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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유난하지만 확신 있었던 토스의 10년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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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일 기자
입력 : 2022.11.18 09:32 ㅣ 수정 : 2022.11.1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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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 유난한 도전.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어? 이게 되네?” 

 

개인적으로 약 7년 전 토스(toss)의 공인인증서 없는 송금 서비스를 처음 써봤을 때 환호했다. 송금 한 번 하려면 뱅킹앱에서 수많은 절차를 거치거나, 주변 현금자동인출기(ATM)를 찾아 헤매던 때였지만 더 이상 이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됐다. 더치페이가 일상이던 학생 신분에서는 혁신적 서비스였다. 

 

현재 토스는 은행·증권·결제 사업까지 영토를 넓히며 국내 대표 핀테크로 자리 잡았다. 어쩌면 큰 어려움 없이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 회사의 지난 10년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보수적 금융시장에서 수많은 편견과 실패에 직면했다. 하지만 토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토스 창업부터 현재까지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의 제목은 ‘유난한 도전’이다. 표지는 흰색 바탕에 제목만 대문짝만하게 쓰여 있다. 심지어 고딕체 비슷하다. 비주얼만 보고 흥미를 갖기 어려웠지만 ‘유난한’이라는 표현이 눈에 띄었다. 

 

저자인 정경화 토스 콘텐츠 매니저는 이 책이 창업 지침서나 핀테크 경영서가 될 수 없다고 전제했다. 지금도 실패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 ‘이 사람들, 왜 이렇게까지 할까?’라는 질문의 답을 책에 녹여냈다. 지난 10년 간 토스의 여정을 보니 정말 유난하긴 했다. 

 

의료계에 몸담던 이승건 토스 대표(창업자)의 전환점은 다름 아닌 미국 애플의 아이폰이다. 2010년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한 아이폰처럼 세상의 변화를 실감하고, 거대한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준비하던 치과 개원을 미루고 ‘앱 하나만 만들어보자’던 이 대표는 이태양·박광수·김민주 등의 개발자와 함께 2013년 비바리퍼블리카라는 법인을 세웠다. 지금의 토스 운영사다. 

 

어쩌면 토스가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토스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아홉 번째 작품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다양한 사업을 시도했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100여개의 아이템을 두고 최후의 도전(?)을 준비한 결과 손에 잡힌 건 간편 송금과 결제였다. 

 

2014년 3월 개시한 간편 송금 베타 서비스는 초반부터 흥행했지만 위기는 한 달 만에 찾아왔다. “당국 결정에 더 이상 어렵겠다”는 결제대행업체(밴사)의 연락 이후 서비스가 셧다운됐다. 금융 규제에 ‘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된다’는 법도 없었다. 

 

2015년 대통령의 금융 규제 완화 주문 이후 당국은 토스 서비스를 사실상 허용하는 유권해석을 내렸고, 같은 해 5월 23일 토스는 다시 서비스를 재개했다. 국책은행과 지방은행, 주요 시중은행이 토스에 펌뱅킹망을 열어주기까지 3년이 걸렸다. 

 

이후 토스는 고민에 빠졌다. 사용자 증가는 분명 가치가 있지만 명확한 수익 모델을 창출해야 서비스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봇(Pivot)을 위해서라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고객과 거리가 가까운 사람이 돈을 번다는 건 당연하다. 토스는 금융을 ‘플랫폼화’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토스가 그리는 이상과 현실은 괴리가 있었다. 야심차게 시작한 소액대출 서비스 ‘토스대부’는 이름 때문에 얼마 가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송금 수요를 대출로 전환하면 수익도 창출될 것이란 구상이었지만, 탈퇴 러시라는 역효과로 이어졌다. 또 대출 비교 서비스는 미흡한 법령 해석으로 출시 직전 폐기되기도 있다. 

 

이후에도 증권업 진출을 위한 투자중개사 인수 실패,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과정에서 생긴 갖은 오해와 예비인가 심사 탈락 등 악재가 줄이었다. 이 대표는 투자 유치를 위해 해외 출장에 올랐지만 서툰 영어 실력에 투자가 무산된 적도 있다. 

 

마케팅은 해야겠는데 방법은 모르겠는 상황에 은행 지점장 수백명에 손편지를 부치던 시절도 있었다. 서비스 개선을 위해 팀원들이 스프린트(sprint)를 돌기도 했다. 금융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니즈(needs)가 무엇인지 확신은 있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토스에 대한 오해가 논란으로 번지는 시절도 있었다. 

 

토스의 실패와 위기 사례 중 일부를 나열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극복한 일들이다. 현재 토스는 한국 핀테크 시장 1호 유니콘 명성도 얻었다. 투자 성과도 좋다. 갖은 수난에도 혁신과 신뢰만 보고 경주한 결과다. 치열한 스타트업 생태계 속 토스 팀원들의 ‘유난함’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저자는 이 대표를 비롯해 전·현직 토스 팀원 35명을 인터뷰했다. 사내 메신저나 이메일 기록 등으로 위기와 극복 과정을 현실감 있게 재구성했다. 배경 설명이 아닌 대화체로 풀어내면서 당시 구성원들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토스가 지난 10년 간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 나갔는지는 책에 자세히 담겨있다. 궁금했던 건 처음 나온 ‘이 사람들, 왜 이렇게까지 할까?’에 대한 토스의 답이다. 이에 대한 설명은 책 마지막 이 대표가 직접 쓴 에필로그에서 알 수 있다. 

 

“완전히 바닥까지 파내려가서 가장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제품을, 조직을, 미래를 쌓아가고 싶었다. 설사 그 과정에서 고난과 갈등을 겪더라도 모두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끝끝내 승리해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토록 낯선 순진함과 철없음, 용기와 의지가 토스에서는 상식이었다.” 

 

두드릴수록 단단해진다고 했다. 토스는 지금도 실패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그랬듯 한계에 닿을 때마다 “왜?”라고 묻고 방법을 찾을 것이다. 이 대표는 토스가 현재 엔드 게임(End game)에 들어섰다고 했다. 

 

이 대표는 “우리의 전략이 맞았다면 이제 서서히 변화가 나타날 거다. 금융의 전장에서 승리를 거두고 나면 그 다음엔 또 새로운 꿈을 꿀 거다. 더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꾸고, 그걸 달성할 방법을 찾아 헤맬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책은 토스의 첫 번째 자체 제작 단행본이다. 책 판매로 얻은 수익은 모두 창업 관련 커뮤니티에 기부된다. 토스의 성장 스토리가 궁금하거나, 불확실성 속 도전·혁신을 주저하고 있다면 읽을 만하다. 

 

 

hi918@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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