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방사청 ‘신속시범획득사업’의 패러독스, 신속 획득은 없다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0.08.03 10:59 |   수정 : 2020.08.03 11:23

시범 운용 결과 적합 판정 받아도 사업 종료…시범 장비만 신속 획득해 사업 취지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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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신속시범획득사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면서 기술발전 속도가 가속화되자 기존 무기체계 도입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어 군이 필요한 무기체계를 신속히 획득하는 제도가 별도로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시작됐다.

 

신속시범획득 1차 사업으로 드론 분야 4개 제품을 선정한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은 지난달 25일 일반경쟁 입찰로 4개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업체들은 10월까지 제품을 납품하고 사용자 교육 및 기술을 지원하며, 군은 약 6개월간 제품을 시범 운용하면서 군사적 활용성을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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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신속시범획득 1차 사업으로 선정된 드론 분야 4개 제품에 대해 일반경쟁 입찰로 4개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방위사업청. [사진제공=연합뉴스]

 

업체, 시범 운용 후 신속 구매 기대…방사청, 제도 개선 아직 없어

 

이와 관련, 방사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 무기체계 사업은 도입까지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 가까이 걸리는 반면, 신속시범획득사업으로 확보하는 제품은 최초 기획에서 납품되기까지 약 10개월이 소요돼 군에 도입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말은 과연 어디까지 진실일까? 신속시범획득사업으로 제품이 군에 도입되는 기간은 10개월이 맞다. 하지만 이 제품은 단지 시범 운용을 위한 것에 불과하다. 시범 운용 결과 특정 제품이 ‘군 운용성 적합’ 판정을 받더라도 사업은 그대로 종료된다.

 

이 사업에 제품 공모부터 참여한 업체들은 제품 선정 과정에 1차 경쟁을 했고, 다시 동일한 조건에서 업체 선정을 위한 2차 경쟁을 거쳤다. 두 차례 경쟁을 통해 계약에 성공한 업체들이 고작 시범용 몇 대 팔려고 그런 어려움을 감수했을까? 아닐 것이다. 그들은 시범 운용이 끝나면 군이 필요한 만큼 대량 구매를 할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

 

그런 기대가 현실이 되려면 이 사업을 통해 ‘군 운용성 적합’ 판정을 받은 제품에 대해 군이 신속히 구매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방사청은 아직까지 이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은 내놓지 않으면서 마치 신속한 획득이 가능한 것처럼 홍보만 하고 있다.

 

신개념기술시범(ACTD) 사업처럼 성과 없는 제도로 전락 우려돼

 

이런 상태에서 군이 적합 판정을 받은 제품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면, 처음부터 사업 소요를 다시 제기해서 획득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경우 방사청이 앞서 보도자료에서 언급했듯이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 가까이 걸려 신속한 획득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 방사청이 내놓은 ‘신개념기술시범(ACTD) 사업’도 민간의 성숙한 기술을 이용한 무기체계를 개발해 군사적 실용성만 입증되면 신속히 획득하겠다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결국 사업이 종료되면 다시 기존의 획득절차를 밟아야 했기에 성과가 거의 없었다. 신속시범획득사업도 유사한 전철을 밟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방사청이 올해 발간한 ‘방산육성·국방조달 길라잡이’에서는 질의응답 코너에서 ‘시범운영 결과 적합 판정을 받으면 구매로 이어지나’란 질문에 ‘구매로 이어지지 않고 사업은 종결되지만, 군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중기소요 또는 긴급소요로 반영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기술돼 있다.

 

곧바로 대량 구매 가능하고, 적합 판정 받은 업체 인센티브 줘야 

 

이 책자에서는 신속시범획득사업을 ‘시범 운용 후 소요 결정과 연계하여 후속 물량을 신속히 전력화하는 사업’이라고 기술한 대목도 눈에 띤다. 즉 방사청은 신속시범획득사업의 성패가  신속한 획득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 마련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다. 단지 아직 그런 제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지 않을 뿐이다.

 

이와 관련, 중기소요 또는 긴급소요 반영 수준의 제도 개선보다는 곧바로 대량 구매가 가능한 제도를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신속시범획득사업을 통해 군 적합 판정을 받은 업체에게는 미국처럼 수의계약이 가능하거나 경쟁에서 가점이라도 부여하는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제 방사청은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된다. 이미 길라잡이 책자에서 밝혔듯이 군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신속한 획득이 가능한 제도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업체들도 ‘군 운용성 적합’ 판정을 받으면 대량 구매가 이어질 것이란 확신을 갖고 사업에 임하게 되며, 정부 또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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