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독서법 (1)] 블랙스완① 삼성생명 전영묵 대표체제가 암시하는 2가지 극단값의 공포

이태희 편집인 입력 : 2020.03.19 06:54 |   수정 : 2020.03.20 10:23

골드만삭스와 리먼브러더스의 엇갈린 운명, 막판에라도 눈치 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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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레바논 출신 경제철학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60)는 저서 ‘블랙스완(black swan)’에서 서구의 주류학문인 경험과학을 맹비난한다. 정규분포곡선으로 대변되는 평균값에 집착하는 어리석은 편집증 정도로 규정한다. 인류역사는 ‘극단값’에 의해 변동하고 진화했지만, 인간의 지식은 익숙한 평균값을 유일한 진실로 여기면서 언제나 대변화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진단이다. 요컨대 흰 백조는 평균값이고 블랙스완은 극단값의 일종이다.

 

2009년에 세계경제를 충격으로 몰고 갔던 금융위기, 2001년 미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을 붕괴시킨 9.11테러 등을 대표적 블랙스완으로 꼽는다. 실제로 미국 금융자본가들은 서브프라임모기지 채권이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 아래 무수한 파생금융상품을 만들어냈고, 자신들의 배를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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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주총에서 선임된 삼성전자 전영묵 대표이사는 보험업계가 직면한 3마리 블랙스완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래픽=뉴스투데이]

 

탈레브에 따르면, 이는 주택시장이 “지금처럼 앞으로도” 호황일 것이라는 확증편향이 빚어낸 비극이다. 그러나 미주택시장의 거품이 정점을 찍는 순간 서브프라임모기지 채권시장 전체가 폭발해버렸다. 산산조각 났다. 그 수백 배로 추정되는 파생금융상품도 고스란히 부실화됐다.

 

뉴욕 월가를 주물러온 투자은행들은 도산위기에 몰렸다. 막판에 파생금융상품을 최대한 팔아치웠던 골드만삭스는 살아남았고, 어리석게도 그 물량을 소화했던 리먼브러더스는 망했다. 골드만삭스는 블랙스완(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의 출현을 수시간전에 인지해 긴박한 대책을 실행한 반면에 리먼브러더스는 여전히 블랙스완은 없다고 우긴 결과물이다.

 

■ 주인을 친구로 오인한 칠면조의 비극은 귀납법적 인식의 오류

 

탈레브는 블랙스완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인식론적 한계를 설명하기 위해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럿셀로부터 ‘칠면조의 교훈’을 차용해온다. 한 마리의 칠면조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인간 주인은 칠면조에게 매일 먹이를 가져다 준다. 하루, 이틀, 사흘... 시간이 흐르면서 칠면조는 주인을 고마운 친구 정도로 인식한다. 내일도 주인은 먹이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는 1000일 간의 경험이 만들어낸 인식론적 오류에 해당된다.

 

이 오류는 최종 순간이 되기까지 드러나지 않는다. 1000일 동안 인간 주인은 칠면조에게 먹이를 가져다 준다. 그러나 1001일이 되는 추수감사절날 주인은 먹이 대신에 식칼을 들고 온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칠면조를 잡아 가족과의 식탁위에 올리기 위해서다. 인간 주인은 친구가 아니라 도살자였다. 목이 잘려 나가려는 순간 칠면조는 “젠장”이라고 외칠지도 모르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다.

 

탈레브에 의하면, 거위가 주인을 친구라고 생각했던 것이 ‘귀납법적 인식론’이 범하는 오류이다. 1000일 간의 아름다운 경험이 만들어낸 허상이다. 물론 거위가 주인의 실체를 미리 파악했다고 해도 뾰족한 탈출구는 없다. 칠면조가 사육장을 탈출해 장수하기란 불가능하다.

 

인간은 다르다. 블랙스완의 출현을 감지한다면 큰 성공을 거두거나 진보의 주역이 된다. 헐리우드 영화 빅쇼트의 주인공으로 나온 ‘괴짜 투자자’ 마이클 버리(실존 인물. 크리스천 베일 분)는 금융시장의 폭락에 베팅하는 금융상품에 투자한다. 칠면조의 목이 잘릴 것을 예견하고,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를 친 것이다. 월가의 쟁쟁한 투자자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해고당할 때, 버리는 승리의 환호성을 지른다.

 

■ 자산운용전문가인 전영묵 대표의 기용은 적시타, 세 마리 블랙스완 잡아야

 
19일 삼성생명 주총에서 선임되는 전영묵(56) 대표이사는 자산운용 전문가로 평가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1986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2015년까지 29년 간 삼성생명에서 근무하면서 PF운용팀장, 투자사업부장, 자산운용본부장 등을 지냈다. 마케팅과는 거리가 먼 투자전문가라고 볼 수 있다. 삼성생명 임직원이라면, 자산운용 전문가의 기용은 블랙스완의 출현에 대비하는 인사카드라는 판단을 할 것도 같다. 보험업계는 두 개의 극단값의 출현에 대비해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와 ‘초저금리 시대’이다. 왜 그럴까.
 
국내보험업계는 수십 년 동안 인구증가 시대를 즐겨왔다. 보험가입자는 꾸준히 늘어났고, 한국의 금리는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보험금 수입이 매년 늘어나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 부담이 적었다. 금리가 높아 자산운용수익이 보험금으로 나가는 돈보다 크도록 맞추는 게 어렵지 않았다. 보험업계가 경험해 온 ‘흰 백조’시대였다.
 
하지만 앞으로도 귀납법적 경험론의 오류에 빠지면 곤란하다. 탈레브의 관점을 적용하면, 앞으로도 보험가입자를 늘릴 수 있다거나, 고금리에 편승해 손쉽게 자산운용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은 반드시 큰 비극을 불러일으킨다. 주인이 내일도 먹이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면서 콧노래를 부르는 칠면조의 비극을 직접 겪게 된다.
 
보험업 종사자들이 이미 만났을 가능성이 높은 ‘블랙스완’은 세 가지이다. 첫째, 앞으로 국내 보험가입자는 급격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임여성 1명당 출산아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은 지난 2018년 기준으로 0.977명으로 집계됐다. 현재 인구가 유지되려면 합계출산율이 2를 약간 상회해야한다. 합계출산율은 부부가 만들어내는 합작품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보험가입 대상은 반토막 이하로 떨어진다.
 
둘째, 기존 보험 가입자들은 오래 살면서 보험금을 많이 타먹는다. 불과 십수 년 전만 해도 한국의 남성들은 술과 담배에 찌들어서 60대에 사망했다. 하지만 2018년 기준으로 여성 평균 기대수명은 85.7세, 남성 평균 기대수명은 79.7세이다. 그들은 이제 질기게 살아남아서 보험사들을 괴롭힐게다.
 
셋째, 깊어지는 초저금리시대에 보험사가 지금과 같은 투자전략을 유지하면서 현 시점의 자산운용수익률을 유지하기란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기준금리가 25bp(1bp는 0.01%포인트) 떨어지면 이미 판매된 고금리 약정 상품의 역마진은 심화된다. 나아가 자산운용수익률도 떨어져 2차 역마진까지 발생한다. 장기국고채 등에 투자한 자산운용수익률이 보험금으로 나가는 돈보다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글로벌 코로나19 경제위기 징후에 대비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5%p 전격 인하했다. 우리나라에서 0%대 기준금리는 사상처음이다. 0%대 금리라는 블랙스완의 출현이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여전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면, 추가금리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 마리 블랙스완을 잡는 해법은 하나이다. 보험사가 가입자들에게 받은 보험금을 최대한 잘 투자해 이익을 늘려야 한다. 그 이익금이 보험지급금보다 많아야 살아남는다. 들어오는 보험금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은 전제조건이다. 따라서 보험금을 투자해 돈을 불리는 데 전문성을 지닌 전영묵 대표의 기용은 시의적절한 인사이다. 하지만 그 앞에는 블랙스완이 헤엄치는 공포의 강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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