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제 기자 입력 : 2025.01.05 07:00 ㅣ 수정 : 2025.01.05 07:00
콘크리트 둔덕 로컬라이저, 피해 키운 주원인으로 지목 국제 기준 미달 국내 공항 안전구역, 전면 재검토 요구 유가족 보상 절차 본격화, 신속성과 공정성 확보 필요
소방대원들이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폭발사고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최현제 기자] 무안공항 사고로 드러난 항공 안전의 허점과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설치 논란, 여기에 유가족 보상 절차의 신속성과 공정성이 겹쳐 항공업계 근본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사고가 국내 항공 안전과 관련된 여러 문제를 드러내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항공기 착륙 유도를 위한 로컬라이저 설치 방식과 안전 기준이 사고 피해를 키운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로 설치된 로컬라이저는 충돌할 때 피해를 완화하지 못해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국제 기준에 못 미치는 국내 공항의 설치 규정과 안전구역 설정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제주항공의 사고 보상 절차도 본격적으로 진행되며 보상에 따른 후폭풍도 무시할 수 없다.
■국내 공항들의 로컬라이저 설치 현황
대구국제공항에 설치된 로컬라이저 [사진 = 연합뉴스]
국내 28개 공항 중 시민들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민간 항공 공항은 총 15개다. 이 공항들은 국제선과 국내선을 운영하거나 일부는 국내선만 운영한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기 착륙을 유도하는 로컬라이저가 무안공항을 비롯해 여수공항, 광주공항, 포항경주공항 등에서도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로 설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안공항은 2m 높이 콘크리트 둔덕 위에 로컬라이저가 설치돼 있어 사고 피해에 직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수공항은 콘크리트 구조물이 매립된 4m 높이의 둔덕 위에 로컬라이저가 설치돼 있으며 장치 자체 높이까지 합치면 총 6m에 이른다. 여수공항은 활주로가 부메랑 형태로 굽어 있어 조종사들이 이착륙 시 활주로 전체를 한 눈에 보기 어렵다.
광주공항 역시 1.5m 높이의 둔덕 위에 설치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포항경주공항은 콘크리트와 성토 등으로 조성된 2m 높이의 구조물 위에 로컬라이저가 세워져 있다.
국내외 항공 전문가들은 콘크리트 구조물이 항공기 충돌 시 피해를 완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비상 상황에서 로컬라이저가 쉽게 파손되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김해국제공항은 2m 높이 금속 재질로 로컬라이저를 구성해 충돌할 때 쉽게 부러질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제주국제공항 역시 H빔 철제 구조물 위에 로컬라이저를 설치해 비행기가 충돌 시 구조물을 밀고 나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무안공항 사고와 관련해 로컬라이저가 종단안전구역(RESA) 밖에 설치돼 있으며 관련 규정을 준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활주로 끝 안전구역을 최소 90m, 권고 240m로 규정해 국내 일부 공항의 설치 기준은 국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포항경주공항(92m), 사천공항(122m), 울산공항(200m)의 종단안전구역 길이는 ICAO 권고 기준인 240m에 못 미친다.
이근형 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로컬라이저를 지탱하는 둔덕의 높이가 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며 "향후 로컬라이저와 같은 시설물을 설치할 때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기존 규정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사고 보상 절차 본격화, 유가족 지원 강화 방안은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이 30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관련 3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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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은 최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보상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해당 항공기는 약 10억 달러(한화 약 1조 4720억 원)의 배상 책임 보험에 가입돼 있으며, 이를 통해 유가족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보상금은 국제 항공운송에 관한 몬트리올 협약 및 국내법에 따라 산정된다. 기본적으로 승객 1인당 약 2억 3000만원의 보상 한도가 설정돼 있으며 항공사 과실이 입증되면 추가 보상이 가능하다. 현재까지 제주항공 과실이 명확히 입증됐다는 공식 발표는 없다.
피해자의 나이, 직업, 기대 소득 등에 따라 보상금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법 제2절 여객운송에 따르면 항공사는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약 2억 1700만 원까지 배상해야 하며 이는 무과실 책임으로 지급되는 배상금이다.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3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유족들과 장례비와 조의금 지원 방안을 협의했다”며 “개별적으로 지급 절차와 방식을 안내해 신속한 지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경훈 본부장은 이어 “개별 지급 규모에 대한 문의가 많지만 현재로서는 개별 보험금과 지원 금액 등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협의된 사항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피해자가 개인적으로 가입한 여행자보험이나 생명보험이 있으면 항공사 보상과 별도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이는 추가적인 보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피해자나 유가족들이 자신이 가입한 보험의 보장 범위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항공사고 보상 절차는 복잡하고 다양한 법적 기준이 적용돼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전문적인 법률 자문을 구해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받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보상 절차의 신속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항공업계의 체계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