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박원순 시장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 화두, ‘표준국가’의 의미 (하)

이상호 전문기자 입력 : 2020.05.13 05:05 |   수정 : 2020.05.13 05:05

소통과 연대 기반 NGO식 ‘협치 거버넌스’ 국가운영에도 표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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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최천욱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한민국 지방자치 역사에서 각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박 시장은 경력과 출신 배경 상 그 누구보다 ‘민선(民選) 단체장’이라는 의미에 가장 잘 부합하는 인물이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1961년 5·16으로 강제 중단된 뒤, 1995년 부활돼 현재 민선 7기 지방자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동안 광역단체장은 거의 전부가 국회의원 출신 등 정치인이나 행정가 출신으로 충원되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예외적으로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로서 한국의 NGO를 대표하는 이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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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3월29일 열린 세계 45개 주요도시 화상회의에서 서울시의 코로나19 방역 노하우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원순 시장은 2011년 10월 보궐선거를 통해 서울시장이 된 이래 지금까지 3선, 이미 역대 최장수 서울시장의 기록을 세웠고, 2022년 6월까지 11년을 일하게 된다. 대한민국 NGO의 상징이기도 한 박 시장은 서울시의 행정을 소통과 연대에 기반을 둔 ‘협치 거버넌스’로 바꾸어 놓았다.
 
■ 이명박표 서울시정과 대칭점에 있는 박원순의 '협치 거버넌스'
 
박원순 시장의 협치 거버넌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보여준 행정 스타일과 대칭점에 있다. 대한민국 최대 건설업체 CEO 출신인 이명박 전대통령은 공무원식 표준행정에 자신의 추진력을 결합시켜 청계천 복원, 대중교통체계 개편 등을 단시간에 이뤄냈다.
 
반면, NGO 출신인 박 시장이 서울시에 도입한 ‘협치 거버넌스’는 느리지만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중시하고, 연대의 힘을 행정의 추진동력으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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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식 소통행정의 대표작인 '청택토론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는 행정의 최우선 순위를 시민과의 소통에 두어 왔다. 서울시가 구축한 각종 디지털 소통 플랫폼은 규모와 질에서 다른 지자체와 정부, 여타 기관과 비교해 압도적이다. 박 시장 본인 및 공무원들의 SNS 소통지수도 높다.
 
시민과의 협치를 보여준 대표작은 ‘청책(聽策)토론회’였다. 시민의 의견을 듣고(聽) 정책에 반영한다(策)는 의미다. 민선 6기 초반 몇 달 동안 ‘희망온돌 프로젝트 발전방안’을 시작으로 서울시의 각종 안에 대해 100회에 가까운 토론회가 열려 시민 1만여명이 참여했고 1500여건의 의견 중 70%이상이 시정에 반영됐다.
 
박원순의 시울시는 초고층 건물, 마천루(摩天樓)로 상징되는 현대적 도시의 외관 등 화려한 성과를 지향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재건축, 재개발을 갈망하는 주민, 공간을 기반으로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건설, 부동산 개발업자들과는 종종 충돌을 빚기도 한다.
 
박원순 시장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도시의 콘텐츠다. 박 시장은 얼마전 한 인터뷰에서 “제가 생각하는 도시재생은 도시에 스며든 사람들의 삶, 고통과 슬픔, 기쁨과 행복이 켜켜이 녹아 있는 모든 시간을 소중히 간직하고, 조금씩 새로운 시대에 맞게 변모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 느리지만, 그래도 천천히 가야하는 까닭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박 시장에 맞섰던 야당 후보는 느리고 답답하게만 느껴지는 박원순표 서울시정을 맹공했다. 출퇴근 시간 교통정체 해소를 위해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를 2층화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아파트 층수를 높이는 등 재개발 재건축 요건을 대폭 완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의 생각은 정반대다. “서울시장으로서 진짜 욕심이 하나 더 있다면 100년 전 다시 태어나서 일제강점기 이전 근대 조선 한양도성을 그대로 보존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해놓으면 100년 후 서울이라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돼 있을 것입니다.”
 
‘박원순표 서울’은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그만의 속도로 시민이 주인인 공간을 지향하며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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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앞 고가도로를 도심 공원으로 바꾼 '서울로 7017'은 '박원순표 서울시정'의 방향을 보여주는 핵심 공간이다. [사진=연합뉴스]

 

연말이면 남는 예산으로 보도블록을 갈아엎는 대신, 노후 하수관을 효율적으로 교체해 안전을 강화하고, 학생들의 급식을 개선했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려 엄마들이 예전보다 마음 편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석유비축기지를 리모델링한 곳에서 시민들은 오페라를 감상하고, 서울시청 지하는 장터와 결혼식이 열리는 생명력 넘치는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식이다.
 
논란은 있다. ‘빨리빨리’를 추구하는 사람들, 극단의 개발론자들에게 박원순 시장의 이같은 철학은 ‘쇼’나 ‘사치’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2017년 6월, 옛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원 형태의 보행로로 바꾼 ‘서울로7017’에 ‘슈즈트리(Shoes Tree)’라는 설치예술을 선보였을 때 이런 논란은 정점에 달했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 표준국가 대한민국의 비전, 그리고 박원순의 ‘꿈’
 
박원순 시장이 던진 포스트 코로나 시대, 표준국가로서 대한민국이라는 화두에서 국가를 이끄는 동력은 소통을 기반으로 한 혁신과 연대이다. 민선 5,6,7기 최장수 시장으로서 자신과 서울시가 해온 바를 국가적 어젠다로 만들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최근 세계가 주목하고 배우고자 하는  ‘K 방역’의 중심에 서울시가 있었으며, 그 밑바닥에는 “시민이 방역의 주체이자, 시민이 백신이다”라고 강조해온 박원순식 협치가 있었음을 내세우고 있다.
 
표준국가로서의 대한민국 비전과 박 시장의 강점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킨 것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박 시장은 지난달 27일 컨퍼런스에서 표준을 구성하는 ‘생각’, ‘전환’, ‘책임’, ‘실천’ 등 4가지 요소를 설명했다.
 
‘생각’은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부터의 해방, ‘전환’은 새로운 판을 짜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것. 또 ‘책임’은 기후변화, 빈부격차, 고령화와 같은 전 지구적 문제들을 책임지고 해결하는 것, ‘실천’은 더 좋은 아이디어로 행동하고 세상과 나누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런 포스트 코로나 시대 표준국가로서 대한민국의 비전은 기성 정치, 기존 행정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이다. 표준국가를 달성하는 실천과 리더의 요건이 박원순 시장에게 최적화 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대권을 바라보는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견인할 국가적 목표, 즉 비전이다. 그런 점에서 박원순 시장이 2020년 4월에 던진 ‘포스트 코로나 시대 표준국가론’이라는 패러다임, 거대 담론이 실제  정치적 성과로 연결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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