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눈] 낮아진 미국 물가, 그러나 아직 경계심이 높은 이유는?

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2.11.24 00:30 ㅣ 수정 : 2022.11.24 07:42

[기사요약]
미국 소비자물가, 고점 형성 기대감 높아
하지만, 연준 인사들의 경계감은 여전히 높아, 과거와 다른 물가 환경이기 때문
연준 긴축 속도 둔화나 중단에 대한 섣부른 전망은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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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businessinsider]

 

[뉴스투데이=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동월대비 7.7%로 내려오면서, 물가가 고점을 기록하고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올해 들어 글로벌 증시의 하락을 초래한 연준의 강력한 긴축은 결국 1,2차 오일쇼크 이후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은 물가에 기인한 것이므로, 물가가 고점을 기록하고 앞으로 떨어지는 방향일 것이라는 기대는 증시 반등의 계기가 되고 있다.

 

조만간 연준의 통화정책, 나아가 연준 정책에 영향을 받는 글로벌 통화정책에 모두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늘며, 주요국 증시는 저점 대비 10% 이상 올랐다.

 

그런데 시장의 기대와 달리 연준 인사들은 물가에 대해 계속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언젠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는 당연한 사실은 받아들이면서도,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마지막 기준금리 수준이 시장의 예상보다 높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아직 금리 인상 중단이나 인하는 논의할 시점조차 아니라 얘기하고 있다.

 

특히 평소 매파적인 시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지역 연은 총재는 최근 한 연설에서 최종 기준금리가 7% 수준까지 갈 수도 있다는 주장을 했다.

 

현재 기준금리가 3.75~4%라는 점을 감안하면 3%포인트 정도 더 올릴 수도 있다는, 증시 투자자나 대출을 받는 경제주체 입장에서 보면 무서운 주장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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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pix4free]

 


• 연준 인사들은 이번 물가 상승 압력이 지난 20년과 다르게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판단

 

그렇다면, 시장참가자들과 연준의 생각은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특히 연준 인사들은 어떤 이유로 긴축에 대해 시장보다 훨씬 강경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걸까?

 

이와 관련해 여러 이유가 제기되고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물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은 것이라는 우려로 집약된다.

 

미국 정부가 한편으로는 물가 상승을 부추기면서 다른 한편으로 물가를 잡는다고 나서는 모순된 행동을 보이고 있고 심지어는 그것이 의도가 있는 행위라는 평가든, 실제로 글로벌 정치/경제 상황이 과거와 달리 평균 물가를 끌어 올리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든, 상당 기간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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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nippon]

 

일단 이러한 인식의 기반에는 몇 가지 큰 글로벌 경제의 트렌드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현재 미국이 추구하는 리쇼어링 정책과 대체 에너지 사용 확대, 탈세계화에 따른 생산비 상승 하에서 과거보다 장기 평균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지난 1991년부터 2020년까지 20년간 미국의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상승률 평균은 2.3%, 200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은 더 떨어져서 2.06%에 불과한데, 이제 이 수준이 적어도 3~4%, 때에 따라서는 그보다 더 높게 유지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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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추구하는 리쇼어링(reshoring) 전략 [출처=allis-roller]

 

빠른 긴축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고용시장이 탄탄한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역시 연준이 경계감을 놓지 않는 이유로 판단된다.

 

여기에는 바뀐 이민 정책 등 미국의 보호주의도 영향을 미쳤을 테지만, 분명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고용시장 환경, 되살아나고 있는 오프라인 소비의 증가가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구인구직배수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며, 실업률은 과거 경기 확장기에 완전고용으로 받아들여지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잡히지 않으면 언제라도 임금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는 환경이다.

 

금리 상승에 따른 자금, 채권시장의 위험 때문에 의도했던 양적 긴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 역시 물가에 대한 경계감을 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은 올해 들어 적극적인 기준금리 인상과 더불어 코로나19로 늘려 놓았던 중앙은행의 자산을 줄이려 했으나, 사실 그 결과는 미미했다.

 

미국의 경우 올해 3월 이후 국채와 모기지채권 매각을 통해 자산을 줄이려 했지만, 고점 대비 자산 축소 규모는 3천억달러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자산 규모가 4조달러, 현재 수준이 8.6조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크게 줄어든 게 없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유럽에서도 똑같이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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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점 이후 별로 줄지 않은 미국(FED)과 유럽(ECB) 중앙은행 자산 [자료=FED, ECB]

 


• 언젠가 긴축도 멈추겠지만, 조만간 연준의 긴축 의지가 꺾일 것이라는 생각은 접어야 할 듯

 

연준이 강력한 긴축을 진행 중인 상황과는 별개로 미국 정부가 물가 상승을 부추길 만한 재정정책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바이든 행정부가 당초 계획했던 3.5조달러 규모의 ‘더 나은 재건법(Build Back Better, BBB)’은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지난 8월 7400억달러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통과되어 발효된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도 대응할 필요가 있다. 전쟁이 장기화되며 내수 부진에 따른 성장 둔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높은 화석연료 가격으로 인해 현재 러시아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정부의 재정 역시 탄탄한 상태다.

 

국내적 인플레이션 압력, 글로벌 에너지 상승 압력 모두 긴축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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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전쟁으로 성장률은 둔화되고 있으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자료=Refinitiv]

 

따라서 당분간 연준의 긴축 의지가 꺾일 것으로 보긴 어렵고, 이러한 기대로 증시가 오르면 다시 내리는 현상이 반복될 것으로 판단된다.

 

분명히 언젠가 금리 인상 속도는 느려지고, 긴축도 멈출 것이다. 그리고 때가 되면 다시 금리를 내리는 완화 정책이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물가를 둘러싼 여러 상황을 감안할 때, 이러한 당위성만 가지고 연준의 행태를 전망하는 것은 섣부른 일로 보인다. 많이 내린 수준이지만, 여전히 글로벌 증시는 박스권에 놓여 있다고 판단된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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