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 (47)]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를 둘러싼 FDA와 식약처 간의 ‘비극적 대결’

이태희 편집인 입력 : 2020.04.16 07:17 |   수정 : 2020.04.16 12:45

FDA가 맞고 식약처가 틀리면 한국 생명과학은 진보의 역사 쓰게 돼 / ‘신장유래세포’로 만든 골관절염 ‘유전자 신약’ 가능한지가 쟁점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코오롱생명과학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를 둘러싼 논란이 아군과 적군이 뒤바뀐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정직성'을 의심받게 된 한국의 생명공학기업에 대해 한국정부가 '사형선고'를 내린 후 법적 조치를 마무리하기 위해 질주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정부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인보사의 '성분변경'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던 미 식품의약국(FDA)이 지난 11일 인보사의 약효를 검증하기 위한 환자투약을 뜻하는 임상3상 시험 재개를 허가했다. 하지만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FDA의 결정이 성분변경이라는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사유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보사.png
코오롱생명과학이 세계최초로 개발했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 신약 '인보사'의 성분변경을 둘러싼 한미 보건당국 간의 '비극적 대결 구도'의 향배가 주목되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 인보사가 미국서 품목허가 받으면 식약처는 수구세력?
 
생명공학분야가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과 함께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갈 대표적 신성장동력중의 하나로 꼽힌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국익의 관점에서 볼 때, 나름대로 전도가 유망했던 한국 기업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한국정부는 회생을 돕는 우군 역할을 하고 외국정부는 처벌을 외치는 '응징자'가 되는 게 일반적으로 벌어지는 풍경이다. 인보사 사태는 정반대인 것이다.
 
더욱이 한국의 식약처는 미국의 FDA보다 논리적으로 불리한 처지이다. FDA는 유보적인 스탠스를 취한 데 비해 식약처는 이미 결론을 내려버렸다. FDA는 인보사의 '약효'와 '안전성'이라는 두가지를 평가하는 반면에 식약처는 '안전성'만을 따진다.
 
인보사가 미국에서 ’한국 생명공학기술의 승리‘로 평가될 경우 식약처는 혁신을 거부한 수구세력으로 비난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비해 인보사가 실패작으로 귀결돼도 FDA는 신약개발을 위해 외국기업에게 마지막 순간까지 유연한 잣대를 적용한 ’미담의 역사‘를 쓰게 된다.
 
코오롱이 인보사 시초약 개발에 성공한 것은 지난 2004년이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06년에 FDA와 한국의 식약처가 인보사 임상시험을 승인했다.
 
당초 속도전에서는 역시 한국이 한 수 위였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해결하기 위한 치료제 개발경쟁에서 한국기업들이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것을 연상시킨다. 식약처는 2017년 7월 12일 인보사 국내 판매 허가를 내주었다. 인보사가 골관절염 환자 치료효과와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주사 한 대에 7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보사를 국내 환자들에게 투약해 왔다.
 
■ 까다롭게 굴던 FDA ’성분변경‘ 드러난 후 오히려 유연한 태도
 
반면에 미 FDA는 훨씬 까다롭게 굴었던 것으로 보인다. FDA는 2018년 7월에 인보사의 임상 시료 사용을 승인했다. 이후 임상 1,2상이 성공적으로 진행됐으나 '인보사 성분 변경 사실'이 한국에서 공론화 되면서 임상 3단계에서 제동이 걸렸다.
 
인보사는 골관절염 치료제인 만큼 연골세포 활용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인간의 연골에서 추출된 제1액과 연골세포의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유전자형질전환세포(TC)가 함유된 제2액을 3대 1로 혼합해 주사하는 세포 유전자 치료제다. 그런데 제2액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 유래세포(GP2-293)인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에 따르면, 인보사 개발과 미국내 임상시험을 담당하고 있는 코오롱티슈진은 이 같은 사실을 지난 2017년 7월 13일 코오롱생명과학에 통보했다. 공교롭게도 식약처가 인보사 국내 판매허가를 결정한 다음 날이었다. 티슈진은 코오롱 생명과학의 자회사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성분변경 사실을 2년 가까이 숨기다가 2019년 3월 식약처에 보고했다. 식약처는 즉각 판매중지 처분을 내렸다. 그해 5월 3일 FDA도 인보사 3상 시험중지를 지시했다. 식약처는 훨씬 강경했다. 5월 28일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 및 제조사 형사고발 조치를 취했다. 
 
이 대목에서 FDA의 태도가 주목된다. FDA가 성분변경 사실을 최초로 인지한 시점은 2017년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보사의 미국내 임상 실험을 허용했다. 한국에서 대대적으로 인보사를 맹비난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정부와 사법당국이 강경조치를 취하자 3상 중지를 지시한 것이다.
 
성분변경 사실이 공론화 된 이후 한국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은 벼랑끝으로 추락했다.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지난해 8월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티슈진의 상장에 결정적 기여를 한 인보사가 ‘사기극’으로 판명됐다고 본 셈이다.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 대표는 지난 2월 인보사 관련 약사법 위반 등의 7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티슈진 주주와 인보사 투약 환자 등은 112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오너인 이웅렬 전 코오롱 회장은 지난해 6월 성분변경 사실을 알고도 인보사를 판매한 사실 등으로 인해 검찰에 의해 출국금지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식약처가 인보사 성분변경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부작용 위험’ 때문이다. 신장세포는 종양유발 가능성이 있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의약품 원료라는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인보사를 투약한 국내 환자들은 3707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상당수는 부작용을 호소한다고 한다.
 
■ 미 FDA, 한국에서 ‘사형선고’ 받은 인보사에게 ‘구원의 동아줄’ 내려
 
그러나 FDA는 식약처와 근본적으로 접근법이 다르다. 인보사 2액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 유래 세포(GP2-293)라는 사실을 치명적 결함으로 여기지 않는 입장이다. FDA는 지난 해 5월 28일 식약처가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 및 제조사 형사고발 조치를 취하기 전인 같은 해 5월 3일 인보사 임상시험 중지 결정을 내렸다. 인보사에 대해 식약처가 사형선고를 내린 반면에 FDA는 선고를 유예한 셈이다.
 
이에 코오롱티슈진은 지난해 8월 FDA에 대해 임상재개 요청을 했다. 그러나 FDA는 임상중단(Clinical Hold)상태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추가자료를 요구했다. 코오롱생명과학에 따르면, FDA는 지난 해 9월 20일 공문에서 “임상 중단 상태를 해제하려면 인보사에 포함된 제1액 연골세포(HC)의 특성 분석 자료와 인보사 제 2액 형질전환세포(TC)의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및 방사선 조사 전후의 변화와 관련한 확인 자료의 보완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인보사 제 2액 형질전환세포(TC)’는 신장 유래 세포이다. 신장 유래 세포의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및 방사선 조사 전후의 변화와 관련한 확인 자료의 보완’이란 골수암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입증하라는 주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신장 유래 세포의 안전성을 입증하라는 데 FDA의 핵심요구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신장 유래 세포를 사용한 인보사가 골관절염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고, 종양 유발과 같은 부작용만 없다면 품목허가를 내주겠다는 게 FDA의 의지로 해석된다.  
 
FDA는 지난 11일 코오롱티슈진에 보낸 공문을 통해 “모든 임상보류 이슈들이 만족스럽게 해결됐다”면서 "코오롱 티슈진은 인보사의 임상시험을 진행해도 좋다"고 밝혔다는 게 코오롱측의 설명이다. FDA가 ‘안전성’ 문제에 대한 의심이 어느 정도 해소됐으니 미국인 환자들을 상대로 신장 유래 세포를 사용한 주사액을 투입해 골관절염 치료 효과가 있는지 입증해도 좋다고 허락한 것이다.
 
인보사의 주사 2액이 당초 설계와는 달리 연골세포가 아니라도 안전하고 약효만 있으면 된다는 게 FDA의 판단이다. 돌발변수가 난무하는 생명과학산업을 키우는데 유리한 사고방식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FDA의 임상 3상 허용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는 FDA에 대한 모욕이다. 미국인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진다는 FDA의 소명의식에 침을  뱉는 행위이다. 어떤 정부의 보건당국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다고 판단했다면 임상 3상 시험을 허가할 수 없다. 
 
물론 코오롱생명과학이 미국에서의 임상 3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서 FDA의 인보사 품목허가를 따낼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미 사형선고를 받은 인보사가 FDA에서 내려온 구원의 동아줄을 손에 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시장은 일단 식약처보다는 FDA의 입장에 반응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은 물론이고 코오롱 계열사들이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다. 투자자란 돈 냄새를 쫓기 마련이다. FDA가 인보사를 품목허가 트랙에 다시 올려놨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FDA의 현재 판단이 맞아 떨어져 한국 식약처가 궁지에 몰릴 때, 한국생명과학이 진보의 역사를 쓰게된다는 ‘비극적 구도’가 안타까울 뿐이다.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이태희의 JOB채 (47)]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를 둘러싼 FDA와 식약처 간의 ‘비극적 대결’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