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기업활력 코리아]⑨ 현대 GS 등 건설·주택...경기방어의 최후보루

이상호 전문기자 입력 : 2020.01.28 07:02 ㅣ 수정 : 2020.01.28 07:02

2020 기업활력 코리아⑨ 건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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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최우선 과제는 장기적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 민간, 기업 위주로 경제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상사이클로 되돌아 가는 것이다. 세수(稅收)로 경기를 부양하고 공공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대증(對症)요법, 땜질 처방일 뿐이다. 뉴스투데이는 2020년 신년기획으로 한국경제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기업의 활력을 되찾기 위한 정책 대전환 과제를 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최천욱기자] 건설업은 경기 파급효과가 가장 빠른 산업이다. 어느 지역에서 건설공사가 시작되면 일용직 노동자는 물론, 포크레인이나 덤프트럭 등 건설장비를 가진 하도급 업자에서부터 식당, 술집에 이르기까지 순식간에 돈이 퍼진다.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고용기여도 압도적이다. GDP 대비 건설업 비중은 1992년 23.4%로 정점에 도달했다가 점차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경제에서 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국 평균 16%로 여전히 높은 편이다.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건설업 종사자 수는 132만9000명이었다.

 

▲ 연초 잇달아 해외수주 낭보를 전하고 있는 현대건설 박동욱 사장(왼쪽)과 해외 스마트 주택시장을 공략 중인 GS건설 허윤홍 사장. [사진제공=현대건설, GS건설 / 그래픽=뉴스투데이]

▶경기침체에 각종 규제…건설업 5분기 연속 역성장

 

하지만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정부의 각종 규제로 국내 건설업은 전 산업 중 유일하게 5분기 연속 역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사자 수 역시 '나홀로 감소' 현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 주택건설업의 성장 기여도는 정부가 9·13 부동산 대책을 발표 이후인 2018년 4분기부터 2019년 3분기까지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해 3분기 GDP 성장률은 0.4%였는데 건설업이 -0.3%로 최저 기여도를 나타냈다. 산술적으로 건설업 기여도가 마이너스만 아니었어도 0.7% 성장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2000년대 들어 대형 건설사의 주요 시장인 해외건설의 수주액도 지난 2014년 660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018년 321억 달러로 반토막이 났고 지난해에는 200억 달러로 급감했다. 중동지역 수주부진의 원인 탓이다.

 

▲ [자료=국토교통부]

이런 와중에 최근 주택매매 가격은 서울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총 18차례에 걸친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집값은 못 잡고 경제 성장의 발목만 잡은 모양새다.

 

▶정부의 4분기 건설투자 확대가 지난해 2%성장 '일등공신'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간신히 정부 목표치(2%)에 턱걸이 할 수 있었던 것도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인 건설투자 확대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지난해 4분기 건설투자는 건물과 토목건설이 모두 늘면서 6.3% 증가했다.

 

건설업이 4분기에 살아난 것은 정부가 재정지출을 최대한 늘리면서 사회간접자본(SOC)을 비롯한 건설업에 돈이 몰렸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7일 긴급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건설투자 확대를 주문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민간 활력을 높이는 데 건설투자의 역할도 크다"며 "필요한 건설투자는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파란선은 GDP 성장률, 빨간선은 건설업, 연두선은 주거용건설업 GDP 기여도 [자료=한국은행]

이명박 정부 때의 대표적인 건설투자였던 4대강 사업 또한 경기부양이 첫 번째 목적이었다. 야당시절 정부의 각종 토목사업에 대해 '삽질'이라고 비판했던 현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건설투자에 대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선거의 해' SOC 예산 23조2000억…건설업에 훈풍불까?

 

올해 정부의 SOC 예산은 총선의 영향으로 지난해 보다 9000억 원 늘어난 23조2000억 원이다. 하지만 전체 건설투자 규모는 2018년 이후 3년 연속 감소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CERIK) 이홍일 연구위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20 건설경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건설투자는 지난해 대비 2.5% 감소하고 실질 건설투자액도 2015년(239.8조원) 이후 5년 내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건축투자에서 주거용 건축투자 부진으로 지난해에 비해 감소가 불가피하고, 토목투자는 SOC 예산 증가, 민자 토목사업 증가 등으로 다소간 상승할 전망이다.

 

결국 건설업의 불황국면은 올해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SOC 예산 및 투자계획이 증가함에도 불구, 투자에 반영되는 시차가 있는데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와 분양가 상한제, 각종 재건축 규제 등으로 주택중심 민간부문 건설투자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돈 되는 해외건설을 찾아라!…현대건설 카타르에서 잇단 '낭보'

 

전반적인 건설업의 부진 속에서 업계는 돈이 되는 스마트한 시장을 찾아 각자도생(各自圖生)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월 21일 부산 감천2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주하며 한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2조8322억 원을 기록, 국내 건설업체 최고액을 달성했다.

 

부산 감천2구역 재개발사업은 부산 사하구 감천동 일대를 지하 4층, 지상 36층, 21개 동, 2279가구 규모로 탈바꿈시키는 도시정비 사업이다. 지난해 현대건설은 서울 2건(대치동 구마을3 재개발, 등촌1구역 재건축), 수도권 4건(과천 주암장군마을 재개발, 인천 화수화평 재개발 등), 지방 4건(청주 사직3구역 재개발, 대구 신암9구역 재개발 등) 전국에서 총 10건의 사업을 수주해 독보적인 도시정비사업 실적을 기록했다.

 

중동 등 해외시장은 수십 년째 이어지는 한국 건설업계의 공략터다. 현대건설은 지난 14일 카타르 부동산 개발회사에서 발주한 총 6093억원 규모의 루사일 플라자 타워 PLOT3 공사를 낙찰 받았다. 지난 2일 새해 첫 해외수주 포문을 연 루사일 플라자 타워 PLOT4(6130억원) 공사를 합쳐 1조2000억원(10억 6000만달러) 규모의 초대형 건축 공사다.

 

▲ 현대건설이 올초 수주한 카타르 루사일타워 조감도. [사진제공=현대건설]

현대건설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 개최 예정인 루사일 지역에 현재 진행 중인 고속도로 건설에 이어 금번 대형 건축물 수주로 해당 지역에 대표 랜드마크를 조성하며 현지에서 위상을 높이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싱가포르 스포츠청이 발주한 2700억원 규모의 풍골 스포츠센터 시공사로 선정됐다.

 

현대건설은 1979년 쉐라톤 그랜드 도하 호텔 공사로 카타르에 첫 진출한 이후 라스라판 C IWPP 프로젝트, QAFCO 비료공장 5~6단계 공사, 하마드 메디컬 시티 2단계 공사, 루사일 고속도로 공사 등 총 22건, 94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현재 카타르 알 마하 유아청소년 의료센터, 카타르 알부스탄 도로공사 등 총 4개 현장에서 20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하고 있다.

 

▶GS건설, 해외에서 스마트한 주택사업 집중

 

GS건설은 폴란드 영국 미국 등 3개 모듈러주택 전문업체를 인수, 글로벌 주택건축 시장 공략에 포문을 열었다. 국내 주택 건설사가 해외 선진 모듈러 업체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GS그룹 4세인 허윤홍 사장이 지난해 12월 사장으로 승진, 경영 일선에 직접 나선 이후 신사업 확장에 앞장서고 있다. GS건설은 지난 21일 폴란드의 목조 모듈러주택 회사인 단우드 인수계약서에 서명했다. 앞서 허 사장은 지난 16일 영국의 철골 모듈러 전문회사인 엘리먼츠를 인수했다. 또 미국의 철골 모듈러 전문회사도 다음달 중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 GS건설은 유럽과 미국의 3대 모듈러주택 전문업체를 인수하는 등 글로벌 주택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허윤홍 사장(왼쪽)이 지난 20일 폴란드 단우드 본사에서 열린 인수 축하 행사에서 야첵 스비츠키 단우드 사장과 함께 인수를 마무리하는 서류에 서명 후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제공=GS건설]

단우드는 지난해 연간 매출 3500억원을 기록해 독일 모듈러주택 시장에서 매출 4위에 오른 강자다. 덴마크 감성을 가진 약 150가지 설계와 제조 공정의 자동화로 확보한 원가 경쟁력이 강점이다. 엘리먼츠는 영국 내 다수의 고층 모듈러 실적을 보유한 회사다.

 

지금까지 모듈러주택 시장은 건설인력 확보가 어렵고 임금이 비싸 선진국 위주로 형성돼 왔으나 최근 국내에서도 건설인력 고령화와 인력난 및 환경 요건 강화로 모듈러 시장이 커지고 있다. GS건설은 유럽 2개사와 미국 1개사 인수를 통해 해외 모듈러 시장을 선점, 미국과 유럽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허윤홍 사장은 "선진 모듈러 업체 인수로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GS건설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면서 "인수 업체 간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모듈러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제 또 규제…산업도 소비자도 죽이는 부동산 정책

 

계속해서 고강도 규제를 쏟아내고 있는 정부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은 서울 강남 등 수도권의 집값잡기라는 목표는 달성은 여의치 않고, 건설 부동산업의 발목을 잡아 경기침체를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연구기관들은 정부의 집값잡기 성과를 회의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법무법인 화우는 지난달 3일 '최근 부동산 규제정책의 동향과 법적 이슈'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분양보증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정부가 시행, 추진중인 부동산 규제정책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서울의 주택가격이 12·16 대책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서울진입 대기수요와 누적된 공급부족, 학군수요, 유동성 등으로 매매가가 1.2%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정부의 대출, 조세규제로 주택거래와 주거이동의 어려움이 지속될 뿐 아파트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오르면 공급을 늘리거나 대체제를 만드는 등 시장원리가 아니라 규제에만 의존하는 한계 때문에 집값 안정이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단기적으로는 강력한 규제로 안정될 수 있지만 공급 대책에 아쉬움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와함께 수도권과 달리, 지방의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양극화 현상도 우려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방은 거시경제가 워낙 나쁘다"면서 "일자리가 부족해 침체 분위기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현 상황에서 정부가 취해야 할 액션은 규제가 아닌 안정적 공급 확대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청약규제 때문에 30대의 젊은층이 시장으로 몰려들며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며 "수도권 30만 가구 대책을 빨리 공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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