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경영전략] LG구광모·롯데 신동빈·효성 조현준 등의 소비자주의 4가지 빛깔
재계 총수들의 소비자주의 4가지 빛깔

4차산업혁명과 미중 경제패권 대결 구도 속 생존전략의 화두로 ‘고객’ 주목돼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의 소비자주의 접근법은 달라
[뉴스투데이=이재영 기자] 국내의 대표적인 대기업 총수들은 2일 새해 경영전략과 관련해 다양한 화두를 던졌다. 그 중 4차산업혁명시대의 격변과 미중 간 경제패권 대결 구도가 맞물리는 복잡한 구도 속에서 생존과 발전을 위해 필요한 하나의 경영원칙이 제시됐다.
그 원칙은 ‘고객 가치’이다. 산업구조의 진화 속도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가치를 서비스하는 기업이야말로 100년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게 총수들의 엄중한 인식이었다.
특히 LG그룹 구광모, 롯데그룹 신동빈,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 그리고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등은 고객을 중심에 두는 다양한 전략적 구상을 제시해 주목된다.
①LG 구광모 회장, 고객 가치실현 위한 원론인 ‘소비자주의’ 제시=LG그룹의 수장으로 취임해서 첫 신년사를 낸 구광모 회장은 고객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의 기본적인 태도와 관련된 ‘원론’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구 회장은 2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신년 새해 모임’에서 ‘고객’이라는 단어를 30여 차례나 언급했다.
당초 구 회장은 ‘혁신적 기술력’에 방점을 둘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본인이 미국 로체스터 공과대학을 졸업한 공학도일 뿐만 아니라 여의도 LG트윈타워가 아니라 국내 최대의 융복합 연구단지인 LG사이언스파크에서 32년만에 첫 신년사를 발표한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화두는 ‘기술’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구 회장은 의표를 찔렀다. 그는 “진정한 고객의 가치를 변화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단언했다. 기술 자체는 무의미하고 고객과 결합할 때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구 회장은 진정한 고객 가치의 3가지 기준으로 ▲고객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감동▲남보다 앞서 주기 ▲한 두차례가 아닌 지속적 제공 등을 꼽았다.
단순히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수준에서 탈피해 고객의 욕구를 기업의 존립 목표로 삼는 '소비자주의(consumerism)'의 수준으로 진화하자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구 회장의 고객 감동은 기업이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소비자를 이용한다는 통념에서 벗어나 고객의 권리를 보호하고 증진한다는 발상의 전환을 할 때 가능해진다”면서 “아마도 구 회장은 후자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②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초저가 소비자를 위한 ‘패러다임 전환’ 선언=구 회장이 고객가치에 대한 ‘원론’을 제시했다면,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흥미로운 ‘각론’을 던졌다. 정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고객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중간은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면서 현대 소비자를 ‘스마트 컨슈머’로 규정했다.
스마트 컨슈머는 가격이 비싸도 문화적 취향을 만족시키는 프리미엄 제품 그리고 ‘가성비’가 갑인 초저가 상품이라는 양 극단 중의 하나만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이 양극단 중 한쪽에서 명확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중간적 상품들은 소비자에게 철저히 외면 받게 된다는 판단인 것이다.
신세계는 올해 ‘초저가 시장’을 집중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아마존이 ‘고객의 절약을 위해서 투자한다(We Invest To Save)’는 슬로건 아래 끊임없이 투자와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만들 스마트한 초저가는 오늘 내일 당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 여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쓱닷컴’을 중심으로 초저가 상품을 쏟아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이 강조한 ‘초저가 유통’은 단발성 기획을 지칭하지 않는다. 신세계 그룹 유통의 체질 자체를 변화시키는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할 것이라고 단언한 셈이다.
③롯데 신동빈 회장, ‘소확행’ 즐기는 1인가구 등 트렌드 주목=롯데그룹 신동빈 회장도 고객중심 경영의 방향을 제시했다. 신 회장은 신년사에서 인구구조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른 ‘고객의 재정의’를 주문했다. 신 회장은 “인구구조와 라이프스타일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주요 고객층과 특성 역시 변화하고 있다”면서 “변화를 면밀히 분석해 잠재 고객을 발굴해 달라”고 말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저출산-고령화’와 ‘1인 가구’의 급증,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의미하는 신조어) 등을 경영전략의 포인트로 삼은 것이라고 본다. 줄어드는 청년층, 경제력이 커진 중장년층, 오래 사는 노년층, 혼자 살면서 ‘소확행’을 즐기는 1인 가구의 욕망을 충족시켜 행복을 줄 수 있는 ‘롯데’가 되자는 요구인 것이다.
④효성 그룹 조현준 회장, 피터 드러커의 ‘고객론’ 을 생존 전략으로 =효성 그룹 조현준 회장은 ‘치열한 경쟁시대’에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분수령은 누가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느냐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글로벌 경기둔화와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해답은 고객에게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가 ‘비즈니스의 목적은 고객을 발굴하고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기업은 존재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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