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철의 검사수첩 (3)] ‘무당 살인사건’으로 돌이켜 보는 검사의 고뇌

이상호 전문기자 입력 : 2020.05.21 05:05 |   수정 : 2020.05.2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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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광주지검 형사3부에서 근무할 때 일이다. 당시 형사3부는 경찰서에서 올라오는 사건 중에서도 살인, 강도 등 강력사건을 전담해서 처리하는 부서였다.

 

2004년 11월 쯤, 경찰에서 사건발생 보고가 들어왔다. 어느 동네 무당집에 불이 났는데, 화재를 진압하고 보니 한 여성 무당이 불에 타서 죽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보통 거주지에 불이 나면 어린 아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당시 무당은 40대였다. 왜 불길에서 빠져나오지 못 나왔을까 하는 당연한 의심이 생겼고 사인을 명확하게 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부검을 하기로 했다.

 

■ 불난 집에서 발견된 여성 무당에 대한 사실사건 수사 개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죽은 무당의 폐에는 연기 흔적이 없었다. 보통 사람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불이 나면 타 죽는게 아니라 연기에 질식해서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 폐에 연기가 들어가고 죽어서도 그 흔적이 남는다. 그런데 이 무당의 폐에서 연기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결론적으로 불이 나기 전에 이미 사망했다는 의미였다. 

 

결국 이 사건은 화재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살인사건으로 판단되었고, 검찰은 경찰을 지휘해서 수사를 벌였으며 그 때 주임검사는 나로 지정이 되었다.

 

경찰은 우선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해보니, 불이 난 날 저녁에 무당이 집에서 동네 남자들 여러 명과 고기를 구워 먹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다섯 명을 용의선상에 놓고 넣고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무당과 어떤 관계인지, 그날 저녁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날 저녁 이 다섯 명은 무당과 동시에 헤어진 게 아니라 순차적으로 집을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나온 네 명은 무당집에서 나온 뒤의 알리바이가 명확한데, 마지막으로 나온 한 명이 알리바이가 명확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나온 다섯 번째 남자(이하에서는 갑이라고 한다), 유력한 용의자 갑은 자신이 무당집에서 나온 뒤에 인근에 있는 형의 집으로 걸어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갑의 주장은 객관적 인 증거와 맞지 않았다. 휴대전화를 쓰면 기지국의 중계기를 통해서 사용한 지역이 나오는데 용의자가 무당집에서 나와서 주장하는 동선(움직인 위치)과 휴대전화를 쓰며 사용된 기지국의 동선이 일치하지 않았다.

 

하지만 갑은 계속 자신은 다른 사람들하고 고기를 먹은 뒤 그냥 형네 집에 갔을 뿐 다른 일은 없었다는 진술만 되풀이 했다. 결국 동네를 다 뒤지다시피해서 갑이 무당을 죽일만한 이유가 있는지 등을 파악하고자 했으나 특별히 원한 관계였던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래서 죽은 무당은 어느 정도 미모도 있었고, 나이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갑이 무당을 강간하고 무당이 반항하자 살해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당의 시체는 불에 타서 용의자의 DNA 같은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무당과 주변 남자들의 치정(癡情) 관계를 살펴봤는데, 의외로 동네가 좁고 폐쇄적이다 보니 동네 사람들간의 치정 관계가 굉장히 복잡하긴 했으나 그래도 갑이 무당을 죽일만한 이유가 뚜렷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 마지막으로 무당집에서 나온 유력한 용의자, 직접증거 없어 ‘범행 부인’

 

그래서 어떻게 더 수사를 진행할 지 고민에 빠졌다. 누가 봐도 갑이 유력한 용의자이긴 한데 직접적인 증거가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마지막으로 무당과 같이 있었다는 것, 알리바이가 객관적인 자료와 일치되지 않는다는 사실, 이 두가지 사실만으로 법정에서 갑이 살인범임을 입증할 수 있을까? 검사 입장에서 굉장히 고민이 됐다. 자료를 더 수집하려고 했지만 더 이상 나오는 것은 없었다.
 
우선 갑을 구속해야 할지 여부가 고민이었다. 구속을 하게되면 20일 내에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구속해서 수사를 계속했을 때, 자백을 할 수도 있지만 끝까지 부인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가 계속 부인하더라도 기소해서 재판을 받게 할 수는 있지만, 법원 재판 과정에서도 끝까지  범행 사실을 부인하면 공소유지(검사가 기소된 내용에 대하여 유죄 선고를 받기 위해 하는 활동을 말함)가 가능할지 고민스러웠다.

 

그래서 여러 검사들과 상의를 해봤지만, 당시 광주지검에는 목격자가 전혀 없고 직접적 증거가 없는 살인 사건을 처리해 본 검사가 아무도 없었다. 어떤 검사는 공소유지가 가능하다고 하고, 다른 어떤 검사는 살인죄로 기소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조언하기도 해서 나로서는 참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 검사들도 의견 엇갈렸지만 ‘확신’으로 기소... 유죄인정 무기징역 선고
 
나는 정황 증거상 갑이 살인범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갑이 살인범일 경우에는 그에게 최소 무기징역형을 구형해야 하고 법원이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그 정도 형량이 나올만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만약 나의 판단이 잘못된 판단이라면 나는 무고한 사람을 살인범으로 기소하게 되는 것이다. 검사가 증거 수집을 열심히 해도 잘못된 판단을 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살인죄는 그 책임이 너무 막중하기에 최선을 다해서 수사했다는 이유만으로 오판의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나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설사 구속한 이후에 나의 심증이 잘못된 것으로 판단되면 다시 석방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갑은 구속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때 마침 인사이동이 있어 나는 다른 부서로 옮기게 되었으나 내 사건을 승계받은 검사는 나와 절친한 동기였고, 동기 검사와 상의한 끝에 구속 영장을 청구하기로 했고,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해 주었다.

 

갑이 구속된 이후에 검사는 갑을 구속한 기간 동안 갑으로부터 진실을 받아 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해야만 했다.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그를 하루종일 검사실로 불러내서 더이상 할 얘기가 없을 때까지 집요하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어릴 적부터 살아온 얘기까지 들어봤다.

 

하지만 갑은 끝까지 범행을 부인했다. 하지만 나와 내 동료 검사는 확신을 할 수 있었다. 갑이 살인범이라는 확신이었다.
 
자신이 살인을 하지 않았는데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구속이 됐다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보통은 굉장히 억울해하면서 분노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기가 무당을 죽이지 않았다고만 되풀이할 뿐, 구속돼서 조사받고 있는 것에 대해 화를 내거나 분노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기의 동선이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계속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이런 간접 사실들을 종합해 볼 때 그가 무당을 죽인 게 맞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갑이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였기에 무슨 이유로 갑이 무당을 죽인 것인지, 갑이 무당을 강간하였는지, 불은 어떻게 지른 것인지는 추측만 할 뿐 정확한 사실관계는 확인이 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갑은 구속기간을 거의 채운 후 기소되었고, 다행히(?) 갑은 1심부터 대법원까지 유죄가 선고됐고, 최종적으로 무기징역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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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들은 살인 강도 등 중대 범죄일 수록 진실규명과 범인 처벌을 위해 고심을 하게된다. 사진은 강력부 검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검사외전의 한 장면.

 

■ 강력검사들, 살인 등 중범죄 다루는 스트레스 시달려


강력검사들은 중범죄 사건을 많이 다루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항상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강도 살인처럼 형량이 무거운 범죄라도 목격자도 있고 피의자가 스스로 자백하면 오판의 가능성이 적어지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만, 피의자가 범행을 부인하고 목격자나 객관적인 증거가 없을 때 갈등에 빠진다.

 

벌금 정도를 내는 가벼운 사안이면 재판 과정에서 다시 시시비비가 가려질 수 있다. 하지만 무기징역이나 사형을 구형하는 정도의 사건이면 혹시라도 내 판단이 잘못돼서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다.

 

강력사건이 아닌 경제사범들을 다루거나 공안사건을 다루는 검사들도 평소 많은 고민 속에서 사건을 처리하고 있지만, 중범죄를 많이 다루는 강력검사들은 나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누군가가 장기간 감옥에서 복역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된다.

 

독자들은 이태원 살인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갑과 을 중에서 피해자를 살해한 사람은 분명 있는데 서로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검사는 증거에 의해 갑과 을 중에서 누가 사람을 죽였는지 결정해야 했다.

 

하지만 결국 재판 결과로만 보면 처음 기소했던 검사의 판단은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회적 비판은 차치하고라도 내가 잘못 판단하여 억울한 사람을 중죄인으로 기소했다는 자책감에 많이 괴로워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강력검사들은 종종 이렇게 외롭게 판단하고 그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는 애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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