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의 고공비행] 장미꽃이 사라진 자리에 모란과 작약이

이상호 전문기자 입력 : 2020.05.21 05:05 |   수정 : 2020.05.21 05:05

계절의 여왕 5월에 생각하는 다양성과 공존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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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신록이 푸르럼을 더하고 온꽃 꽃들이 피어나는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린다. 그런 5월의 여왕으로 불리는 것은 바로 장미꽃이다.

 

장미는 사랑과 순결을 뜻하는 꽃말과 더불어 사람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전라남도 곡성 경기도 부천 같은 지자체들이 천만송이, 백만송이 장미꽃 공원을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거나 주민들의 기분을 달래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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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곡성군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조성한 천만송이 장미꽃 정원 모습

 

서울 시내만 해도 여기저기 붉은 장미꽃 덩굴로 만들어진 울타리를 가로수길로 조성하거나 화단에 개량종으로 태어난 크고 탐스러운 장미를 심은 곳도 많다.

 

모란이 지면 작약이 핀다"

 

최근에는 서양에서 온 장미 대신 토종 5월의 꽃인 모란과 작약이 눈에 많이 띄이고 있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공원은 물론, 주택가 담벼락 밑에도 장미 넝쿨 대신 모란과 작약이 싹을 피우고 자라 특유의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다.

 

모란(牡丹)과 작약(芍藥)은 같은 과이고, 비슷하게 생겨서 구분하지 못하거나 혼동하는 사람이 많지만 다른 꽃이다. 중국이나 한국에서 꽃중의 꽃(花中王)’이라는 별명이 붙은 모란은 줄기가 목본(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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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작약과 많이 혼동하는 모란꽃

 

모란은 꽃이 화려하고 풍염(豊艶)하여 위엄과 품위를 갖추고 있는 꽃이다. 그래서 부귀를 소원하는 그림에 많이 등장한다.

 

반면 작약은 꽃이 함지박만큼 크다고 함박꽃이라고도 불리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꽃 형태도 모란꽃은 꽃속에 꽃이 핀, 복잎이고,작약은 연꽃처럼 꽃잎이 한겹이다.

 

모란은 중국에서 온 꽃이다. 당나라에서 신라의 선덕여왕에게 모란꽃이 들어간 그림을 보내면서 벌을 그려넣지 않는 식으로 희롱했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반면 작약은 한국과 몽골, 동시베리아 일부에서만 자라는 완전 토종으로 알려져 있다.

 

장미보다, 모란보다 깊고 심오한 작약꽃의 정서

 

통상 모란꽃이 작약 보다는 2주쯤 빨리 꽃이 피고 지기 때문에, 옛 시인은 모란이 지면, 작약이 핀다고 노래하기도 했다.

 

장미에 관한 시들은 동서고금, 한결같이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다. 모란은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이라는 한국인의 애송시로 유명하지만 작약에 대한 시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그러나 우리가 잘 몰랐던 작약에 관한 시의 정서들은 장미나 모란보다 토속적이면서도 훨씬 심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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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함박꽃으로도 불리는 작약꽃 모습

 

밤이 깊어가서/ 비는 언제 멎어지었다./ 꽃향기 나직이/ 새어들고 있었다.// (중략)풍경 소리에 꿈이 놀란 듯/ 작약 꽃 두어 잎이 떨어지고 있었다./ 의희한 탑 그늘에/ 천 년 세월이 흘러가고, 흘러오고……// , 모든 것/ 속절없었다./ 멀리 어디서/ 뻐꾸기가 울고 있었다.”(김달진, ‘古寺’)

 

어느 아득한 눈나라 북녘에서 왔을까/ 백두대간 지리산 능선에는/ 하 눈부셔서/ 눈감아야 오롯하게 보이는 꽃 있어/ 함박꽃, 산목련이라고도 부르는 그 꽃/ (중략) 여염집 키 큰 목련만 보아도 가슴 뛰는데/ 가시덩굴 바위틈/ 함박꽃, 그 꽃덩이 보면/ 나는 그만 숫총각이 되고 만다네// (중략)/ 이 세상 맨 처음의 처녀 같은 함박꽃/ 그 꽃그늘 아래/ 한 천 년쯤 쉬어가고 싶네”(복효근, ‘함박꽃 그늘 아래서’)

 

홀로라니요,/ 울 밑의 작약이/ 겨우내 언 흙을 밀치고 뾰족이/ 새움을 틔울 때/ 거기서 당신의 부드러운 손길을 보았는데요./ (중략)/ 하늘이 이렇게 푸르른 날,/ 내 어찌 당신 없이 홀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가 있겠습니까.”(오세영, ‘홀로가 아니랍니다’)

 

요즘 우리가 살고있는 시대의 가장 큰 특성, 코드는 다양성과 공존이다. 은행나무 일색이 아닌 버드나무, 소나무 가로수길도 필요하고, 장미꽃만 아닌 모란과 작약이 탐스럽게 피어있는 꽃밭, 때로는 할미꽃 정원도 필요한 세상이다. 게절의 여왕 5월에 피어나는 꽃들을 보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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