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을 이긴 연예인 (5)] 양상국, ‘개그콘서트→레이싱’ 좋아하는 일로 콤플렉스·우울증 극복

염보연 기자 입력 : 2020.05.19 05:33 |   수정 : 2020.05.2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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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성공한 연예인은 고수익을 올리는 권력계층으로 굳어졌다. 유명대학 총장보다 인기 연예인의 발언이 갖는 사회적 파장이 훨씬 크다. 서울대 조사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들은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통적 인기직업보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을 희망직업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그러나 화려한 연예계의 이면에는 대부분의 경우 깊은 아픔이 숨어있다. 역경을 딛고 성공가도를 달리거나, 좌절의 수렁에서 빠져나오려고 전력투구하는 연예인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던진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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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 양상국의 데뷔 초 닥터피쉬(2008년), 선생 김봉두(2010년), 해피투게더(2012년), 페이스북 캡처, 개콘복귀(2016년), 현대레알사전(2013년)

 

 

[뉴스투데이=염보연 기자] 양상국은 2000년대 초반, KBS ‘개그콘서트’의 전성기 때 맹할약을 하며 일요일 저녁을 즐겁게 만들어주었던 개그맨이다. 특유의 ‘촌놈’ 캐릭터와 경상도 사투리로 사랑을 받은 그는 지금 레이싱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어릴 적 시골의 농사일이 싫어서 마냥 도시를 동경했고, 서울에 올라와 개그맨을 시작했을 때는 ‘촌놈’이라는 딱지에 콤플렉스를 느껴야만 했다. 개그맨으로서 정상 부근에 올라 어느 정도 꿈을 이룬 뒤에는 뜻밖에 허무함으로 우울중을 겪기도 했지만, 이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낙천적인 삶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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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양상국(왼쪽)

 

■ ‘촌놈 콤플렉스’... 무대에서 오히려 개성으로 빛나
 
양상국은 1983년 경상남도 김해시 진영읍에서 태어났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산부인과에서 태어나던 시절, 어머니가 양상국을 집에서 낳았을 정도로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았다.
 
양상국의 어린 시절, 그가 제일 싫어한 계절은 가을이었다. 날씨가 좋아 단풍 구경을 다니는 청명한 좋은 계절에 그는 두 달 동안 학교가 끝나면 무조건 감을 따러가야 했기 때문이다.
 
학교 다니는 것도 힘들었다. 창원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버스를 타고 등하교 하는데 한 시간씩 걸렸다. 고향에서의 삶은 아무런 즐거움과 희망을 주지 못했고 늘 도시, 서울로 가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개그맨의 꿈을 갖게된 것은 고등학생 시절 처음으로 미팅을 하면서다. 잘 생긴 외모가 아니다보니 유머로 승부했는데, 자신에게 숨어있는 개그맨의 자질을 발견한 것이다.
 
그 때부터 다른 사람이 웃어주는 일에 행복을 느끼게 됐고 결국 군 복무를 대신한 방산업체 근무가 끝나자 마자 개그맨의 꿈을 품고 상경했다.
 
■ 영등포에서 여의도까지 한시간 반 걸릴 줄 알고 새벽 여섯시 반 출발
 
2005년 1월 처음으로 KBS 공채 개그맨 시험 치러 올라왔을 때, 영등포역 근처 모텔에서 자고 새벽 6시반에 택시를 탔다.
 
“서울은 되게 클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여의도 시험장소에 9시까지 가야되는데 한시간 반은 걸릴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6시40분에 도착했어요. 시험장에 가서 두시간 이상을 기다렸죠.”
 
하지만 양상국이 개그맨 시험에 합격하기 까지는 2년이 걸렸다. 그동안 대학로 소극장의 개그 공연에 출연해 한달에 20~30만원 정도를 벌어 생활비로 썼다.
 
당시 살았던 영등포쪽의 월세가 25만원으로 한 달 생활비가 총 50~60만원은 들었으니 턱없이 모자랐다. 부모님이 부쳐주시는 돈으로 모자라는 용돈을 메꾸고, 어머니가 직접 가져다 주거나 보내주는 음식, 라면으로 식사를 끼니를 떼웠다.
 
좋은 옷 한 벌 사입을 여유도 없는 궁핍한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꿈이 있었기에 고되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2007년에 KBS 개그맨 공채 시험에 합격했다.
 
데뷔 초기 그는 개그콘서트에서 개성있는 ‘촌놈’ 캐릭터로 감초역할을 톡톡히 했다. 선배인 유세윤, 이종훈과 함께 했던 ‘닥터피쉬’라는 코너에서 가수를 쫓아 다니는 팬 역할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돌이켜 보면, 이 때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호주머니에 돈 한 푼 없었지만 개그콘서트 무대에 한번이라도 더 오르기 위해 노력하는, 꿈을 쫓아 찾아 질주했던 그 때가 좋았다.
 
하지만 양상국이 어느 정도 목표를 이르고 성공했다고 느꼈을 때, 이상하게도 그의 몸속에 있던 행복함이 빠져나갔다. ‘네가지’ 코너 등으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며 개그맨으로서 가장 잘 나갈 때, 오히려 우울증이 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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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캡처=유튜브 크큭티비]

 

“내가 서울에 올 때 진짜 큰 꿈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어느정도 다 이루게 되니까 더이상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게 되더라구요. 무명이나 신인 때는 출연료 10~20만원짜리 행사만 있어도 갔었는데, 행사비가 200~300만이나 돼도 행복하지가 않았어요. 그냥 허무했던 것 같아요”
 
수입이 늘면서 주변에서 돈을 빌려 달라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갑작스레 많은 돈을 벌면서 경제관념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번 돈을 거의 다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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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롭게 찾은 삶의 목표 ‘레이싱’.. “오랫동안 재미있게,전문성 갖추고 싶어”
 
양상국이 새롭게 찾은 삶의 의미는 ‘자동차’와 ‘레이싱’이다.
 
양상국이 레이싱에 흥미를 가진 건 2015년 쯤이었다. 차를 좋아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동호회 팀에 들어가서 타임 트라이얼 같은 간단한 대회에 나갔다가 2017년 아반떼컵, 2019년 벨로스터N컵 등 점점 전문적인 대회에 도전했다.
 
올해도 2020 벨로스터N컵, KIC컵 KF1600 코리안 포뮬러 대회 두 가지를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전남 영암서 열리는 KIC컵 KF 1600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KF1600은 국산화한 포뮬러, 경주용 자동차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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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벨로스터N컵 챌린지 클래스 5라운드에서 우승컵을 들고 기뻐하는 양상국

 

지난해 9월 8일, 2019 벨로스터N컵 대회 챌린지 클래스 5라운드에서 양상국은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 때의 기쁨은 더 말할 수가 없었다.
 
“요즘에는 20대초반의 어린 레이싱 선수도 많고, 저는 나이도 적지 않은데..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서 처음으로 성과를 낸 거라 너무 행복했죠”
 
30대 후반, 적지않은 나이인 만큼 프로 레이싱 선수까지를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재미있게 하면서도,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고자 노력하고 있다.
 
포뮬러 대회는 국제자동차연맹 FIA에서 주관하고 FOM이 상업적 주관을 하는 국제 자동차 프로 레이싱 대회다.
 
국내에서는 2010년 전남 영암에서 F1을 개최됐지만, 그 뒤로 포뮬러 대회가 없어졌다. F1을 개최하기 위해서 외국에서 모든 장비를 들여오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들고 사고가 났을 때 수리시간도 오래 걸려 대회를 지속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한국형 KF1600 대회를 열어 국내 포뮬러 부활과 실력 있는 국내 프로 드라이버들이 F3을 넘어 F2, F1 선수로 올라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양상국은 유튜브에서 자동차 정보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현대 드라이빙 아카데미에서 전문 강사로도 참여할 예정이다.
 
최근 지상파 마지막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던 ‘개그콘서트’가 방송을 중단하면서 개그맨들이 설 무대가 또 사라졌다. 양상국은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공영방송의 특성상 개그프로에 대한 제재가 많아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자신들과 달리 유투브 시대를 맞아 후배들이 실력을 바탕으로 더 큰 인기, 흥행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웃찾사 없어지고 많은 개그맨들이 많이 유튜브로 진출했는데 ‘흔한 남매’를 비롯해서 거의 다 백만 유튜버가 됐거든요, 그래서 개그콘서트 포맷에서는 자기들의 끼를 발휘하기 힘들었던 후배들에게 오히려 또다른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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