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삼성-SK-마이크론', 엔비디아 HBM 납품 놓고 피 튀기는 '3파전'

전소영 기자 입력 : 2024.06.08 07:00 ㅣ 수정 : 2024.06.10 01:34

엔비디아 6세대 HBM 출시 임박...SK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 잰걸음
젠슨 황 엔비디아 CEO "SK·삼성·마이크론에 납품 가능성 모두 열려 있어"
차세대 먹거리 HBM4 놓고 삼성전자 등 3사 치열한 경쟁 펼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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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슨 황 엔디비아 CEO [사진 =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젠슨 황 엔디비아 CEO(최고경영자)의 발언으로 HBM(고(高)대역폭메모리)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황 CEO가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마이크론의 HBM 공급 가능성을 열어놔 차세대 먹거리 시장인 HBM을 놓고 3개 업체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현재 최고 사양 GPU(그래픽처리장치) 'H100'에 이어 2026년 출시를 목표로 차세대 GPU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는 6세대 HBM ‘HBM4’가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맞서 삼성전자와 마이론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어 이들 3개 업체의 경영 전략에 따라 HBM4 주도권에 변화가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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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12단 HBM3E [사진 = 삼성전자]

 

이에 따라 이들 3개 업체들은 자사 HBM 품질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HBM 품질 향상과 이를 통한 HBM 시장 공략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적인 통신사 로이터는 지난달 24일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 5세대 HBM ‘HBM3E’가 발열과 전력소비 문제로 엔비디아 테스트 통과에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즉각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입장문을 통해 “HBM 품질과 성능을 철저하게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테스트가 진행 중”이라며 “모든 제품에 대해 지속적인 품질 개선과 신뢰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객사에 최상의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전자 HBM3E 승인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황 CEO가 지난 4일 대만 타이베이 그랜드 하이라이 호텔에서 열린 프레스콘퍼런스에 참석해 이와 관련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우리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삼성전자 등 3개 파트너사와 협력하고 있으며 세곳 모두 우리에게 메모리를 공급할 것”이라며 “엔비디아는 그들이 자격을 갖추고 우리 제조 시스템에 최대한 빠르게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들 메모리 업체 3곳은 훌륭한 메모리 공급 파트너”라며 “(삼성전자 HBM은) 어제까지 테스트가 진행 중이어서 인내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품질 논란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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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최근 ‘글로벌 No.1 AI 메모리 기업’ 위상을 얻게 된 배경과 경쟁력을 논의하기 위해 임직원을 초청해 좌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권언오 부사장(HBM PI), 김기태 부사장(HBM S&M), 이동훈 부사장(321단 낸드 PnR), 오해순 부사장(낸드 Advanced PI), 길덕신 부사장(소재개발), 손호영 부사장(Adv. PKG개발), 이재연 부사장(Global RTC). [사진 = SK하이닉스]

 

이처럼 황 CEO가 삼성전자 테스트 실패 논란을 직접 부인해 삼성전자는 한숨 돌리게 됐으며 이를 계기로 SK하이닉스와의 경쟁이 다시 불붙었다. 

 

황 CEO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마이크론도 HBM을 우리에게 공급할 것”이라고 언급한 점이 판을 ‘3파전 구도’로 키운 셈이다.

 

이와 관련해 엔디비아는 내년에 선보일 차세대 AI(인공지능)용 GPU ‘블랙웰(Blackwell)’의 다음 세대 ‘루빈(Rubin) 로드맵을 공개해 업체간 경쟁을 부추겼다.

 

공급업체를 한 곳이 아닌 여러 곳으로 확보해야 HBM 납품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엔비디아 경영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내년에 출시하는 블랙웰의 업그레이드 모델 ‘블랙웰 울트라’까지 HBM3E가 탑재되지만 이후 출시될 루빈과 루빈 울트라에는 HBM4를 사용한다. 

 

이는 GPU 루빈에는 6세대 HBM인 HBM4 8개가 들어가고 성능이 더 향상된 루빈 울트라에는 HBM4 12개가 투입된다는 얘기다.  기존 HBM과 비교해 탑재되는 HBM 숫자가 4∼8개 더 많은 수준이다. 

 

세계 HBM 시장은 지금까지 SK하이닉스가 사실상 주도권을 움켜쥐었다.

 

그러나 AI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HBM이 새로운 캐시카우(Cash cow:주요수익원)가 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가 시장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어 HBM4는 격전이 예상된다. 

 

내년 HBM4 양산을 계획 중인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차세대 HBM 개발 조직을 둘로 나눴다.

 

이에 따라 HBM3E는 기존 HBM 개발을 담당해온 D램 설계팀이 담당하지만 내년 양산 예정인 HBM4는 HBM 개발팀이 추진한다.

 

또한 삼성전자는 HBM4 칩 맨 아래 데이터를 더욱 효율적으로 이동시키는 ‘버퍼 다이’에 변화를 줘 데이터 전송속도를 200% 이상 향상하고 전력 소모량은 50% 이상 낮출 방침이다.

 

HBM은 버퍼 다이 위에 D램을 쌓아 올린 뒤 여기에 미세한 구멍을 수직으로 뚫어 연결해 만든다. 버퍼 다이는 5세대 HBM까지 GPU와 연결돼 HBM을 제어하는 단순한 역할을 했지만 6세대부터 일부 연산까지 직접 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에 질세라 SK하이닉스도 HBM4를 애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내년에 양산한다. SK하이닉스 HBM4는 기존 HBM3E와 비교해 속도는 40% 높이고 전력 소모량은 70% 수준으로 낮췄다. 

 

HBM3E는 8~12단으로 올리고 데이터 용량은 24~36 기가바이트(GB) 수준이지만 HBM4는 16단으로 쌓고 데이터 처리 용량을 48GB까지 키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 대만 TSMC와 손잡고 HBM4를 개발한다. 

 

우선 패키지 내 최하단에 탑재되는 베이스 다이 성능 개선에 역량을 모은다. 이를 위해 HBM3E까지 자체 공정으로 제작했지만 HBM4부터 로직(Logic) 선단 공정을 활용할 계획이다. 이러한 초미세 공정을 적용하면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또한 TSMC가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고유 공정 CoWoS® 기술을 SK하이닉스에 최적화하는 데 힘을 모아 HBM 관련 고객사의 다양한 요청에 부응할 방침이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좀 더 구체적인 HBM4 계획을 밝혔다. 마이크론은 내년 상반기 HBM4 샘플을 공개할 예정인데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차세대 제품 개발을 앞당기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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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삼성전자]

 

한편 엔디비아는 블랙웰 양산을 시작하지 않은 상황에서 루빈을 공개하는 것도 모자라 2년 주기이던 신제품 출시 주기를 1년으로 단축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는 HBM 공급사로 하여금 엔디비아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차세대 HBM 기술력을 더 빠르게 확보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GPU 성능이 강화될수록 1개당 요구하는 HBM 개수가 많아지는 점을 감안할 때 누가 먼저 차세대 HBM 공급을 선점하느냐에 따라 시장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최근 밝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HBM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2.5%로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엔디비아에 HBM3E 공급을 먼저 확정 지은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는 최근 자사 뉴스룸에 공개한 임원 좌담회를 통해 “차세대 HBM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도록 내년까지 계획을 미리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HBM 시장 선점의 중요성을 방증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SK하이닉스가 5세대 HBM을 통해 기술 선점 중요성을 보여줬다”며 “6세대 HBM4 역시 현재 최대 수요처 엔디비아와 누가 먼저 공급 계약을 맺느냐에 따라 HBM 주도권 방향도 정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현재 국내 기업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우세하지만 마이크론도 빠르게 추격해 3사 중심의 HBM 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중국 기업까지  HBM 시장에 진입한다고 가정하면 기술 경쟁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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