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MSCI 퇴출, 韓증시 영향은...국제에너지가 '추가 부담'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전문가들은 3일 러시아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이머징 편출 확정시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가 MSCI 신흥국(EM) 지수 제외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실제로 러시아가 퇴출되면 이 자금이 한국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외 증시에 불확실한 변수로 MSCI 지수 편입·편출 자체만으론 큰 의미가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러시아가 MSCI에 퇴출당해도 러시아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없는 상황에서 큰 의미는 없을 것 같다”며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빠진 자금이) 어디로 흐를지 모르는 상황인 데다가, 그 자금이 국내로 들어와 우리 증시에서 영향을 받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주가지수를 작성해 발표하는 MSCI가 지수 사용자들로부터 러시아 지수 재분류에 대한 피드백을 취합 중이다. 러시아 주식에 대한 지수 내 처리와 함께 러시아를 EM 시장에서 독립시장으로 재분류하는 안도 포함됐다.
독립시장은 MSCI의 선진시장 지수나 신흥시장 지수, 개척시장 지수에 포함되지 않는 국가들로 현재 우크라이나, 불가리아, 레바논, 팔레스타인 등이 독립시장으로 분류돼 있다.
MSCI 측은 러시아의 스위프트(SWIFT, 국제은행간통신협회) 배제와 외국인 러시아 유가증권 매도 금지, 루블화 가치 하락 등으로 러시아 증시를 투자 ‘불가 상태’로 보는 이유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면 전 세계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다.
러시아는 세계 3위 산유국으로 전 세계 교역량의 12%를 차지한다. 유럽 지역은 러시아로부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에 40% 정도를 의존한다.
한국은 전체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5~10%로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하더라도 만약 러시아 공급망이 끊길 경우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러시아가 MSCI에서 제외되면 지수 관련 수급이 국내 증시에 유입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 내 시총 비중이 높은 에너지 섹터(1위, 50.4%)에서 아시아 에너지 업체로 수급이 유입될 수는 있다. 2위는 소재(23.3%), 3위가 금융(16.3%)이다.
증권업계는 MSCI 이머징 지수에서 러시아가 제외될 경우, 러시아 에너지 섹터에서 유출되는 금액은 12조7000억원으로 추정한다.
이머징 에너지 섹터에서 한국의 비중이 4.1%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 에너지 섹터(SK이노, S-Oil, GS, 현대중공업지주)에 약 5200억원의 수급 유입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러 MSCI 퇴출로 어느 정도 국내 증시 유입될 수 있는 측면도 있다”며 “하지만 이 사태는 증시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데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국제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불확실성 때문이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도 그렇고 러시아도 국제에너지 시장에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최근 오르고 있던 에너지 가격 상승 요인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가능성이 커서다.
성 교수는 “한국은 에너지를 전량 수입하면서 수입물가지수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요인 자체는 통제할 수 없어 물가 제어를 위해서는 유동성 흡수 위한 기준금리 인상이 요청되고, 결국 이런 환경이 주식시장에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러시아 MSCI가 퇴출된다면 채권시장도 전체적으로 신흥국에 대한 센티가 좋아져야 유효할 것 같다”며 “러시아 상황이 안 좋으면 일단 EM에 대한 투자는 전체적으로 줄어들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