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인터뷰] 부품국산화개발 ‘선구자’ 김인술 연합정밀 회장, ‘통합비용’을 논하다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0.09.15 11:05 |   수정 : 2020.09.16 04:10

개정된 규정에 남아있는 ‘통합비용’ 완전 삭제하고 국산화율 산정공식도 ‘일원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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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방위사업청이 지난달 7일 ‘무기체계 부품국산화개발 관리규정’을 개정했다. 이에 대해 부품국산화개발 제도의 문제를 제기해왔던 한국방위산업진흥회(이하 방진회)와 이 분야를 상당기간 연구해온 한국방위산업학회의 꾸준한 제도 개선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부품국산화개발 현장에서 잘못된 규정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온 김인술 연합정밀 회장은 개정된 규정의 국산화율 산정공식에 일부 남아있는 ‘통합비용’의 문제를 지적했다. 대한민국 부품국산화개발의 산증인이자 선구자인 그는 “통합비용이란 모호한 용어는 이제 규정에서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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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술 연합정밀 회장이 지난 14일 충남 천안의 연합정밀 본사 집무실에서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정밀]

 

연합정밀, 3153종의 핵심부품 국산화 개발로 국방예산 992억원 절감

 

‘뉴스투데이’는 지난해부터 부품국산화개발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전문성에 입각한 보도를 해왔다. 이번 규정 개정에 대해서도 ‘방산 이슈 진단’을 통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면서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3가지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통합비용 논란이 가시지 않아 이 문제를 깊이 생각해온 것으로 알려진 김 회장을 지난 14일 충남 천안의 연합정밀 본사 집무실에서 직접 만났다.

 

김 회장은 ‘방산부품의 국산화’를 목표로 1980년 연합정밀을 설립했다.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이한 이 회사는 방위산업용 케이블 조립체, 회전 결합체, 전술통신 장비, 항공전자장비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1984년부터 금년까지 총 3153종의 핵심부품 국산화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이러한 연합정밀의 핵심부품 국산화 열정과 끊임없는 노력은 천안 본사에 마련된 역사관에 기록돼 있듯이 ① 무기체계 핵심부품 개발을 통해 자주국방에 기여 ② 수입품 대비 992억원의 국방예산 절감 ③ 450여명의 일자리 창출 ④ 매출의 12% 이상 수출이라는 4가지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국방규격 커넥터, 10년간 도전해 미 정부 인증리스트(QPL) 등재 성공

 

특히 2020년은 연합정밀이 지난 10년간의 도전 끝에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MIL-SPEC(국방규격) 커넥터의 미 정부 인증리스트(QPL, Qualified Product List) 등재에 성공한 획기적인 해이다. 미 국방군수국은 까다로운 현지 업체 실사와 150여 가지의 시험 검증을 통과한 제품에 한해 전 세계의 표준이 되는 QPL 등재를 허락한다.

 

국방규격 커넥터는 항공우주 및 유도무기를 비롯한 무기체계 전반에 사용되지만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연합정밀 제품이 미 국방군수국의 QPL 등재에 성공함으로써 커넥터의 국산화 대체는 물론 세계 시장 진출에도 청신호가 커졌다. 이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으로 개발을 밀어붙인 김 회장의 끈질긴 노력이 만든 결과물이다.

 

방사청이 이번에 개정한 국산화율 산정공식을 보면, 기존에 하나였던 공식을 두 개로 나누어 전기·기계 부품에 적용하는 공식에는 통합비용을 제외했지만 전자부품에는 기존 공식을 그대로 적용해 통합비용이 포함된다. 그가 문제로 지적한 통합비용이 아직 남아있는 것이다. 다음은 부품국산화개발 관리규정과 관련하여 김인술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2001년 규정된 국산화율 산정공식, 부품국산화개발에 가장 바람직

 

Q. ‘무기체계 부품국산화개발 관리규정’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신데?

 

A. 국산화율 산정공식은 하나로 만들어 적용해야지 개정된 규정처럼 제품 분야에 따라 이원화된 기준이 있을 필요가 없다. 더구나 지금까지 국산화율 왜곡의 주범 역할을 했던 통합비용이란 용어가 규정에 계속 남아있어서는 안 된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해 별도로 고려할 내용이 있다면 단서 조항을 두면 된다.
   
또한, 무늬만 국산화가 아닌 실질적인 부품국산화개발이 되려면 2001년 규정한 국산화율 산정공식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 공식은 개발부품단가를 개발부품단가+미개발부품단가로 나누어 백분율로 산출하는 것이며, 이 때 미개발부품은 해외에서 수입하거나 국내에서 구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이 공식이 변천되면서 개발부품단가가 국내 구매를 포함한 국내제조부품단가로 변경됐고, 이후 일부 업체들의 잘못된 주장까지 받아들여져 조립비용이 공식에 추가됐다. 그것이 통합비용이란 모호한 용어로 변경되면서 국산화율 왜곡의 주범이 됐다. 이로 인해 실제 개발이나 제조 없이 국내·외 구매와 조립만으로 국산화율 70%를 달성할 수 있었다.

 

따라서 개정된 현 규정에서 통합비용이란 용어를 완전히 삭제하고 국산화율 산정공식은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의 경우 30% 정도 인정하고 나머지 구성부품은 40% 이상 개발했을 때 국산화된 것으로 인정하는 등의 단서 조항을 추가하면 된다.

 

핵심품목이 무엇인지 명확한 기준 새로 마련하는 것 쉽지 않아

 

Q. 이번 규정에 ‘지정된 핵심품목은 자체 개발 또는 제조해야 한다’는 조항도 삽입됐는데.

 

A. 핵심품목이 도대체 뭐냐? 국산화개발관리기관이 지정하게 돼 있던데 핵심품목에 대한 정의가 없다. 아마도 수입 부품 중 수출통제 품목을 생각하는 것 같은데, 핵심품목이 무엇인지 명확한 기준을 새롭게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을 거다. 업체와 입장이 다를 경우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Q. 일각에서는 국산화율 산정공식이 변천해온 배경에는 방산 대기업인 체계종합업체의 입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A. 체계종합업체는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는 것도 기술로 인정받는 것을 원하며, 개발된 국산 부품을 싸게 구입해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외국산 부품을 비싸게 들여와 제품을 만들면 사업의 외형(매출)이 커져 이윤이 상승하므로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박정희 대통령, “외국 부품 3년만 쓰면 무기체계 만드는 값 들어가”

 

Q. 부품국산화개발과 관련하여 고 박정희 대통령이 하신 중요한 말씀이 있다던데?

 

A. 당시 규정에는 체계종합업체가 국산화를 하지 않으면 제재하고 페널티를 가하는 조항이 있었다. 박 대통령은 외국 부품을 3년만 쓰면 해당 무기체계를 만드는 값이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부품국산화개발에 관심이 많았고, 업체가 국산화 5개년 계획을 세우면 그 기간 동안 특혜를 주며 지원했다. 그러나 기간 내에 국산화가 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았다.

 

Q. 윤광웅 전 국방부장관이 청와대 국방보좌관 시절 언급한 얘기도 있다면서요.

 

A. 1999년 당시 한국은 외국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면 국산화가 됐다는 식이어서 ‘무늬만 국산화’란 말이 나돌았다. 그 때 조선호텔에서 만난 윤 전 장관은 “조사해보니 1조원의 예산이 나와도 8천억원이 외국에 부품 값으로 다 나가더라”면서 “진짜 국산화를 해야겠다”고 말했다. 그 후 만들어진 규정이 2001년 국산화율 산정공식이다.

 

국산화 개발에 적극적인 ‘한화’처럼 체계종합업체 생각이 바뀌어야

 

Q. 대기업인 체계종합업체가 주도하는 체계개발 단계에서 부품국산화개발이 이뤄지지 않으면 규정이 바뀌어도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A. 체계종합업체의 생각이 부품국산화개발에 대단히 중요하다. 실례로, 한화는 세계적 품질을 유지해 수출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 국산화 개발에 매우 적극적이다. 다른 체계종합업체들도 한화처럼 생각하면 부품국산화개발의 모든 문제가 풀릴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상당하다.

 

Q. 국산화와 국산화 개발은 의미가 다르다고 하던데?

 

A. 국산화는 2000년 이전에 부품을 수입해서 조립한 ‘37 품목’의 국산화를 의미한다. 37은 나토(NATO)가 부여한 한국 번호이다. 즉 한국에서 국산화된 품목이란 의미이다. 1999년 ‘MBC 2580’ 프로그램에서 ‘37 품목은 무늬만 국산화’라고 방영된 적이 있는데, 37 품목이 20만종이 넘는 것으로 안다. 반면, 국산화 개발은 실제로 국내 업체가 기술을 개발해 자체 제조한 품목을 의미하므로 국산화와는 완전히 다른 얘기다. 

 

Q. 재개발국산화란 용어를 쓰면 안 된다고 주장하시는 이유는?

 

A. 개발 품목은 이미 개발이 된 것이기 때문에 재개발도 수입도 할 수 없다. 단지 개발업체가 도산하는 등 생산에 문제가 있을 때만 군 전력화를 위해 재개발이나 수입을 할 수 있다. 37 품목은 국산화 개발이 되지 않았으니 개발 대상이지 재개발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개발을 하니까 이것을 재개발국산화라고 불렀다. 맞지 않는 용어이고 지금은 규정에서도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 대기업 위주 방산 정책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에 관심 가져야

 

Q. 만일 주장하신 것처럼 2001년 공식으로 규정이 바뀌면 국산화율이 떨어져 정부는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A. 현재보다 국산화율이 떨어지더라도 정부는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국산화 개발을 제대로 하려면 2001년 공식으로 환원해야 한다. 규정은 원칙을 정하는 것이지 일부 업체들의 사정이나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인술 회장은 “방산업체 전체를 대변하는 방진회도 그동안 방사청에 지속적으로 통합비용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소프트웨어 비용은 단서 조항으로 넣으면 가능하니 산정공식은 하나로 정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방위산업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의 부품국산화개발 능력을 키워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정부가 대기업인 체계종합업체 위주의 방산 정책에서 벗어나 중소기업 제품의 품질 향상과 해외진출 기반 마련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주길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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