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전과 국방기술 ⑤] ‘드론봇 전투체계’와 ‘아미 타이거 4.0’ 성패, 전술 네트워크 환경에 달려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0.06.02 16:18 ㅣ 수정 : 2020.06.02 16:28

실시간 정보 공유와 사이버보안 기능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전력화 실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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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박현규 객원기자] 국방부는 2020년 업무보고에서 4차 산업혁명 기술의 국방 적용을 촉진하는 사업 선정과 관련한 예산 반영을 추진하고, 육군은 지난해 교육사령부에 설치한 인공지능발전처에서 인공지능과 드론 등의 군사적 활용을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육군은 드론 및 로봇 등 무인전투체계들을 ‘드론봇(Drone-Bot)’이란 용어로 통칭하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한 드론봇 전투체계를 주목하고 있다. 무인전투체계를 기존 소형전술차량과 장갑차에 추가하여 분대급까지 배치하는 ‘아미 타이거 4.0’은 최근 대대급 전투실험을 시작했다.

 
육군은 드론봇에 대한 국내 기술개발 붐을 조성하고 군의 작전운용개념 및 요구 성능수준을 알리며, 민·관·산·학·연과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2018년부터 ‘드론봇 챌린지’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18일 개최된 제2회 드론봇 챌린지 대회의 모습. [사진제공=육군]
 

계획 실효성에 의문 제기…미군도 TALOS 프로그램 중단

 

아미 타이거 4.0과 드론봇 전투수행체계는 미래전장의 게임 체인저로서 첨단과학기술군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육군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육군에서 주최한 ‘인공지능·드론봇 전투발전 컨퍼런스’에서는 사계 전문가를 포함하여 인공지능과 자율형 로봇의 군사적 활용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많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계획의 실효성에 의문도 제기됐다. 왜냐하면 4차 산업혁명 기술의 국방 적용은 단기적으로는 기존 무기체계의 지능화, 네트워크화를 통해 동시통합전 능력을 신속하게 향상시키고, 중장기적으로는 신개념 무기체계의 개발에 기술적 기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관련 전문가들은 고도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갖춘 자율형 무기체계 개발은 아직 기술적으로 극복해야 할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미군 특수전사령부(SOCOM)에서는 2013년부터 5년 동안 연구 개발해온 ‘아이언맨 수트’로 불리던 특수전용 외장골격체계(TALOS : Tactical Assault Light Operator Suit)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TICN, 2000년대 개발 시작돼 드론·IoT 환경 고려 안 돼

 

일부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기능을 갖춘 무기체계 개발은 아직 가야할 길이 멀기 때문에 우선 적용이 가능한 일부 기능에 대해 적용 가능성을 탐색 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기능에 대한 연구개발 과정에서 전장 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연구개발 성과를 거두어도 군사적 활용성이 떨어져 관련 기술이 사장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전장 환경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은 전술 네트워크 환경이다. 우리 군의 전술 네트워크는 전술정보통신체계인 TICN으로 전력화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TICN은 2000년대 초기에 개발이 시작돼 드론, 사물인터넷(IoT) 환경에서 요구되는 무선 네트워크를 고려하지 않았다.

 

상용 드론의 경우 제조사, 제품별로 통신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소부대 단위까지 배치되는 드론이 각자 다른 통신방식을 사용하면 실시간 정보 공유와 사이버보안 기능을 갖출 수 없게 된다. 더구나 군집 드론은 드론과 운용자, 드론과 드론 간 통신 수단과 보안이 보장되는 정보 공유를 위한 디지털 무선 네트워크 환경이 필요하다.

 

네트워크 환경 논의 없었으면 시행착오 반복될 수 있어

 

이와 관련, 육군의 지휘통제시스템인 지상전술C4I체계(ATCIS)의 전력화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ATCIS는 대대급 이상 부대에서 실시간 전장 상황을 공유하도록 다양한 기능이 개발됐다. 그러나 최초 모델은 야전 부대에서 운용하기에는 기능이 불안정하거나 거의 사용되지 않는 기능도 많이 포함돼 사용자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근본적 원인은 스파이더 체계로 불리는 전술네트워크가 실시간 데이터를 전송하기에는 대역폭이 매우 부족해 소부대 지휘자는 기존 무전기에 데이터 전송을 위한 연동장치를 부착해야만  사용할 수 있었다. 결국 전술 네트워크 환경에 맞추어 기능을 수정하고 전장상황 공유에 필요한 데이터의 양을 최소화하는 등 데이터 통신기능이 보완될 때까지 전력화가 지연됐다.

 

드론봇 전투체계와 아미 타이거 4.0에 대한 운용개념과 연구개발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전술적 네트워크 환경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면 유사한 시행착오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전장에서 위성통신은 대역폭이 매우 작아 개별 무기체계까지 지원하지 못하며, 영상정보와 같은 데이터는 일대일 전송은 가능하지만 멀리 떨어진 부대와 공유하려면 전술 네트워크가 반드시 필요하다.

 

드론봇 전투체계와 아미 타이거 4.0이 계획대로 전력화된다면 전장 감시능력, 기동력, 화력 등이 획기적으로 강화돼 과거 1개 사단의 책임지역을 대대급 부대에서 담당할 수도 있다. 이렇게 책임지역이 넓어지면 지금보다 더욱 안정적이고 보안성이 강화된 디지털 네트워크가 요구되며 통신불능 지역은 최소화돼야만 한다.

 

무인화 기능 뒷받침할 네트워크 개선 있어야 전력화 가능

 

우리나라의 경우 이동통신사들이 휴대폰 통화를 위해서는 기지국을 촘촘하게 구성하고 지하주차장, 대형건물과 같이 전파가 도달하기 어려운 곳에도 실내용 소형 중계기를 설치하는 등 미래 스마트 시티 구축까지 고려하고 있다. 따라서 상용 IT시스템은 무선 와이파이와 휴대폰 통신망이 잘 구비돼 기반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SW 기능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군의 전술 네트워크는 고정 설치가 불가능해 모든 시스템을 이동형으로 구축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드론봇 전투체계를 운영하려면 드론에 고성능 컴퓨터와 대용량 저장장치를  설치할 수 없기 때문에 데이터를 실시간에 주고받을 수 있도록 전송량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개발하면서 전술 네트워크 체계 또한 전송용량 향상과 군사용 통신규격을 표준화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즉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이 무인화 기능의 핵심기술로 개발되더라도 이를 뒷받침하는 네트워크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전력화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 과거 군에서 훈련 시 통상 인사·군수 분야에 제한이 없다는 가정 하에 정보·작전판단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렇듯 네트워크 환경이 가능할 것이란 전제로 첨단 기술의 국방 적용을 검토해서는 안 된다.

 

 

페타바이코리아 대표(전산학 박사)

명지대 보안경영공학과 객원교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평가위원

美 해군대학원, KAIST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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