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전쟁사(54)] 세계 전사에 길이 남은 ‘인천상륙작전’의 숨은 영웅들(하)

김희철 기자 입력 : 2020.09.08 17:26 |   수정 : 2020.09.08 17:26

‘클라크 대위’같은 진짜 영웅들을 잊지말고 그들이 남긴 역사적 교훈을 되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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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우리 해군 첩보대 고(故) 임병래 중위와 홍시욱 하사 등이 영흥도에서 치열한 교전을 하는 동안 팔미도에서는 또다른 영웅들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팔미도에 있는 인천상륙작전(Operation Chromite) 기념비에서도 언급되어 있지만 인천상륙작전 준비 작전의 최고 지휘자는 유엔군 최고사령부가 직접 보낸 클라크(Eugene Clark) 미 해군대위였다. 그는 한국인 전우 연정 해군소령이나 계인주 육군대령 등과는 달리 전쟁이 끝난 후 자기 선전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는 생전에 인천에서 2주간의 작전기간 동안 기록한 일기를 50년 동안 벽장에 넣어두고 출판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가 작고한 후 가족이 그 수기를 발견하고 그가 별세한지 2년 뒤에 이런 겸손한 영웅의 솔직한 일기가 책(The Secrets of Inchon)으로 발간되어 겨우 햇볕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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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 인천상륙작전기념 ‘자유수호의 탑’과 작전개시 직전 2주 동안 클라크(우측 첫번째) 팀을 도와준 한국인 지원자들과 찍은 사진 [사진자료=해군본부]

 

인천상륙작전의 숨은 진짜 영웅 클라크 대위 


인천 앞바다 작은 섬 팔미도에는 하얀 등대가 있고 그 아래에 기념비 하나가 있다. 거기에는 맥아더(Douglas MacArthur) 장군의 상반신 모습이 좀 어설프게 조각되어 있고 그 옆에는 "등대에 불을 밝혀라!"라는 제목 밑에 다음과 같은 글이 새겨져 있다. 

 

 “1950년 9월15일 한국동란 승리의 전기를 마련한 인천상륙작전은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더불어 불가능을 가능케 한 작전으로서 세계 전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그 작전을 성공하려면 팔미도 등대를 탈환, 점등해야 하므로 이를 위해 조직된 특공대는 유진 F. 클라크 미 해군대위, F. 클락혼 미 육군소령, 존 포스터 미 육군중위, 계인주 육군대령, 연정 해군소령, 최규봉 KLO 부대장 등 6명이었다. 


9월14일 19시, 역사적인 인천상륙작전을 앞두고 "15일 0시 팔미도 등대에 불을 밝혀라"라는 맥아더 사령관의 작전명령이 떨어졌다. 9월14일 22시 격전 끝에 등대는 점령하였으나 점등 장치의 나사못이 빠져 점화불능 상태였다.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기진맥진 엎드려 있던 중 우연히 등대 바닥에서 최규봉의 손에 잡히는 것이 있었다. 바로 그것이 나사못이었다. 그래서 특공대는 드디어 등대의 불을 밝히는데 성공하였고 성조기를 높이 게양하였다. 


초조하게 기다리다 등대불과 성조기를 확인한 맥아더 사령관은 연합국 함대 261척에게 인천 앞바다로 진격명령을 내렸다. 


이렇듯 팔미도 등대에 불을 밝혀 인천상륙작전을 성공하게 한 특공대 중 군인 5명에게는 미 은성무공훈장이 수여되었고 최규봉 부대장에게는 등대에 게양했던 성조기와 맥아더 장군이 친필 서명한 사진이 증정되었다. 


그 성조기는 최규봉 부대장의 기증으로 현재 맥아더 장군 기념관에 전시되어 있으며 사진과 감사장은 우리 전쟁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다. 


이제 6.25동란 50주년을 맞아 팔미도 등대가 간직한 희귀한 역사와 특공대원의 빛나는 공적과 아울러 이 작전에서 희생된 KLO 부대원들의 젊은 넋을 기리고 길이 후세에 전하기 위해 그들의 발자취가 깃들어 있는 이곳에 기념비를 세우는 바이다"라고 되어있다.


헌데 2016년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개봉되어 흥행에 성공한 한국영화 "인천상륙작전"을 보면 클라크 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고 임병래와 홍시욱을 포함한 한국인 17명이 모든 첩보활동과 전투를 도맡아 했으며, 팔미도 등대 점등도 한국인들만 9월 14일 밤 팔미도에 들어가서 인민군과 싸워 이기고 등에 불을 킨 것으로 그려져 있다. 


영화니까 스토리가 역사적 사실과 어긋나도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영화를 역사적 사실로 믿어버리면 클라크 대위 같은 진짜 영웅들을 잊어버리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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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상륙작전의 숨은 영웅이면서도 서훈이 누락된 故 최규봉(前 KLO부대기념회 명예회장)씨에게 충무무공훈장을 수여하는 전 최윤희 해군참모총장과 X-Ray작전을 수행했던 영흥도와 팔미도 위치[사진자료=해군본부]

 

숨은 영웅 故 최규봉 KLO 부대장 뒤늦게 인정받아 


비록 고(故) 최규봉 KLO부대장(KLO는 적에 관한 정보를 알아내 유엔군에 제공한 민간인 조직)의 전공에 대한 진위 여부(월간조선 2003년 9월호 기사 참조)의 논란이 있었지만, 2012년 6월22일 서울 해군호텔에서 최 KLO 부대장의 전공을 인정했던 ‘6.25전쟁과 한국해군작전’ 책자 발간보고회가 개최되었다.


이에 따르면 “최규봉 KLO 부대장은 인천상륙작전 당일 팔미도 등대에 불을 밝혀 적을 교란시키라는 UN군사령부의 명에 따라 적 2개 분대와 싸워 부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1950년 9월 15일 0시 12분, 인천 진입의 중요한 교두보인 팔미도 등대 점화에 성공함으로써 UN군 상륙기동부대 함정들의 안전보장에 기여하였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해군은 나라를 위해 피를 흘린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6.25전쟁과 한국해군작전’ 책자 발간보고회에서 전 최윤희 해군참모총장이 인천상륙작전의 숨은 영웅이면서도 서훈이 누락된 최규봉(당시 89세, 前 KLO부대기념회 명예회장)씨에게 충무무공훈장을 수여하여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작금의 언론과 세간에 떠도는 코로나19 감염위험을 무시한 모 목사와 모장관 등의 언행을 볼때 몰상식한 책임 전가 및 회피성 행태가 만연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6.25남침전쟁시 국가를 위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희생정신과 책임감으로 무장한 채 임무를 다한 클라크 대위, 최규봉, 장사리 상륙작전의 772명의 학도병, 임병래 중위, 홍시욱 하사 등 전쟁 영웅들의 귀감이 되는 역사적 교훈이 우리들의 가슴을 울리며 조용한 파장을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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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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