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철의 검사수첩 (20)] 제한되고 절제돼야 할 ‘압수수색’

이상호 전문기자 입력 : 2020.08.27 04:11 |   수정 : 2020.08.2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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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른바 ‘검언유착사건’ 수사 중 부장검사가 검사장의 휴대폰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는 바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나 자신 한때 검사였었고 검찰에 큰 애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관련 뉴스를 보면서 참담한 느낌이 들었다. 검찰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갔을까 하는 안타까움 속에서 휴대폰 등 압수수색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다.
 
수사에서 휴대폰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오래된 일이다. 휴대폰이 단순히 전화기능을 넘어서 개인의 비서이자 친구이자 놀이기구 같은 존재가 되다보니 한 사람의 일상생활이 휴대폰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휴대폰에는 개인의 모든 것 남아 있어...수사의 핵심
 
휴대폰에는 일단 사람 간의 통화내역이 있고, 전화번호부, 문자 기록, 카톡 등 여러 가지 대화, 금융거래 내역도 남아 있다. 여기에 메모와 사진, 동영상, 메일도 있고 일정을 휴대폰에 입력해 놓은 사람이 많다.
 
그래서 휴대폰을 보면 어떤 사람의 하루 24시간을 복원할 수 있을 정도다. 요즘은 사람들이 과거처럼 종이 장부를 갖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회계 관련 내용은 휴대폰에는 없더라도 컴퓨터 하드에 저장된 경우가 많고, 외장하드나 서버를 보면 대부분 드러난다. 그 밖의 자료들은 모두 휴대폰 안에 담겨 있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휴대폰을 확보하게 되면 그 자체로서 강력한 증거가 된다. 뇌물죄에 있어서 누구에게 돈을 줬다면 상대방과의 통화내역, 만나기로 약속한 일정, 만난 전·후의 채팅 내역 등의 간접 증거는 물론 채팅 내용에서 돈을 주고 받았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화내역을 확보할 수도 있다. 또 성범죄에서는 휴대폰 자체가 불법 촬영, 이른바 ‘도촬(盜撮)'처럼 범행도구로 쓰이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사람들이 녹음이나 녹화기능을 많이 사용하다보니 이런 내용도 많이 남아있다.
 
수사기관으로서는 이렇게 많은 정보가 담긴 휴대폰을 확보하는 것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일이다. 반면에 개인으로서는 휴대폰을 압수수색 당한다는 것은 두려우면서도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엄청나게 많은 사생활, 연인간 대화, 프라이버시가 담긴 사진, 이런 것들을 범죄와 관련이 없는데도 휴대폰이 압수수색 당해서 남들이 들여다 보는 것은 여간 불쾌한 일이 아니다.
 
■ 사생활 보호와 증거확보...휴대폰 수사의 상충된 가치
 
이에 따라 휴대폰과 관련된 수사에서는 두 가지 가치가 상충될 수 밖에 없다. 개인의 사생활 보호라는 인권적 측면과 증거확보라는 수사의 효율, 이 두 가지 목적이 늘 충돌하게 되는 것이다.
 
검사장 휴대폰 압수수색 사건으로 돌아가 보면 검찰은 유심칩을 압수수색하려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관련 보도를 통해 휴대폰의 유심칩에도 정보가 저장돼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알려졌다.
 
과거에는 휴대폰을 압수수색하더라도 유심까지 가져가버리면 피압수자가 그 전화번호를 쓸 수가 없기 때문에 유심은 돌려주는 경우도 많았다. 압수수색 후 전화기를 돌려주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그 기간 동안 지금까지 쓰던 전화번호를 못 쓴다는 것은 막대한 불편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유심칩 안에는 수사에 필요한 저장된 정보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언론보도를 보면 유심에 인위적으로 일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내 상식으로 설사 유심에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왜 수사를 하는 부장검사가 현직 검사장의 휴대전화에서 하필이면 유심을 콕 찝어서 압수수색하려 했고 이렇게까지 무리해서 하려했는지 의문,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사전에 검사장 휴대폰의 유심을 특정해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았다고 하니까 분명 무슨 이유가 있었을 것 같은데... 그리고 몸싸움이 벌어지게 된 것이 유심에 있는 데이터를 삭제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데 나는 그 짧은 시간에 유심에 있는 데이터를 삭제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검사장 휴대폰 압수현장에서 벌어진 이해 못할 상황과 행동...검찰에 대한 아쉬움
 
검사장이 통화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비밀번호를 연 다음 전화하는 것이 당연한 동작이다. 그런데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을 데이터를 삭제하려는 행동으로 보고 그걸 뺏으려고 몸을 날려서 덮쳤다?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특히 휴대폰을 빼앗기 위해서 물리력을 행사했는데 이것은 평상시 검사들이 피압수자가 일반인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압수를 하지는 않는다. 그냥, “하지마세요”, “더 이상 전화기 쓰지 마세요”라고 경고하고 순순히 전화기를 안주면 그때서야 빼앗는게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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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검언 유착사건' 수사 중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폰을 압수하려다 정진웅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부상을 입었다고 공개한 사진.

 

그런데 순간적으로 몸을 날리고 목을 눌러서 제지했다? 이것은 검사(부장검사)가 당시 뭔가 큰 착각이 있었거나 언론에 나온 대로 또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닌가하는 의심이 드는데 현재로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고, 이해도 안된다.
 
검사는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지만 굉장히 상명하복이 뚜렷한 조직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비록 직속기관의 검사장은 아니지만, 부장검사가 현직 검사장에게 이렇게 육탄전을 벌인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 일을 두고 국민들이 갖는 의구심은 검사생활을 했던 나와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검찰 조직 내에서도 이 일을 두고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이 압도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튼 나로서는 이렇게까지 과도하게 무리한 수사를 하는 현실이 몹시 안타까웠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도 충분히 수사가 가능한데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 영장도 없이 이메일 휴대폰 보여달라는 행정기관 요원들
 
법원은 수사기관이 필요하다고 하면 휴대폰에 대한 압수수색을 폭넓게 인정해주는 상황이다. 하지만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다른 프라이버시에 대한 침해가 있을 수 있고 A범죄 혐의를 수사하다가 B라는 범죄 혐의가 나올 수도 있다. 휴대폰을 샅샅이 다 확인하는 것은 범죄수사에는 효율적이겠지만, 인권적인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요소가 분명히 존재한다.
 
법원은 휴대폰 만큼은 아니지만 이메일에 대해서도 일정 제한을 두면서 꾸준히 영장을 발부해주고 있다. 결국 수사기관이 너무 효율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인권을 염두에 두고 필요한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휴대폰을 압수수색하고, 휴대폰의 방대한 데이터 중에서도 압수수색의 목적에 맞는 해당 범죄에 국한해서 증거 수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마구잡이식 행정조사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 국세청이나 공정거래위원회처럼 사법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행정기관들의 자료열람권이나 자료제출권이 막무가내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판사의 영장에 의한 게 아니라 그냥 법률로 인정되는 권한에 불과하다.
 
그런데 변호사를 하다 보니 이런 행정기관에서 마치 수사기관처럼 현장에 나와 제출 요구가 아닌, 자기들이 직접 수색해서 압수에 준하는 방식으로 자료를 가져가는데 이는 분명 행정조사의 범위를 넘는 측면이 있다고 보인다. 판사의 영장에 의하지 않고서는, 수사기관은 물론 그 누구도 수색을 할 수 없다.
 
그런데도 버젓이 여기저기를 뒤지는가 하면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엄청나게 불이익한 행정처분을 내릴 것처럼 강압적으로 행동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이런 행정기관 요원들이 이메일이나 휴대폰까지 보여 달라고까지 하는데 이것은 명백한 위법, 월권행위다.
 
판사의 영장을 가지고 압수수색을 하더라도 매우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해야 하는데, 행정조사권만 갖고 이렇게 무제한적인 요구를 하는 것은 분명히 개선해야 할 관행이다. 요즘은 사회적 정의실현을 앞세운 수사기관의 목적 달성보다 개인, 인간의 존엄이 훨씬 더 높은 가치로 여겨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구시대적인 관행에 입각해서 행정조사를 하는 현실은 분명히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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