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가계부채 1200조원 첫 돌파 ③ 패자부활전이 없는 사회, 막장으로 몰리는 “다중채무자들”

정승원 기자 입력 : 2016.02.25 11:31 ㅣ 수정 : 2016.02.2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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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침체로 빚더미에 몰리는 다중채무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결국에는 개인회생이나 파산등으로 이어져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미지출처=날리지왓튼유펜에듀]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가계부채가 지난해 말 사상 처음으로 12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중채무자들은 저금리와 상관없이 법정최고금리인 34.9%(법개정으로 이제는 27.9%로 바뀜)에 달하는 고금리에 시달리는 사례가 많아 개인회생이나 파산 등으로 이어질 공산이 높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다중채무자 353만명, 한계가구 158만가구

다중채무자란 3곳 이상의 여러 금융기관에 빚을 진 사람들을 말한다. 한국은행은 24일 2015년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을 발표하면서 금융취약층으로 분류되는 다중채무자가 353만명(2015년 11월말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아 금융순자산이 마이너스 상태이고,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중이 40%를 넘는 '한계가구'는 158만 가구로 추산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블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이 24일 발표한 자료도 이를 뒷받침한다. 오 의원은 지난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다중채무자는 전체 채무자의 19.7%에 달한다고 밝혔다. 오 의원은 “다중채무자의 빚은 전체 가계 채무(1207조원)의 29%이고 1인당 평균 채무액은 1억460만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다중채무자 지난 2년 동안 27만명 증가→ 중간계층 몰락 분석

실제로 나이스신용평가정보가 각 금융기관의 채무 정보를 종합한 통계를 보면 다중채무자는 2012년 말 331만명이었던 것이 2013년에 국민행복기금을 비롯한 정부 지원 등의 영향으로 326만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2014년 말 336만명으로 다시 늘더니 2015년말에는 353만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중채무자는 2014년에는 월평균 8300명 정도 늘었고 작년에는 월평균 증가 폭이 1만5000명으로 2배가량 불어났다. 작년 한 해에만 다중채무자가 17만명 가량 증가한 셈이다.

무엇보다 중간계층의 급격한 몰락이 우려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나이스신용평가정보 자료를 토대로 100만명의 '가계 대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한 결과, 중간 신용등급에 해당하는 4∼6등급 가운데 다중채무자 비율은 작년 9월말 28.1%로 2014년 말(26.6%)보다 1.5% 포인트 상승했다. 2012년 말 22.6%와 비교하면 3년 사이 5.5% 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오제세 의원은 “저신용자보다 중신용자 계층에서 다중채무자로 전락한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 특히 우려된다”면서 "중간계층의 몰락은 한국경제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은행→저축은행→대부업’ 전전하며 빚 돌려막기 끝에 개인회생 혹은 파산신청

다중채무자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들이 기존 빚을 갚으려고 다른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돌려막기'를 하다가 결국에는 빚더미에 몰려 개인회생 혹은 파산을 신청하는 사례가 늘기 때문이다.

금융기관 연체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연체자의 정식 명칭은 금융채무불이행자다. 과거엔 신용불량자로 불렸다. 금융권에서 빌린 돈을 3개월 이상 연체해 연체자로 등록된 인원이 작년 말 기준으로 102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연체가 시작되면서 추심업체들로부터 빚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10여 년 전 연대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빚독촉과 빚추심에 시달리면서 "피눈물을 삼키고 살았다"고 했다.

책 ‘빚 권하는 사회, 빚 못 갚을 권리’의 저자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한국의 금융제도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채무자를 끊임없이 궁지에 모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제 대표는 “법률적으로 급여 압류는 소득이 150만원이 넘을 때만 할 수 있지만 통장 압류는 미리 통장 압류 금지조치를 해놓지 않은 이상 얼마든지 가능하다”면서 “급여가 입금되는 통장을 압류해버림으로써 급여가 입금돼도 찾을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다중채무자들은 처음에는 은행(제1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다가 대출한도가 차면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제2금융권)로 옮겼다가 이마저 여의치 않으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곤 한다. 하지만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들은 대부분 법정최고금리 수준에서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빚이 빚을 낳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결국 이들이 택할 수 있는 것은 개인회생이나 파산 같은 면책절차를 밟는 길이다. 이 과정에서 이들의 채권이 여기저기로 팔려나가면서 이자가 급속히 불어나거나 채권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어 채무의 규모조차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정부는 2014년초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을 내놓으면서 가계 부채 비율을 5%포인트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의 약속과는 달리 가계 빚은 더욱 빠르게 늘었다. 가계부채 규모도 문제지만 그 과정에서 다중채무자들이 늘고 있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소득층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금리 상승과 소득 감소 충격이 겹칠 경우 채무불이행자가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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