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경제산책] 이민자 배우자를 둔 트럼프의 배신...출생시민권 폐지논란

정승원 입력 : 2018.11.04 12:17 ㅣ 수정 : 2018.11.04 12:17

미국 트럼프, 출생시민권 폐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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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리니아 트럼프 영부인은 슬로베니아 출신이다. 지난해 11월 방한 당시 모습. ⓒ연합뉴스


독일 이민자 후손 트럼프, 중간선거 앞두고 출생시민권 폐지공약 논란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중간선거(11월6일)을 앞두고 출생시민권 제도를 행정명령으로 페지하겠다고 밝혀 선거기간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출생시민권이란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없는 사람이 미국 땅에서 낳은 아기에게도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폐지하면 미국내에서 한해 출생하는 신생아(약 400만명) 중 6%에 해당하는 25만명 정도가 시민권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민자 후손 트럼프의 이율배반= 미국은 아메리칸 원주민들을 쫓아내고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상 역시 독일에서온 이민자다.

트럼프 대통령의 할아버지 프리드리히(미국이름 프레데릭)는 독일 남서부 칼슈타트 출신으로 16세 때인 1885년 미국으로 건너왔다. 독일에서 포도농장을 했던 그는 미국에서는 자영업으로 돈을 벌었다.

미국으로 처음 건너올 때만 해도 드룸프(Drumpf)란 성을 썼던 프리드리히는 곧바로 트럼프(Trump)란 성으로 이름을 바꿨다.

▲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두번째) 대통령의 가족사진. 가운데가 부모이고 좌우는 큰형(로버트)와 동생(매리안)이다. ⓒ트럼프 캠페인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역시 동유럽 이민자 출신이다. 그녀는 1970년 슬로베니아(옛 유고슬라비아 연방공화국) 남동부 노보 메스토에서 태어나 1995년 파리와 밀라노에서 모델생활을 하다 트럼프의 친구이자 모델 매니지먼트 대표인 파올로 잠폴리 권유로 1996년 미국으로 건너왔다.

이후 1998년 트럼프와 만나 사귀다 2005년 1월22일 결혼을 했고 그 이듬해 아들 배런 트럼프를 낳았다.

그녀는 트럼프가 2016년 대통령에 당선되며 미국 역사상 두번째(첫번째는 존 퀸시 애덤스 전 대통령의 영국 출신 부인 루이자 애덤스) 외국계 영부인이자 첫 공산권 출신 영부인이 됐다.

▶IT업계는 온통 이민자 출신=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자 박해는 IT업계에도 큰 파문을 던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의 IT업계를 이끌었거나 이끌고 있는 사람들은 이민자 출신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창업자는 모두 이민자 출신을 부모로 두었거나 본인이 이민자 출신이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잡스의 생부 압둘파타 존 잔달리는 시리아 태생이다. 시리아에서 태어나고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압둘파타는 대학 진학을 하면서 미국으로 유학을 했고 미국 위스콘신 대학 정치학과 재학 중에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 다니던 조앤 캐럴 심슨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둘은 1954년 함께 시리아를 방문했을 때 그곳에서 스티브잡스를 가졌다.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은 러시아 출신이고, 구글의 제프 베조스는 쿠바 출신이다. 페이스북 공동 설립자 왈도 세브린은 브라질 태생이다.

전기자동차회사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공부했고 미국으로 건너와 회사를 세웠다.

CNBC가 최근 메리 미커 KPCB 벤처투자사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기업가치 3조 달러가 넘는 IT기업의 창업자 절반 이상이 이민 1세대나 2세대다.

▶출생시민권 폐지 실현 가능성은= 미국수정헌법 14조는 속지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자국 내에서 태어난 이에게 시민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의 권한인 행정명령으로 출생시민권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수정헌법 제14조와 정면으로 배치돼 위헌논란마저 제기되고 있다.

▲ 출생시민권 폐지공약은 실현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연합뉴스



퓨처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연간 25만명 정도가 부모 중 한명이 합법적인 지위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에서 태어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에는 이런 케이스가 최대 39만명까지 올라갔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현재는 25만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출생시민권 폐지는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반대여론이 높아 실현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NBC 방송이 2017년 월스트리트저널과 시행한 공동 조사에서 미국 내 응답자의 65%는 미국의 출생시민권을 존속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30%는 존속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출생시민권 폐지 공언은 이민자에 반대하고 있는 미국 보수백인층을 잡기 위한 트럼프의 선거공약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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