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자 시대](6) 호출형 노동자의 대명사 ‘배민라이더’…월 평균 소득은 379만원?

오세은 입력 : 2020.03.10 14:30 |   수정 : 2020.03.17 08:55

음식부터 디저트까지 모든 걸 배달, 건당 3000원 소득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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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노동자는 기업에 소속됐다. ‘기업 노동자’는 일을 통해 소득을 창출했고, 소속된 기업을 발전시켰다. 이제 기업노동자는 감소하고 ‘플랫폼 노동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배달노동자 뿐만 아니라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을 포함한 지식노동자들도 각종 플랫폼에 뛰어들어 경제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은 이미 글로벌 노동시장의 중심에 도달했다.이를 통해 가장 크게 성장하는 경제주체는 플랫폼 자체이다. 이 같은 현상은 두 개의 거대한 파도가 맞물려 빚어내고 있다. 호모 모빌리쿠스(Homo Mobilicus),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와 같은 단어로 상징되는 ‘삶의 근원적 변화’가 인공지능(AI)에 의한 ‘기존 일자리의 격감’이라는 복병을 만남으로써 가속화되는 거대한 전환이다. 뉴스투데이는 도처에 존재하는 플랫폼 노동 현상(1부)과 그 경제사회적 의미(2부) 그리고 정책적 과제(3부)에 대한 연중기획을 통해 일자리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심층 보도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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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라이더[사진제공=우아한청년들]

 

[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2015년 6월에 첫 서비스를 시작한 ‘배민라이더스’는 기존에는 배달이 되지 않았던 동네 맛집의 음식은 물론 커피와 빙수 등과 같은 디저트까지도 배달하는 배달대행 서비스 전문 업체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물류 배송 자회사인 우아한청년들(대표 윤현준)이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내가 원할 때, 달리고 싶은 만큼만"이라는 홍보문구를 내세우며 라이더들을 모집하고 있다.

 

이 라이더들은 한국 플랫폼 노동자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민라이더스와 계약을 맺고 배달을 진행하는 라이더는 국제노동기구(ILO)가 규정하는 플랫폼 노동자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다. ILO는 플랫폼 노동자를 ‘온라인을 통해 플랫폼을 이용해 불특정 조직이나 개인이 문제해결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수 혹은 소득을 얻는 일자리’라고 규정하고 있다. 배민라이더스의 라이더들은 배민 앱을 통해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이들의 수익 구조는 배민라이더스가 제공한 스마트폰 앱으로 콜(주문)을 받아 음식을 배달한 뒤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1건당 3000원 정도다.

 

배민라이더스 홈페이지 첫 화면 [사진=배민라이더스 홈페이지 캡처] 640.png
배민라이더스 홈페이지 첫 화면에 보여지는 라이더 모집 공고[사진제공=배민라이더 홈페이지 캡처]

 

배민라이더스 모집 공고는 고수익 강조, 90%가 '건당제'로 계약

 

우아한형제들 관계자, "379만원은 건당제의 평균 소득액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

 

라이더를 모집하는 배민라이더스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지원자가 선택할 수 있는 근무형태 △건당제(월평균 250~500만원) △주말 풀타임(일 평균 10~15만원) △시급제+인센티브(월평균200~300만원)가 게시되어 있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2300여 명(2019년 12월 기준)의 라이더 중 90% 이상이 건당제(지입제)로 계약을 맺고 일하고 있다. 주말 풀타임(지입제)으로 일하는 라이더는 많지 않다. 또 직고용 형태의 시급제+인센티브 형태의 근무자도 드물다.
 
지입제는 고용 계약이 아닌 위·수탁계약을 체결해 ‘개인사업자’ 신분에 해당된다. 근로기준법상 개인사업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된다. 법적으로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아,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않는다. 퇴직금, 연장·휴일, 야간근로수당, 연차수당 등을 받을 수 없다.
 
라이더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건당제 계약 형태는 ‘시간이 곧 돈이다’라는 법칙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라이더가 일하는 시간, 배달 건수를 늘리는 만큼 수익이 늘기 때문이다.
 
우아한청년들에 따르면 2019년 하반기 배민라이더의 평균 소득액은 월 379만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12월엔 423만원(상위 10% 632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소득액에는 소득세 3%, 주민세 0.3%, 주당 산재보험료, 오토바이 대여료 등이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379만원은 건당제의 평균 소득액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위 10%를 포함해 3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취하기 위해서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절대적으로 이겨야 한다.

 

A씨, "3일간 라이더해서 15만원 벌었지만 비용제하니 5만 8000원 남아"

 

배민라이더로 3일간 일해본 경험이 있는 A씨는 보험료 3만2000원, 유류비 2만원, 식비1만8000원, 배달이 늦어 사비로 물어준 음식값 2만2000원으로, 3일 동안 15만원을 벌었지만, 이 중 개인 지출비용이 9만2000원으로 그가 손에 쥔 소득은 실제 5만8000원에 불과했다. 공고 내용에 최대 월 500만원을 벌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초보 라이더에게는 불가능한 셈이다.
 
이처럼 개인지출 비용을 제외하고, 실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간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것이다. 라이더들이 무리한 ‘콜’을 승낙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라이더들에게는 시간이 곧 돈이고 속도가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A씨는 “라이더가 사용하는 앱을 켜는 순간 일이 시작되고, 종료 버튼을 누르면 언제든 일을 그만둘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배달 노하우가 생기면 하루에도 20만원 정도까지 벌 수 있는 점은 이 일의 최대 장점”이라면서도 “예측하기 어려운 교통 상황에 따른 적잖은 위험부담으로 장기적으로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천재지변으로 인해 음식 배달이 늦어지는 경우 이는 라이더의 귀책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콜’ 승낙은 라이더 본인 스스로가 해당 경로에 대한 예측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누르는 것”이라면서도 “음식 픽업 시간이 늦어 배달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라이더가 관제센터에 배달이 왜 늦었는지를 증명하면 사비로 음식값을 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라이더들의 위치 정보, 운행 현황을 파악하는 관제센터는 서울 성북구 돈암동, 구로구 가리봉동, 마포구 서교동 등을 비롯해 서울 외 지역인 인천, 대전, 울산, 부산 등에 위치한다. 

 

배민라이더 수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640.png
배민라이더수[사진제공=우아한청년들]

 

1인분도 배달 가능…영토 늘리는 배달 앱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에서 자취하고 있는 대학생 B씨는 배달 앱 배민을 자주 이용한다. 특히 최근에는 1인분도 배달이 가능해지면서 더 자주 이용하고 있다.
 
B씨는 “장을 봐서 차려 먹기도 하지만 주 3회는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때운다”라면서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많게는 일주일에 다섯 번을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다”라고 밝혔다. 
 
B씨처럼 1인분을 배달시켜 먹는 주문자가 늘면서 배민을 비롯한 여타 배달 앱 운영사들도 앱 내에 ‘1인분’ 카테고리를 추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17년 28.5%인 한국의 1인 가구 비중은 2037년 35.7%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음식점 사장의 배달자 고용형태도 바꾼 배민라이더스
 
배민라이더스의 등장은 그동안 음식점주가 고용했던 라이더들의 고용형태도 바꿔놓았다.
 
라이더가 시장에 등장하기 전, 음식점 사장이 오토바이 같은 배달 수단을 매입할 뿐 아니라, 라이더도 직접 고용해야 했다. 배달이 많지 않은 시기에도 인건비와 설비(오토바이) 비용에 계속 지출되는 셈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사장이 고용주로서 책임도 져야했다. 그러나 배민라이더는 음식점이 라이더를 직접 고용하는 대신 배달대행업체인 배민에 돈을 주고 배달을 맡기는 시스템이다. 사고가 나도 음식점 사장에게는 책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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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뉴스투데이]

 

1인 가구 증가로 배달노동 시장 성장세…2283명으로 늘어난 라이더 안전망 급선무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배민라이더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218명이었던 라이더는 같은 해 12월 2283명으로 한 달 새 65명 늘었다. 배달 앱 시장이 커지면서 이에 따른 라이더 수도 증가하는 것이다. 특히 배달 시장이 커지는 배경에는 1인 가구 증가, 전화 주문보다 앱을 통해 주문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배달 앱 이용자는 지난 2013년 87만명에서 2018년 2500만명으로 급증했다. 음식배달 시장은 한국에서만 내년 60% 이상씩 성장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매년 20% 이상 커지고 있다. 배달 앱 거래 규모도 2013년 3300억원 가량에서 2018년 3조원으로 10배나 커졌다. 업계에 따르면 203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400조원을 넘는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배달 시장이 커지는 동시에 라이더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라이더의 계약 형태가 위수탁제로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실정이어서 라이더들을 위한 안전망이 급선무로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라이더는 길 위에서 일하다 보니 사고의 위험이 늘상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라이더 산재 사고 사망자는 2016년 36명, 2017년 24명, 2018년 26명 등으로 매년 수십 건의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 배달 앱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면서 향후 산재 사고가 늘어날 위험도 크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고용노동부가 배달대행업체와 개인사업자로 계약을 맺고 일해온 라이어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고 판단해 4대 보험과 주휴수당 등을 보장받지 못했던 라이더들의 권리보호가 첫발을 떼게 됐다.
 
라이더는 배달 시장이 커지는 만큼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일자리 전망만을 놓고 볼 때 밝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일자리만큼 그에 따른 안전한 제도가 마련돼야 라이더들이 안전하게 오래도록 배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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