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혁명 (49)] 롯데 신동빈 회장의 ‘직무급제’ 도입…AI 시대의 '혁신'인가, '차별'인가
신동빈 회장, "비즈니스 창출, 비용 절감 등 나오도록 AI 내재화에 집중하자"

[뉴스투데이=이가민 기자] 롯데그룹(회장 신동빈)이 국내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전 계열사에 ‘직무급제’ 전면 도입을 공식화했다. 기존의 연공서열 중심 임금체계를 버리고, 직무의 가치와 난이도, 전문성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는 구조로의 대전환이다. 직무급제는 일부 계열사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돼 왔으며, 올해부터 롯데백화점, 롯데웰푸드 등으로 본격 확대된다.
■ 롯데가 추진하는 '직무급제'=직무를 40개로 세분화하고 5등급으로 나눠 보상
이번 개편은 연구개발, 사무직, 생산관리, 판매직 등 수만 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하며, 일반 생산직은 제외한다. 직무를 40여 개로 세분화한 뒤 5등급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1등급과 5등급의 기본급 격차가 20% 이상 나도록 설계할 예정이다.
롯데는 직무급제 전환에 따른 급여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연봉은 유지하면서 상위 등급 직군에는 추가 보상을 더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시행한다.
내부 반응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어떤 직무를 더 높은 가치로 평가할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직무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취급된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덜 중요한 업무'를 구별하는 행위 자체가 차별이라는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
직무급제의 도입은 직원들 사이에 갈등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사기 저하와 조직 내 결속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롯데가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직무급제를 도입하려면 노동조합과의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노조가 단순하게 '차별'이라면서 반대하기에는 '혁신성'이 크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신동빈 회장의 성과중심 인사철학, AI시대 혁신으로 진화 중
롯데가 민감한 인사 제도 개편에 나선 것은 단순한 보상 체계 변경을 넘어, 그룹 전체의 체질 개선과 위기 돌파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유통과 화학 등 주력 사업의 부진, 실적 악화, 유동성 위기설 등 대내외적 경영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롯데는 기존의 연공서열 중심 조직 문화로는 더 이상 한계를 넘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몇 년간 ‘성과 중심’ 인사 철학을 강조해 왔다. 이번 직무급제 도입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나이나 근속이 아닌 직무의 가치와 기여도를 기준으로 보상하는 체계로 전환함으로써, 조직 내 긴장감을 불어넣고 핵심 인재에게는 더 강한 동기 부여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발맞춰 더욱 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를 반영한 변화다.
그러나 직무급제 도입은 변화의 크기만큼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일부 직무에 대한 과도한 보상이 공정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노조와의 협의가 중요한 상황이다. 또, 기존의 연공서열 중심 문화에서 벗어나려는 변화가 내부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신동빈 회장은 2025년 신년사에서 “불필요한 업무나 효율성을 저해하는 사항들이 없는지 돌아보고, 선도적 지위 회복을 위한 기반 조성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하며, 그룹의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 이를 통해 신 회장은 직무급제와 같은 변화가 단기적인 갈등을 초래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롯데가 직면한 위기를 돌파하고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필수적인 과정임을 강조한 것이다.
신 회장은 “비즈니스 모델 창출과 비용 절감 등 유의미한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AI 내재화에 집중하자”고 말했다. 이러한 비전은 롯데가 직면한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으로 보인다.
■ 직무급제 도입, AI 시대의 직무재설계를 정조준해
AI와 자동화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라, 기업들은 기존 직무 구조를 재설계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롯데는 직무급제를 도입하며 각 부서의 직무를 세분화하고, 이를 직무의 가치와 기여도에 맞춰 평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보상 체계의 조정이 아니라, 조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전환으로 볼 수 있다.
데이터 분석, AI 시스템 관리 등 고급 기술을 요구하는 직무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이에 적합한 인재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롯데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술적 역할을 수행할 인재들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이를 적절히 보상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각 부서의 성과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직무급제 도입은 AI 시대에 맞춘 위기 극복의 방안으로 선택받았지만, 이 과정에서 내부 체계의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변화가 조직 혁신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다른 갈등을 초래할지는 향후 롯데의 지속적인 관리와 조정 능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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