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 등 스팩합병 예정기업들 투자자 외면에 줄줄이 합병철회
지난해 증시호황을 틈타 뉴욕증시에서는 인수합병을 위해 설립된 스팩주들이 투자자들의 각광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도한 SNS 트루스 소셜 운영회사와 합병예정인 DWAC(디지털월드에퀴지션)는 인수합병 소식에 10달러 선에서 움직이던 주가가 175달러까지 순식간에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DWAC는 올들어 주가가 24달러까지 주저앉으며 불과 8개월만에 최고가 대비 86%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지난해 뉴욕증시와 한국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스팩주 열풍 그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증시침체의 여파는 스팩주들도 피해가지 못했다. 증시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이미 예정되어 있던 스팩합병을 취소하는 기업들이 줄줄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후 올해 6월까지 취소된 스팩 합병 사례는 35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4년간 합병 취소 사례를 다 합친 것보다 많은 것이라고 딜로직은 지적했다.
스팩 열기가 이렇게 빠르게 식어버린 것은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스팩 합병이 완료될 때까지 기다려 투자자들이 피합병 회사의 주식을 받았지만 지금은 스팩 합병이 완료되기 전에 주식을 팔아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는 10달러 안팎에 움직이던 스팩주가 인수합병 소식이 전해지면 단숨에 수백 프로의 수익률을 안겨주었지만 올들어서는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빈번해진 것도 투자자들이 스팩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더욱이 스팩합병을 통해서 뉴욕증시에 상장한 회사들의 상당수가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스팩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 리서치 회사 오디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20∼2021년 스팩 합병으로 상장한 회사 중 최소 25개사가 최근 몇 달 사이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스팩 합병을 통해 지난해 6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전기차 스타트업 일렉트릭 라스트 마일 솔루션스(ELMS)는 최근 상장 1년만에 파산절차를 밟아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스팩과 관련해 투자자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자 미국 정치권에서도 스팩에 대한 규제를 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스팩 대주주가 합병 성사 시 받는 인센티브를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팩 합병을 통해 대주주만 돈을 버는 악질적 구조를 근절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일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SNS 트루스 소셜의 DWAC 스팩합병 소식 덕분에 순자산이 30억달러(3조9000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DWAC 주식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이 올들어 계속되는 주가하락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시장에서는 스팩에 대한 투자자들의 외면이 지속될 경우 600여개에 달하는 스팩이 합병대상 기업을 찾지 못해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