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을 이긴 연예인 (3)] 정우성, 몸 눕힐 자리조차 없던 청춘→대한민국 대표 남신으로

염보연 기자 입력 : 2020.04.22 06:15 |   수정 : 2020.05.22 09:33

시련에도 자신을 믿고 최선 다해..“아직도 나를 완성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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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성공한 연예인은 고수익을 올리는 권력계층으로 굳어졌다. 유명대학 총장보다 인기 연예인의 발언이 갖는 사회적 파장이 훨씬 크다. 서울대 조사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들은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통적 인기직업보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을 희망직업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그러나 화려한 연예계의 이면에는 대부분의 경우 깊은 아픔이 숨어있다. 역경을 딛고 성공가도를 달리거나, 좌절의 수렁에서 빠져나오려고 전력투구하는 연예인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던진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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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뉴스투데이=염보연 기자] 정우성은 자타공인 대한민국 대표 ‘남신’ 배우다. 잘 생긴 외모와 완벽한 기럭지로 1990년대를 풍미했고, 오늘 날까지 연기, 제작자, CF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우성은 있는 집 자식 같은 품격 있는 외모와 달리 여러 역경을 겪었다. 몹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판자촌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일찍 홀로서기를 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 앞에서 때로는 유혹의 검은 손길이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마인드와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앞길을 개척했다.
 
■사당동 판자촌에서 보낸 유년기 “가난했지만 불행하지 않았다”
 
정우성은 1973년생으로, 2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그의 집은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재개발 지역의 판자촌에 있었고, 부엌과 방 하나가 전부인 공간에서 5명의 가족이 생활했다. 퇴거명령이 떨어지고 매일 불도저가 다른 집을 밀고 다녀도 마지막까지 버텼다. 옆집이 허물리면 그제야 짐을 쌌고, 아직 무너지지 않은 다른 판자촌의 빈 집으로 들어갔다.
 
정우성의 어머니는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했고, 글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늘 아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가르쳤고, 나쁜 길을 걷지 않도록 보살폈다.
 
정우성은 유년기의 가난함을 불행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모님의 가난은 부모님의 것”이라고 생각했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 이미 키가 180cm를 넘었기 때문에 성인인 척 거짓말을 하고 여고 앞 햄버거 가게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어린 나이에 돈벌이를 한 것은 좋은 경험이 됐다. 손님을 끄는 뛰어난 외모와 햄버거 굽기 실력으로 사장에게 인정을 받았고, 스스로 번 돈으로 친구들에게 베풀면서 성취감도 느꼈다.
 
이 무렵 TV를 보다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막연했다. 대신 ‘은행원’이라는 안정적인 미래를 꿈꾸며 상업고등학교로 진학했다. 하지만 고교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교실에는 폭력을 일삼는 불량학생이 많았고 선생님들은 부모님의 재력, 성적, 사는 곳을 두고 노골적으로 학생들을 차별했다.
 
설상가상으로 친구와 얽힌 폭력서클 선배들이 정우성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결국 정우성은 고등학교를 1학년만 마치고 자퇴했다. 중졸의 학력으로 사회에 뛰어든 것이다.
 
■중졸의 학력으로 시작한 모델일과 검은 유혹
 
학교를 그만두고 나니 배우의 꿈이 다시 떠올랐지만, 어떻게 될 수 있는지 몰라 모델부터 시작했다. 옷가게 아르바이트로 수강료를 벌며 모델 센터를 다니고, 프리랜서로 CF 모델도 찾아서 했다. 하지만 당시 모델 일은 보수를 3~6개월 뒤에 주는 데다가 막상 돈을 받으러 가면 회사가 없어지는 등 불안정했다.
 
방송국 공채 탤런트 시험을 봤지만 모두 떨어졌다. 배우활동을 준비하기 위해 모델 센터가 요구하는 장기계약을 하지 않았더니, 모델로서 쇼쪽의 일도 할 수 없게 됐다.
 
세상에 자기 몸 눕힐 자리 하나 없는 것 같아 막막함을 느낄 때, 어두운 제의가 오기도 했다. “돈은 물론이고 아파트, 차까지 줄 테니 호스트바에서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유혹했다.
 
정우성은 거절했다. 막연한 두려움 속에서 무엇이든 잡고 싶었지만, 아무거나 잡더라도 꿈에 다가갈 수 있는 무언가를 잡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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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구미호

 

■영화 ‘구미호’ 주연 발탁, 안방극장 오가며 스타 반열에
 
그러다 기회가 왔다. 압구정동 한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잘 생긴 남자애가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연예계 관계자들이 정우성을 보러 왔다. 이런 과정을 통해 1994년 개봉한 영화 ‘구미호’의 남자주인공 오디션을 보고 주연으로 발탁됐다.
 
영화배우 데뷔를 앞두고 찍은 ‘센스민트’ 껌 광고도 대박이 났다. 박진영의 ‘날 떠나지마’를 배경음악으로 한 CF가 화제가 되면서 주목받는 신인이 됐다.
 
‘구미호’에서 정우성의 연기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었고, 1997년 SBS 드라마 ‘아스팔트 사나이’로 그해 ‘모래시계’ 이정재와 SBS 신인상을 공동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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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트

 

이후 1990년대 청소년들의 로망이 된 ‘비트’의 ‘이민’ 역으로 절정에 오른 외모를 뽐내 강한 존재감을 남겼으며, 이정재와 출연한 ‘태양은 없다’로 대표 청춘 스타로 떠올랐다.
 
배우 데뷔 후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영화 ‘러브’와 ‘무사’의 연이은 흥행 실패로 2000년대 초반에는 그의 필모그래피에 흥행 성공보다 실패작이 더 많았다. 정우성을 두고 “외모가 전부인 배우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2004년 내 머릿속의 지우개, 2008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그의 연기가 꽃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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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2011년에는 배우 이지아와 스캔들에 휘말려 잠시 쉬다가 2012넌 JTBC 창사 드라마 ‘빠담빠담’을 통해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이후 영화 ‘감시자들’, ‘신의 한 수’, ‘아수라’, ‘더 킹’, ‘강철비’ 등에서 절정의 연기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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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증인 포스터

 
2019년에는 영화 ‘증인’으로 배우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백상예술대상 대상,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수상 등 각종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싹슬이했다. 2020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는 ‘태영’이라는 호구캐릭터를 연기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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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감독 제작자로 활동 넓혀...“아직도 나를 완성하는 과정”
 
최근에는 배우를 넘어 영화배우와 제작자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정우성이 감독을 맡은 상업영화 데뷔작 ‘보호자’가 지난 2월 크랭크인했다. 자신이 주연을 맡고, 김남길 박성웅 등이 출연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에 제작자로 참여한다는 소식도 있다. ‘고요의 바다’는 전 세계적인 사막화로 인해 물과 식량이 부족해진 미래의 지구에서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에 의문의 샘플을 회수하러 가는 정예대원들의 이야기다. ‘우주 SF 스릴러’라는 흔치않은 장르를 어떻게 담아낼지 관심이 모인다.
 
정우성은 현재의 삶에 대해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기 때문에 주어진 것에 늘 감사하며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아직도 스스로를 계속 완성해나가는 과정에 있다. 지금 주어진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것임을 알기 때문에 자만하지 않는다고 한다.
 
2019년 찍은 커리어의 정점에 대해서는 “또 다른 시작”이라고 말한다. 앞으로 직업배우로서, 자신에게 상을 안겨준 캐릭터와 다른 캐릭터들을 꾸준히 연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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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정우성 인스타그램]

 

정우성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기로도 유명하다. 2015년부터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했고 2018년에는 예멘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가 공격을 받았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점점 커질 때 “사명감과 열정으로 혼신을 다하고 계시는 질병관리본부, 전국 보건소, 전국 의료시설 등의 의료진과 관계자, 봉사자 모든 분들께 감사와 응원을 보낸다”는 글을 남기며 1억 원을 기부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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