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승의 한미 동맹]③ 한미 양국 정부의 안보정책 비교

류제승 입력 : 2020.02.07 14:38 |   수정 : 2020.02.0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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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5일 오후 중구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8회 한국국가전략연구원-미국브루킹스연구소 국제회의'에서 류제승 KRINS 부원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방일보]

세계적으로 국제주의가 밀려나고 민족주의가 밀려오고 있다. 북한 핵 문제는 표류 중이며 핵 위협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전환기에 들어선 한미 동맹은 주요 현안 마다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 15∼16일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과 미국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e)가 공동 주관한 국제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전환기 한미 동맹의 갈등과 진로’를 주제로 발표한 류제승 KRINS 부원장이 한미 동맹의 전환기적 상황과 과제에 대해 7회에 걸쳐 심층 칼럼을 게재한다. <편집자 주>


미국, 전통적 가치와 관계보다 국가이익 우선하는 세계전략 전개

[뉴스투데이=류제승 KRINS 부원장] 미국 정부의 국가안보전략 노선과 동맹정책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표출했던 안보관련 문제의식이 기저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세계전략은 전통적 가치와 관계보다 국가이익에 우선을 두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첫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국가안보전략이다. 미국은 우선 ‘원칙적 현실주의’ (principled realism)를 천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철학을 대변하는 개념이다.
2017년 9월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에서 “개별국가의 주권이 국제주의보다 우선하는 것으로 각 국가는 자국민의 안전, 권익, 가치를 최우선적으로 추구할 주권을 보유한다”고 주장했고, 2019년 9월에도 같은 자리에서 “자국을 사랑하는 것이 보다 나은 세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국제주의가 아닌 애국주의가 시대정신임을 강조했다.

둘째, 미국은 공정하고 호혜적인 동맹관계를 추구한다. 미국의 동맹전략은 ‘역외 균형(offshore balancing)’ 전략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자국의 안보는 주로 자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기조 하에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보호하고 증진할 필요가 있는 지역에 해·공군 위주로 선택적으로 개입하거나, 또는 상시 주둔하여 ‘역내 균형(onshore balancing)‘ 전략을 펴는 방식으로 ‘협력적’ 안보를 추구하는 것이다.

미국이 구현하려는 ‘협력적’ 안보의 목적은 당면한 위협인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테러조직의 위협과 도전을 억제하고 강압하고 대응하려는데 있다. 특히 한반도와 동아시아지역은 북한의 위협과 중국의 도전에 대처해야 하는 곳으로 미국의 사활적 이익을 보호해야하기 때문에 군사력이 주둔하는 ‘역내 균형’ 전략이 필요하고 유사시 신속한 증원전력의 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우호적인 한국과 달리 중국·북한 등을 위협과 도전세력으로 규정

셋째, 미국은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테러조직을 위협과 도전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에게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가치와 이익을 훼손하고 기존 세계 질서를 흔드는 ‘수정주의’(revisionist) 국가이며 도전 세력이다. 북한과 이란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통해 미국과 동맹국을 위협하고 자국민을 억압하는 ‘불량국가’(rogue states)로서 지역의 불안정을 야기하는 세력이다.

특히 북한은 핵과 미사일은 물론, 생화학 무기와 사이버 능력으로 미국과 동맹국, 인도태평양지역을 넘어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테러조직과 국제범죄조직은 미국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세력이다.

넷째, 오바마 정부 때에는 최우선 위협이 테러리즘이었지만 트럼프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의 공세적 대외전략과 팽창주의에 직면하여 두 나라를 ‘경쟁국’ (competitor)으로 규정했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오바마 정부는 전략적 인내(strategic endurance) 정책으로 일관했지만, 트럼프 정부는 최대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 정책으로 전환하였다.

미국은 유엔 등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경제 제재와 외교 노력은 물론, 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SLCM) 등 비(非)전략핵무기 실전 배치, 한국·일본과의 미사일 방어 협력 강화 등의 군사력 증강 등을 통해 최대한 압박을 가하면서, 동시에 대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현재 평화 지키기보다 미래 평화 만들기에 우선

반면, 문재인 정부는 국정목표인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구현하기 위해 국가안보전략 기조를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주도적 추진, 책임국방으로 강한 안보 구현, 균형 있는 협력외교 추진, 국민의 안전 확보 및 권익 보호 등 네 가지로 선정했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후보시절의 공약, 베를린 구상,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밝힌 대북정책의 비전과 전략, 목표 및 원칙을 담은 ‘문재인의 한반도 정책’을 2017년 11월 21일 발표했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주도적 추진’은 전략기조의 하나이지만 모든 안보정책을 아우르는 최우선적 가치이다. 남북관계의 개선을 통해 동북아시아 지역과 세계의 평화에 실질적인 기여가 가능하다는 논리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북핵문제가 표류하여 남북관계가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을 두고 문정인 대통령 안보특보는 “한미관계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남북관계를 희생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2020년 1월초 신년 합동 인사회에서, 상생 번영의 평화공동체‘를 이루고 ’남북관계에서 운신의 폭을 넓혀‘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북미 정상 간의 대화의지가 지속되고 있다고 언급했을 뿐,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는 발언은 없었다.

지금까지 한미 양국 정부는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에 나서는 조건 면에서는 기본적으로 같은 입장이었다. 즉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 중단을 조건으로 대화의 계기가 마련되었고,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후부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기초로 한미 연합연습훈련의 중단과 축소가 상응조치로서 이행되었다. 중국의 ‘쌍중단’(雙中斷)과 ‘쌍궤병행’(雙軌竝行)이 현실이 된 것이기도 하다.

대화만 강조한 결과 북한의 전략적 게임플랜에 종속되는 모양새

그러나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연설한 내용만 보더라도 지향하는 목표는 같지만 서로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문 대통령은 2017년과 2018년 연설에서 각각 평화를 33차례, 34차례 언급하면서 유화적 정책을 강조했고, 2019년 9월에는 평화는 대화를 통해서만 만들 수 있다면서 ‘전쟁불용’ 원칙을 강조했다.

반면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친밀감을 나타내면서도, 대화 노력과 병행하여 제재 유지 방침을 재확인하고 유엔 회원국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그 후 2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로캣맨’을 재언급하면서 “필요하면 군사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북한에 경고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 의회 조사국(CRS)이 지난 12월 발간한 한미관계 보고서에서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양보하는 것을 선호하면서 한미 간에 주기적인 긴장이 일어나고 있고, 변덕스러운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 관계 불확실성의 추가 요인이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 정부는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을 채택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논의의 주도권을 명시적으로 북측에 넘겨주고 말았다. 한국은 북한 핵위협에 노출된 직접 당사자로서 핵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는데, 모호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한 것도 모자라서 미국은 물론 한국의 창의적 접근방안들을 제약하고 북측의 전략적 게임플랜에 종속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은 기본적으로 선순환적 구조를 이뤄야 하지만 기본 목표와 단계적 행동방법 면에서 우선순위는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어야 할 것이다.

문재인의 균형외교와 트럼프의 세계전략이 한미 관계 멀어지게 해

문재인 정부의 ‘균형외교’ 노선은 한국이 전통적으로 유지해온 외교 정책의 플랫폼을 미국 중심에서 중국 중심으로 개조하려는 목표를 지향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 미국의 ‘역외 균형’ 전략 기조와 ‘거래적’ 접근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미동맹이 전환기적 상황에 놓인 결정적 이유다.

그러므로 북한 핵문제와 연계하여 한미동맹의 미래 구조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의 출범 이래 전개된 한미 동맹 현안에 관한 개별 협의과정을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양국은 서로 가까워지기보다 멀어지는 쪽으로 가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법의 차이, 조건보다 시간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추진, 한미 연합연습훈련의 중단 또는 축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문제로 대표되는 한일관계 악화와 한미 갈등 심화, 유엔군사령부 재활성화에 대한 이견,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난항 등이 대표적이다.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이래 양국이 진화적으로 관리해온 안보 기제들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정부는 3년이 지났고, 문재인 정부는 임기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한미 동맹의 가치와 신뢰가 심판대에 오른 셈이다.

[연재 순서]

① 전환기적 한반도 전략 환경과 김정은의 게임 플랜
② 문재인과 트럼프의 가치 지향과 정책노선 비교
③ 한미 양국 정부의 안보정책 비교
④ 한미 동맹의 미래 진로 설계와 비(非)군사적 과제
⑤ 한미 동맹의 군사적 과제…핵 동맹으로 진화돼야
⑥ 한미 동맹의 군사적 과제…안정적으로 현안 관리해야
⑦ 한미 동맹과 남북 관계의 조화로운 미래

※ 류제승 전 국방정책실장(예비역 육군 중장)은 현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이다. 육군교육사령관, 제8군단장, 국방부 정책기획관, 제11기계화보병사단장, 연합사 기획참모차장, 합참 전략기획차장, 합참 군사전략과장 등을 역임했다. 독일 루르(보쿰) 대학교 역사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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