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46)]배달의민족이 비난받은 ‘진짜 이유’와 김봉진의 '인수합병' 묘수풀이

이태희 편집인 입력 : 2020.04.12 13:57 |   수정 : 2020.04.12 23:54

치킨을 와인의 반열에 올린 ‘B급 문화혁명’, 일자리 비전이 새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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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국내 음식 배달앱 1위인 배달의민족이 5조원대 ‘빅딜’을 앞두고 위기에 처했다. ‘오픈 리스트’로 명명한 새로운 수수료율 체계를 도입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아 ‘전면 백지화’라는 승부수를 던졌으나 상황은 여의치 않다. ‘독과점 이슈’가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계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 민족을 인수할 경우 DH코리아가 운영중인 요기요와 배달통을 합치면 배달앱 시장 점유율이 99%에 달함으로써  ‘거대한 독과점 기업’이 탄생한다는 지적이다.

 

그렇게 되면 배달의 민족은 ‘가격 결정권’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형성된다. 그러나 공급자가 한 명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공급자가 시장가격을 결정할 힘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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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2월 17일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왼쪽)가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본사에서 김범준 차기 대표와 함께 직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 화려한 명성과 다른 배달의민족 속사정, 지난해 적자전환
 
공정거래위원회도 3개 배달앱 기업의 합병이 독과점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을 주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론의 풍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향후 DH에 의한 배달의민족 인수합병을 처리하겠다는 기류가 분명하게 감지된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창업자인 김봉진 의장은 절박하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 10일 전격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4월 1일 도입한 오픈서비스 체계를 전면 백지화하고 이전 체제로 돌아가고자 한다”면서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우아한 형제들은 저희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의 무게감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밝혔다.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진 것 자체가 잘못된 실수였음을 인정한 셈이다.
 
김봉진 의장으로서는 사과를 했지만 억울한 측면도 있다. 오픈 서비스에서 채택한 수수료율은 매출의 5.8%에 불과하다. 이는 요기요의 수수료율인 12.5%보다 훨씬 낮다. 5.8%는 글로벌 배달앱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게 우아한형제들 측의 해명이다. 더욱이 개편 취지가 영세 자영업자의 불이익을 해소해주기 위함에 있었다.
 
기존의 정액제(울트라콜)는 월 8만8000원에 불과하지만 기업형 음식점의 경우 울트라콜을 수십 개 등록하는 ‘깃발꽂기’를 통해 실질적으로는 광고효과를 독점해온 측면이 있다. 개편안은 앱 상단에 노출되는 울트라콜의 개수를 3개로 제한하는 대신에 하단에 ‘오픈 서비스’를 도입한 것이었다. 즉 개편안은 ‘자본의 횡포’를 저지하려는 분명한 의도를 갖고 있었던 ‘선한 개혁’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이 개편을 통해 배달의 민족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려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배달의민족은 수익성이 악화되는 추세였다. 명성만큼 내실이 화려하지는 않다. 지난 2018년에는 매출 3193억원, 영업이익 586억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지난 해 실적은 좋지 않다. 매출은 전년대비 79.8% 증가한 5654억원에 이르렀지만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364억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지난 2010년 6월 출시된 배달의민족은 2년만인 2012년 10월 이후 부동의 1위 위치를 지켜왔다. 누적투자금은 5000억원이고 연간 거래액은 5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돈을 벌지 못한 셈이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이번 논란 와중에서 김 의장과 배달의 민족에 대한 비판여론을 격화시키는 데 선봉장 역할을 했다. 지난 4,5일 이틀간 SNS를 통해 배달의 민족이 도입하려는 ‘오픈 서비스’는 독과점의 횡포라고 주장하면서 대안으로 ‘공공 배달앱’ 개발을 선언했다. 이 발표는 SNS상에서 “역시 이지사가 일은 잘한다”는 평가를 낳았다. 개인사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동물적 감각과 실행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이 지사가 배달의 민족 파문에서 또 한 건을 한 셈이다.
 
그러나 이용자인 자영업자들은 배달의민족에 대해서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경기도가 지난 2월 만 18세 이상 도민 1,100명을 대상으로 배달의 민족·요기요·배달통' 등 3개 업체 합병과 관련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소비자의 84%와 자영업자의 75%가 “배달앱 서비스가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볼 때, 배달의 민족과 같은 배달앱이 하는 일 없이 중간에서 수수료만 챙기는 ‘봉이 김선달’이라는 최근의 비판은 사실과는 거리가 먼 선동적 구호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배달앱의 등장으로 배달음식 시장이 커져,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늘어나고 소비자의 편익 또한 증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시장을 키워낸 배달의 민족은 보통사람들의 상상처럼 큰 돈을 벌지는 못했다는 게 객관적인 사실이다.
 
■ 배달의민족에 대한 비판은 ‘적대감정병존’ 현상, 분노는 사랑의 크기에 비례해
 
그렇다면 대중은 배달의민족에 대해 왜 분노했을까. 일종의 ‘적대감정 병존(ambivalence)’현상이다. 사랑이 크면 배신당했을 때 증오도 커진다. 한 대상에 대한 사랑이 없었다면 별다른 증오도 느끼지 못한다. 그게 적대감정 병존의 논리이다.
 
김봉진 의장은 양극화가 철칙으로 굳어진 21세기에 전형적인 흙수저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한국의 대표 기업인이다. 인문계도 아닌 공고 출신이다. 대학은 가지 못했다. 디자이너 일을 하다가 창업을 했으나 실패의 쓰라림을 맛보았다. 음식점 전단지 5만장을 일일이 수거해 초기 배달앱을 구축했던 ‘남루한 창업기’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이다.
 
더욱이 B급 문화와 탁월한 언어감각을 배합한 광고 및 마케팅전략을 구사했다. 이는 ‘배민 문화’라 신조어를 낳을 정도로 일종의 문화현상으로 승격됐다.
 
몸짱과 웰빙이 판을 치는 상황에서 배민신춘문예를 열어 “치킨은 살이 안쩌요, 살은 내가 쩌요”, “피자는 둥그니까 자꾸 먹어나가자”등의 광고문구를 발탁해 수상했다. 2018년 개최했던 ‘치믈리에 자격시험’에는 58만명의 청년들이 몰렸다. 상류층의 상징과도 같은 와인을 감별하는 소믈리에가 각광을 받는다면, 배달의민족은 흙수저 청년들이 사랑하는 음식인 치킨을 감별하는 치믈리에를 선발한다는 ‘도전적 메시지’에 열광한 것이다. 고혈압과 당뇨병의 주범으로 몰린 치킨을 와인과 대등한 반열에 올린 셈이다.
 
요컨대 치믈리에라는 개념은 김 의장이 시도한 ‘B급 문화혁명’이었다. 그 문화혁명은 치킨이 건강에 좋지 않아도 먹어치우겠다는 청년층의 ‘반항적 열정’을 자극했고, 영세한 치킨집 사장님들은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고구려 벽화 ‘수렵도’를 패러디해서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고 외치는 광고 포스터를 제작한 것도 배달의 민족이라는 상호가 언어적 유희의 일환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배달’은 ‘배달(delivery)’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한민족(韓民族)’을 포함하고 있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 같은 ‘문화 마케팅’은 김 의장이 주도했다. 그리고 배달음식의 핵심 소비계층인 청년층의 열광을 불러일으켰다.
 
■ ‘게르만의 민족’은 포퓰리즘이 만든 ‘허구’, 김봉진은 DH의 최대주주
 
열광이 순식간에 비난으로 변질된 것은 ‘오픈 서비스’라는 수수료개편 때문만은 아니다. 독일기업인 DH가 한민족의 대표적 배달기업을 인수한다는 사실이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게 ‘배신감’의 본질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배신감은 대단히 위험한 감정이다. 21세기에 민족기업은 존재하기 어렵다. ‘왕따’ 당하기 십상이다. 외국자본이 들어와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다. 삼성전자나 현대차도 외국계 자본이 대주주라고 볼 수 있다.
 
배달의 민족 운영사인 우아한 형제들의 현재 지분율도 그렇다. 김봉진 의장 등을 포함한 경영진의 지분율은 13%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머지 지분은 외국 자본을 포함한 투자자들이 갖고 있다. 40억 달러(4조 8000억원)에 합병될 경우, 기존 투자자들은 큰 폭의 투자 차액을 손에 쥘 것으로 보인다. 이를 비난할 필요는 없다. 높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무명의 벤처기업에 돈을 태웠다면, 이득을 보는 게 정의로운 일이다.
 
요컨데 독일기업인 DH가 배달의 민족을 인수한다고 배달의 민족의 정체성이 ‘게르만 민족’으로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민족 기업에서 외국기업으로 변질됐다는 비판 포인트는 어리석은 대중을 득표의 도구로 삼으려는 ‘얄팍한 포퓰리즘(populism)’에 다름 아니다. 배달의 민족은 자본의 관점에서 볼 때 민족기업이었던 적이 없었고, 앞으로 그럴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김의장이 악화된 여론을 돌파하고 예정대로 DH와의 인수합병을 성사시키는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본인이 지난 10일 사과문에서 강조했던 ‘사회적 책임’의 실체를 밝히고 이행하는 데 있다. 그건 ‘일자리 창출’이다. DH에 의한 인수합병 이후, 배달의민족에서 일하는 배달원들이 늘어나고 수익이 증대된다면, 김봉진 의장의 선택은 지지받아야 한다. '배달의민족'이 '게르만의민족'으로 변질됐다는 논리로 대중을 조작하는 정치적 선동을 단죄하는 게 국민적 이익을 지키는 길이다.
 
배달의민족은 현재까지는 자영업 시장의 크기를 키워왔을 뿐만 아니라 흙수저 청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온 것으로 보인다. 배달의민족 배달원들은 근무시간에 따라 300만~400만원의 월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우아한 형제들의 2019년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매출 증가에 상응하는 일자리 창출이 이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종업원 급여 지출이 2018년 629억 2039만원에서 2019년 1091억 8600만원으로 증가했다. 2019년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됐다는 것은 회사와 투자자의 몫이 없어졌다는 뜻이다. 그러나 배달원들의 몫은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김 의장의 위치도 업그레이드된다. 인수합병이후 김 의장은 DH와 우아한형제들이 싱가포르에 설립하게 될 ‘우아DH아시아’의 회장으로 취임해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 12개국 사업을 책임지게 된다. 김 의장 등의 지분 13%는 DH 주식과 맞교환된다. 이를 통해 김 의장은 DH의 최대주주가 될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장은 배달의 민족 수장에서 다국적 기업인 DH의 최대주주로 변신하는 빅딜을 진행중인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허구인 '게르만의민족' 논리에 파묻혀 있는 실정이다.
 
■ 전쟁 앞두고 일자리 비전 제시해야 ‘청년층 열광’ 돌아와
 
글로벌 온라인 음식배달 시장에서 1위는 텐센트가 최대주주인 중국의 메이투안이다. 그 뒤를 미국의 우버이츠(2위), 영국의 저스트잇(3위), DH(4위)등이 추격하고 있다. 김 의장은 아시아 시장에서 메이투안과 혈전을 벌여야 할 운명이다.
 
김 의장은 그동안 탁월한  문화마케팅 능력을 발휘하면서 배달로봇 상용화를 위한 인공지능(AI) 및 로봇기술 투자에 집중해왔다. 이는 DH가 메이투안과의 전쟁을 이끌 총사령관으로 김 의장을 낙점한 이유이다.
 
하지만 전쟁에 앞서 ‘일자리 청사진’이 필요하게 됐다. 배달로봇 상용화를 추진하면서 인간 배달원의 일자리를 어떻게 지켜내고, IT개발자들에게 어떤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때, 청년층의 열광은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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