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외환거래’ 책임론 직면한 은행권, 대책 마련 분주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수조원대 이상 외환거래 책임 논란에 휩싸인 은행권이 내부 점검 시스템 강화 등 후속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달 29일 전 지점에 ‘금융감독원 검사 관련 외환 영업 유의·개선사항 안내’ 문서를 배포했다. 해당 공문은 금융감독원이 국내 은행의 외환 송금 이상 거래 전수조사를 지시한 이후 배포됐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말 1조6000억원 규모의 이상 외환거래가 포착돼 금융당국에 보고했다.
해당 문서에는 의심사례 적발과 외국환법 준수를 위한 주요 점검사항 등을 담아냈다. 특히 우리은행의 외환 부문 검증절차를 보다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해당 문서에 제시된 주요 개선사항을 보면 우선 처음 수출입 거래를 하는 기업의 경우 자본금 규모와 관계없이 은행원이 반드시 현장 방문키로 했다. 이른바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가 아닌 실제 매출과 자본금이 있는 정상 법인인지를 은행원이 직접 확인키로 한 것이다. 대상에는 대기업도 제외가 아니다.
또 각 지점에 외환 관련 서류확인 및 보관의무와 해외 투자·송금이 이뤄진 뒤의 사후 관리도 강조하는 한편 종이로 보관하고 있는 지급신청서·증빙서류·영수확인서 등 외환문서를 전산화하는 작업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은행 내 외환사업부에 외환규정관리팀, 외환업무센터에 외환모니터링팀을 새로 만드는 등 조직도 강화했다.
우리은행과 함께 2조5000억원 규모의 이상 외환거래가 확인된 신한은행도 지난달 전 직원을 대상으로 ‘경상거래 증빙서류 징구 시 법규 준수 당부’ 공문을 게시한 바 있다.
해당 공문에서는 경상거래 시 증빙서류 원칙 및 확인의무, 증빙서류 증빙 시 주요 유의사항, 근거 법령, 사유코드별 증빙서류 목록 등 외국환 거래 위반 시 고객과 취급직원 모두 외부 감독‧수사기관에 처벌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번에 금감원 중간 검사 결과에서 이상 외환거래 문제가 지적되진 않았지만 다른 시중은행도 외환거래 관련 업무 재정비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해외 송금을 처리할 때는 추가 정보를 요청해 거래 진정성이나 자금 원천을 미리 확인하고 자금세탁 방지 관련 사항도 고려해 유관 부서와 협의하도록 하는 등 주의 환기 조치를 시행했다. 또 전 영업점에 대해 외환거래에 대한 증빙서류 유무, 업체 규모 대비 송금 규모의 적정성 등에 대해 특별 점검을 진행했다.
하나은행도 이상 외환거래를 선별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불법이 의심되는 수출입거래를 감지하는 자체 경보 시스템 ‘트레이드워치’를 적용한다. 영업점 직원들이 외국환 거래 업무 시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관련 서류 사실 일치 여부 등 세부 내용을 면밀히 점검할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에 ‘체크박스’를 도입하는 등 감시 시스템을 보강키로 했다. 이와 함께 송금 적정성 등을 집중 점검하는 팀을 별도로 본점에 구성하는 등 조직도 보강한다.
다만 은행들의 이 같은 일련의 조치에 대해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이상 외환거래 움직임을 포착한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외환거래법 상 확인의무를 강화하고 관련 거래 감시를 강화할 것을 여러 차례 경고했던 것이 알려지면서 은행의 소홀한 대처로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금감원은 국내 은행을 통해 거액의 외환이 중국과 일본으로 해외 송금된 이상 외환거래 의혹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이 현재 파악한 송금 규모만 약 7조원에 달한다.
지난달 금감원의 중간 검사 발표에 따르면 이상 외환거래 대부분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로부터 이체된 자금이 무역법인 계좌로 집금돼 홍콩이나 일본, 미국 등 해외로 빠져나가는 구조였다.
이와 관련해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송금액이 5000만달러 이상인 외환거래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이상 거래 의심 건 등 자료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금감원은 국내 은행들에 유사한 거래가 있는지 자체 점검 결과를 달라고 요청했다. 은행 자체 점검 결과를 검토한 뒤 필요하면 추가 검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