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분 기자 입력 : 2022.08.18 08:38 ㅣ 수정 : 2022.08.18 08:38
당국, 신탁 운용 자율성 강화 위해 범위 확대...제도 개선 1차 검토 마쳐 수탁시장 1167조 규모, 1년 새 12.3% 증가... 증권사 수탁고 23.7% 늘어 증권사들도 뛴다...신영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하나증권 등 서비스
국내 증권사들은 신탁시장이 매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음을 직감해 관련 사업에 속속 뛰어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최근 국내 증권사들은 신탁시장의 빠른 성장 속도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또한 이들 증권사들은 신탁시장 규모가 지속 성장하자, 영업 경쟁과 수익성 추구로 인해 신규 사업 진출 및 다양한 신탁 상품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에서 신탁 범위를 확대하는 등 규제 완화를 시사한 점도 증권사들의 관심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신탁시장은 고령화 추세와 맞물렸다는 점도 주목된다.
정부는 신탁의 편입상품, 계약구조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투자자에 미치는 영향 등을 파악해 시장 변화에 적시 대응할 예정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신탁 사업이 미래 먹거리로 활약할 수 있다고 보고, 컨설팅 및 각종 금융서비스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 금융당국, 신탁의 운용 자율성 강화 위해 범위 확대키로...제도 개선 1차 검토 마쳐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규제혁신 추진 방향에 신탁 재산(투자일임 재산) 범위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신탁의 운용 자율성 강화'를 포함했다.
18일 현행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증권사 및 신탁업자는 △금전 △증권 △금전채권 △동산 △부동산 △지상권·전세권·부동산임차권·부동산소유권 이전등기 청구권 등의 부동산 관련 권리 △무체재산권(지식재산권 포함) 외에 수탁할 수 없다.
개인·친족간 신탁인 민사신탁에서는 신탁재산이 한정됐지만 은행·증권·보험회사 등에 신탁하는 상사신탁에서는 신탁재산이 제한돼 왔다.
이러한 제한 탓에 그동안 은행·증권업계는 유언대용신탁 등의 종합재산관리 서비스 활성화를 요구해 왔고, 이번 신탁제도 개선과 관련해 당국은 1차 검토를 마친 상태다.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면 자금운용과 케어뿐 아니라 사후 기부까지 실행할 수 있어 '나만의 재단'을 설립하는 것과 같다. 신탁한 재산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설계하고 배분할 수 있어서다.
당국이 한정된 신탁 범위에서 벗어나 △부채 △담보권 △보험금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 알려지자, 증권가는 향후 신탁 가능 재산이 확대되면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거란 기대감에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신탁은 위탁자(자산 맡기는 사람)가 수탁자(은행 등 신탁회사)에 금전·유가증권·부동산 등을 맡기고, 수탁자가 그 자산을 운용·관리해 향후 위탁자가 설정한 수익자에게 수수료를 제외한 자산을 다시 넘겨받는 구조다.
신탁 재산 범위 확대는 과거 신탁업법 제정이나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을 통해 추진을 시도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추진이 중단됐던 만큼, 당국은 관련 제도 마련 안착에 의지를 내비쳤다.
■ 수탁시장 1167조, 1년 새 12.3%↑...증권사 수탁고 23.7%↑
국내 신탁시장 규모는 1167조원 달하며 앞으로 점점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선두였던 은행권 대비 증권사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탁회사의 총수탁고는 1166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3% 증가했고, 보험사는 전년 대비 1.7% 증가해 18조2000억원에 머물렀다. 증권사 수탁고는 310조7000억원으로 같은 기간보다 23.7% 늘어났다.
증권사의 수탁고 증가율을 보면 △은행(0.6%↑) △보험사(1.7%↑) △부동산신탁사(23.4%↑)보다 높다. 증권사 수탁고 점유율 역시 26.6%로 전년 동기 대비 2.4%포인트(p) 상승했지만 △은행(4.9%p↓) △부동산신탁사(2.6%p↓) △보험사(0.1%p↓) 등은 떨어졌다.
재산유형별로 보면 신탁재산은 크게 금전신탁(불특정금전·특정금전신탁), 재산신탁(금전채권·유가증권·부동산신탁)으로 나뉜다.
금전신탁의 업권별 수탁고는 2019년 은행과 증권사가 각각 258조원과 209조5000억원으로 40조원 이상 차이가 났다. 하지만 지난해는 각각 294조6000억원과 276조7000억원으로 약 18조원까지 격차가 좁혀졌다.
증권사의 경우 특정금전신탁을 중심으로 수탁고가 크게 늘어 지난해만 전년 대비 50조원 가까이 증가해 276조6000억원의 수탁고를 기록했다. 은행(278조5000억원)을 턱밑까지 따라붙은 점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 증권사, 신탁 서비스 속속...변호사, 세무사 등 부가 서비스도 제공
증권사들은 그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금전신탁을 판매하면서 유동성이나 자금 관리 등을 해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개인투자자 유치에도 전력을 쏟는 모습이다.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신탁업을 영위하는 증권사는 신영증권(001720)으로 2017년 신탁 솔루션인 '신영 패밀리 헤리티지 서비스'를 출시하고 재산 승계와 부양, 종합자산관리, 자선기부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유언대용신탁과 증여안심신탁을 두 축으로 부동산 전문가와 세무사,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팀이 이를 컨설팅한다. 최근 신탁 서비스 강화 차원에서 패밀리 헤리티지 본부를 신설하고 WM 사업본부, APEX패밀리오피스본부와 함께 한 총괄본부로 편입시켰다.
KB증권도 지난달 종합재산신탁 서비스인 'KB 인생신탁'을 출시하고 신탁업에 발을 담갔다. 이 신탁은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개인뿐 아니라 기업의 자산관리와 함께 △상속세 절세 △가족 생계보장 △상속 분쟁 방지 등 자산승계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기존의 신탁 상품·서비스는 금전을 기본으로 한 특정금전신탁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KB 인생신탁의 경우 금전·유가증권·부동산 등 수탁 가능한 자산 유형에 제한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이 외에 부동산관리서비스 및 변호사, 세무사 등을 통한 전문적인 상담 서비스 또한 부가적으로 제공하는 곳도 있다.
NH투자증권(005940)은 지난해 초고액자산가 전담 브랜드인 프리미어 블루 본부 산하에 ‘패밀리오피스지원부’를 신설했다. 패밀리오피스는 우수고객과 그 고객의 가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다. 세무 진단, 가업승계 등 가문 자산과 관련된 전반적인 컨설팅을 담당한다.
최근 NH투자증권은 법무법인 율촌과 세무·법률 원스톱컨설팅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MOU)을 체결했다. 이로 인해 종합적인 자산 컨설팅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하나증권 역시 증여랩을 이용해 증여에 필요한 신고 대행 서비스와 종합 세무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무료로 증여세 신고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문적인 세무 전담팀이 종합 세무 컨설팅을 해주며 차별화했다.
이밖에 미래에셋증권(006800)과 한국투자증권(071050), 삼성증권(016360) 등도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법무와 세무, 부동산, 상속, 증여 등을 지원하는 패밀리 오피스를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로 소비자들은 다양하게 재산을 맡길 수 있게 됐고, 증권사 입장으로 보면 다룰 수 있는 범위가 넓어져 향후 전망은 밝다고 보여진다"며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요즘은 은퇴 후에도 30년 이상을 살아야 하는데, 노년층의 재산관리 수요는 점차 늘어나는 구조로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