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눈] 전기차 보급, 본격 성장 앞두고 캐즘(수요 위축)에 빠졌나? (中)
[기사요약]
혁신 기술/제품은 본격 성장 위해 캐즘(수요 위축) 극복이 관건
주요 31개국에서 전기차 전환점 5% 이미 넘어..
노르웨이 등 16개국, 현재 전기차가 신차 판매 중 20% 이상 차지
내연차와 공통점 많은 하이브리드차 포함하면 27개국에서 10% 초과
최근 글로벌 경제 침체와 고금리 환경 때문에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둔화하자 전기차 성장이 본격 성장과 수요 위축의 갈림길인 이른바 캐즘(chasm)에 빠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전세계 주요 31개국에서 전기차 보급률이 전환점인 5%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전기차 보급의 최근 추세를 정리하고 금년 전망을 살펴본 후 중국 등에 비해 우리나라와 미국 및 일본이 첨단기술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지체된 상황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곽대종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혁신 기술/제품은 대개 등장과 동시에 대중의 수요를 촉발하여 급성장하지는 않는다. 극소수의 혁신가가 우선 도입하고 이후에 소수의 초기 수용자가 받아들여 비로소 일반 대중의 주목을 끌게 된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들어가기 전에 일시적 수요 위축을 겪기도 한다.
새로이 등장한 기술/제품의 가격이 쉽사리 대량수요를 견인할 만큼 떨어지지 않거나 예상치 못한 경쟁자가 나타나서 시장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실리콘 밸리의 기술 컨설턴트 제프리 무어에 의해 ‘캐즘(Chasm)’이라고 정리되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2륜 전동기 ‘세그웨이(Segway)’다. 2001년 출시된 세그웨이는 친환경/에너지절약 미래 개인 교통수단으로 선풍적 인기를 얻었지만 비싼 가격과 2010년 이후 속속 등장한 전기자전거에 밀려 결국 2020년 단종되고 말았다.
반면 인터넷이나 아이폰으로 시작된 스마트폰은 캐즘 현상을 겪지 않고 이미 전세계인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상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 혁신 기술의 수용, 캐즘 및 수명 주기 >

• 전기차, 신차 판매 중 시장 점유율 5% 넘어서야 본격 보급 안정화
전기차는 1881년 프랑스 발명가 귀스타브 트루베의 전기충전 삼륜차를 통해 처음 등장했는데, 내연기관차는 이보다 4년 늦은 1885년에서야 비로소 첫선을 보였다.
초기 전기차는 증기기관 및 가솔린 내연기관과 공존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가솔린 엔진은 효율도 좋지 못했다. 따라서 1900년대 미국 도로에는 2천대가 넘는 전기차가 운행되기 시작했고 1912년에는 전기차 보급 대수는 3만대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 관계는 1920년대 미국 텍사스에서 대형 유전이 석유생산을 시작함에 따라 역전되었다. 석유가격이 매우 싸졌기 때문이다.
그 이후 내연기관차의 우세는 급진전 되어 2022년 기준 전세계에 운행 중인 자동차 약 17억1천만대 중 98%인 약 16억8천만대가 내연기관차인 상황에 이르렀다.
한편 전기차의 본격적인 르네상스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이 극심해지자 전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이 향후 인류 생존을 좌우할 이슈로 등장함에 따라 찾아왔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 러-우크라전쟁 및 미·중 패권전쟁 등에 따라 전세계 공급망의 교란이 일어나 각종 물가가 급상승하면서 전기차로의 전환 속도도 다소 주춤해지고 있으며, 차라리 하이브리드차가 최적이 아닌가 하는 회의론도 최근 등장하기 시작했다.
< 주요국 2023년 4분기 전기차 판매, 점유율 및 5% 전환점 돌파시기 >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룸버그가 지난 3월 말 분석한 바에 따르면 노르웨이의 약 80%를 선두로 하여 5.3%의 그리스까지 주요 31개국이 전기차 전환점인 5% 신차 시장 점유율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가 처음 조사했던 2022년 19개국에 비해 불과 1년여 만에 12개국이 추가될 정도로 급속한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돌파 시점의 경우 노르웨이의 2013년 3분기부터 이탈리아의 2023년 4분기까지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의 경우 비록 대부분 내수이지만 2023년 4분기 전기차 판매대수는 약 188만대에 달하여 전세계 62.5%를 점유했다. 그리고 신차 판매 대비 비중 역시 23.8%로 거의 판매되는 차량 네 대 중 한 대는 전기차라는 놀라운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포함할 경우 양상은 좀 복잡해져..
전기차에는 하이브리드차(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배터리 전기차(BEV) 및 수소연료전지차(FCEV) 등 다양한 차종이 존재한다.

그런데 최근 글로벌 인플레 및 경기침체에 따라 인기를 얻고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의 경우 내연기관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BEV와 내연기관차의 특성을 공유하고 있는데 이를 포함할 경우 유가 수준, 인플레 및 경기 변동 상황에 따라 양상이 좀 복잡해진다.
결국 전기차로의 전환이 향후 얼마나 신속히 진전될지는 공급망 교란, 경기침체 및 관련 기업의 파산 그리고 정치적 사건 발발 등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블룸버그는 전기차로의 전환 추세는 일시적으로 둔화될 수는 있겠지만 그동안의 높은 증가율에서 다소 낮아질 뿐이며 금년에도 22%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 주요국 전기차의 신차 시장 점유율 10% 달성 이후 시간 경과 추이(아래 축 단위: 년) >

다음에는 이러한 전세계적인 전기차로의 급속한 전환 추세에서 첨단기술대국인 미국, 일본 및 우리나라가 다소 뒤져진 상황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 곽대종(Daejong Gwak) ▶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박사 /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환경·기술분과 위원 / (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평가위원 / (전) 산자부 연구개발사업 평가위원 / (전) 규제개혁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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