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방순 칼럼] 중국 전략전술의 뿌리인 ‘모략(謀略)’ 알아야 정찰풍선, 비밀경찰서, 공자학원의 실체가 보인다(4)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3.03.17 15:10 ㅣ 수정 : 2023.03.19 22:43

중국 전통의 모략 사상은 ‘초한전(超限戰)’ 이론으로 발전했으며, 한국도 초한전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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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북한학 박사)

 

[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오늘날 중국공산당은 자신들의 유구한 모략사상을 이어받아 ‘초한전(超限戰)’ 이론을 탄생시켰다. 초한전이란 ‘한계(限界)를 초월한 전쟁’이라는 의미이다. 전쟁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가의 모든 영역을 전쟁의 수단으로 삼아 평시에도 보이지 않는 침공을 계속한다는 개념이다. 

 

초한전 이론은 중국군 공군 대령 차오량(喬良), 왕샹수이(王湘穗)가 1999년에 공동 저술한 군사전략서 ‘초한전’에서 유래되었다. 현재는 군사 필독서 차원을 넘어 ‘중국몽(中國夢)’이라는 세계 패권 달성을 위한 실천 교본으로 격상되었다. 국내에서는 2021년에 번역본이 나왔고 2023년 2월 계명대학교 이지용 교수가 ‘중국의 초한전-새로운 전쟁의 도래’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처럼 우리는 최근에야 중국의 초한전에 관심을 기울이는 수준이다.   

 

초한전 일환으로 첨단 IT 과학기술 적용한 계책 창의적으로 계속 발전시켜

 

초한전을 수행하는 기구로는 중국공산당 직속의 통일전선공작부, 국무원 산하의 국가안전부, 인민해방군의 전략지원부대 등이다. 이 조직의 움직임들은 모두 은밀하고 잘 보이지도 않아, 그 의도와 행동 주체가 모호하다는 특징이 있으며, 활동 방식도 예상을 뛰어넘기 때문에 적시에 대응하기가 어렵다. 바로 중국의 전통적인 모략 사상의 모습이기도 하다. 

 

약 2,500여년 전 손자병법에는 오늘날 이러한 전법을 ‘이정합 이기승(以正合 以奇勝)’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풀이하면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립하고, 계책으로 승리한다’라는 뜻이다. 계책은 속임수를 포함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현재 중국은 첨단 IT 과학기술을 적용한 계책을 창의적으로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 

 

서구에서 제기한 중국의 대표적인 계책은 화웨이(華爲) 통신 장비에 의한 통신기록 유출 의혹이다. 중국의 짧은 영상 플랫폼 ‘틱톡(tiktok)’도 사용자의 정보 유출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산 대형 크레인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주요 항만의 물동량 이동 현황 파악이 가능해 중국이 크레인 본사인 상하이에서 평택항의 주한미군 군사장비 이동 현황을 파악하고 심지어 항만의 기능을 교란시킬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한국은 전략적 요충이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기 위해서는 한국을 한미동맹에서 이탈시켜 중화질서에 포함시켜야 한다. 이 경우 중국이 얻는 이점은 ① 미·중 패권 경쟁에서 미국의 동맹을 이탈시켜 자유민주주의 체제보다 공산당 통치방식이 우월함을 입증할 수 있다. ②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시켜 안보위협 감소는 물론 미국의 대중 포위망을 뚫을 수 있다. ③ 한미동맹이 흔들림에 따라 미·일동맹도 틈이 생길 수 있다. 

 

중국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은 2023년 3월 3연임을 확정하는 전인대회에서 중국몽 즉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다시 강조했다. 2012년 그가 집권한 이후부터 일관된 목표였다. 특히 최근에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추가해 2050년 전후에는 미국을 능가하겠다는 계획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을 중국에 우호적이고 협조적인 나라로 만드는 것이 대한반도 정책의 목표다. 즉 우리도 중국의 초한전 대상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중국과 국익 대립할 때 경제적 손실 감수하더라도 주권과 정체성 지켜야

우리 입장에서도 중국은 중요하다. 중국은 미국에 버금가는 세계 2대 강국으로 미국과 패권 경쟁을 하고 있어 중국을 제외하고 안보와 경제를 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과 어떻게 잘 지내야 하는가’하는 것이 국가 과제의 하나이다. 잘 지내면서도 우리의 국익이 손상돼선 안 된다. 여기서 국익이란 단순한 경제적 이익에 국한한 것이 아니며, 우리를 우리답게 하는 주권과 정체성의 문제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국은 우리의 주권 사항인 사드 배치를 문제 삼아 보복 차원에서 한한령(限韓令)을 발동했다. 문재인 정부는 한한령 해제를 위해 3불을 중국에 약속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경제적 이익을 바라고 주권을 양보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도 경제적 이익을 위해 주권과 정체성 일부를 양보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직면할 수 있다. 필자는 이 경우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주권과 정체성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호주는 중국의 ‘조용한 침공’에 맞서 주권과 정체성을 지킨 대표적 사례로 들 수 있다. 호주는 중국에 매수당한 정치인들이 남중국해 문제에 중국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는 등 국익에 반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2017년 ‘외국 간섭 방지법’을 제정해 친중 정치인을 제재했으며, 2018년에는 미국의 화웨이 장비 제재에 영국과 함께 제일 먼저 동참하는 등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대응해 나갔다. 이로 인한 중국의 경제적 보복으로 큰 타격을 받았으나 양보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이 호주에 부과한 석탄, 철광석 등에 대한 금수 조치로 인해 중국도 호주산을 대체하기 어려워 손실을 입었다. 게다가 호주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 기구인 쿼드(Quad)와 오커스(AUKUS)에 참여해 미국으로부터 핵잠수함 선단 창설을 약속받는 등 중국 안보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2022년 12월 중국은 호주와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고 금수 조치를 풀었다. 호주와 갈등이 중국의 경제와 안보에도 손해이기 때문이다. 호주가 승리한 것이다.

 

사드 배치로 촉발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에 우리도 반도체 수출 금지로 대응했다면 어땠을까? 중국 동북공정을 규탄했던 그때처럼 전 국민이 한목소리를 내면서 말이다. 현실은 특히 정치권이 사드 배치에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야당 국회의원 일부가 2016년 8월과 2017년 1월 중국을 방문해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 정부 관계자와 회담한 바 있다. 이 행보는 당시 정부 및 여당과 조율되지 않은 독자적인 활동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중 간 이슈인 개별 사안 국내법 적용하되 국제적 연대도 병행 대응해야 

 

이슈 1) 비밀경찰서는 폐쇄해야 한다. 중국의 해외비밀경찰서로 보도됐던 동방명주(東方明珠)라는 음식점과 이와 관련된 화조센터(華助中心) 등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가 처음 공개됐을 때, 서구는 비밀경찰서 활동이 국내 출입국관리법과 외교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 위반, 그리고 주권 침해 행위로 규정하고 폐쇄 조치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가 서구의 폐쇄조치와 다른 결과를 내놓는다면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이 손상됨은 물론이고 우리 국민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폐쇄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이슈 2) 공자학원은 대학 판단을 존중하되 중국공산당 선전 활동은 금지시켜야 한다. 공자학원이 대학에 주는 혜택이 크기 때문에 대학 판단이 우선 존중돼야 한다. 2020년 10월 충남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중국공산당의 체제 선전 무대를 우려하는 질의에 충남대 총장은 “비교적 순수하게 중국어와 문화적 안내를 하는 곳으로만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공자학원 책임자도 “공산당 선전기관이라는 건 근거 없는 주장”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렇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구가 공자학원을 퇴출시키는 이유 또한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 

 

이슈 3) 재한 외국인 지방선거 투표권 부여는 상호주의를 적용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영주(F-5)비자 취득 후 3년이 지난 18세 이상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한다. 지난해 기준 외국인 유권자 13만명 중 10만명 이상이 중국인으로 수도권과 경기도에 약 70% 이상 거주한다. 이 지역이 근소한 표차로 당락이 결정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중국인의 표심이 영향을 미치게 되며, 국내정치 개입을 초래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중국 거주 한국인에게 투표권이 부여되지 않는 상황에서 재한 중국인 투표권 부여는 형평성에 어긋난다.

 

이슈 4) 차이나타운은 모략과 초한전 의도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 우리나라에 차이나타운이 약 30개에 이른다고 한다. 여기에는 지방자치단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추진하다가 반대에 부딪혀 중단된 지역도 일부 포함돼 있다. 강원도 춘천-홍천 일대가 여론 때문에 추진이 중단됐고, 중국이 투자를 약속한 대표적 지역이 진도이다. 한-중 교류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면 문제가 없으나 모략과 초한전에 능한 중국의 의도를 고려해볼 때 앞서 언급한 지방선거 투표권 부여와 연계해서 검토해야 한다. 

 

중국의 모략과 초한전 능가하는 ‘한국형 전략적 사고’로 대응할 수 있어야 

 

중국인과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하고 중국과 교류하고 협력하는 것을 배척할 필요는 없다. 그들이 공자와 노자의 얼굴을 보이고 그런 마음으로 우리를 대할 때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도 공자와 노자의 심성을 갖고 있어 우리가 중국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도적의 얼굴, 즉 손자의 얼굴을 보일 경우 우리가 공자를 얘기하고 노자를 주고받는다면 너무 한가롭다. 

 

이때에는 중국의 모략과 초한전을 능가하는 ‘한국형 전략적 사고’로 대응해야 한다. 중국보다 더 모략적이고 초한전에 더욱 정통해서 중국의 예상을 뛰어넘는 계책을 준비하는 사고를 말한다. 필자는 이를 ‘부처님 손바닥 전략’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이 아무리 모략과 초한전으로 날고 기어도 우리는 중국의 속셈을 미리 파악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대응이 가능한 대책을 마련하고 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손자병법의 한 구절인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로 시리즈 연재의 대단원을 맺으려고 한다. 중국을 잘 알아야 함은 말할 것도 없고, 동시에 우리 자신도 잘 알아야 진정한 국익을 챙길 수 있다.

 

 


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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