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직인터뷰] 삼성전자 출신 ‘쓰담슈즈’ 백승민 대표, 성수동 수제화의 세계화를 꿈꾼다

염보연 기자 입력 : 2020.07.21 05:05 |   수정 : 2020.07.23 10:08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뉴스투데이=염보연 기자] 쓰담슈즈는 ‘운동화보다 편한 구두’를 슬로건으로 내건 브랜드다. 쓰담슈즈의 오프라인 매장은 서울 성동구 뚝섬 서울숲 인근에 있다. 네모난 상자 같은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매장에서 아름다운 구두가 고객을 기다린다.

 

멋진 구두는 자신감과 품격을 가져다주지만 발이 아프고 건강에 좋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때문에 구두를 꺼리거나, 꼭 필요한 장소에서만 어쩔 수 없이 신는 경우가 많다. 백승민 대표는 꼭 필요한 순간에 고통을 감내하지 않고도 신을 수 있는 구두를 만들고자 쓰담슈즈를 설립했다.

 

11.JPG
백승민 대표[사진제공=쓰담슈즈]

 

■ 대기업 소프트웨어 개발자에서 수제화 브랜드 ‘쓰담슈즈’ 창업가로

 

백승민 대표는 1984년생으로 2012년에 삼성전자에 입사하여 무선사업부 소프트웨어 개발팀으로 근무했다.
 
하지만 일하는 사람이 많은 대기업이다 보니 스스로가 자동차의 부품같은 존재로 느껴져, 회사 생활에 회의감이 들었다. 재미를 느끼기도 어려웠다. 그러다 친구들과 함께 ‘주차장 정보 제공’ 앱을 만들어보고 직접 사업을 만들어가는 재미를 알게 됐다.

 
결국 2014년 가을, 창업의 꿈을 안고 퇴사를 했다. 그의 첫 스타트업은 웨딩홀 예약 솔루션 플랫폼이었다. 막연히 ‘하면 된다’는 포부로 회사를 차렸는데 사무실 임대, 관리비 같은 부대비용 등 생각보다 신경쓸 것이 많았다.

 

초보 창업자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사업을 운영하다가 조금 더 큰 규모의 웨딩 스타트업과 합병했다. 잠시 그 회사에 다니다가 또다시 ‘나만의 일’을 하고 싶어져 다시 퇴사했다.

 

구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잠시 지인의 회사에서 업무를 돕던 중이었다. 같이 근무하던 동료들이 출근할 때 신고 왔던 구두를 벗고 슬리퍼를 신고 다녔다. 이유를 물었더니 “구두는 불편해서 필요할 때만 신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찾아보니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기존에 나와 있던 ‘컴포트화’ 혹은 ‘편한 구두’는 어머니의 ‘마사이족 슈즈’처럼 뭉툭하거나 투박한 디자인이 많아 젊은 고객의 마음을 잡기에는 너무 멋이 없었다. 아니면 플랫슈즈처럼 원래 굽이 낮은 구두를 더 편하게 만드는 식이었다.

 

백 대표는 거꾸로, 멋을 내기 위해 신는 높은 구두를 편하게 만들보자는 발상을 떠올렸다.

 

2017년 8월에 쓰담슈즈를 창업했다. 처음에는 ‘사이즈’에 초점을 맞춰서, 구두 사이즈를 추천해주는 쇼핑몰을 시작했다. 고객이 기존에 신었던 구두의 브랜드명과 사이즈를 알려주면 대략적으로 어떤 구두의 이 사이즈를 신으면 된다고 추천을 해주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추천해줘도 고객이 편하다고 하지 않았다.

 

아예 직접 사이즈를 측정하고 맞춤 구두를 만들어보기도 했지만 마찬가지였다. 그 때 사이즈만 맞춰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예를 들면 사람마다 타이트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 넉넉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타이트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넉넉한 구두를 신고, 넉넉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꼭 맞는 구두를 신으면 편하지 않을 것이다. 치수는 정량적이지만 편한 느낌은 개인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이즈와 상관 없이 편한 구두를 만들기로 했다. 운동할 때 편하게 신는 농구화를 참고하기로 하고, 백 켤레가 넘는 농구화를 뜯어 분석한 끝에 쓰담슈즈 시그니처 시리즈의 토대가 된 ‘테크니컬 인솔’을 만들었다. 발바닥의 모양을 반영한 인체공학적 디자인에 쿠션감을 더해 개발했다.

 

2018년 9월부터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첫 시제품 구두가 잘 팔리지 않았다. 편한 것에 집중하다 보니, 디자인이 다채롭지 않았다.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닫는 시기였다.
 
디자인이 좋으면서 함께 따라와야 하는 것이 편함이었다. 그래서 이후에 트렌디한 디자인과 편안함을 모두 갖춘 ‘시그니처 스틸레토’를 선보였고, 지난 4월에는 ‘발가락 보호 쿠션’, ‘까짐 방지 굽’을 적용한 ‘시그니처 스틸레토 2’를 선보였다.

 

13.jpg
시그니처 올인원 스틸레토[사진제공=쓰담슈즈]

 

구두를 만들 때도, 회사를 운영할 때도 고객이 중심이라는 신념을 철저히 지키고자 한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구두를 만드는 게 아니라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중점이다.

 

■ 수제화 산업으로 뜬 성수동인데.. ‘커피숍’ ‘음식점’은 늘고 구두 공장이 밀려나
 
쓰담슈즈의 모든 구두는 성수동의 수제화 장인, 수제화 공장과 협력해서 제작한다. 이렇듯 성수동에 대한 애착이 큰 백 대표가 최근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성수동이 수제화 산업으로 알려지고, 사람들이 모이는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커피숍이나 음식점이 많아졌다. 그런데 정작 구두 부자재를 파는 곳이나 구두 만드는 곳이 없어지고 있다. 임대료 상승 때문이다.

 

“핫플레이스가 되더라도 성수동 수제화의 명맥을 이어가면서 해야 하는데 그게 전혀 되고 있지 않는 점이 안타까워요”
 
또다른 문제는 고령화다. 수제화 장인 중 40대가 제일 젊은 축에 들고 그만두는 장인도 많다. 이대로는 수제화도 줄어들고 공장도 옮길 것 같다는 걱정이 든다. 서울시에서 수제화 살리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젊은 기업가끼리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도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 스타트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자신감은 중요하지만 준비가 필요”

 

백 대표가 스타트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조언은 ‘하기 전에 잘 알아보고 하라’는 것이다. 꼭 퇴사하고 창업할 필요도 없다. 요즘은 스타트업 모임도 있고, 유튜브에 창업 관련 미디어도 많이 있어서 미리 공부할 수 있다. 자신감은 중요하지만 그것을 행하려면 준비가 있어야 한다.

 

뉴스는 잘된 사례를 주로 보도하는데, 그것만 보고 창업하기에는 생각보다 힘든 일이 많다.

 

백 대표는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것과 발로 뛰는 것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본인의 아이디어를 보다 정확히 검증하기 위해서, 지인이 아닌 모르는 사람에게 모르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방법도 추천했다.


백 대표도 쓰담슈즈를 창업하기 전에 성수동에 직접 나와서 공장을 찾아보고 설문조사와 현장조사도 빠뜨리지 않았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옆자리에 앉아있던 손님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이전 창업에서 아이디어만 가지고 일을 시작했다가 시행착오를 겪었던 경험 때문이다.

 

“저는 쓰담슈즈가 두 번째 창업이었는데, 잘 준비한다고 했는데도 어려움이 많았어요. 처음 하는 분들도 충분히 겪으실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쓰담슈즈의 제품은 서울숲 인근에 있는 오프라인 쇼룸, 온라인 자사몰과 편집숍 ‘29센치’에서 판매 중이다.

 

“이탈리아에서 구두를 만들면 명품이라고 하고 장인은 명인이라고 치켜 세워주는데 우리나라 장인들이 명인 대접을 받는 일은 별로 없어요. 우리나라 장인들이 손기술이 더 좋은 경우도 있고, 구두도 섬세하게 잘 만드는데도요. 한국 수제화가 유명해지면 성수동 장인분들의 위치도 격상될 수 있다고 봐요. 한국 수제화를 세계적으로 알리고, 쓰담슈즈가 편한 신발로서 세계 최고가 되는 게 제 목표입니다”

 

14.jpg
[사진제공=쓰담슈즈]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창직인터뷰] 삼성전자 출신 ‘쓰담슈즈’ 백승민 대표, 성수동 수제화의 세계화를 꿈꾼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