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의 스토리텔링] 캐릭터 편(10) - '마린블루스' 바다생물들의 육지일기

정승원 기자 입력 : 2012.07.04 09:53 ㅣ 수정 : 2012.07.09 09:33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여드름투성이 청년 ‘성게’군과 새침데기 아가씨 ‘선인장’양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캐릭터는 인터넷 만화 ‘마린블루스’가 인기를 끈 가장 큰 비결 중 하나였습니다. [사진=와이쥬 크리에이티브 제공]


"성게 군, 오늘의 일기를 보여줘!"… 바다생물을 주인공으로 일상 이야기 그려

하루 생활을 담은 일기, 쓰고 계신가요? 어렸을 땐 학교 과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썼거나, 커서는 남 몰래 간직하고 싶은 나만의 생각을 기록하기 위해 여전히 쓰고 있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면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글이나 만화로 블로그 같은 곳에 공개하는 것이 유행이 됐습니다. 일종의 ‘만화일기’ 형태죠. 그 중 일부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마린블루스’의 주인공 ‘성게 군’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옆집 형 같은 성게 군의 일상 속에서 만나는 일상은 독자에게 공감과 재미를 동시에 안겨주었지요.

마린블루스는 ‘포항 사나이’ 정철연(1979~) 작가의 2001년 작품입니다. 당시 웹디자이너였던 연상의 여자 친구와 이별한 후 슬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만화 형태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무작정 상경한 서울에서 친구로부터 컴퓨터 그래픽을 배우며 쓰기 시작한 일기는 솔직한 감정 표현과 친근한 캐릭터로 이내 많은 독자를 모았습니다. 취미가 특기로, 특기가 다시 일로 정착한 아주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경우였지요.

작품명 ‘마린블루스’는 해석하자면 ‘바다의 블루스’란 뜻입니다. 포항 바닷가에서 어릴 때부터 친숙하게 봐온 성게·불가사리·주꾸미·거북이·문어 등이 주인공으로 구성된 데서 떠올린 재치 있는 제목이지요. 만화에서 성게 군은 정철연 작가의 분신(分身·하나의 주체에서 갈라져 나온 것)과도 같습니다. 만화의 시작이 성게 군과 여자친구 ‘선인장’ 양의 이별인 것도 그 때문입니다.

성게와 선인장. 이 둘은 현실에서 함께 살아가기 어려운 존재입니다. 한쪽은 바다, 한쪽은 흙이 삶의 터전이니까요. 둘 다 가시를 품고 있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는 점도 문제지요.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바다생물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작가 주변 친구와 회사 동료 이야기, 당시 화제가 된 사회현상 얘기가 고르게 담겨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선보이는 만화 일기의 가장 큰 매력은 웹사이트 방문자와의 상호 소통입니다. 마린블루스는 이후 만화책과 캐릭터 상품으로도 만들어져 사랑을 받았습니다. 정철연 작가는 여자 친구와 결혼 후 알콩달콩 신혼 얘기를 선보이다가 회사를 그만둔 후 현재는 마린블루스와 헤어진 상태입니다. 마린블루스의 저작권(著作權·창작물을 만든 사람이 행사하는 독점적 권리)은 작가의 예전 소속사 ‘킴스라이선싱’이 갖고 있죠.

정 작가는 2010년부터 ‘마조앤새디(blog.naver.com/majosady)’란 이름의 새로운 블로그를 열고 자신의 일상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성게 군에 이어 또 어떤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탄생하게 될지 기대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윤 주 대표 프로필>

문화기획자/문화칼럼리스트
와이쥬크리에이티브 대표

BEST 뉴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