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전력도매가 상한제'는 한국전력 구제하는 고육지책... 민간발전사 kWh 당 69원 손실 예상

모도원 기자 입력 : 2022.11.23 23:25 ㅣ 수정 : 2022.11.24 11:13

SMP 상한제의 효과, 한전이 kWh 당 140원 적자 보는 구조 해소에 도움
마진 적은 영세 발전사의 파산 위기 등 부작용 해결책도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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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reepik]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정부가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는 가격인 SMP(전력도매가격)에 상한제를 도입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국제 연료 가격이 급등하자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전력의 연료비 부담을 민간 발전업계에 분담시키는 방식이다. 올해 3분기까지 20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전력으로선 SMP 상한제로 한시름 놓았지만, 부담을 떠안게 되는 민간 발전업계는 당장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 SMP 상한제 12월부터 3개월 간 시범적 도입...민간 발전사 손실 규모 kWh 당 69원 추정

 

산업통상자원부는 SMP 상한 가격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규칙 개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지난 5월 관련 안을 고시한 뒤, 수정을 거쳐 지난 14일 법제처와 국무조정실의 예비심사를 완료했다. 이달 말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치면 내달 1일부터 내년 2월까지 3개월간 시범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SMP 상한제는 올해부터 급등한 국제 원료 가격의 부담을 민간 발전사와 분담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 직전 3개월간의 SMP 평균이 최근 10년 평균치의 상위 10%를 상회할 경우 판매 가격을 제한하는 SMP 상한선이 적용된다. 상한선은 10년 평균 SMP의 1.5배로 민간 발전사는 1개월간 이보다 비싼 가격에 전력을 팔지 못한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평균 SMP는 kWh당 106원으로 산출 배수인 1.5배를 적용하면 SMP 상한제가 적용되는 단가는 158원이다. 지난 3개월(8~10월) 평균 SMP는 kWh당 227.6원으로 상한제 발동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다. 결국 11월을 기준으로 SMP 상한제를 적용할 경우 민간 발전사의 손실 규모는 kWh 당 69원으로 추정된다. 

 

SMP 상한제가 시행된 배경에는 한국전력의 막대한 적자가 자리한다. 한국전력은 민간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들인 뒤 일반인과 시장에 판매하는데, 올해 초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민간 발전사가 판매하는 SMP(전력도매가격)가 크게 상승했다.

 

반면 사들인 전기를 일반 시장에 판매하는 가격인 전력소매가는 비슷한 시기 급등한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제자리 걸음을 이어갔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SMP는 올해 6월 기준 킬로와트시(kWh) 당 129.72원에서 지난달 251.65원으로 약 94% 증가한 반면, 전력소매가는 110원에 그친다. 한국전력이 1킬로와트시를 판매할 때마다 약 140원 가량의 적자를 보는 것이다.

 

■ SMP급등으로 민간발전사 등 이익 급등 / 영세 발전사는 파산 위기 직면할 수도 

 

반면 한국전력에게 전기를 판매하는 발전사들은 SMP의 급등으로 이익 규모를 확대하는 중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서부발전·중부발전 등 발전공기업 5사의 올해 3분기 평균 영업이익(누적)은 98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99% 증가했다.

 

특히 SK E&S와 포스코에너지, GS그룹 발전 계열사 등 민간 발전사는 발전공기업 5사를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SK E&S의 올해 3분기(누적) 영업이익은 1조470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29.96% 급증해,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대비 9.64%p 오른 18.08%를 기록했다. 포스코에너지의 경우 동일한 기간 44.02% 증가한 2308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GS파워는 91.41% 증가한 2502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민간 발전사에서도 마진률이 낮은 중소형 발전사는 SMP 상한제 도입으로 재무적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국가스공사로부터 LNG를 공급받는 영세 발전사들이 작금의 높은 원자재 가격을 겨우 감내하고 있는 상황에서 SMP 상한제 도입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 최악의 경우 파산 위기까지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동두천드림파워와 포천민자발전, 대륜발전, 부산정관에너지 등 민간 발전사는 내년 차입금이 각사의 영업이익을 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최근 급등한 기준금리로 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까지 커진 상황에서 영세 발전사의 고정비, 연료비 등 비용 충당이 어려워질 경우 당장 겨울철 전력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민간 발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발전사는 오히려 상황이 낫다. 중소형 발전사의 경우에는 지금도 마이너스를 보는 곳이 많다”라며 LNG발전이나 집단 에너지는 이미 2022년 상반기 2000억 이상의 순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런 영업손실이 고효율 LNG 발전기에도 확대되면 비용 부담으로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 유럽, 미국 등도 연료비 상승을 민간 발전사에게 부담시켜... 영국은 '횡재세' 도입, 내년 세수 140억 파운드 예상

 

한편 유럽이나 미국 등 다른 국가 역시 한국과 상황이 다르지 않다. 에너지 수급 부담이 큰 여러 국가는 SMP 상한제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해 상승한 연료비를 민간 발전사에게 부담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뒤를 이은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에너지 가격 상한선을 도입하는 동시에 전력회사에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이른바 ‘횡제세’를 추진 중이다.

 

지난 17일 영국은 550억파운드 규모의 증세·지출감소 계획을 담은 예산안을 발표했다. 지출 축소안으로는 가정 내 에너지 가격 상한선을 내년 4월부터 현행의 연간 2500파운드(약 400억원)에서 3000파운드(480억원)로 인상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 상한을 올림으로써 정부의 에너지 지원금 지출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에너지 기업에 부과하는 횡제세 세율도 올라간다. 내년부터 전력회사에 부과하는 세율은 45%로 올라가며 전기·가스 업체는 25%에서 35%로 올라간다. 이에 따른 횡재세 세수는 내년 140억파운드로 예상했다.

 

독일의 경우 지난 9월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수혜를 입은 기업들의 초과이익에 대한 세금(횡제세) 부과 등의 내용을 담은 3차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전력 가격 급등으로 통상적인 이익을 넘어서는 초과이익분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 역시 10%를 넘는 초과이윤을 내는 석유회사에 대해 21%의 초과이윤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간선거 결과 민주당의 상원 방어가 성공하면서 입법 가능성도 높아진 상태다.

 

이외에도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그리스, 네덜란드 등이 기부금 또는 기여금, 추가이득 일부 환수, 가격 상한제, 초과이익에 대한 부담금 등 다양한 형태로 횡제세를 한시적 도입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 9월 인플레이션 구제 지원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많은 돈이 들지만 꼭 필요한 지출이다. 이번 위기를 안전하게 극복하도록 이끌어나가기 위한 조처”라며 “우리는 아무도 혼자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횡제세를 통해 수십억유로를 회수해 “인플레이션으로 타격을 입은 소비자들을 돕기 위해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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