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의 고공비행] 조국·기생충에 부부의 세계까지 2020의 시작 대한민국의 코드 ‘기회’

이상호 전문기자 입력 : 2020.05.20 04:33 |   수정 : 2020.05.20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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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5월도 어느덧 하순, 2020 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집단감염 사태로 전세계, 인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를 극복하고 만들어 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문명에 대한 기대도 높다.

 

2020년 상반기 대한민국을 움직인 코드는 무엇일까? 아직도 진행형인 ‘조국사태’, ‘미스터트롯’에 대한 열광, 드라마 ‘부부의 세계’, 미래통합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세력의 퇴조를 예고한 4·15 총선 결과 등에 공통으로 숨어있는 코드는 ‘기회’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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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드롬급 인기를 끈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대중들이 갖지 못한 불륜 등 비정상의 기회에 관한 팬터지다.

 

기회(機會,Opportunity,Chance)는 사람과 세상을 움직이고 발전시키는 기본 조건이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가장 평등하고 공정하게 제공되어야 할 것이 바로 기회이다.
 
■ ‘아빠찬스’ 불공정시비 부른 ‘조국사태’에 기회 뺏긴 사람들 분노
 
조국 전 장관 본인과 부인 정경심 씨에 대한 재판 등으로 조국사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조국사태의 본질은 ‘아빠찬스’로 자신들의 기회를 빼앗긴 국민의 반발이다.
 
조국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을 주도한 권력의 핵심이자 상징성을 갖춘 인물이다. 그런 그가 딸의 진학을 위해 ‘아빠찬스’라는 불공정을 동원함으로써 ‘공정’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정권의 위기로 까지 비화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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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해 12월26일 직권남용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아빠찬스’의 반대편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기회의 상실’이 있다. 조국 가족의 반칙으로 기회를 빼앗겼다고 느낀 대중들이 상실감에 빠지고 분노한 것이다.

■ 긴급재난지원금 이끌어낸 ‘기생충의 사회학’
 
한국 영화 최초로 작품상을 비롯해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기생충’은 양극화 시대,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로 나뉜 세상에서 계급투쟁의 관점이 아닌, 스스로 기회를 만들려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영화에 대해 “상층이 가진 것을 더 많이 가지기 위해 또 하층이 굶주림을 탈출하기 위해 서로 싸우던 시대가 끝났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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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은 양극화시대 기회의 문제를 새로운 차원에서 접근했다.

 

영화 기생충은 정부로 하여금 코로나19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정책결정을 이끌어 내는데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사회학자인 이원재 카이스트(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일찌감치 이 영화에 대한 비평에서 “사회가 민주화될수록 빈자의 요구에 귀 기울이기 마련인데, 국가가 복지정책을 만들 때 구성원들이 최소한 존엄을 지키면서 살 수 있는 여건을 사회적 합의로 마련하려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 '미스터 트롯', '부부의 세계'에 담긴 기회의 의미
 
종편인 TV조선이 올초부터 방송한 트롯 경연프로그램 ‘미스터 트롯’은 최고 시청률 35.7%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방송역사를 다시 썼다. 미스터트롯 돌풍의 주 원인은 고령화시대, 복고풍 트롯에 대한 향수로도 풀이되지만 숨은 키워드는 기회이다.
 
최종 우승, 진을 차지한 임영웅을 비롯, 2위 영탁, 3위 이찬원 4위 김호중 등은 대부분 10년 가까운 무명가수 생활을 했다. 뛰어난 노래실력에도 불구하고  찬스, 기회를 갖지 못한 가수들에게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준 것이 프로그램의 성공의 큰 비결이 됐다.
 
‘부부의 세계’는 불륜 멜로, 막장 드라마의 위력을 다시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연쇄불륜에 폭력, ‘데폭남’ 등 갖가지 자극적인 요소로 시청률을 높인 이 드라마의 인기 또한 기회라는 단어로 설명된다.
 
대중은 늘 통상적인 부부관계, 윤리적이고 바른생활 등 ‘정상(正常)’의 대척점에 있는 비정상(非正常)이라는 다른 기회, 선택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 드라마는 이런 대중의 욕구, 갖지 못하는 기회를 충족시켜 주는 수단이다.
 
이런 류의 드라마가 늘 권선징악(勸善懲惡)식의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중은 비정성적인 선택으로 인해 치러야 할 댓가, 기회비용을 생각하면서 상상속의 일탈에 그치는 것이다.
 
■ 4·15총선 보수참패, 또 하나의 원인 ‘기회’
 
지난 4·15 총선에서 보수정당인 미래통합당이 참패한 원인 중 하나로도 ‘기회’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1980년 이후 보수정당의 당명은 민정당 민자당 신학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으로 변천을 거듭해왔지만 당의 주축 세력은 고위 행정관료, 판·검사, 명문대 교수, 해외 유학파 등 엘리트에 국한됐다.
 
4·15총선을 앞두고 공천심사 과정에서도 미래통합당은 엘리트 위주의 ‘스펙’을 중시, 시민단체 활동가 등을 대거 충원한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후보의 다양성과 대중성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었다.
 
정치평론가 최우영 씨는 “국회의원은 시험으로 뽑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투표로 선출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보수정당, 미래통합당까지 학력과 경력 위주의 엘리트 충원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이 시대의 국민은 더 이상 공부 잘하고 판·검사 출신이라고 우러러 보던 과거의 대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엘리트 위주의 공천으로 유권자들에게 기회에 대한 상실감을 안겨준 것이 패인 중 하나라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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