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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그룹, '소유와 경영 분리' 시험대…재계 성공 사례로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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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호 기자
입력 : 2025.03.27 03:10 ㅣ 수정 : 2025.03.27 03:10

경영권 분쟁 종지부...제약업계 귀추 주목
송영숙 회장,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직 사임
감시‧지원 기능 강화된 머크식 지배구조 적용
'소유와 경영 분리' 성공 가능성에 업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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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 그래픽=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한미그룹이 선진 지배구조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오너 일가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감시와 지원 역할을 담당하고 전문 경영인이 한미그룹을 이끄는 방식이다. 

 

국내 제약 업계는 대부분 소유와 경영이 일치돼 있다. 한미그룹도 불과 얼마 전까지 경영권 분쟁이라는 혼란을 겪었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은 “더 이상 경영권 분쟁은 없으며 한국의 기업환경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선진적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한미사이언스는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김재교 전 메리츠증권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송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와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한미사이언스는 이사회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심병화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를 사내이사로 영입했다. 오너 일가 대표로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이 사내이사가 됐다. 사외이사로는 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와 김영훈 전 서울고법 판사, 신용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가 각각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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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송 회장이 추진하는 선진적 전문 경영인 체제는 다국적 제약사 ‘머크’의 지배구조 형태를 롤모델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말, 한미약품그룹은 전문 경영인체제를 강화하며 한미약품의 독자 경영을 선언했다. 이때 아들들의 반발이 있었고 송 회장은 '머크식 선진 지배구조 도입'을 언급한 바 있다.   

 

머크식 지배구조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 경영매거진에 잘 정리돼 있다. 내용을 요약하면 머크는 일반적인 가족 기업과 달리 이사회의 역할이 크다. 모든 의사 결정도 이사회를 통해 이루어진다. 

 

머크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외부인의 개입이 없는 가족 기업이었으나, 직원들의 헌신을 통해 전쟁 중에도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오너 일가는 이에 감동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노력을 시도했다. 그 결과 지난 1995년 기업공개(IPO) 이후 오너일가의 지분 70%는 분산 소요, 30%는 자금 조달을 위해 공개 매각했다. 

 

머크는 가족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 가족 보유 주식의 3자 매각을 금지했다. 가족 구성원들이 재단을 설립해 이사회에서 소유권을 행사하게 했다. 재단 이사회는 가족 주주 대표자가 의장이 되고 나머지 이사회 구성원은 가족과 사외이사 등으로 구성했다.  

 

경영은 현장 전문가가 맡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경영에 대한 감독을 이사회와 오너 일가의 직접적 영향과 통제를 받도록 하는 머크만의 구조를 만들었다. 또 최고 경영자가 은퇴해도 5년까지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게 했다. 전문 경영인들이 성과를 내기 위해 단기간에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머크식 지배구조의 핵심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 오너 일가의 감시기능 강화다. 한미그룹이 이를 받아들여 성공한다면 국내 제약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또 오너일가의 영향력이 큰 국내 기업 문화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송 회장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고 ‘인사 글’을 통해 “대주주는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이들을 물심양면 지원하고 관리 감독하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 나갈 것”이라며 머크식 지배구조 정착의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한미그룹 계열사 등에는 오너일가가 등기이사로 등록돼 있다. 또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이 합산 8%에 육박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의사 결정에 있어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는 송 회장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이동한 민생연대 전문위원(경제학박사)은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지배주주의 경영이 분리되고 소액주주의 주권 행사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머크식 지배구조가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나라는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않고 소액주주의 주권 행사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의 소유와 경영 분리는 정착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junghochoi5591@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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