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는 추락’ 보잉 737-800, 국내서 운항하는 96대 안전한가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최근 승무원을 포함한 탑승객 100여명을 태운 중국 국적 항공기가 수 천 미터 상공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과 몇 분 사이에 수직낙하한 전례 없는 추락사고로 전 세계적으로 충격에 빠졌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정확한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조종사 개인 과실부터 기체결함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문제의 항공기 기종은 ‘보잉 737-800’로 확인됐다. ‘보잉 737’은 1967년 처음 생산을 시작해 지금까지도 운항되고 있는 항공기다. 최장수 항공기 모델이지만 가장 많은 대수가 팔린 기종인 셈이다.
국내에서도 LCC(저비용항공사)를 중심으로 보잉 737-800 기종 96대가 운항 중이다. 정부는 사고 이후 해당 기종을 보유하고 있는 항공사에 대해 안전 점검 강화를 주문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아 현재로서는 어떠한 것도 예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항공기를 이용하는 일반 탑승객은 불안감에 떨 수 밖에 없다.

■ 8800m 상공서 수직낙하, ‘이례적’ 추락 사고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중국 남부 광시좡족자치구에서 중국 동방항공 MU5735편이 추락했다. 이는 승객 123명과 승무원 9명을 싣고 오후 1시 15분(현지 시간) 윈난성 쿤밍을 떠나 광저우로 향하는 항공기였다.
오후 1시 15분 윈난성 쿤밍 창수이 공항을 출발해 광둥성 광저우 바이윈공항으로 향하던 MU5735편은 고도 2만9000피트(8839m)에서 갑자기 수직낙하해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 텅현 인근 산악 지역으로 수직 추락했다. 플라이트레이더24 자료에 따르면 당시 추락 속도는 분당 최고 3만피트(9144m)로 약 1분 35초 사이에 약 2만6000피트(7924m)나 빠르게 낙하했다.
사고 이후 아직까지 생존자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으며 명확한 사고 원인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대개 항공 사고가 발생하면 공식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까지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까지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MU5735편 사고 원인이 밝혀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는 42명이 사망한 2010년 지린성 비행기 추락사고 이후 중국에서 발생한 가장 치명적인 추락사고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사고 당시 다른 추락 비행기와는 다르게 이례적으로 수직 급강하해 사고원인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크다.

■ 가장 오래되고 가장 많이 팔린 ‘보잉 737-800’
사고가 발생한 동방항공 MU5735편 기종은 보잉 737-800이다. 미국 항공기 제조사 더 보잉 컴퍼니(The Boeing Company, 이하 보잉)에서 개발한 보잉 737은 중단거리 운항 협동체 항공기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항공기 모델로 1967년 첫 생산이 시작돼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이 1만대를 넘었다. 보잉 737은 특별히 여객수요가 줄어드는 시점이 아니라면 3~5초마다 이착륙이 이뤄져 여러 항공사에서 운용하고 있다.
보잉 737은 크게 △737 오리지널 △737 클래식 △차세대 737(737 NG) △737 맥스(MAX)로 나뉜다. 1997년 첫 비행을 시작한 737-800은 737 NG 중 한 모델이다. 보잉 737 중에서도 가장 많이 판매됐다는 737 NG, 그 안에서도 가장 많은 판매를 기록한 게 바로 보잉 737-800이다. 1967년부터 올해 1월까지 보잉 737 누적 판매대수는 1만여대이며 그 가운데 보잉 737-800만 5000대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잉 737-800는 항공업계에서 안전성을 높이 평가받는 기종 중 하나다. 이 기종은 오래전에 출시됐지만 항공사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판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기종이 그만큼 운항에 문제가 없고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에서도 △제주항공 39대 △티웨이항공 27대 △진에어 19대 △대한항공 3대 △이스타항공 3대 △플라이강원 2대 등 96대가 운항되고 있다.

■ 항공업계 “기계결함 가능성 낮다”
보잉 737-800가 항공 업계에서는 이미 안전성이 입증된 항공기라고 할지라도 소비자로서는 불안함을 지울 수 없다.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보잉 737-800의 안전이나 기체결함을 의심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고 원인이 명쾌하게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우려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2차례에 걸친 보잉 ‘737 맥스의 기계결함 추락사고’와 ‘보잉 737-800 동체 균열’ 등 과거 논란도 재조명되고 있다.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에서, 이듬해 3월 에티오피아에서 각각 보잉 737 맥스 추락사고가 있었다. 두 사고 모두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이 오작동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346명의 목숨을 앗아간 보잉 737 맥스는 결국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운항이 중단됐다.
보잉 737 맥스는 보잉 737-800을 토대로 설계됐다고 알려졌기 때문에 보잉 737 맥스 기체결함 이슈는 보잉 737-800에 대한 신뢰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 2019년 10월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보잉 737 NG 계열 항공기 동체 구조부에 균열이 확인됐다며 감항성(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성능) 개선 지시했다.
이에 한국에서도 국토교통부가 보잉 737 NG 계열 항공기를 보유 중인 국내 항공사에게 동체 구조부 균열 여부를 점검하도록 했고, 총 9대에서 균열이 발견돼 비행을 중지했다. 중단된 항공기에는 보잉 737-800도 포함됐다.
중국 MU5735편 사고 이후 국토부는 보잉 737-800을 보유한 항공사들에게 긴급공문을 발송해 안전관리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항공업계는 사고 원인 조사 결과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기계결함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오랜 기간 비행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안전성이 입증된 것”이라며 “정확한 사고규명 결과를 지켜봐야겠으나 현재로서는 항공기 문제일 가능성은 확률적으로 낮다고 보여진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운항 전후로 정비는 늘 매뉴얼 대로 지켜지지만 사고 원인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특정 부분을 세밀하게 점검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어쨌거나 사고가 발생했으니 당연히 더욱 면밀히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또 재조명되고 있는 동체 균열 이슈에 대해 “항공기 부품은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점검이 요구된다는 취지에서 이뤄졌던 조사”라며 “애초에 항공기 특정 부품에 구조나 설계에 문제가 있어 발생했던 게 아니기 때문에 보잉 737-800 안전성을 의심할 만한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항공기는 이륙 전, 착륙 후 실시하는 기본 점검과 운항 외에 운행 거리나 주기에 따라 단계별 점검이 세부적으로 나눠 이뤄진다. 특히 중정비 때에는 항공기를 모두 해체해 부품마다 점검하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항공기가 된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기체결함 가능성을 논하기는 조심스럽다"며 "오래 사용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안전에 대한 경험이 축적돼 지금까지 쌓아온 데이터상으로는 보잉 737-800가 가장 안전한 항공기"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