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자 시대 (8)] 라우드소싱, 공모전 통해 최고의 디자인을 갖는다

염보연 입력 : 2020.03.17 06:13 |   수정 : 2020.03.2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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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노동자는 기업에 소속됐다. ‘기업 노동자’는 일을 통해 소득을 창출했고, 소속된 기업을 발전시켰다. 이제 기업노동자는 감소하고 ‘플랫폼 노동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배달노동자 뿐만 아니라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을 포함한 지식노동자들도 각종 플랫폼에 뛰어들어 경제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은 이미 글로벌 노동시장의 중심에 도달했다.이를 통해 가장 크게 성장하는 경제주체는 플랫폼 자체이다. 이 같은 현상은 두 개의 거대한 파도가 맞물려 빚어내고 있다. 호모 모빌리쿠스(Homo Mobilicus),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와 같은 단어로 상징되는 ‘삶의 근원적 변화’가 인공지능(AI)에 의한 ‘기존 일자리의 격감’이라는 복병을 만남으로써 가속화되는 거대한 전환이다. 뉴스투데이는 도처에 존재하는 플랫폼 노동 현상(1부)과 그 경제사회적 의미(2부) 그리고 정책적 과제(3부)에 대한 연중기획을 통해 일자리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심층 보도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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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픽사베이]

 

[뉴스투데이=염보연 기자] 스펙·학력 안따지는 디자인 ‘진검승부’

  

칼국수집을 창업한 A씨는 고민에 빠졌다. 근사하고 세련된 간판을 달고 싶은데, 어디에 의뢰해야 할지 몰랐다. 디자인 에이전시라는 것이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가격과 마음에 드는 간판을 만들 수 있을지 퀄리티를 보장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A씨의 고민은 대학생 조카가 알려준 디자이너 플랫폼 ‘라우드소싱’을 통해 해결됐다. 라우드소싱은 고객이 직접 원하는 디자인 방향을 놓고 상금이 걸린  공모전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최선의 디자인을 찾는다.


2011년에 창립한 스타트업 ‘라우더스’는 라우드소싱이라는 디자인 플랫폼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라우드소싱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이 시안을 갖고  공모전에 참여하면 수요자가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선택하고, 우승자에게 상금을 주는 방식이다. 13일 동안 진행한 공모전에는 49명이 참가했고, A씨는 그 중 마음에 쏙 드는 간판 디자인을 얻을 수 있었다.

  

과거에는 디자이너가 소속된 디자인 에이전시를 통해야만 했다. 회사를 거치는 만큼 비용은 올라갔고, 결국은 한 회사만 상대해야 했기에 마음에 드는 시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반면 라우드소싱은 ‘디자인 공모전’ 방식으로 디자이너와 고객을 직접 연결해서 이런 단점을 개선한 플랫폼이다.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고객은 플랫폼에 공모전 등록금 10만원을 내고, 원하는 종류의 디자인공모전을 열어서 최소금액 이상의 상금을 걸면 된다.

  

최저상금 액수는 로고 디자인 30만원, 로고와 명함 디자인 40만원, 로고와 간판 디자인 40만원, 상품패키지 50만원 등이다. 이 밖에 라벨, 포스터·전단지, 브로셔·리플렛, 명함·봉투, 웹사이트, 모바일 앱 등 다양한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모전에서 우승한 디자이너는 상금의 16.7%를 플랫폼 수수료로 떼고 나머지를 자신이 갖는다.

  

플랫폼 노동자인 디자이너에게 라우드소싱의 큰 매력은 스펙, 경력, 학벌에 상관없이 오직 디자인 실력만으로 겨루는 진검승부의 장이라는 점이다. 대학생이라도 실력이 있다면 KBS나 삼성 같은 대기업이 의뢰한 포스터의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전문 디자이너 회원 10만 명 이상이 라우드소싱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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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픽사베이]

 

디자인 고수들의 진검 승부처…단가하락 등 악영향도 우려

 

라우드소싱의 방식이 이렇다 보니 철저하게 실력 있는 디자이너가 대우받게 되는 구조다. 상금이 크지 않은 소규모 프로젝트나 공모전 위주 플랫폼이어서 대부분은 ‘투잡’으로 활동하지만, 전업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도 있다. 꾸준히 좋은 작품을 낸 디자이너들이다.

 

최근에는 공모전에서 좋은 성적을 낸 특정 디자이너가 부각돼 고객과 직접 연결해주는 1:1의뢰도 많아졌다. 이렇게 인기를 얻은 디자이너들은 개별 의뢰도 많이 들어와 스타 디자이너로서 활동하게 된다.

  

라우드소싱을 이용하는 신입 디자이너들은 “경험을 쌓고, 좋은 포트폴리오를 얻을 수 있다. 3위까지 섬네일로 공개되는 잘 된 디자인 시안을 보고 디자인 안목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려와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디자이너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B씨는 “이런 플랫폼이 확산될수록 업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단 한 명의 디자이너 결과물만이 선택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아무리 잘 만든 디자인이라도 선택받지 못한 인력은 낭비된다. 공모전에 발탁되기 위해 경쟁이 심해지면서 디자인 단가가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김승환 대표 2012년 서비스 시작...‘최소상금’으로 디자이너 보호할 것

  

김승환 라우더스 대표는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라우드소싱 서비스를 시작했다. 가게든 제품 패키지든, 사업 성공에 디자인의 중요성이 커지는 환경 속에서 대기업 뿐 아니라 사업 하는 사람들과 좋은 디자이너를 연결시켜 주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라우드소싱은 한번 의뢰로 여러 개의 디자인을 받아볼 수 있어 고객들에게 높은 만족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8년간 진행된 콘테스트는 12,952 건, 등록된 포트폴리오는 무려 507,036 건에 달한다.

 

김승환 대표는 “요즘 시대가 프리랜서가 활성화되고 있다 보니까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비대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디자인 플랫폼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최근 창업 시장의 트렌드를 볼 때 커피숍 등 자영업에 진출하는 사람들이 디자인을 가장 중시하고 있어, 디자인에 대한 니즈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 또한 “디자인 단가가 너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이러한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장치로 공모전의 ‘최소 상금’을 확실하게 유지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10만, 5만으로까지 가격대가 내려가는 경우가 많은데, 최소단가에 대한 원칙을 확실히 유지하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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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캡처=라우드소싱 홈페이지]

 

라우드소싱은 세계 시장 진출을 꿈꾸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 디자이너들의 실력이 뛰어나고 해외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면서 “라우드소싱의 큰 목표는 해외업체들의 프로젝트를 성사시켜서 언어·지리적 장벽을 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은 국내에서부터 디자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적인 통합디자인 플랫폼으로 발전해나가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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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드소싱(Laud Sourcing)' 사업모델[표=뉴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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