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 “흔들리는 하나의 유럽” 브렉시트 논란에 유럽국 동요

정승원 기자 입력 : 2016.02.26 10:21 ㅣ 수정 : 2016.02.2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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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은 오는 6월23일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이미지출처=아토즈포렉스닷컴]


(뉴스투데이=정진용 기자) 영국발 유럽연합(EU) 탈퇴 움직임에 유럽이 흔들리고 있다. 영국 하나만으로도 벅찬데 덴마크와 체코의 탈퇴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유럽’이라는 기치로 1993년 출범한 EU는 23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IMF(국제통화기금)는 영국의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세계경제는 재앙에 빠질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EU에 남을 것인지, 아니면 떠날 것인지를 결정할 영국의 국민투표는 오는 6월23일(현지시간) 실시된다.


영국내 찬반여론 팽팽속 IMF “현실화되면 세계적 대재앙될 것” 경고

브렉시트(Brexit)는 영국(Britain)과 탈출(Exit)의 합성어다. 영국의 EU 탈퇴를 뜻하는 신조어다. 과거 그리스의 EU 탈퇴를 의미하는 그렉시트(Grexit)와 동일한 의미다. 현재 영국내 브렉시트 여론은 팽팽하다. 지난달만 해도 탈퇴를 지지하는 여론이 우세했으나 계속된 우려와 경고에 영향을 받은 듯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양측의 비율이 대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자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조사업체 유고브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응답자가 38%, EU 잔류를 지지하는 응답자가 37%였다.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거나 6월 23일 국민투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응답자는 25%였다. 투표참여의사를 밝힌 응답자만 놓고 보면 EU 탈퇴 지지자는 51%, 잔류 지지자는 49%로 팽팽하다.

영국의 EU 탈퇴는 수년전부터 제기돼온 이슈였다. 금융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영국은 줄곧 EU의 금융감독 규제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혀왔다. 특히 EU에 편입된 이후 공장은 노동력이 풍부한 다른 국가로 이전하고 주변국 이주민들은 영국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실업률이 높아졌다. 자연스럽게 국민들의 불만이 커진 것이다.

2012년 EU가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처음 제기된 브렉시트는 이후 분담금 문제, 이민자 문제 등이 겹쳐 영국내에서 꾸준히 논란이 되자 집권 보수당은 아예 브렉시트에 대한 국민투표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지난해 5월 총선에서 국민들은 보수당의 손을 들어줬다.

브렉시트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데이비드 카메론 총리는 기존의 입장과 달리 영국의 EU잔류를 국민에게 호소하고 있다. 카메론 총리가 내세우는 논리는 EU 회원국으로서 누릴 경제적 이점 외에도 국가안보와 직결된 중요한 문제라는 것. 실제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영국 파운드화는 24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1파운드당 1.3912달러로 7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25일(현지시간) 미국의 경제 방송인 CNN 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후폭풍이 간단치 않을 것"이라면서 "영국이 끝내 브렉시트를 단행하면 세계 경제에 재앙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브렉시트 움직임에 체코, 네덜란드, 덴마크도 “영국이 탈퇴한다면 우리도…”

문제는 영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까지 동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처럼 아직 구체적인 액션에 돌입한 것은 아니지만 EU내에서는 네덜란드, 덴마크, 체코의 탈퇴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이유가 있다. 덴마크는 영국과 마찬가지로 유로존에 편입되지 않은 국가로 자체화폐를 쓰고 있다. EU에 대해서도 국내여론이 부정적이다. 체코 역시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체코 총리가 최근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체코에서도 수년 뒤 EU를 떠나는 문제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 ‘첵시트’ 가능성을 내비쳤다.

AFP통신은 "지난해 10월 스템통신 여론 조사에서 체코 국민의 5분의 3이 체코의 EU 잔류에 불만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에서도 지난 22일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53%가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 실시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지금 당장 국민투표가 실시된다면"이라는 질문에 44%는 잔류를, 43%는 탈퇴를 선택하겠다고 응답했다고 영국 가디언지가 보도했다.

일각에선 이들 국가들이 EU 탈퇴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 것은 ‘탈퇴 카드’로 협박(?)하면 어떤 형태로든 이득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EU는 브렉시트로 협박하는 영국에 많은 양보를 했다.

실제 EU는 영국을 달래기 위해 ▲ 이주민에 대한 복지혜택 7년 유예 ▲ EU의회 제정법률에 대한 개별국 의회의 거부인정 ▲ EU조약의 ‘더욱 통합된 공동체’에서 영국은 예외로 인정 ▲ 영국의 파운드화 사용 계속 인정 등 영국측의 요구를 모두 수용했다. 철저하게 영국의 편에 서서 요구안을 받아들인 셈이다.

양보안이 알려지자 협상을 주도한 독일, 프랑스를 제외한 많은 국가들의 입이 튀어나왔다. 일부 국가의 언론들은 사설을 통해 “영국은 EU 규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떠나라”고 노골적인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유럽은 경제문제 외에도 최근 난민 수용여부를 놓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난민문제에 관대한 태도를 보였던 서유럽 국가들조차 값싼 이민자 인력으로 실업률이 높아졌다고 불만을 제기해 왔고, 지난해 벌어진 파리 참사의 테러범과 올 초 독일 쾰른 집단 성폭력 사건의 범인으로 난민들이 지목되면서 유럽 내 반 난민·이민자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브렉시트가 현실화하고 다른 국가들까지 동조한다면 ‘하나의 유럽’은 역사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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