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북한이 김여정을 앞세워 강경하게 나오는 이유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0.06.19 11:44 |   수정 : 2020.06.19 15:32

강한 지도자 이미지 각인시켜 후계 체제 구축하거나 유고시 대리자 역할 맡길 듯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언급한지 3일만에 실제로 폭파가 이루어지고, 문재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행사 발언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등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김정은과 지근거리에서 사소한 것까지 챙기며 보좌하던 가냘프고 얌전한 모습의 김여정이 어느 날 갑자기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모해 전형적인 북한의 강경파 인물로 등장한 것이다.

 

PYH1.png
조선중앙TV는 지난 17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폭발음과 함께 연락사무소가 회색 먼지 속에 자취를 감추고 바로 옆 15층 높이의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전면 유리창이 산산조각이 난 모습이 담겼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북한이 김여정의 이름으로 전에 없이 강경하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시각이 존재하지만 가장 일반적인 주장은 건강이상설에 휩싸인 김정은에게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통치권의 공백을 없애고 김여정이 후계자로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의도란 분석이다. 

 

김여정 후계 체제 구축 의도 vs. 위기관리용 대리자 역할

 

이와 관련,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17일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속전속결로 진행한 것에 대하여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북한 내부를 김여정 후계 체제로 결속시키려는 의도"라면서 "북한군과 김정은 사이에 확고한 2인자로서 김여정의 한마디에 북한 전체가 신속히 움직이는 새로운 지휘구조를 알리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 문제에 정통한 몇몇 전문가들은 김여정의 이번 등장이 실질적인 후계 구도의 구축이라기보다 김정은 유고시에 대비하여 일정 기간 위기관리를 하는 대리자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현재 김정은 아들이 10살 정도여서 10년 정도만 버티면 아들을 내세울 수 있다. 그 사이에 혹시 김정은의 건강이 나빠질 경우 대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존 에버라드 전 평양주재 영국 대사는 19일 중앙일보 칼럼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건강 문제나 정치적 사유로 갑작스럽게 자리를 비울 경우 ‘백두혈통’ 중 한 사람이 언제든 공석을 메울 수 있도록 조처하고 있는 것”이란 의견을 제시했다. 백두혈통 중 김정남은 사망했고, 김정철은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 받았으니 남은 카드가 결국 여동생 김여정이란 얘기다.

 

‘배드 캅 굿 캅’ 역할 분담…문 대통령 파트너 맡을 수도

 

후계 구도와 함께 김여정을 전면에 내세운 또 다른 이유로 향후 남북 및 미·북 관계를 고려해 ‘배드 캅 굿 캅(bad cop good cop)’의 역할 분담이란 시각도 설득력이 있다. 그동안 김정은이 직접 나서서 평화정책을 펼치다가 갑자기 관계 악화를 주도하기도 어렵고 ‘수령의 무오류’란 의미에도 맞지 않으니 백두혈통인 김여정을 ‘배드 캅’으로 대신 내세운 것이란 분석이다.

 

결국 김정은의 정책 실패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반감을 미국과 남한의 탓으로 돌리기 위해 북한은 더욱 강경한 입장을 표출하되, 외무성 성명 같은 수준이 아니라 북한 권력의 핵심인 백두혈통으로부터 직접 나오는 불만이란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이후 상황이 달라지면 김정은이 ‘굿 캅’으로 나설 수 있는 여지를 두기 위한 포석이다.

 

이와 연관된 이유로 김정은이 앞으로 남한 지도자를 상대하지 않겠다는 의도도 깔렸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수차례 정상회담을 했지만 성과가 없었고, 문 대통령이 중재한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도 실패하여 김정은의 입지만 무너뜨렸다. 따라서 문 대통령의 파트너는 이제 김여정이며, 김정은은 미국과 중국의 지도자만 상대할 것이란 의미이다. 

 

김정은 대신하려면 지도력 필요, 군사도발로 위상 높일 듯

 

북한이 강경하게 나오는 또 다른 이유는 그동안 경제 제재로 어려웠지만 중국의 지원과 교역으로 그나마 버텨왔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물자 수송이 멈춰서면서 평양조차 제대로 배급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 도래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즉 남한이 어떤 방법이든 찾아서 북한을 지원하라는 강력한 요구의 표현이란 것이다.

 

북한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그들의 방식대로 김여정을 앞세워 남한을 최대한 압박하는 것이며, 남한의 집권세력은 아무리 무시하고 짓밟아도 대화만 제의하면 언제든 좋다고 달려올 대상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이런 인식 때문에 우리가 예의를 지키라고 했지만 앞으로 비난 수위는 낮아지지 않을 것이며 군사도발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결국 후계 체제 구축이든 일시적 대리자이든 김여정이 김정은을 대신하려면 그에 걸 맞는 지도력과 함께 담력, 용기, 카리스마를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적절한 수단이 대남 군사도발이다. 김정은도 천암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을 주도하면서 후계자 위치를 굳혔듯이 김여정도 군사도발을 통해 자신의 위상을 높이려할 것이기 때문이다.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뉴투분석] 북한이 김여정을 앞세워 강경하게 나오는 이유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