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15)] ADD 주도의 ‘사전개념연구’는 임시방편, 전문가 조직 만들어야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0.06.18 10:41 |   수정 : 2020.06.18 13:09

ADD 주관으론 성과 기대 어려워…소요제기 기관이 별도의 전문가 그룹 운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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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부터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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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주관한 ‘2020년 전반기 국방개혁 추진평가회의’가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 이어 개최됐다. [사진제공=국방부]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지난 10일 국방부는 정경두 장관이 주관하는 ‘2020년 전반기 국방개혁 추진평가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방위산업 분야에서는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 등 관련 법률 제정과 함께 다양한 제도 개선사항이 언급됐는데, 특히 효율적인 획득 체계 개선을 위해 ‘사전개념연구제도’를 신설했다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획득 과정의 사업 지연 요인 해소해 ‘적기 전력화’ 목적

 

이 분야에 정통한 군 관계자는 “방위사업의 근본 목적은 군이 요구하는 전력을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라며 “충분한 사전개념연구 없이 무기체계의 소요가 결정되면 획득절차 적용 간 필연적으로 논쟁을 유발시켜 사업관리 기간이 연장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소요기획 단계부터 심층 깊은 검토와 기관 간 이견을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고민 속에 태동한 것이 사전개념연구제도이다. 국방부는 이 제도가 “소요제기 기관의 신규 전력소요에 대한 소요제기서 작성을 지원하기 위해 무기체계 필요성, 운영개념, 작전운용성능, 전력화지원요소, 대안분석 등에 대해 수행하는 연구”라고 밝혔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획득절차 적용 간 쟁점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어 적기 전력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재 소요기획 단계에서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대략 4가지다. 우선 소요결정 단계에서 많은 의구심을 갖는 소요의 필요성과 소요량, 전력화 시기, 작전운용성능 설정 사유 등의 모호한 설명을 구체화하고, 명확하지 않은 운영개념을 간명하게 작성하는 것이다. 또 상세한 전력화지원요소의 식별이 필요하며, 과학적 분석기법을 적용한 대안분석 결과도 있어야 한다.

 

그동안 기획재정부, 국회, 감사원 등에서는 무기체계 획득 과정에서 소요기획 단계의 내실화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사전개념연구 제도는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고 선행연구나 소요검증, 사업타당성 조사에서 반드시 다루어야 하는 핵심사항들을 소요제기 전부터 철저히 확인해 이후 단계에서 불필요한 노력 낭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관련 훈령 ADD에 위임해 제도 도입 성과 있을지 의문

 

그럼에도 사전개념연구를 규정한 국방전력발전업무훈령(제29조의 2)에는 “소요제기 기관이 국방과학연구소(ADD)에 사전개념연구를 의뢰하면 ADD가 주관하여 수행하되, 연구가 제한되거나 소요제기 기관이 요청한 경우 외부기관에서 용역연구를 추진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즉 현실적으로 연구를 이행할 조직이 마땅치 않아 ADD에 맡긴 형태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전개념연구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우선 소요검증과 사업타당성 조사를 담당하는 한국국방연구원(KIDA) 및 국방기술품질원 연구원이 어떤 형태로든 사전개념연구에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만 소요검증과 사업타당성 조사 시 다른 의견을 제시하거나 논쟁이 발생하지 않아 사업관리 기간도 단축되고 적기 전력화가 가능해진다.

 

또한 사전개념연구는 소요제기 기관인 합참과 각 군에서 하는 것이 마땅하나 현재의 소요기획 인력과 전문성 수준으론 감당하기 어려워 일단 ADD가 담당한 모양새다. ADD 역시 부가적인 업무가 늘어난 것이니 제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제도 취지와는 달리 또 다른 걸림돌만 만들어 오히려 사업 지연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제도 정착을 위한 궁극적인 해법으로 “소요제기 기관이 이끄는 전문가 그룹이 별도로 만들어져 연구를 전담해야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그룹을 어떤 형태로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이 제도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산 전문가들은 “군과 과학기술을 모두 이해하고 이를 연계시킬 줄 아는 전문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필요한 전문가 제대로 선별해 운영해야 성과 나타나

 

이와 관련, “학문적 연구를 수행한 민간 과학기술 전문가, ADD 및 기품원 연구원, 해당 업무를 수행하다 전역한 예비역 중 전문가를 제대로 선별해 협업하도록 구성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왜냐하면 소요기획 단계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부분은 특정 성능의 ‘기술적 구현 가능성’과 민수품의 ‘군 활용 적합성 여부’이기 때문이다.

 

현재 소요기획 단계에서 기술 분야 조언과 검토 의견을 제시하는 기관은 ADD와 기품원이며, 이들은 합참에서 전력소요서를 작성하는 통합개념팀(ICT) 운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차제에 군과 과학기술을 잘 아는 전문조직을 제대로 만들어 이들이 ICT에도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ADD와 기품원만으로는 한계가 많다는 얘기다.

 

한 방산업체 임원은 “실제 연구개발을 담당할 관련 업체 전문 인력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구체화가 어렵다는 이유로 관심 갖지 않았던 전력화지원요소의 식별과 총수명주기를 고려한 비용분석과 관련한 전문가도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제도가 정착되면 “소요검증을 생략하거나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조정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결국 사전개념연구 제도가 취지에 부합되도록 정착되려면 ADD 수준에서 벗어나 소요제기 기관이 주도하는 별도의 전문가 그룹이 운영되도록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 제도가 사업 지연 요인을 해소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기능함은 물론 국방 분야의 바람직한 전문가 운용 모델로 자리 잡아 소요기획 단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토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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