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128)] KDDX 사업방식 결정, 관건은 이지스함 상세설계 담당할 전문인력 보유 여부에 달려 있다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5.03.22 06:14 ㅣ 수정 : 2025.03.22 06:14

HD현대중공업, “국내서 이지스함 설계 담당해본 엔지니어는 HD현대중공업 300명이 전부”
한화오션, “공동개발로 가면 더 쉽게 할 수 있어…함정 설계 가능한 인력 434명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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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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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서 KDX-Ⅲ Batch-Ⅱ의 첫 번째 이지스 구축함인 8,200톤급 ‘정조대왕함(DDG)’ 취역식이 열렸다. 사진은 취역식에 참석한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은 지난 17일 방위사업기획관리 분과위원회(이하 분과위원회)를 열고 ‘KDDX(한국형 차기 구축함)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방식을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구체적인 안건 내용과 분과위 의사결정 결과는 최종 의결 전까지 공개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면서 “수의계약 필요 사유, 공동개발 방안 등을 더 검토해 깊이 있게 논의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분과위원회, 수의계약과 공동개발 놓고 참석한 위원들 간 이견 발생한 듯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7조 8000억원을 들여 6000톤급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국책사업으로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이다. 하지만 그동안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고소·고발전으로 사업 추진이 지연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은 지난달 양사에 서한을 보내 “엄중한 안보 환경 속에서 주요 함정의 전력화 시기 지연 상황에 큰 우려가 있다”라며 협조를 당부했다. 

 

방사청은 이날 분과위원회에서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방식과 관련해 ▲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개발 등 3가지 방안을 놓고 논의했다고 한다. 들리는 얘기로는 수의계약과 공동개발을 놓고 의견이 오가는 상황에서 결론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방사청은 내달 2일 예정된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이전에 다시 분과위원회를 소집해 사업 추진 방식을 정할 방침이며, 오는 27일 분과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 

 

그렇다면 수의계약과 공동개발 중 어떤 사업방식이 더 이상의 사업 지연을 막고 계획된 기간 내에 전력화를 완료할 수 있을까? 관건은 양사가 이지스함의 상세설계를 담당할 전문인력(엔지니어)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들이 있어야 상세설계가 무난히 진행되고 시제함 건조가 가능해진다. 해군 함정은 육·공군 무기체계와는 달리 시제함이 양산 선도함이기 때문에 시제함 건조가 대단히 중요하다. 

 

이지스함 설계 경험과 건조실적에선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보다 뛰어나

 

그런데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 사업(KDX-Ⅲ) 배치(Batch)-Ⅰ·Ⅱ의 상세설계는 모두 HD현대중공업이 담당했고 양산함 6척 중 5척도 HD현대중공업이 건조했거나 건조 중이다. 반면 한화오션은 이지스함 설계를 수행한 적이 없고, 건조도 양산함(배치-Ⅰ) 1척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지스함 설계 경험과 건조실적만 놓고 보면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보다 한 수 위에 있다. 반대로 잠수함에서는 한화오션의 역량을 HD현대중공업이 따라가기 어렵다. 

 

KDX-Ⅲ의 상세설계를 전담해온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국내에서 이지스 구축함의 설계를 담당해본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엔지니어는 HD현대중공업에 소속된 300여명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8개월 동안 수행될 상세설계 과정에 평균 180명의 엔지니어가 필요하고, 피크 타임에는 280여명까지 엔지니어를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자신들이 아니면 상세설계가 어렵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한화오션 관계자는 “산자부가 방산업체로 양사를 지정한 것은 모두 설계 및 건조 능력이 충분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라며 “사업만 수주하면 설계 역량은 문제 되지 않으며 공동개발로 가면 더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함정 설계가 가능한 인력은 434명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화오션은 지난 3년간 수상함 5척, 3,600톤급 잠수함 1척 등 6척의 함정 건조를 수주한 상황이다. 

 

양사의 설계 역량 검토·분석한 결과 토대로 적합한 사업방식 논의 필요

 

한편, 공동개발과 관련해 해양방산 전문가들은 “과거에 기본설계를 함께 수행한 적은 있어도 상세설계를 같이 수행한 적은 없었다”며 “기본설계를 공동으로 했던 사업조차 상세설계는 공동으로 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되씹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세계 어느 나라도 함정 연구개발이 60% 이상 진행된 상황에서 체계연동과 통합을 담당하는 플랫폼 업체(조선소) 간에 공동개발을 추진한 사례는 본 적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방사청이 지금 짚어봐야 할 것은 ① 방산업체 지정의 의미가 생산능력을 넘어 설계능력까지 포함하는 것인지, ② 양사의 설계인력 규모가 상세설계를 독자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 ③ 이지스 구축함에 특화된 설계 역량이 별도로 필요한 것인지, ④ 상세설계 과정에서 양사 엔지니어 간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⑤ 한때 공동개발을 제안하면서 전력화 시기를 당길 수 있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 등이다. 

 

이미 방사청은 함정 수출과 관련해선 양사의 동의하에 ‘원팀’을 구성했다. 수상함은 HD현대중공업이 주도하고 한화오션이 지원하며, 잠수함은 한화오션이 주도하고 HD현대중공업이 지원하는 방향이다. 즉 양사와 정부 측 모두 서로의 강·약점을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부분을 방사청이 세밀하게 검토·분석한 결과로 분과위원회에서 다시 사업방식을 논의한다면 이견을 냈던 민간위원들도 공감하는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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