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패러다임 전환(8)] SK의 미래가 걸린 3가지 ‘도전’과 ‘전망’

오세은 기자 입력 : 2020.09.07 07:36 |   수정 : 2020.09.07 09:53

딥체인지는 태생적으로 ‘미완의 과제’, 한계 돌파해야 /재산분할 소송은 ‘개인사’ 넘어선 SK의 정체성 걸린 ‘중대사’, 기여도 둘러싼 법리다툼이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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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시대의 ‘비즈니스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기존의 제조업 기반을 고도화시키는 한편 인공지능(AI), 플랫폼비즈니스(Platformbusiness), 모빌리티(Mobility), 시스템반도체 등으로 전선을 급격하게 확대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를 선점함으로써 글로벌 공룡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대기업 특유의 ‘강력한 총수체제’는 이 같은 대전환을 추동하는 원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주요 그룹 총수별로 ①패러다임 전환의 현주소, ②해당 기업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③전환 성공을 위한 과제 등 4개 항목을 분석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진단하고 정부의 정책적 과제를 제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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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제주 디아넥스 호텔에서 열린 ‘2019 CEO 세미나’에서 최태원 SK 회장이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SK]

 

[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패러다임 전환은 ‘3가지 도전’을 안고 있다. 그 중 2가지는 역설적이게도 비즈니스 모델(BM)혁신과 사회적 가치의 ‘동력 유지’이다. 최 회장이 수년 동안 이끌어 온 BM혁신과 사회적 가치라는 양대 과제는 언제라도 동력을 상실할 수 있는 ‘구조적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태생적으로 ‘미완의 과제’인 것이다.

 

최 회장의 경영철학인 딥체인지(Deep Change, 근본적 혁신)의 두 축을 형성하는 BM혁신과 사회적 가치 추구는 ‘창조적 파괴’를 요구하고, ‘창조적 파괴’는 항상 기존 조직 혹은 기득권에 의해서 저항을 받기 마련이다.

 

기득권을 향유하는 기업 혹은 사업부문 입장에서 BM혁신은 탐탁한 요구가 아니다. 현재의 BM에 집중해야 목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BM혁신은 실패 가능성이라는 ‘리스크’를 본질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탓이다.

 

사회적 가치 추구도 마찬가지이다. 국내외의 주요 대기업들이 모두 ‘최소손실 최대이익’이라는 시장경제 논리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가치’ 추구를 병행하라는 최 회장의 경영철학은 SK구성원들에게 ‘부담스러운 도덕군자’로 인지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은 세 번째 도전이다. 이는 표면적으론 최 회장의 개인사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SK의 기업 정체성을 규정하는 문제이다.

 

노 관장 측은 1조원대의 재산분할을 요구하고 있다. SK의 성장과 발전에 노태우 정부시절의 ‘정경유착’이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입장에서만 가능한 태도이다.

 

따라서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끊임없는 경영혁신 노력과 성과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관점이다. 노 관장 측이 승소한다면, 최태원 회장의 경영권 약화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SK의 성장이 혁신의 결과가 아니라 정경유착의 산물임을 법적으로 선포하는 행위이다. 그러한 선포는 글로벌 시장에서 SK에 대한 ‘낙인효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최 회장은 이혼소송에서 SK의 성장이 혁신의 결과임을 입증하는 것이 자신의 경영권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와 10만 여명 임직원의 미래가 걸린 SK의 브랜드 가치와 자존심을 지켜내는 길이다.

 

더욱이 재산분할 소송의 최대 쟁점으로 알려진 SK의 이동통신사업 진출이 김영삼 정부시절에 결정됐다는 사실도 노 관장 측이 ‘기여도’를 인정받기 어려운 대목으로 꼽힌다. 따라서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사실판단과 가치판단 면에서 모두 최 회장 측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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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뉴스투데이]

 

■ 도전 ① 인간 본성에 의해 도전받는 BM혁신, ‘노키아 모델’ 아닌 ‘MS 모델’ 실현해야

 

딥체인지를 주도해야 할 SK그룹의 핵심 계열사들 중 일부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실적개선을 이뤄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및 모빌리티 산업으로의 BM혁신을 주도해야 할 SK이노베이션은 국제유가폭락으로 초유의 적자 사태에 직면했지만,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출을 책임져야 할 SK하이닉스는 대표적인 ‘언택트 사업’으로 부상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2조7470억원이다. 지난해 1년동안 거둔 영업이익 2조7127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 및 반도체산업 수직계열화와 같은 BM혁신에 앞장서고 있는 SKC의 실적도 나쁘지 않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801억3600만원이다. 지난해 동기 영업이익은 834억1417만원이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선방한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적표는 딥체인지의 동력을 약화시킬 위기 요인이다. SK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매출과 영업이익 면에서 선방할수록, 구성원들은 딥체인지의 필요성에 공감하기 어려워진다. 호황기에 나태해지는 것은 인간 본성이다.

 

때문에 기존 사업 부문의 시장 지배력이 강력할수록 창조적 파괴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축제의 역설’이라는 표현도 가능하다. 최 회장은 실제로 이 같은 기업의 진화 원리에 주목해왔다. BM혁신과 사회적 가치 추구가 ‘미완의 과제’라는 숙명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이 인식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최 회장이 SK구성원들에게 딥체인지를 요구한 것이 지난 2016년 확대경영회의에서였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SK가 축제 분위기였던 시절에 최 회장은 ‘서든 데스(sudden death)’를 이야기했다.

 

SK 고위 관계자는 “2016년 당시 SK하이닉스가 분기당 4조원 안팎을 벌어들이면서 최고 실적을 내고 있을 때 최태원 회장은 서든 데스를 이야기했다”면서 “하이닉스의 착시에서 벗어나 암울한 미래를 직시하고 BM혁신을 할 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2011년말 하이닉스를 인수해 수 년만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키워낸 승자의 입에서 ‘암울한 미래’라는 단어가 튀어나온 것은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딥 체인지’를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는 최 회장 입장에서는 당연한 지적이었다.

 

반도체 불황기에 시장논리와 충돌하면서 몰락해가던 하이닉스를 인수한 것 자체가 창조적 파괴였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막대한 영업이익을 안겨주는 SK하이닉스로 인해  오히려 SK의 미래가 암울해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이처럼 위기 속에서 기회를 보는 것과 축제 속에서 위기를 보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한 몸이다.

 

이처럼 인간 본성에 의해 도전받고 있는 ‘BM혁신’을 지속시키는 것은 최 회장에게 절박한 과제이다. 요컨대 ‘노키아 모델’이 아니라 ‘MS 모델‘을 실현해야 한다. 최 회장이 수년 째 딥체인지를 강조하는 이유이다.

 

노키아는 혁신기업으로서 성공했지만, 기득권 기업으로 변질돼 시장에서 퇴출됐다. 반면에 PC시대를 지배했던 ’위대한 혁신가‘ MS는 기득권 기업으로 시들어가지 않았다. 다시 혁신기업으로 부활했다.

 

핀란드 노키아의 몰락은 ‘축제 속 위기’가 빚어낸 비극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노키아는 1990년대 후반부터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1위의 휴대폰 제조기업으로 군림해왔다. 그 시절, 애플이나 삼성전자는 노키아의 적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애플이 주도하던 스마트폰 시대의 개막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노키아 휴대폰의 OS(운영체제)인 심비안(Syymbian)은 다양한 지역별로 특화돼 있는 ‘분절적 구조’를 갖고 있었다. 이로 인해 다양한 앱과 콘텐츠를 지구촌 어디에서나 동일하게 즐길 수 있게 하는 스마트폰 혁명시대에는 부적절했다. 하지만 기득권자였다. 때문에 자신의 시장을 잠식하는 스마트폰 혁신을 주도하지 못했고, 퇴장당했다. 노키아가 앉아있던 왕좌에는 혁명군이 번갈아 오르고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그들이다.

 

이처럼 창조적 파괴는 항상 기득권자보다는 새로운 혁신기업이 이뤄낼 가능성이 높다. 혁신의 결과는 이익을 가져오지만, 기득권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기존 사업영역 일부 혹은 전체를 잠식하기 때문에 기대이익이 적어진다. 반면에 신진기업 입장에서는 혁신이 가져 올 기대이익이 막대하다. 창조적 파괴에 대해 신진기업이 적극적이고, 기존 강자가 미온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경제적 이해타산을 따지는 ‘인간의 합리성’이 안고 있는 함정이다.

 

그러나 MS는 기존 사업을 통째로 접어버리는 수준의 창조적 파괴를 단행했다. 2014년 취임한 MS의 CEO(최고경영자)로 취임한 사티아 나델라가 단행한 BM혁신이 그것이다. 4년만인 2018년에 애플을 꺾고 시가총액 1위 자리에 다시 등극했다.

 

그 동력은 ‘클라우드’산업이다. 나델라는 기존 윈도OS의 대표 사업인 ‘개인 컴퓨팅’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Microsoft Azure(마이크로소프트 애저)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생산 및 비즈니스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2019년 기준 MS 매출에서 클라우드 부문 비중은 63.7%에 달한다. 총 연매출 1259억달러 (한화 약 149조3000억원)중 802억달러 (한화 약 95조1091억원)을 차지했다. 현재의 MS는 과거의 MS가 아닌 것이다.

 

최 회장의 딥체인지 관점에서 볼 때,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하이닉스 등은 모두 그 탄생 자체가 시장의 통념을 뒤집는 혁신이었지만 또 다시 MS와 같은 대혁신의 요구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 도전 ② 사회적 가치 추구에 대한 합리적 개인의 ‘냉소주의’, '설득'과 ‘경제적 보상’ 등을 통해 극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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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컴퓨터 화면 속)의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 개최 축하 인사를 행사 관계자가 시청하고 있다. [사진제공=SK]

 

목전의 이해타산에 집착하는 인간의 합리성은 ‘사회적 가치’ 추구에 대한 '냉소주의'를 낳기도 한다. 기업이 재무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윤리, 구성원의 행복 등과 같은 비재무적 가치도 추구해야 시장과 투자자의 신뢰를 얻어 지속가능한 발전이 이뤄진다는 주장은 합리적 개인들의 내면에 반발심을 초래할 수 있다. 계산적 논리가 아니라 가치지향에 불과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최 회장이 이끌어온 SK의 사회적 가치 추구 경영은 '설득의 리더십'만으로는 부족하다. 끊임없이 합리적 개인의 고정관념과 투쟁하면서 추동돼야 하는 ‘창조적 파괴’인 것이다.

 

실제로 최 회장은 이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강연에 나섰을 때, 당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그룹내에 사회적 가치를 심으려고 노력할 때 임직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자 내부의 불평불만과 자신이 마련한 해결책을 솔직하게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최 회장은,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어려운데 뭘 또 새로운 걸 시키느냐가 가장 기본적인 불평이었다”면서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등의 불만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그것보다 더 어려운 건 직원들의 냉소주의였는데 직원들이 ‘부화뇌동하지 말고 내가 하던 일을 하자’는 식이었다”고 회상했다.

 

최 회장은 “그래서 ‘딥체인지’, ‘서든데스’ 등을 써가면서 ‘왜 변화해야 하는지’ 협박 비슷하게 강조했다”면서 “지금은 핵심평가지표(KPI)에 50%를 사회적 가치를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를 반영하겠다고 공언했고, 지금은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KPI는 SK계열사들의 최고경영자(CEO) 및 임직원들의 인사고과 기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서 얻어낸 성과가 승진, 연봉인상과 같은 경제적 이득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SK는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기준을 독일의 화학 기업인 바스프 등과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작업이 완성되면, 사회적 가치를 잘 추구한 SK임직원이 더 큰 경제적 보상을 받는 구조가 정착될 전망이다.

 

SK계열사가 아닌 기업들의 사회적 가치 창출 도모에도 힘쓰고 있다. 사회성과 인센티브 어워드가 그것이다. ‘사회성과 인센티브 어워드’에 참여한 일반 기업들은 2019년 기준으로 총 1682억원의 사회성과를 창출해 인센티브로 339억원을 받았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 추구에 미온적인 합리적 개인들에게 ‘경제적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가치 추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 도전 ③ 노소영 관장과의 이혼소송, 사실과 가치판단면에서 최 회장이 유리할 듯 / 개인사를 넘어서 SK그룹 10만여명 임직원의 미래와 자존심을 지켜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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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최 회장은 2015년 12월 말 동거인과 혼외자녀의 존재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노 관장과의 성격 차이로 인해 이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2017년 법원에 이혼조정을 신청했다. 이에 노 관장은 “가정을 지키겠다”고 강조해왔다.

 

노 관장은 돌연 2019년 12월 “이제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맞소송을 제기했다. 이혼의 귀책 사유를 둘러싼 여론은 노 관장에게 우호적인 편이다.

 

하지만 그 이면도 존재한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이 2015년 8월 광복절 특사 사면대상으로 거론될 때 노관장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최태원 회장 사면에 반대하는 9가지 이유’를 담은 편지를 보냈다. 배우자가 자신의 특사를 반대한 행위는 최 회장에게 인간적인 상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는 가정을 지키겠다는 노 관장의 발언과 모순되는 것으로, 가정파탄의 사유가 노 관장에게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밖에도 노 관장은 이혼소송을 전후로 "가정으로 돌아오면 이혼소송을 취하하겠다", "최 회장은 책임이 없고 모든 것이 내 책임이다", "동거인과의 사이에서 난 자녀도 받아들이겠다"는 등의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재산분할 소송을 하면서 최 회장이 돌아오면 소를 취하하겠다는 것, 자신이 아이를 돌보겠다는 것 등은 이중적이고 모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면서 “아이 엄마가 있는데 아이를 돌보겠다는 것은 인격무시이자 언론플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이혼 귀책 사유는 SK의 미래와 관련성이 없다. 노 관장은 이혼조건으로 요구한 위자료는 3억원에 불과하다. 혼인파탄사유에 대한 책임을 묻는 금액이다.

 

하지만 노 관장이 요구한 재산분할액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 지분 42.29%에 달한다. 최 회장은 지난 연말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SK(주)의 주식 18.44%(1297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노관장이 승소하면 최 회장의 SK그룹에 대한 경영권은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된다.

 

그렇다면 노 관장이 이처럼 거액의 재산분할을 요구하는 법적 논리는 무엇일까. 두 사람 간의 이혼소송은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노 관장의 변호인이 어떤 주장을 펴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노 관장의 ‘기여도’가 근거가 될  수 밖에 없다.

 

물론 노 관장이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여도’의 근거가 무엇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대한석유공사 인수와 SK텔레콤을 탄생시킨 이동통신사업 진출과정을 꼽고 있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호사가들이 만들어낸 ‘가짜뉴스’에 불과하다. <뉴투스투데 8월 26일자 ‘[최태원의 패러다임 전환(7)] SK를 게임 체임저로 만든 3가지 DNA’ 참조>

 

고 최종현 선대회장은 박정희 정부시절부터 10여년 동안 중동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실 및 야마니 석유장관과의 인간관계를 구축, 원유수급 능력을 키워왔다. 이를 토대로 전두환 정권 초기인 1980년에 대한석유공사를 인수해 ㈜유공을 설립했다. 노태우 정부와 전혀 무관한 신사업 진출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2.12쿠데타 동지였지만 전두환 정권 시절에는 정치적으로 소외된 인물이었다.

 

이동통신사업 진출도 노태우 정부 시절이 아니라 김영삼 정부 시절에 이뤄졌다. SK가 설립한 대한텔레콤은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2년 8월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제2이동통신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지만, 당시 김영삼 민정당 대통령 후보가 “현직 대통령의 인척기업에게 사업권을 허가한 것은 특혜”라고 비판,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최종현 회장은 즉각 사업권을 반납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3년 취임직 후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과 제1이동통신 사업자인 한국이동통신 민영화를 동시에 추진했다. 최종현 회장은 특혜논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제2이통선정에 불참하는 대신에 시장경쟁을 통해 한국이동통신을 시세보다 4배 정도 높은 가격으로 인수한다.

 

따라서 SK의 이동통신사업 진출과정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특혜를 제공받았을 가능성은 0%이다. 노 관장 측이 SK의 이동통신사업 진출에 대한 기여도를 주장한다면, 군부정권 청산에 명운을 걸었던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청산 대상이었던 전임 대통령의 사돈기업에게 특혜를 줬다고 우기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와 관련해 한 법조계 인사는  “최 회장이 보유한 지분이 최종현 선대회장으로부터 상속 또는 증여된 특유재산으로 인정되면 재산분할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따라서 올해 초 대법원이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 간의 재산분할 소송에서 이 사장이 상속받은 주식은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판결을 확정한 것은 주목되는 사례이다. 임 전 고문도 이 사장을 상대로 1조원 이상의 재산분할을 요구했으나 대법원이 인정한 금액은 141억원에 불과했다. 임 전 고문의 ‘기여도’를 거의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노 관장 측이 거액의 재산분할을 요구하는 근거인 노태우 정부시절의 ‘정경유착’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를 뿐만 아니라 SK그룹의 이미지와 비전에 치명상을 가하는 논리이다. 노 관장이 승소해 1조원의 재산분할을 받게 된다면 최 회장의 경영권이 흔들리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무대에서 혁신과 도전이 아니라 정경유착으로 성장해온 기업으로 낙인을 찍는 결과를 빚게 된다.

 

따라서 최 회장은 경영권과 함께 SK의 글로벌 이미지를 지켜내야 하는 도전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는 SK그룹 임직원 10만명의 미래와 직장에 대한 자부심이 걸린 문제이다. 나아가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글로벌 기업에 대한 역사적 평가의 문제도 걸려 있다.(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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