준비되지 않은 자율주행차는 주행 시연만 선보였다.

오 사장은 “전국에 79만 기가 있는 맨홀에는 침수, 유해가스, 뚜껑 상태 등 여러 관리 항목이 있다”라며 “우기철에는 침수가 품질에 가장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발표했다”라고 개발 취지를 설명했다.

▲ 4일 대전 KT OSP 이노베이션센터에서 KT 근로자가 통신주를 기울여 PTRS 체계를 시험하고 있다. [사진=뉴스투데이]

이 밖에도 통신주 기울기 원격 감지(PTRS) 시스템도 발표됐다. 통신주가 기울면 한 쪽 케이블만 팽팽해지는 점에 착안해 케이블이 받는 장력을 측정, 통신주의 기울기를 역산하는 체계다. 평상시 장력 데이터를 미리 학습하고 비정상적으로 장력이 변화할 때 기운 통신주의 위치와 각도가 모니터링된다.

최종 개발 목표는 이 같은 상황 발생이 발생할 때 카메라를 탑재한 드론이 자율비행으로 현장에 도달해 담당자에게 현장 영상을 생중계하는 단계다. 아직 자율비행 부분의 개발이 끝나지 않아 KT측은 원격 드론 조종으로 자율비행 상황을 재연하는 선에서 그쳤다.

▲ 4일 대전 KT OSP 이노베이션센터에서 황창규 KT 회장이 유선인프라 재난 방지 대책을 마련한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KT]

'절치부심' 황창규 회장 …“아현국사 과오 넘어 인프라 혁신에 매진”

KT는 이들 OSP 기술을 대전 센터에서의 시험을 거쳐 전국화할 방침이다. 이 같은 ‘기본 다지기’는 지난해 서울 KT 아현 국사의 통신 케이블이 불에 타면서 인근 지역의 KT 유무선 통신이 완전히 두절된 데 따른 후속 조치 중 하나다.

이날 OSP센터를 찾은 황창규 KT 회장은 인사말에서 “아현 화재는 KT 경쟁력의 근간이 유선 인프라의 가치를 깊이 깨닫는 커다란 계기”였다며 “아픈 과오를 씻고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KT의 모든 역량과 기술력을 결집해 네트워크 인프라 혁신 R&D에 매진해왔다”라고 밝혔다.

황 회장은 “무결점 운영을 위해 빅데이터와 AI, 5G로봇 등 첨단 기술을 OSP 혁신에 접목했고 완성도를 높여 가고 있다”라며 “글로벌 통신사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5G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KT는 더 큰 미래를 위해 ‘본립도생’의 방안으로 유무선 네트워크를 강조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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