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제작환경 개선 토론회]① 방송제작 노동자들을 괴롭게 하는 3가지 장벽

이안나 입력 : 2017.09.20 17:27 ㅣ 수정 : 2017.09.22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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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메라 뒤에 사람이 있다' 드라마제작현장의 노동실태 개선 국회토론회 현장 [사진=이안나 기자]



(뉴스투데이=이안나 기자)

드라마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선 근로기준법 제 59조 폐지와 프리랜서를 위한 사회안전망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드라마 제작 노동자들이 장시간.고강도 노동으로 인해 삶이 피폐해지면서도 현행법에 위반되지 않아 손쓸 수 없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드라마 제작현장의 노동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국회토론회가 20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국회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한정애 의원이 주최하고, 'tvN 사망사건 대책위' 방송제작환경개선 연구모임 주관으로 열렸다.

지난해 10월 26일 사망한 tvN '혼술남녀' 故이한빛PD의 사건해결을 위해 결성된 tvN 신입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에 함께 해온 단체들은 지난 6월부터 방송제작환경 개선을 위한 연구모임을 구성, 관련 조사활동을 진행해온 바 있다.

故이한빛 PD사건 이후 CJ E&M측은 "방송제작환경 개선을 위해 힘쓰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장 종사자들은 "여전하다"는 분위기다.

‘tvN 사망사건 대책위’에 따르면 방송업계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9.18시간 일하며 평균 휴일 주 0.9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휴게시간, 수면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현장에선 군대식 문화와 언어폭력이 관행화됐다.

특히 고강도 장시간, 저임금 노동이 자리 잡은 데는 외주제작 형태가 크게 기여했다. 드라마 제작의 80~90% 이상은 외부 노동자들일 정도로 실질적인 제작인력은 외주제작사가 구성한다.

발제자로 참여한 공익인권변호사 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김동현 변호사는 “하루도 쉬지 않고 50일을 일하거나 수면을 취하지 않고 2박 3일 계속 촬영하는 반인권적인 노동관행이 현행법적으론 불법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 근거는 특례제도와 고용형태 때문이다.

근로시간 무한정 합법화하는 ‘근로기준법 59조’는 반인권적인 조항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노동자는 1주간 휴식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1일 근로시간은 휴식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원칙적으로 근로시간 규제제도는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된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제 59조’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를 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하거나 휴게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이 조항은 만들어진 지 51년째 한 번도 재검토 없이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근로기준법 59조는 드라마 제작환경에서 과중한 업무를 합법화 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김동현 변호사는 “근로기준법 제59조로 인한 부당한 노동은 방송 뿐 아니라 특례업종 26개 모두에 해당하는 문제”라며 “전체 근로자의 38%가 특례업종에 속하는데 더 이상 특수하지 않은 일반 업종”이라고 전했다.

이어 “장시간 노동을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59조 자체는 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협하므로 그 자체로 위법한 제도”라고 언급했다. 노동이 연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경우엔 교대제나 시차제 도입 혹은 인력 조정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것이지 개별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연장하는 방안으론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방송사업의 공익성과 방송의 공공재적 성격을 고려한다 해도, 뉴스나 언론 보도와 드라마 제작이 동일한 공익 목적 수행사업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드라마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 목적 달성이 노동자의 인권보다 우위에 있는지 우선 입증되어야 한다.


프리랜서인듯 프리랜서 아닌 드라마 제작 노동자들 ‘사회안전망’ 필요

드라마 제작 스태프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불법이 아닌 이유는 고용형태에도 있다. 방송 제작 스태프의 다수는 프리랜서로 계약을 체결한다. 최근엔 동일한 업무를 하면서도 정규직에서 프리랜서 형태로 전환되는 등 프리랜서 계약은 방송연예산업에서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고용형태다.

종사자들이 프리랜서를 선택하는 이유는 자발적인 경우도 있지만 안정적인 고용형태를 원하면서도 사업자, 팀장이 프리랜서 계약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환경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자 등이 프리랜서 계약을 선호하는 이유는 근로계약을 맺을 경우 사용자로서 부담해야 할 법적 책임을 피하고 고용형태를 유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스로 근무시간을 정하는 통상적인 프리랜서와 드라마 제작 환경 안의 프리랜서들은 상황이 다르다. 이들은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없으며, 사용자의 지시감독 하에 놓여있다. 실상 이들은 노동자처럼 일하면서도 자영업자로 취급돼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가깝다.

영화산업 노동조합 안병호 위원장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버틸 수 있지 않냐’는 인식이 유독 영화나 드라마 현장에서 팽배한 것 같다”며 “모든 직업은 다 본인이 선택하는 것인데 ‘특수하다’는 것은 어디서부터 기인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예술인 복지법’도 적용 안되는 방송 스태프들… 별도 법안 마련돼야

김동현 변호사는 “방송제작 스태프라는 업종에 특성에 초점 맞춘 특화된 제도의 마련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예술인복지법에서는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른 문화예술을 하는 사람에 대해 보험, 재정적 지원 기타 각종 복지사업을 규정하고 있다. 일부 방송제작 스태프의 경우 예술인복지법의 지원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실제 보호가 필요한 직군들은 제외되고 있다.

‘예술인’으로 증명되기 위해선 창조적 활동이 들어가야 하는데 제작 스태프들의 분업화된 업무 특성상 그렇지 않은 경우가 다수다.

드라마에 유입되는 스태프들의 공통적인 부분은 ‘꿈’을 좇는 경우가 많다. 스태프들의 임금과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에게 흥미있는 일이니 지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열정노동’’이 합리화 될 수는 없다. 화려한 조명 뒤에 감춰진 방송업계 노동자들의 현실은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다. 

故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씨는 “청년들이, 방송 노동자 화면 뒤에 있는 노동자들이 희망 갖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갔음 한다”며 “CJ E&M측과 협의 과정 중 위로금을 받으며 기금을 부탁했다”며 “상암동에 방송노동자들 쉴 수 있는 센터를 만들도록 상당기금의 출연을 약속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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