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354)] 의료붕괴를 의료붕괴라 말하지 못하는 일본언론의 속사정

김효진 통신원 입력 : 2020.05.15 10:47 |   수정 : 2020.05.15 10:47

정부비판 기사 검열당하면서도 속으로만 부글부글하는 일본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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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위에서 허락하지 않으면 지금이 어떤 상태인지 판단할 수 없다’, ‘감염이 확인된 사업자가 직접 (감염사실을) 발표하는데도 정부가 발표하지 않으면 (기사를) 게재하지 않는다.’

 

일본 매스컴 문화정보 노조회의(MIC)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과 더불어 보도기관에서 근무하는 관계자들의 아베 정권에 대한 불만과 폭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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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언론들은 정부비판에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 [출처=일러스트야]

 

MIC는 신문, 인쇄, 방송, 출판, 광고계 등의 노동조합들이 모여 만들어진 조직으로 노동조합 규모로만 보면 일본 최대라고 알려져 있다. 이번 설문조사는 2월 말부터 ‘보도의 위기’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는데 인터넷 미디어와 프리랜서 등을 제외하고도 200여명에 이르는 각 메이저 신문사와 방송국의 취재 및 보도 담당자들이 마음 한편에 담아왔던 부당한 현실을 솔직하게 적어냈다.

 

(질문) 당신이 현재의 보도현장에서 느끼는 위기는 무엇입니까.

 

‘국회논쟁은 방송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매우 짧다. 총리 관저(官邸)의 기자가 정권에 불리한 뉴스를 삭제하거나 방송에 클레임을 거는 경우가 일상다반사다’

 

‘뉴스의 소스가 관저나 정권에 있다. 그 결과, 방송내용이 한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어 그들을 비판하고 바로잡으려는 자세가 전혀 없다. 설령 있더라도 간부들이 쥐고 방송에 내보내지 않는다’

 

‘위부터 아래까지 눈치보기와 무사안일주의가 만연해 저널리스트는 없고 월급쟁이들만 있다’

 

여기에 일본정부는 4월 초 코로나 확산방지라는 명목으로 총리회견에 출석하는 기자 수를 기존 130석 정도에서 29석으로 대폭 축소하고 이 중 외신기자와 프리랜서 기자들의 자리도 10석으로 줄여버렸다.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출입기자 수 제한에 대해 기자들 사이에서도 정부관계자들이 불리한 질문을 받을 경우 최대한 대답을 회피하고자 하는 의도가 느껴진다는 불만이 나오는 상황이다.

 

한편 한국을 향해서는 의료붕괴 운운하던 일본 미디어들이지만 코로나 확진판정에도 아무런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자택대기 중에 사망자가 발생하는 자국 현실에는 동일한 표현이 전혀 나오지 않는 근본적 이유 역시 이번 설문조사로 밝혀졌다.

 

‘정부로부터 의료붕괴라고 쓰지 말라는 요청이 있었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다양한 비명이 들려오기 때문에 뉴스는 계속되지만 정부 의도에 따라 보도가 휩쓸릴 우려가 있다’(A매체 중견기자)

 

‘정부에서 먼저 ’의료붕괴입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기자들이) 의료붕괴라고 보도하지 않는다면 저널리즘을 포기한 것이다. 애초에 ’의료붕괴라고 쓰지말라‘는 요청 자체가 큰 뉴스거리다. (MIC의) 설문조사 답변에나 적을 상황이 아니다’(B매체 중견기자)

 

물론 이처럼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재 상황에 일부 기자들과 전문가들은 강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MIC 의장을 맡고 있는 미나미 아키라(南 彰) 前 아사히신문 기자 역시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코로나 위기에 편승한 정부조치가 취재제한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가 지금 언론인들의 최대 과제다’라고 지적했다.

 

미디어법에 정통한 타지마 야스히코(田島 泰彦) 前 죠치대학(上智大學) 교수 역시 “기자회견 멤버가 정부에 의해 결정되거나 회견시간에 제약이 있는 등 회견 자체가 일방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때야말로 더욱 독자적인 취재와 보도를 추진해야 한다”며 “그것이 보도기관의 본래 역할이다”라고 지적,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설문조사 결과와 관련 기사들마저 극소수의 미디어를 제외하고는 소개조차 되지 않으면서 일본 내 언론자유의 위기는 현재 진행 중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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