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코로나19가 만든 '문과대 취준생'의 3가지 비극, 꿈은 ‘KT&G’지만 현실은 가혹해

박혜원 기자 입력 : 2020.10.15 05:02 |   수정 : 2020.10.15 18:04

'인구론' 실감하는 인문계 졸업생들 만나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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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취준생들의 애환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인문·어문 계열 등 ‘순수 인문학’을 전공한 졸업자들이 취업 시장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고등교육기관 취업률’에 따르면, 인문계 졸업자 1만 9598명 중 대기업 취업자는 2045명으로, 6%에 그쳤다. "인문계 졸업생의 구할은 논다"는 의미를 가진 '인구론'이 피부에 와닿는 상황이다. 이밖에 자연계열은 11.3%, 사회계열은 24.9%, 공학계열은 무려 50.6%에 달했다. 2018년 기준임을 감안하면 코로나19라는 악재가 겹친 올해는 그 비율이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PYH2020021917230001300.jpg올해 2월 서울 소재의 한 대학교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한 졸업생이 졸업 가운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서울권 모 대학의 취업센터 관계자는 “올해 아직 정확한 통계가 나오진 않았지만, 조사를 하는 입장에서 작년에 비해 채용 공고 자체가 줄어 문과대 학생들이 확실히 어려운 편이다”라며 “작년 같았으면 외국계 회사나 해외 취업으로 눈을 돌려보라고 안내를 할 텐데 이마저 여의치 않다”고 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대기업 취업률이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공대나 경영대와 달리 문과대는 해마다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이공계 전공을 복수전공 하는 등 ‘자기계발’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해는 95%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문과대 출신 대기업 및 공기업 취준생의 상황은 현재 어떨까. 뉴스투데이가 만난 청년들이 겪고 있는 '인구론'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①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공채하는 대기업에 원서 제출…내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올해 2월 졸업한 취업준비생 A씨는 중소기업 위주로 취업할 계획이었다. 대기업은 고스펙 지원자가 많이 몰려 “일찌감치 대기업은 접어두고 중소기업에서 승부를 보려는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A씨는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경영에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들의 신입 채용 공고가 끊기면서 상황이 막막해졌다”며 “그나마 KT&G, 신세계, 빙그레 등 대기업이 공채를 해서 안 될 걸 알면서도 넣어는 보고 있지만 역시나 ‘광탈’이 연속돼 내가 지금 뭘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문과대 출신이 지원할 수 있는 대기업 직무는 홍보나 마케팅 정도다. 최근에는 이 같은 직무들도 업계 경력을 요구하거나, 데이터 분석 역량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A씨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인턴을 거치거나 데이터 분석 자격증이라도 따려고 한다”고 말했다.

   

② “생활비는 필요한데 알바 자리도 없고, 일단 취업한 중소기업 눌러앉을까 겁나요”

    

사실 취준생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소는 ‘돈’이다. 이에 따라 많은 취준생이 카페 등 단기 아르바이트를 통해 학원비를 비롯한 생활비를 충당하곤 한다. 취준생 B씨는 “심지어 호텔 수영장 알바에 붙었는데, 직후에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터지면서 수영장이 문을 닫았고, 열게 되면 다시 연락주겠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해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으로 퍼졌던 지난 4월,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은 아르바이트 공고가 1월에 비해 27.8%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공기업을 준비하고 있는 취준생 C씨는 일단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기업별 전공시험을 치르는 공기업 준비를 하려면 학원이나 문제집 비용이 적지 않게 든다. C씨는 “자격증 시험도 계속 취소되고, 공기업 준비생은 점점 몰리다 보니 일단 돈이나 벌면서 여유 있게 준비하자는 생각으로 소기업에 취업했는데, 그게 벌써 6개월 전”이라며 “이대로 여기에 눌러앉게 될까 봐 막막한 심정”이라고 설명했다.

   

③ “온라인 대학원, 의미가 있을까요?” 진학 미루고 갈 길 잃은 학부 졸업생

    

취업을 잠시 미루고, 대학원에서 전문성을 키우려던 D씨도 고민이 깊긴 마찬가지다. 작년 1, 2학기 전국 대학가에선 온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학부뿐 아니라 대학원도 마찬가지다. 

   

D씨는 “강의 중심인 학부 수업이야 그렇다 쳐도 토론과 발표가 중요한 대학원은 학비도 비싼데 온라인으로 듣기엔 너무 아깝다”며 “일단 대학원 입학은 미뤘고, 취업은 당장 생각해본 적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해외 대학원으로 유학을 준비하던 E씨도 “당분간 돌아오지 않는 것을 감안하고 나간다 하더라도 방역 정도가 한국만큼 철저한 나라가 없어 망설여진다”며 “한국에서 일단 취업을 한다 하더라도 본래 목표였던 유학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인생 계획이 꼬여 막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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