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철의 검사수첩 (10)] 아동학대, 계모의 구타에 의한 8살 아이 사망사건

이상호 전문기자 입력 : 2020.06.23 05:05 |   수정 : 2020.07.1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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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모의 아동학대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가정에서 아동학대가 여러 형태로 자행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대구지검에 있을 때, 비슷한 사건을 처리했던 경험을 되새겨 본다.

 

당시 계모가 아이를 때려서 사망한 사건이 경찰에서 송치됐다. 경찰은 계모를 구속해서 송치했지만 뚜렷하고 직접적인 증거는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물론 죽은 아이의 온몸에는 멍 자국이 있었다. 하지만 계모는 자신이 훈계 차원에서 간혹 때린 적은 있지만, 아이가 죽기 전날에 아이를 때린 적은 없다며 완강하게 범행을 부인하고 있었다.

 

반면, 죽은 아이의 언니가 있었는데, 자신이 동생이 죽기 전날 인형 때문에 서로 다투다가 때리고 밀었다고 주장했다. 죽은 아이가 만 8세였고, 언니가 12세였다.

 

■ 계모는 완강히 부인, 12세 언니가 “내가 때렸다” 주장... 주변의 증언이나 직접증거 없어

 

경찰은 과거에 계모가 아이를 때린 적이 있으니 이번에 아이가 사망한 것도 계모가 때렸을 것이라는 추정 하에 사건은 계모를 폭행치사죄로 송치하였다. 하지만, 때린 것과 사망한 결과 간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폭행으로 아이가 죽었다는 결론을 낼 수 있을 텐데 일주일 전에 때린 것 만으로는 사망한 결과에 대한 책임을 계모한테 물을 수는 없었다. 또, 언니가 자기가 때렸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구나 계모를 무턱대고 기소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12살짜리 아이가 얼마나 세게 때렸기에 동생이 죽었을까? 계모나 아빠의 강요나 회유 때문에 자기가 때렸다고 거짓말 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의심을 갖고 이 사건을 조사했다.

 

사건을 받은 다음, 일단 주변 사람들을 탐문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계모라고 모두 아이들을 학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이 가정은 계모와 아이들 간에 화목하고 원만하게 지낸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보통 아동학대는 집 안에서 일어나기에 주변 사람들이 집에서 엄마가 아이를 때리는지 여부를 알기가 어려웠고, 평소에 계모가 죽은 아이를 때려왔다는 증언은 확보할 수 없었다.

 

그 다음으로 언니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언니에게 “네가 동생을 때렸다는 것을 나는 납득할 수가 없다. 장난감을 가지고 서로 다투다가 밀 수도 있지만, 동생은 배를 맞아서 죽은건데 네가 동생을 때렸다 한들 죽을 정도로 그렇게 세게 때릴 수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언니는 막무가내로 “내가 때린 것이 맞다, 엄마 아빠는 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데, 그때 나는 언니에게 내 배를 때려보라고 했다.

 

“네가 한 번 아저씨 배를 때려볼래? 사람이 죽으려면 상당히 큰 충격이 배에 가야 되는 건데 아저씨는 12살 밖에 안 된 여자 아이가 사람의 배를 때려서 사람이 죽었다는 것은 솔직히  이해가 안된다.”

 

■ 동생 배를 때려 죽였다는 언니에게 “내 배를 때려봐라”

 

그때 검사 생활을 하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피의자한테 맞는 경험을 해봤다. 아마 아이도 직감을 했던 모양이다. “이거 세게 때리지 않으면 저 아저씨가 날 안 믿어주겠구나”라고. 그래서 얼마나 세게 때리던지, 이거 정말 얘한테 맞아서도 죽을 수 있긴 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어른인데 이 정도로 충격이 온다면 상대방이 어린 아이라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다.

 

하지만 평소 동생과 사소하게 다투다가 그렇게 죽을 힘을 다해서 때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판단을 하고 계모를 불러서 설득하기 시작했다.

 

경찰에서 사건이 송치되면 피의자가 구속된 상태에서 조사할 수 있는 시간은 20일 밖에 안된다. 거기에 주말은 빠지니까 10일에서 15일 정도가 조사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간이라고 보면 된다.

 

계모를 불러 거듭 설득하면서 가까스로 “전날 때린 건 맞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완강하게 부인하는 사람에게 자백을 받아내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었다. 사람들은 수사하면 다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특별한 물증도 없고 목격자도 없는 상황에서. 마음먹고 부인하는 사람을 설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 다음 문제는 무슨 죄를 적용해 처벌할 것인가. 계모를 살인죄로 의율할 것이냐 폭행치사죄를 적용할 것이냐 두 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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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다룬 칠곡 계모 아동학대사건 [사진캡처=SBS]

 

■ 가까스로 받아낸 계모의 자백, ‘고의성 여부’가 처벌의 관건

 

살인죄와 폭행치사의 차이를 설명 드리면, 먼저 살인죄는 사람을 때리면서 “이 사람을 죽이겠다”거나 “죽어도 상관없다”, “죽을 수도 있다” 이런 직간접적 고의성을 갖고 사람을 때려서 결과적으로 사람이 죽으면 살인죄다.

 

폭행죄는 고의적으로 폭행을 했지만 “이 사람을 죽이겠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정도에 이르지 않는 상황에서 때렸는데 맞은 사람이 죽었을 때 폭행치사가 되는 것이다. 이 경우 폭행은 고의범이고 사망은 과실범이 된다. 예를 들면 화가나서 가볍게 손으로 뺨을 때렸는데 맞은 사람이 지병이 있어 뇌출혈로 사망한 경우가 이런 경우이다.

 

그런데 계모는 때린 것은 맞는데, 그 횟수가 한 번밖에 안된다고 했고 달리 여러번 때렸다거나 물건을 가지고 때린 사실을 입증할 자료가 없었다. 그 후 행적을 보니 가족들끼리 밖에 나가서 외식도 했다. 만약 복부를 여러 번 반복적으로 때렸다거나 아니면 몽둥이나 야구방망이 같은 것으로 때렸다든지, 때린 부위가 명치 같은 급소였다든가, 이런 것이 입증이 된다면 때리면서 상대방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배를 한번 때렸을 뿐인데, 아이를 죽이려고 때렸다고 하거나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때렸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 계모에게 살인 아닌 폭행치사죄 적용... 가해자 엄중처벌 여론과 법률적 판단 사이의 괴리
 
결과적으로 계모에게 폭행치사죄를 적용했다. 당시 나는 어린 아이가 죽었고, 죽은 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열심히 수사를 했고, 증거에 따라 최고로 중하게 법적용을 했다. 그렇다고 칭찬을 바라지는 않지만, 계모를 기소한 이후 시민단체와 여성단체에서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아이를 죽을 정도로 때렸는데 살인죄로 기소 안하고 폭행치사로 했느냐”는 것이었다. 여론과 시민 여성단체의 심정도 충분이 이해가 가지만, 나는 수집된 증거에 의해서 인정되는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법률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살인의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단될 만큼 여러 가지 정황, 증거가 수집이 되느냐가 검사 입장에서는 고민거리다. 심정적으로야 살인죄로 기소하고 싶지만 증거상으로 인정되는 사실관계를 가지고 살인으로 볼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벌어지는 여러 가지 사건에도 그런 문제가 있다. 대형사고가 터지면 사람들은 왜 살인죄로 처벌 안하느냐고 하는데 담당 검사들은 고민이 많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과실범이 맞는데, 여론이 들끓고 가해자 처벌에 대한 국민의 염원이 강하니까 고의범인 살인죄를 적용해야만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검사들의 고민이 나에게까지 느껴지는 것이다.

 

■ 아동학대범죄, 주로 보호자가 가해자... 장기간에 걸쳐 이뤄져 증거수집 어려움

 

이 사건에서 아동학대 범죄의 특성을 엿볼 수 있다. 계모든 친부든 죽은 아동의 보호자가 오히려 학대를 했다는 것이다. 아동범죄는 이런 경우가 많다. 보호자로부터 학대가 발생하기 때문에, 피해 아동이 보호자 손을 벗어나기도 어렵다.

 

보호자가 가해자이기 때문에 아동 입장에서는 그 상황에서 “엄마 아빠를 신고하고 나면 나는 누가 돌봐주지? 엄마 아빠를 신고하는 게 맞나” 어린 마음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웃, 선생님, 친척 등 주변에서 아동에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동의 몸에 이유 없는 멍자국이 많이 나거나, 성격이 갑자기 이상해 진다든가, 너무 야위어 간다든가, 이럴 경우에는 혹시 보호자에 문제가 없는지 관심을 갖고 담당기관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만 대처가 가능하다.

 

아동학대 범죄는 또한 증거수집이 굉장히 어렵다. 아동학대는 장기간에 걸쳐 벌어진다. 평상시 멀쩡하던 아버지가 술만 먹으면 들어와서 아이를 때리는 경우도 있고, 아동이 아주 어릴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장기간에 이루어 지기도 한다.

 

그때 마다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니고, 일기에 쓰는 것도 아니고, 바로 치료를 받는 것도 아니다 보니 나중에 수사하게 되면 언제 어떻게 맞았는지 일시나 장소, 방법을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증거수집이 어려운 만큼, 아동 범죄에 대해서는 포괄적으로 판단해서 다소 범죄사실이 추상적이어도 전체적으로 진실이면 유죄로 판단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아동학대는 한 아이에 불행에 그치지 않는 사회적 문제, 관심과 배려 필요

 

아동학대 범죄는 단순히 아동이 맞고 학대받는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피해 아동들에게 가정은 공포의 공간이 되어버린다. 보호자가 공포를 조성하는 주체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나중에 심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는 경우가 많다.

 

범죄자의 가정환경에 대해서 정확한 조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강도나 살인 같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들과 대화하다보면 어릴 때 불우한 환경에 있던 친구들이 많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학대받는 가정에서 성장한 친구들이 정신적 트라우마가 생겨 폭력적 성향을 갖는 경우를 많이 봤다.

 

때문에 아동학대는 단순히 학대받는 아동의 불행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문제로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와 어른들이 사회적 차원에서, 그리고 아동의 보호자 차원에서 이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한편 따뜻한 배려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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