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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종의 스쿠버 다이빙 시즌 5] 태국, 시밀란 리브어보드(10) Koh Che ②리셸리우 락... 인상적인 '인어 강사'와 '그루퍼' 만나
[태국(시밀란)/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귀여운 니모를 뒤로 하고 방향을 바꾸는데 잭 강사가 손짓을 하며 어느 바위 밑을 가리킨다. 랜턴을 비추자 뭔가 시커먼 녀석이 웅크리고 앉아 있는데 멀리서 보았을 때는 덩치가 큰 곰치인줄 알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그루퍼다. 입을 벌리고 있는데 그 입이 얼마나 큰지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면) 대형 수박만 했다. 사진을 찍었는데 아쉽게도 선명한 사진을 얻지 못했다(거리가 멀어서 광량이 부족했나 보다). 주변에 뭔가 지나가는 것 같아서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팀의 다이버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들이 향하는 방향을 보자 거대한 규모의 치어 무리가 지나간다. 랜턴을 비추자 치어들의 몸에서 반사된 영롱한 빛이 깨끗한 수중 시야와 더불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치어 무리가 지나가자 근처에 특이한 모양의 산호가 보였고, 잭 강사는 이 산호를 배경으로 필자에게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오랜만에 수중에서 촬영한 필자의 사진이다. 기념 촬영을 마치고 잔압계를 보니 출수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수심이 얕은 곳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거대한 무리의 ‘5줄 스내퍼’가 나타났다. 얼마나 많은지 이 녀석들이 지나가는 곳은 스내퍼 무리에 가려서 지형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잠시 후 출수하여 모선에 올라 아침 식사 및 휴식을 하였다. 한편, 이날 첫 다이빙부터 용량이 큰 공기탱크(15리터)를 사용하였는데, 공기탱크의 용량이 크기도 하지만 잭 강사가 조언해 준 호흡법을 적용하면서 공기 소모량은 점차 적어지고 있었다. 출수 이후의 공기 잔압은 다른 일행과 같거나 많았다. 늘 공기가 부족해서 고민이었는데 용량이 큰 공기탱크를 사용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두 번째 다이빙에 앞서서 잭 강사가 사전 브리핑을 실시하는데, 그중에 필자에게 조언하는 내용은 ‘사진 촬영을 하면서 수심 변화가 심하다’는 것이다. 자칫 감압병의 위험이 있으니 과도한 수심 변화는 주의하라는 내용이었다. 즉, 최저 수심에 이른 다음에는 점차 상승하는 곡선을 그리라는 얘기인데, 안전을 위한 조언이니 적극 받아들였다. 이날 나머지 세 번의 다이빙은 시밀란에서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로 알려진 ‘리셸리우 락(Richelieu Rock)’ 포인트에서 진행하였다. 다이빙 시간은 각각 39분, 47분, 38분. 최대수심은 각각 28.2m, 25.5m, 21.2m(평균 수심 12~14m), 수온은 28도. 시정은 “매우 환상적”이었다. 작년에 이곳 ‘리셸리우 락(Richelieu Rock)’에서는 매우 열악한 수중 시정 때문에 물속의 지형지물은 고사하고 무슨 물고기가 있는지 제대로 못 보았는데, 이날은 오전 첫 다이빙 때와 마찬가지로 수중 시정은 정말 맑고 깨끗했다. 이곳 ‘리셸리우 락(Richelieu Rock)’에서는 대형 어류들이 엄청난 무리를 이루며 지나가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정말 대단한 광경이었다. 입수해서 조금 내려가자 마자 잭 강사가 휘파람 같은 소리를 내며 한쪽 방향을 가리킨다(이후에도 잭 강사가 수중에서 내는 소리를 몇 번 들었는데, 잭 강사는 그러한 소리로 물고기들을 부른다고 한다. 수중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인어화(化) 되었나? 나중에 기회가 되면 혹시 손발에 물갈퀴가 있는지 봐야겠다. ㅎㅎ). 그쪽을 보자 거대한 무리를 이룬 Jack Fish 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덩치 큰 녀석들이 천천히 무리 지어 오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무리가 커서 이동 속도가 느린 것 같았지만 가까이 오자 그들의 이동 속도가 매우 빠름을 알 수 있었다. 셔터를 급하게 몇 번 눌렀으나 생각보다 스펙타클한 장면을 포착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동시에 촬영했던 고프로 카메라는 그들의 이동하는 모습을 모두 담을 수 있었다. (다음에 계속) 최환종 프로필 ▶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여단장,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現 국립한밭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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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훈의 광고썰전 (239)] 원조 강남 얼굴 한가인의 삼성전자 Bespoke AI에 강제 소환되어 함께 사는 이야기
[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주머니 속의 송곳을 뜻하는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전국시대 조나라 평원군의 식객 모수의 소위 셀프 추천 일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평원군이 초나라 사신으로 함께 갈 인재를 모으던 중 “주머니 속에 있어도 송곳은 그 뾰족한 끝이 드러나기 마련”이라 비유하며 스스로를 추천하였다. 이 말은 재능이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어디에 있건 결국 그 재능이 드러나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다는 의미로 인재 영입을 위한 단골 멘트로 쓰인다. 비상한 계책이나 언변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재능도 이러할 진데 스쳐만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는 군계일학의 외모야 두 말할 필요가 있을까? 오디션을 보러 가는 친구를 따라갔다가 친구 대신 캐스팅된 이야기, 학교 끝나고 학원 가다가 길거리 캐스팅 당한 이야기, 등록금 벌려고 아르바이트로 잡지 표지 모델 했다가 하루아침에 신데렐라가 되었다는 이야기 등은 유명 여배우들의 단골 데뷔 스토리다. 2000년대 중반 김태희, 손예진 등과 함께 최고 미녀 배우중 한명인 한가인 또한 같은 케이스다. 4년치 등록금이 넘는 모델료를 준다는 말에 혹해서 아시아나항공 모델로 데뷔했다. 원조 강남 얼굴, 성형 거푸집 등으로 불리며 북한 한가인, 중국 한가인, 남자 한가인 등 얼굴이 좀 되면서 한가인과 닮은 사람들에게 붙여주는 영광스러운(?) 별명 “OO 한가인”의 원조, 진짜 한가인이 출연하는 광고다. [비스포크 AI 콤보 한가인을 소환합니다 편] 한가인이 촬영장 의자에 앉아 있고 누군가가 한가인에게 모바일로 광고를 보여준다 한가인 : 어머 하하 와~ 이거 언제야? 오래 전 어린(?) 한가인이 하얀 침대 위에서 수줍어하는 삼성 버블세탁기 광고다 Song : 원 투 쓰리 포 버블 버블∼∼ 한가인 : (광고를 보며 겸연쩍게 웃으며) 오 이때 이 세탁기 기억나요 이거 아마 20년 전인 거 같은데… 어렸네! 근데 요즘 세탁기는 다 AI 라던데 AI가 알아서 해주면 신경 쓸게 없겠네 현재의 한가인이 어릴 적 자신이 출연한 광고를 보며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듯 소비자들로 하여금 그 시절 세탁기와 현재의 AI 세탁기를 보며 격세지감을, 다른 한편으로는 알아서 다 해주는 AI 세탁기로 인해 신경 쓸게 없이 더 편리해질, 아니 더 나아가 빨래로부터 해방된다는 기대감을 느끼게 한다. 여기서 잠깐! 이 광고에 나오는 어린 한가인이 출연한 그 시절 광고를 보자. [하우젠 버블 세탁기 한가인 편] 온통 하얀 신혼 집 침대에서 한가인이 기지개를 펴고 구름 같은 하얀 거품(버블)이 침대로 몰려온다 Song : 원 투 쓰리 포 버블 버블∼∼ 한가인이 어린 아이처럼 손으로 거품을 찍어 맛본다 그리고 새하얗게 깨끗해진 침대에서 수영하는 포즈로 장난을 친다 Na : 세탁력을 높이고 시간을 반으로/ 하우젠 버블 한가인 : 이제 버블하세요 데뷔 초 한가인의 풋풋하고 애교 넘치는 모습을 다시 보는 즐거움을 준다. [비스포크 AI 콤보: 지금 나는 비스포크 AI와 삽니다 한가인 편] 현재의 한가인이 TV로 어린 한가인의 버블 세탁기 광고를 보며 나레이션한다 한가인 : 와 저 땐 너무 어렸고 제가 매일 세탁기를 쓰게 될지 몰랐어요 근데 왜 몰랐지? 결혼은 현실인데 AI 콤보로 다시 만나니까 궁금했어요/ 뭐가 더 좋아졌나 AI 콤보는 알아서 세탁부터 건조까지 한 번에 돼요 문도 열어줘요/ 센스 있죠? 저 진짜 많이 편해졌어요 흐흐흐흐 지금 나는 비스포크 AI와 삽니다 광고의 메시지는 “요즘은 세탁기도 AI가 대세 그래서 한가인도 비스포크 AI 콤보와 산다”다. 한가인의 세탁기 편 또한 김연아의 에어컨 편과 동일하게 [가전은 삼성, AI도 삼성 결국 AI 가전은 삼성]이라는 포지셔닝을 강화하고 있다. 신재훈 프로필 ▶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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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금융사고 나 몰라라"…은행권 배상책임 강화 실효성 있어야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비대면 금융거래가 급증하면서 보이스피싱·스미싱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함께 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금융사고로 인한 금전 피해 발생 시 소비자가 피해 금액을 고스란히 돌려받기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분담기준을 개선해 무단이체 피해를 입은 금융소비자를 보다 두텁게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은행권과 제2금융권은 자율적으로 보이스피싱·스미싱으로 제3자에 의한 무단이체 등 금전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 일부를 배상하고 있다. 히지만 ‘자율배상’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실질적인 피해 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은행권에서는 2244건의 배상 상담이 이뤄졌으나 배상 신청 건은 433건, 실제 배상이 이뤄진 사례는 41건에 불과하다. 배상 신청건 가운데 책임분담제 심사 대상은 183건, 심사 완료 109건 중 최종 배상이 이뤄진 것이 41건으로 1건당 평균 배상금은 412만원으로 집계됐다. 배상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16일이었다. 배상 신청건 중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 250건을 살펴보니 피해자가 직접 이체했거나 로맨스 스캠, 중고 사기 등으로 인한 사례다. 또 심사가 완료됐지만 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건은 소비자의 중대한 과실 때문이라며 은행이 책임분담을 하지 않았다. 이처럼 비대면 금융사고에 대한 은행의 배상 사례가 일부인 것은 애초에 대상자가 제한적인데서 기인한다. 정교해지는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 속에서 대부분의 피해자는 사칭 전화나 문자에 속아 직접 돈을 이체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가족이 사고를 당했다거나 어려움에 처해 있어 도움이 시급하다는 등의 감정적 허점을 노린 범죄 수법으로 인한 피해가 매우 빈번하다. 그러나 이 경우 ‘제3자’에 의한 금융사고가 아닌 고객 ‘스스로’ 이체한 것이기에 애초에 자율배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처럼 돈을 잃은 피해자들은 금전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속아서 돈을 보냈다는 자책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금감원이 비대면 금융사고 보상에 대한 개선이 필요함을 지적하고 은행권의 적극적인 책임 분담과 사고 예방 노력에도 더욱 무게를 두겠다고 한 것이다. 금감원은 그간 유사한 사고패턴에도 책임분담기준을 실제 적용하는 과정에서 은행별로 편차가 컸다고 지적했다. 은행별로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고도화 실적이나 사고 발생 이루 대응조치에 부족한 점이 있음에도 책임분담 시 이를 적정하게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최장 307일까지 소요된 처리 기간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비대면 금융이 빠르게 일상화되는 시대,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소재와 배상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다. 명확한 금융소비자의 잘못까지 무분별하게 은행권에서 떠안으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제도적 미비로 인해 피해자가 ‘이중고’를 겪는 현실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나아가 피해 발생 후 책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사고 발생 자체를 줄일 수 있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금융의 기초는 소비자의 신뢰다. 유명무실한 제도가 아닌 실효성 있는 금융사고에 대한 소비자 보호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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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침대도 '과학' 외치는데 경제정책은 더 정교해져야
[뉴스투데이=김민구 부국장] TV를 보면 ‘침대는 과학이다’라는 광고가 자주 눈에 띈다. 모 침대업체가 32년 전인 1993년부터 사용한 광고 문구이지만 소비자들은 과학이라는 단어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것 아닐까 싶다. 일개 침대에 그치지 않고 인체공학과 수면공학 등 과학 기능을 고루 갖췄다는 ‘서브리미널 메시지(subliminal message)’가 시청자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을 수도 있다. 이처럼 일반 소비 제품에 과학이라는 정교함이 더해지는데 국가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경제정책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문득 아프리카 한 부족의 무당이 떠오른다. 무아지경에 빠진 무당은 온갖 주술과 독설을 뿜어내며 현란한 굿판을 벌인다. 그 무당은 부두(Voodoo)교(敎) 신봉자다. 부두교는 현실을 외면하고 미신을 숭배하는 샤머니즘이다. 진실을 외면하고 허구에 몰입하면 ‘미첼의 함정’에 빠진다. 미국의 유명 경기 예측론자 웨슬리 클레어 미첼(Wesley Clair Mitchell)은 현실을 도외시한 비관론이 힘을 얻으면 현실의 ‘작은 아이’는 미신의 ‘거인’ 그늘에 가려진다고 역설했다. 이처럼 부두교와 경제가 만난 ‘부두경제학’이 현실이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국내에서도 부두경제학 망령이 잊을 만하면 회전목마처럼 다시 나타났다. 2008년 전국을 뒤흔든 광우병 사태는 17년이 지난 지금 더 이상 발생 건수가 들리지 않는다. 2016년 영화 ‘판도라’에 등장한 원전 폭발 장면으로 치명타를 입은 원자력 정책도 예외는 아니다. 가상 세계를 다룬 영화와 현실 차이를 모른 채 공포심만 부추겼던 과거 정부 정책에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갖춘 국내 원전 사업은 추풍낙엽처럼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지진이 아닌 지진 후 발전기가 쓰나미(해일)에 침수돼 벌어진 사고라는 객관적 사실도 원전이 주는 막연한 공포감에 묻혔다. 지구온난화를 막는 친환경 재생에너지가 중요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그러나 국내 전체 전력 생산의 약 3분의 1인 32% 넘게 차지하는 원전을 내팽개치고 전체 발전량의 10%에도 못 미치는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에 올인했던 점은 지금도 이해하기 힘들다. 섭씨 35도를 웃도는 폭염과 AI(인공지능) 가동에 필요한 엄청난 전력 수요는 원전을 도외시한 채 해결할 수 없다. 이를 외면한다면 정책 실패(Policy failure)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수년 전 국내외 최대 화두였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포비아(공포증)도 이러한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일반 유행성 독감 치사율이 0.1%이지만 코로나19 치사율은 0.3%에 불과했다. 이는 우리나라 하루 평균 교통사고 치사율 1.29%에 턱없이 못 미친다. 결국 코로나19는 확진자 수가 아닌 치사율로 봤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위험도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척도가 숫자다. 그러나 공포가 가져온 비합리성이 이성을 마비시키고 경제 숨통을 막는 오버킬(Overkill:과잉 대응)이 이어지면 이는 ‘경제 자살골’이나 다름없다. 경제정책은 ‘미신’이 아닌 냉정한 ‘과학’으로 봐야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모 대통령 후보가 던진 이른바 ‘호텔 경제학’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 여행객이 10만 원으로 호텔을 예약하고 그 돈이 가구점->치킨점->문방구->호텔로 순환하면 여행객이 호텔 예약을 취소해도 모두 혜택을 누린다는 내용이다. 이 주장은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1936년 저서 ‘고용, 이자 및 화폐 일반이론(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에서 정부지출 증가가 소득을 몇 배 늘린다는 ‘승수효과(multiplier effect)’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런데 이 경제이론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한계소비성향(새로운 수입 가운데 저축되지 않고 소비되는 비율)이 1(수입이 모두 소비)이 돼야 한다. 그러나 한계소비성향이 현실적으로 1인 경우는 거의 없다. 일반 한계소비성향은 0.2~0.3에 그치기 때문이다. 수입이 발생하면 일정 부분은 저축하거나 부채 상환에 쓰고 나머지를 소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모든 소득이 곧바로 소비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다소 비현실적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모든 이들이 돈을 벌어 다 쓴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호텔 예약이 취소되면 순환 과정에 필요한 10만원이 사라져 결국 호텔은 손해를 본다. 그렇다고 특정 후보의 내수 진작 의지를 폄훼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국가 행정과 경제정책은 정교함과 과학에 토대를 둔 엄숙성이 절대 필요하다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펼치는 관세 전쟁과 국내 경기침체에 맞서 나라 경제를 살리려면 확증편향과 비합리, 공포, 미신에서 벗어나 날카로운 이성과 과학에 무게를 둬야 한다. 일개 제품에 입혀진 첨단과학과 기술력이 한 나라 경제정책보다 정교하면 이는 곤란한 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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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훈의 광고썰전 (238)] 피겨 여왕 김연아의 삼성전자 Bespoke AI에 강제 소환되어 함께 사는 이야기
[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한 명도 아니고 대한민국 최고 여성 광고모델 3명을 한꺼번에 캐스팅한 통 큰 광고가 있다. 4월 말 공개된 삼성전자 “AI 가전 트로이카”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삼성전자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 전직 모델 출신인 김연아, 한가인, 전지현을 “AI 트로이카”로 소환해 삼성 AI 가전을 사용하며 변화된 일상을 보여준다. 광고 캠페인은 세 명의 모델이 과거 자신이 출연한 광고를 보면서 인터뷰하는 캠페인 티징 영상 “소환 편”으로 시작한다. “소환 편”의 뒤를 이어 세 명의 모델이 각각 출연하는 본편에서는 김연아가 등장하는 AI 에어컨 “비스포크 AI 무풍 콤보 편”과 한가인이 등장하는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 편” 그리고 전지현이 출연하는 “비스포크 AI 하이브리드 키친핏 맥스 편”에 이르기까지 총 6편이 거의 모든 매체를 통해 동시다발로 융단폭격 중이다. 이 캠페인은 가전 3대장이라 불리는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 시장에서 최근 모든 분야에서 화두로 등장한 AI 이미지를 선점하고 [ AI 가전 = 삼성전자 ] 라는 소비자 인식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먼저 피겨 여제 국민 요정 김연아가 출연하는 광고다. [비스포크 AI 무풍 콤보: 김연아를 소환합니다 편] 김연아가 촬영장 의자에 앉아 있고 누군가가 김연아에게 모바일로 광고를 보여준다 김연아 : 어디서 났어요 이게? 오래 전 어린(?) 김연아가 얼음판 위에서 춤추며 노래하던 삼성 에어컨 광고다 Song : 씽씽 불어라~ 김연아 : (광고를 보며 겸연쩍게 웃으며) 저 때는 씽씽 불었네~ 근데 요즘 에어컨은 무풍이고 AI니까 저한테 다 맞춰주거든요 현재의 김연아가 어릴 적 자신이 출연한 광고를 보며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듯 소비자들로 하여금 그 시절 에어컨과 현재의 AI 에어컨을 보며 격세지감을, 다른 한편으로는 AI 에어컨으로 인해 더 편리하고 쾌적해질 삶의 질에 대한 기대감을 느끼게 한다. 여기서 잠깐! 이 광고에 나오는 어린 김연아가 출연한 그 시절 광고를 보자. [하우젠 바람의여신 씽씽불어라 김연아 편] 웅장한 설산 속 꽁꽁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어린 김연아가 요정처럼 하얀 드레스를 입고 귀엽게 춤을 추며 직접 노래를 부른다 Song : 씽씽 불어라 씽씽 하우젠 씽씽 씽씽 시원하게 불어라 미리 미리 미리 하우젠/ 하우젠 바람의 여신 동계스포츠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동계스포츠의 꽃인 여자 피겨스케이팅을 평정하며 피겨 요정을 거쳐 피겨 여제로 불리던 김연아의 앳된 모습과 애교 넘치는 춤을 다시 보는 즐거움을 준다. [비스포크 AI 무풍 콤보: 지금 나는 비스포크 AI와 삽니다 편] 현재의 김연아가 TV로 어린 김연아의 씽씽 에어컨 광고를 보며 나레이션한다 김연아 : 여름마다 에어컨을 만났었는데, 다시 만나니까 설레더라구요 그때는 몰랐는데 요즘은 제가 집의 맛을 알거든요 온도는 내가 춥지 않게 정하고 습도는 AI 무풍콤보가 쾌적하게 AI가 나에게 맞춰주니까 집에 있는 게 좋아요 지금 나는 비스포크 AI와 삽니다 광고의 메시지는 “요즘은 에어컨도 AI가 대세 그래서 김연아도 비스포크 AI 무풍콤보와 산다”다. 그렇다면 AI 에어컨을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기업(브랜드)은 어디일까? 상식적으로 볼 때 에어컨을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기술과 규모와 역사는 기본이고 거기에 더해 AI 기술도 최고여야만 한다. 삼성전자가 오랫동안 에어컨을 자~알 만들어 왔다는 것과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업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반도체는 첨단산업의 핵심이며 AI와 직결된다. 따라서 이러한 사실을 종합해 보면 소비자들은 삼성전자가 AI 에어컨을 가장 잘 만들 것이라는 유추가 가능할 것이다. 신재훈 프로필 ▶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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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백종원 대표님, IPO는 소꿉장난이 아닙니다
[뉴스투데이=임성지 기자] 백종원 대표가 이끌고 있는 외식프랜차이즈 기업 더본코리아가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 2월부터 백종원 대표와 더본코리아는 △빽햄 가격 △감귤맥주 재료 함량 △농약 분무기 사용 △디저트 곰팡이 등 대내외적인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리스크로 인한 여파는 고스란히 가맹점에게 쏠렸다. 금융감독원이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에게 제출한 카드사 4곳(삼성·신한·현대·KB)의 매출 데이터에 따르면 주요 브랜드인 홍콩반점 가맹점의 하루 평균 매출이 지난 2월 7453만원에서 지난달 6072만원으로 약 18.5% 줄었다. 또 같은 기간 새마을식당은 9945만원에서 8190만원으로 17.6% 감소했다. 그나마 더본코리아 전체 프랜차이즈 중 매출 비중이 높은 빽다방은 3월 일평균 매출이 4억3876만원으로 전월 대비 11.8% 증가했지만, 지난 4월에는 전월 대비 1.9% 성장에 그치는 등 증가세가 주춤했다. 또 최근에는 MBC 교양 PD 출신 김재환 PD가 백종원 대표의 방송사 갑질과 대패삼겹살 개발 진위여부 등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백종원 대표는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나는 IPO, 주식 등 상장과 관련된 부분은 잘 모른다. 지금은 점주님들 상황을 빨리 타개해 나가는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고 전해졌다. 백 대표의 발언은 표면상 점주들의 피해 회복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보여지나, 반대로 주주가치를 제고해야 하는 상장사 대표의 발언으로는 적절하지 못한 것으로 읽혀질 수 있다. 앞서 백 대표는 지난 3월 28일 개최한 더본코리아 주주총회에서 “상장이 처음이라 실적만 올리면 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다”며 “그냥 해외시장에 잘 보이기 위한 면허 정도로 여겼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기업공개(IPO)에서 대부분의 새내기 상장사가 한파를 겪었던 것에 비해 더본코리아는 상장 첫날 6만4500원까지 올랐다. 시총도 당일 종가 5만1400원 기준 7436억원에 육박하는 등 백종원이라는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더본코리아의 밸류에이션은 상승했다. 그만큼 백 대표의 이름값이 주는 경쟁력과 신뢰가 유가증권시장에서도 발휘됐다. 그러나 더본코리아의 시총은 26일 기준 약 3700억원 수준이다. 고점 기준 정확히 반토막이 난 셈이다. 이처럼 회사 사정이 처참한 상황에 주식, 주가, 주주가치 제고를 잘 모른다는 백 대표는 왜 IPO를 진행하고 코스피에 상장을 추진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더본코리아가 상장을 추진한다고 했을 때 업계 일각에서는 다양한 의문점을 제기하면서 무리수라는 평가가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공장도 보유하지 못하고 내부 인력의 경쟁력도 부족한 더본코리아가 상장을 추진한다는 점에 의아했다”며 “더본코리아 상장으로 누군가 이익을 봤을 것이 분명하다”고 언급했다. 더본코리아 상장으로 이익을 본 곳은 우선 상장주관사다. 공동대표 상장주관사로 나선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인수 수수료로 각각 35억2512만원, 13억7088만원을 거둬들였다. 그러나 최대 이익을 본 주체는 더본코리아 최대 주주인 백 대표다. 1분기 기준 백 대표는 더본코리아 주식879만2850주(지분율 59.7%)를 보유한 절대적인 대주주다. 더본코리아의 공모가 3만4000원 기준으로 보면 상장 직후 백 대표는 약 2990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또 있다. 백 대표의 보유 주식 중 일부분이 보호예수기간이 6개월밖에 설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호예수는 주식의 대량매도로 인한 주가 폭락 및 차익 실현을 방지하기 위해 설정하지만, 대주주인 백 대표는 보유 주식 263만7855주를 6개월 만에 시장에 매도할 수 있게 설정했다. 보호예수기간이 끝나가던 5월 2일 종가 2만6950원 기준 백 대표가 263만7855주를 시장에 던졌다면 약 711억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만일 논란이 없었더라면 백 대표가 보유 주식 매도를 추진했을지도 모른다. 또 그로 인한 주가 변동이 더본코리아 주주들에게 어떤 영향을 줬을지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유가증권시장에 대해 잘 모른다는 백 대표의 입장과는 사뭇 차이가 있어보인다. 백 대표는 그동안 골목식당에 참여한 자영업자들에게 ‘이렇게 장사하는 것은 소꿉장난이에요’, ‘장사의 기본이 안 되어있어요’ 등의 발언을 했다. 또 본인의 프랜차이즈 운영에 대해 외식업을 모르는 가맹점주에게 ‘일종의 과외’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백 대표의 현재 불거지는 논란에 대해서 왈가왈부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IPO를 추진하면서 상장에 대한 충분한 과외를 받지 않았는지, 기업 대표로서 IPO가 애들 소꿉장난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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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264)] 군대 골프, 테니스, 종교활동은 심신단련과 통제(?) 목적
- [뉴스투데이=김희철 컬럼니스트] 남자들의 술자리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화두 중에 하나는 군생활 이야기이다. 주로 유격·행군 등의 훈련 또는 고통스럽고 땀을 흘렸던 얼차려를 받으며 겪은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한 경험담과 함께 당시의 상급자 흉을 보는 것으로 훌륭하고 재미있는 술안주가 되기도 한다. 비행단이나 해군기지에 설치된 골프장은 해·공군출신 간부들이 대기 또는 휴일이나 휴가 및 행사시에 신체단련 개념으로 란딩을 하여 일반 골프장을 GC이나 CC라고 부르는 것과 달리 체력단련장이라고 호칭한다. 육군은 주로 부대내에 설치된 테니스장을 주로 이용하여 체력단련을 한다. 뿐만아니라 육해공군 모두는 일요일이 되면 거의 반강제적으로 종교활동을 하고 있다. 이 모두는 심신을 단련하는 좋은 기회이고 상하급자 간에 우의를 돈독하게 만드는 순기능도 있다. 하지만 그 저변에는 군대라는 특성을 고려한 숨겨진 필수 목적이 있다. 이는 불시에 발생할 북한의 군사도발을 대비해 군인들은 휴일 및 퇴근 후에도 유사시엔 부대 인접에 위치하다가 최대한 빨리 출동하여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사단장의 지침을 받은 인사참모는 체력단련일인 수요일이나 휴무일이 되면 무조건 영내 테니스장에 모이도록 사단 참모 및 직할대장들에게 전달을 했고, 불참한 사람들의 사유도 확인했다. 주로 열외한 사람은 상황근무 및 업무가 과중한 작전참모였고, 간혹 사단장은 안타까운지 단 1시간이라도 운동하고 업무하라는 강요도 했었다. 하지만 테니스장과 종교활동 참석 여부를 확인하는 목적은 심신단련과 더불어 유사시 군사작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휴무일에 참모 및 직할대장들의 위수지역 무단이탈을 자연스럽게 통제하려는 숨겨진 의도이기도 했다. ■ 필자의 저조한 테니스 경기수준의 반복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여 필자가 진해의 육군대학에서 대대장반 교육을 받으며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 입원치료와 퇴원후 재활치료를 받은 후 목발을 짚고 시작한 대대장 근무기간동안 너무도 많은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며 감사함을 간직했었다. 하지만 회복중인 필자의 체력는 아직 완전한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했고, 원래부터 부족한 운동신경 때문이기도 하여 테니스 경기중에 실책을 유발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필자의 저조한 경기수준의 반복은 정신적 스트레스이기도 했다. 해서 새벽에 인근 테니스 연습장을 예약하고 렛슨을 받기 시작했다. 다치기 전에도 군대 테니스를 치면서 잘한다는 소리를 못들었는데 렛슨을 통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한달동안 코치가 보내준 볼을 친 횟수가 그동안의 전체 군생활 동안 테니스장에서 볼을 친 횟수보다도 훨씬 많았다. 두달 동안의 테니스 렛슨을 통해 테니스를 잘 못하는 원인은 결국 노력과 관심 부족이 교통사고 후 재활치료로 인한 요인보다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제 걸음마 수준에서 사단 참모들과 직할대장과 함께하는 경기의 승률은 당연하게 최저 수준이었고 은근히 짜증이 섞인 스트레스가 점점 쌓여갔다. 3월 어느 토요일도 참모 및 직할대장의 부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친선 경기가 있었다. 모두들 최저 수준인 필자와 한 팀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사단장팀과 게임이 있었는데 직접 상대하는 사단장에게까지 역시 실력이 떨어지는 수준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이를 악물고 경기에 임했다. 결과는 뜻하지 않게 우리팀의 승리였다. 최저 수준의 필자팀이 사단장팀을 간신히 아슬아슬하게 이겼다. 죄송했지만 정말 오랜만에 승리의 쾌감을 맛보았다. 더불어 새벽 5시부터 새벽공기를 마시며 테니스 개별지도를 받은 성과를 얻었지만 소외되지 않도록 보이지 않게 배려한 사단장의 깊은 심정을 느끼며 감사했다. 성경 마태복음 20장에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또한 일제 강점기에 종교계와 독립운동 등에 많은 인재를 배출한 배재학당의 당훈인 ‘욕위대자 당위인역(欲爲大者 當爲人役)’은 성경과 같은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겨라’는 뜻이기도 하여 함의하는 바가 크다. ■ 골프, 테니스 운동과 종교활동은 군인의 자긍심을 높히며 좋은 인연도 만들어 인화단결시키는 촉매제 충용사단의 사령부 울타리안에 충북 동원사단과 함께 있어 당시 흔하지 않게 2명의 장성이 지휘하는 사단급 부대가 같이 근무했다. 각 사단의 테니스장은 별도로 있었으나 종교시설을 함께 사용했다. 그동안 전에 근무했던 부대에서 일부 참모 및 직할부대장들의 종교는 해당 지휘관에 따라 수시로 변경되는 경우도 가끔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은 지휘주목을 너무도 잘하는 사람들이었지만 순수한 종교의 의미는 퇴색될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변신을 잘하는 사람중에 일부는 종교활동 덕분에 진급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교통사고 후 개종한 필자는 그들만큼 즉각적인 변신에 적극적이지 못했다. 다만 교통사고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빛을 발견할 수 있게 만들어준 신께 오직 감사하며 순종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날 저녁에 신부님 사제관에서 저녁식사 자리가 있었는데, 새롭게 부임한 인접 동원사단 부사단장이 신부님께 인사차 들렸다. 첫 대면자리였지만 서로가 놀라움에 두사람의 눈동자는 부엉이 눈처럼 확대됐다. “충성, 훈육관님”하고 인사를 하자, 동원사단 부사단장 장선일 대령(육사26기)은 “니가 웬 일이냐?”하며 반갑게 손을 잡아주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반가운 만남의 해후였다. 장 대령은 20여년 전인 육사생도 시절 중대훈육관으로 군인기본자세를 지도해주었고, 10년 전에는 승리부대 사단작전장교 근무시에 예하 연대장으로 취임하여 돈독한 인연을 맺었는데 이렇게 다시 또 함께 근무하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고 군생활이 좁다는 것을 재삼 깨달았다. 여든 노인이 세 살 어린이에게 배운다는 말도 있지만, 군복을 처음 입을 때 지도해준 훈육관을 다시 만났고, 지금은 정보참모로 근무하며 새 스승인 김선필 사단장(육사27기)를 통해 새로운 관점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고 감사했다. 심신단련과 통제(?) 목적의 골프, 테니스 운동과 종교활동은 24시간 부대에 얽매이게 되는 점도 있지만, 변화에 적응하며 군인으로서 자긍심을 높힐 수 있는 좋은 인연을 만들어 인화단결 속에 군을 발전시키는 촉매제였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김희철 프로필▶ 방위산업공제조합 부이사장(현),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2024년), 군인공제회 부이사장(~2017년), 청와대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제복은 영원한 애국이다(오색필통,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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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초등학교 반장선거에서 배워야 할 대한민국 대선판
- [부산/뉴스투데이=김영남 선임기자] "아따 마 정신 사나버라......" 이 구수한 부산 사투리를 표준말로 굳이 옮긴다면 "정신이 없다"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요즘 부산 출근길 풍경은 그야 말로 혼돈이다. 여야 각 캠프에서 대선후보들의 홍보음악과 캠프 관계자들의 연설로 시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려고 하지만, 출근길 시민들의 눈과 귀는 선거운동 홍보로 이미 많이 피곤한 상태다. 출근길에서 기자와 마주한 한 시민은 "아침 출근 때마다 같은 자리에서 저렇게 시끄럽게 음악을 트니 정신이 없어서 미칠 지경이다. 빨리 대통령 선거가 끝났으면 좋겠다"며 "선거철에만 저렇게 읍소하고 뽑아달라고 하지 끝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몰라할 게 뻔한거 아닌가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애당초 정치인에 대한 기대가 없으니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품지 않는다. 요즘 부산 공약들 보면 예전에 나왔던 공약도 있다. 왜 같은 공약이 나오겠는가? 그 공약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슨 공약 재탕도 아니고 매번 같은 공약으로 현혹하는 게 이제는 좀 피곤할 지경이다"고 하소연 했다. 혹자는 기자와 출근길 인터뷰를 한 사람이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그렇다고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그 시민의 정치인과 정치에 대한 불신을 갖기 전까지의 그 시민의 절망감이 기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몇해 전 초등학교 딸의 반장선거가 기억난다. 반장선거에 출마하는 딸은 며칠전부터 학급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고민을 하면서 엄마와 의견교환을 했다. 당시 기자는 딸의 "아빠는 어떻게 생각해?"라는 기습 질문에 "친구들이 원하는 걸 다 들어준다고 해"라며 다소 무성의 하게 답해 딸의 화를 불러 일으켰던 적이 있다. 당시 딸의 화를 불러일으킨 원인의 핵심은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초등학생의 판단에도 원하는 걸 다들어주는 공약은 '거짓'이었다. 부산 민심을 공략하기 위해 대선후보들은 저마나 부산 맞춤형 공약을 내세우며 표심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부산 민심 공략을 위해 부산을 해양수도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해양 수도 부산'이라는 청사진을 구체화 시키는 공약들이 바로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북극항로 개척을 통한 부산을 물류 중심지로 육성, 해사법원 신설, 해양 공공기관과 해운기업 HMM 본사 부산 이전, 해양 금융 활성화 등이다. 김문수 후보는 산업은행 부산이전,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제정, 그린벨트 해제 권한 부산시장 이양, 부산지역 대학 지원 강화 등을 내세웠다. 이준석 후보는 '아시아 금융 허브 특별법' 제정으로 국내 증권사와 해외 금융사를 부산으로 유치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들은 현재 부산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잘 담고 있다. 그런데 공약은 실행이 돼야 의미가 있는 것이고 실현 없는 공약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후보들이 거짓말 공약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치인의 말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그래서 정치인의 입은 천금처럼 무거워야 하며 한 번 뱉은 말은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책임을 지지 못할 때 사람들은 정치인의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말한다. 최근 부산 대선판이 HMM 이전 공약 철회설 소동으로 잡음이 많다. 더불어민주당이 HMM 본사 부산 이전 공약을 철회했다는 일각의 제기가 있었고 민주당 선대위 측이 즉각 HMM 부산 이전은 공약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갑론을박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공약 실천 여부는 구체적인 로드맵 제시와 진심이 필요하다. 그래야 유권자가 신뢰할 수 있고 표심으로 이어진다. 급하게 표를 얻기 위해 또는 구색을 맞추기 위한 맞춤형 공약은 오히려 해당 후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시 딸의 반장선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면, 딸은 결국 반장선거에서 당선됐다. 당시 공약은 딱 하나였다. 학급 친구들의 성적 향상을 위해서 힘쓰겠다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 질문하면 최선을 다해 가르쳐 주겠다고 공약했다. 딸은 당선 후 그 약속을 지켰고 후회없는 반장시절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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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수의 식탁이야기(51)] 몸이 예전같지 않다면, 체질별 건강법으로 관리해 보세요
- [뉴스투데이=김연수 전문기자] 요즘들어 피로가 잘 풀리지 않고, 잠이 깊지 않으며, 속이 더부룩한 느낌이 계속된다면 체질에 맞는 건강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몸은 하루에도 수많은 신호를 보낸다. 따라서 그 미세한 변화를 잘 파악해서 다스리면 큰 병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고 몸을 좋은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즉 나의 체질을 이해하고 적절한 생활습관을 하나씩 실천해 나간다면 병에 걸리지 않고도 건강을 지켜나갈 수 있다. 한의학의 한 갈래인 사상의학은 사람의 체질을 소음인, 소양인, 태음인, 태양인의 네 가지로 구분한다. 체질마다 신체의 강점과 약점이 다르고, 잘 생기는 질병이나 적합한 식습관, 운동법이 다른 것이 핵심이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사상체질과 황민우 교수는 “사상의학에서는 질환으로 진행되기 전의 미묘한 신체 변화를 ‘소증’이라 부른다. 수면, 식욕, 배변, 땀, 체온 변화 등 일상 속 작은 신호가 바로 그것인데 불편한 증상이 반복된다면 이는 생명을 유지하는 중심 에너지가 약해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면서 “증상이 본격화되기 전에 평소의 몸 상태를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내 체질은 무엇이고, 어떤 건강관리가 필요할까. 체질별 건강 특성과 운동법, 식이요법 등을 알아본다. ■ 소음인, 따뜻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이 제격 소음인은 간과 심장이 강하고 위장과 비위, 신장, 방광 등이 약한 체질이다. 대체로 체구가 왜소하고 마른 편이며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이 많다. 내성적이고 신중하며 감정 표현에 조심스러운 성향이 특징이다. 잘 생기는 질환은 위장장애, 냉증, 수족냉증, 월경전 증후군, 빈혈, 우울증, 신경과민증 등이다. 전반적으로 면역력이 약하고 추위에 민감하다. 운동은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요가, 걷기, 가벼운 스트레칭 등이 가장 적합하다. 격렬한 활동보다는 항상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면서 체온을 유지하며 기혈 순환을 도울 수 있는 운동이 바람직하다. 식이요법은 따뜻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 위주로 먹는 것이 좋다. ▷피해야 할 식품: 생선회, 냉면, 밀가루음식, 아이스크림, 빙수, 수박, 참외, 오이, 찬 음료 등 ▷추천 식품: 생강차, 계피차, 쌍화차, 홍삼, 인삼, 따뜻한 국물류, 찹쌀, 양고기, 닭고기 등 ■ 소양인, 체열을 식히고 진정시키는 음식이 궁합 맞아 소양인은 폐와 비장이 강하고 간과 신장이 약한 체질이다. 성격은 외향적이고 활발하며 열정적이지만 급한 면이 있다. 상체에 열이 몰리고 얼굴이 자주 달아오르는 반면 손발은 차가운 경우가 많다. 평소 각별히 주의할 질환은 고혈압, 심장질환, 두통, 화병, 알레르기 질환 등이다. 상체로 치솟는 열로 인해 정서적 긴장에도 취약하다. 운동은 상체의 열을 내리고 하체를 강화하는 방향이 좋다. 특히 등산, 자전거, 하체 근력운동, 단전호흡, 명상 등이 좋다. 과한 경쟁을 유도하는 격렬한 스포츠 보다는 리듬감 있는 유산소 운동이 적합하다. 식이요법은 체열을 식히고 진정시키는 음식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하체 냉증을 심화시킬 수 있는 지나치게 찬 음식은 절제해야 한다. ▷피해야 할 식품: 닭고기, 양고기, 인삼, 홍삼, 대추, 생강 등 ▷추천 식품: 돼지고기, 족발, 오이, 가지 ,수박, 참외, 배, 녹두, 보리차, 결명자차 등 ■ 태음인, 담백하고 열량 낮은 저지방 식품 추천 태음인은 간과 폐 기능이 강한 반면 비위와 신장이 약한 체질이다. 체격이 크고 에너지가 풍부하지만 신진대사가 느리고 땀이 적어 노폐물 배출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질환은 비만, 고지혈증, 당뇨병, 지방간, 고혈압, 심혈관 질환 등 대사성 질환이다. 건강을 지키려면 규칙적인 운동 습관과 함께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을 개선해야 한다. 조깅, 자전거, 수영, 등산 등 유산소 중심의 땀나는 운동이 효과적이다. 식이요법은 담백하고 저열량 저지방 식품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피해야 할 식품: 튀김류, 돼지고기, 닭고기, 밀가루 음식, 기름진 음식, 고등어 등 ▷추천 식품: 조기, 가자미, 양파, 해조류, 도라지, 무, 두부, 현미, 귀리, 콩, 녹두,율무 등 잡곡류 ■ 태양인, 간기능 보조하는 식품이 적합 태양인은 전체 인구 중 매우 드문 체질로 폐 기능이 강하고 간 기능이 약한 특징이 있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활달하며 추진력이 강하지만 감정 기복이 크고 분노 조절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잘 생기는 질환은 간질환, 고혈압, 중풍, 두통, 눈 질환 등이다. 특히 과로와 스트레스가 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운동은 긴장을 풀고 감정을 안정시키는 방향이 이상적이다. 요가, 태극권, 명상, 자연 속 산책 등이 좋다. 무엇보다도 경쟁보다 평정, 흥분보다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 관건이다. 식이요법은 간 기능을 보조하고 폐의 열을 내려주는 식단이 적합하다. ▷피해야 할 음식: 매운 음식, 기름진 음식, 술 ▷추천 식품: 녹즙, 해산물 및 해조류, 율무, 메밀, 민들레, 칡 등 ◀ 김연수 프로필 ▶ 연세대학교 아동가족학 학사 / 前 문화일보 의학전문기자 / 연세대학교 생활환경대학원 외식산업 고위자과정 강사 / 저서로 ‘4주간의 음식치료 고혈압’ ‘4주간의 음식치료 당뇨병’ ‘내 아이를 위한 음식테라피’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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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환종의 스쿠버 다이빙 시즌 5] 태국, 시밀란 리브어보드(9) Koh Che 1... 독뿜는 '스폰지밥'과 '예쁜 도자기' 만나
- [태국(시밀란)/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곰치를 지나 방향을 바꾸자 한 무리의 Gold band Fusilier가 지나간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이 녀석들은 작은 몸체에 노란 줄무늬가 있는 것이 눈에 잘 띄기도 하고, 엄청난 규모의 무리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에 시선을 줄 수밖에 없다. 바닥으로 시선을 돌리자 쏠베감팽 한 마리가 바위 밑에서 정지해 있는 것이 보였다. 약간 어두운 색상이지만 무늬가 화려한데, 이렇게 깨끗하고 화려한 무늬의 쏠베감팽은 오랜만에 본다. 시선을 돌리자 근처에 노란색 물고기가 보인다. 얼핏 봐도 복어 종류 같은데 처음 보는 녀석이다. 다이빙 후에 어류도감에서 이 녀석을 찾아보니 이 녀석은 ‘노랑 거북복(Yellow Boxfish)’이라고 한다. 이 녀석은 네모난 상자 같이 생겼고, 만화에 나오는 ‘스폰지밥’을 연상케 한다. 생김새도 재미있지만 노란색 몸통에 검은색 점이 많아서 장난감 같은 인상을 준다. 이 녀석은 성장하면서 몸통이 황갈색이나 녹갈색 바탕에 검은 테두리가 있는 흰점이 생기고, 성체는 보라색이나 옅은 갈색을 띈다고 하는데, 어류도감에서 사진을 보니 성체로 자라면서 색상과 무늬가 확실히 차이가 난다. 사진에 있는 이 녀석은 아직 어린 녀석이다. 그런데, 이 녀석은 보기에는 귀엽고 온순해 보이지만 위협을 느낄 경우에는 피부에서 독성 단백질을 내뿜는다고 한다. 이 독은 다른 물고기를 죽이기도 한다는데 사람에게는 어떤지 모르겠다. 아무튼 바다 속에서는 귀엽다고 함부로 만지면 안된다. 이어서 주변에는 예쁜 색상과 무늬를 가진 물고기 한 쌍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 녀석은 Redtail Butterflyfish(또는 White collar Butterflyfish)로서 우리말로는 붉은꼬리나비고기(또는 갈색나비고기, 파키스탄나비고기)로도 알려져 있다. White collar Butterflyfish라는 이름은 아마도 눈 뒤에 흰색의 또렷한 세로줄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싶다. 세부적인 특징은 눈 뒤의 세로줄과 더불어 눈 위에는 어두운 색상의 줄무늬가 있고 눈 앞에는 더 작은 흰색 줄무늬가 있다. 꼬리는 밝은 빨간색이 대부분이고 그 뒤에는 검은색 줄무늬가 있으며 꼬리 끝은 옅은 흰색인데, 이렇게 여러 가지 색상이 조합된 이 녀석은 그 화려한 색상 때문에 멀리 있어도 금방 눈에 뜨인다. 이 녀석들은 주로 산호 폴립을 먹는다고 한다. 잠시 후, 어마어마한 규모의 치어 떼가 지나간다. 짙은 안개가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 같은 장관이 펼쳐지는데, 아쉽게도 그 장면은 카메라에 제대로 담지 못했다. 대규모의 치어 떼가 사라진 후에 ‘5줄 스내퍼’들과 함께 얼굴 부분이 파란색인 물고기가 나타났다. 어디선가 본 듯한 녀석인데, 그러나 처음 보는 녀석이다. 정말이지 바다 속에는 비슷한 녀석들이 너무나 많아서 그 이름을 모두 다 안다는 것은 힘든 일이고, 새로운 녀석이라고 생각될 때마다 사진을 찍어서 나중에 확인해보는 수 밖에 없다. 이 녀석의 이름은 Blue face Angel fish. 성체는 파란 얼굴에 눈 주위만 황색이고 몸통 뒷면으로 갈수록 주황색 바탕에 작은 파란색의 격자 무늬가 있다. 예쁜 도자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꼬리쪽과 아가미쪽 지느러미는 주황색이다. 아래 사진에 있는 두 마리 물고기와 위 사진의 Redtail Butterflyfish, 그리고 이 녀석을 비교해보면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녀석들이다. 한편, ‘5줄 스내퍼’들이 무리지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있는데, 그 무리가 거의 다 지나갈 즈음해서 말미잘 위에 있는 흰동가리 한 마리가 보였다. 노란색 스내퍼와 빨갛고 하얀색이 어우러진 흰동가리가 묘한 대비를 이룬다. (다음에 계속) 최환종 프로필 ▶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여단장,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現 국립한밭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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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칼럼] 시장 혼선 키우는 금융사 ‘담합’ 칼날
- [뉴스투데이=최병춘 경제부장]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중은행과 주요 증권사들을 상대로 ‘담합’ 의혹 관련 제재 절차에 착수하는 등 연달아 금융 업권에 칼날을 겨누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4대 은행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담합 의혹에 대한 재조사 절차를 마무리하고 과징금의 근거가 되는 매출액을 상향 조정하면서 과징금 수위가 1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공정위에 행보에 금융사들이 긴장하는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제제 절차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쟁 또한 격화되고 있다. 공정위는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국내 4대 은행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LTV 자료를 공유하고 이를 비슷한 수준으로 낮췄다고 보고 이를 제재 대상으로 삼고 있다. 경쟁 기업 간 가격이나 물량을 합의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인 담합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담합을 적발하고 처벌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합의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지만 은밀하게 이뤄지는 만큼 이를 찾기 쉽지 않다. 이에 합의에 대한 증거는 없고 담합에 필요한 정보교환에 대한 증거만 있더라도 이를 합의 증거로 간주하도록 2020년 공정거래법이 개정됐고 이번 제재가 확정되면 개정된 법 적용 첫 사례가 된다. 이번 사건에서 은행들의 LTV 자료를 공유한 정보교환이 어떻게 경쟁을 제한했고 그 결과 소비자에게 피해를 줬는가를 따져보는 게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은 반발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단순 정보교환이 담합은 아니고,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부당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LTV를 낮추면 대출 한도가 줄면서 이자 이익도 감소하기 때문에 은행이 담합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금융사뿐 아니라 금융당국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LTV 규제가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하는 금융당국의 정책 수단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번 사안이 시중은행이 금융정책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정보교환으로 보고 있어 금융당국도 곤란해하고 있다. 자칫 금융당국 정책에 대한 ‘협조’의 흔적이, 이제는 담합의 정황으로 해석되어 제재의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당국 간 신호 불일치와 혼선을 드러내는 사례이자, 민간의 자발적 협력을 오히려 위축시킬 수 있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 국고채 담합 문제도 마찬가지다. 공정위는 국고채 금리를 특정 수준에 맞추기 위해 주요 은행과 증권사들이 담합했다고 보고 국고채 전문딜러(PD)로 지정된 금융회사들에 대한 제재 절차에도 착수한 상태다. 금융사들은 수익성이 낮은 국고채 딜러를 선호하지 않는다. 이에 기획재정부가 정기적으로 우수 딜러를 선정해 상을 주면서까지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3월 공정위로부터 심사보고서를 받기 전부터 이미 낙찰금리가 시장금리보다 낮았기 때문에 국고채 금리 담합으로 정부가 피해를 보았다는 주장도 힘을 잃고 있다. 낙찰금리가 낮을수록 정부는 국고채 이자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는데 담합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게 금융사들의 항변이다. 제재 적절성 논쟁이 격화되고 금융당국까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면서 공정당국과 금융당국 간 부처 갈등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제재 논의가 본질적 문제에서 시선을 빗나가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중은행 과정 구조는 우리 금융시장의 고질적 문제임을 부인할 수 없다. 주요 은행 몇 곳이 전체 금융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소비자 선택권은 갈수록 제한되고 있다. 금리 산정이나 수수료 책정에서도 경쟁보다는 동조적 움직임이 반복되고 있는 이 구조적 문제는 단발적인 제재보다 훨씬 깊은 통찰과 개혁이 필요한 분야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방식의 제재는 정작 이 구조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와 개혁의 동력을 희석시킬 우려가 있다. 정부가 기업들의 담합을 철저히 조사하고 규제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고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 또한 예외는 아니다. 다만 공정위가 쏘아 올린 금융사의 담합 화두는 본래 제재 취지에 어긋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금융시장은 신뢰로 작동하는 공간이다. 제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금융사의 행위가 우리 사회에 어떠한 부정적 영향을 끼쳤는지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책 간 정합성과 구조적 개혁을 위한 성찰이다. 우리 금융시장이 안고 있는 불합리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더 정밀한 진단과 정부 기관 내부 또는 시장과 긴 호흡의 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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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훈의 광고썰전 (237)] 전지현, 박서준, 임시완에 이어 백산수 모델이 된 “40년” 삼다수와의 물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까?
- [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지금까지 백산수는 빅모델을 내세워 수질의 우수성을 알리는 광고로 일관해왔다. 그러나 새로 온에어 된 광고는 기존의 방식과 다르다. 빅모델이 등장하지도 않고 수질이 우수하다는 표현과 근거 또한 달라졌다. [2025년 “백산수”가 처음으로 물의 나이를 밝힙니다 편] 긴 생머리의 여성의 얼굴이 반쯤 보인다 자막 & Na : 너 몇 살이니? 2025년 백산수가 처음으로 물의 나이를 밝힙니다 자연정수기간 40년/ 천지차이 백산수 광고의 첫 장면만 보면 감히 여자 나이를 대놓고 묻는 몰상식함을 느끼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젊은 여성이 등장하자 마자 나이를 묻기 때문이다. 물론 반전이 숨어 있다. “너 몇 살이니?”라고 묻는 대상은 여성이 아니라 물이다. 더 정확히는 백산수를 제외한 경쟁사 생수들에게 도발적으로 묻는 것이다. 이는 물의 나이를 무기로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을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백산수 자연정수기간 40 YEARS 편] 백두산 천지의 모습이 보이고 그 사이로 “백산수의 좋은 물 이야기”라는 자막이 보인다 맑고 푸른 자연의 모습을 배경으로 물병의 실루엣이 보이고 물병 실루엣 가운데로 1부터 시작해서 2, 3, 4 ……. 40까지 숫자가 변한다 자막 & Na : 자연과의 접촉시간이 오래될수록… 신선해진다 건강해진다 자연정수기간 40년/ 좋은 물은 오래 걸립니다 40년이 꽤 오랜 시간이라는 사실을 인식시키기 위해 1부터 40까지 바뀌는 장면으로 시간의 흐름으로 보여준다. 또한 단순히 40이라는 기간만이 아니라 그 기간 동안 거쳐온 숲, 바위, 계곡 등 물을 맑고 깨끗하게 만들어 주는 대자연을 통과하는 느낌으로 교차 편집하여 40이라는 숫자의 상징성과 힘을 극대화 시킨다. 이번 광고 캠페인은 “좋은 물은 오래 걸린다”를 메인 컨셉으로 하고 있다. 자연정수기간은 빗물이 지표면에 흡수되어 지하 암반층을 통과하는 시간으로, 오래 걸릴수록 자연 정화되고 천연 미네랄을 많이 함유해 생수 품질에 큰 영향을 끼친다. 백산수는 백두산 천지로부터 수원지까지 약 40년간 총 45km의 자연보호구역 지하 암반층을 타고 흐른 물로, 이는 국내 생수 중 가장 오래된 자연정수기간을 거친 생수다. 바로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백두산 천지부터 수원지인 내수천까지 40년의 자연정수기간을 거쳐 만들어진 물이 바로 백산수라는 점을 수질이 좋다는 차별화의 근거로 내세운다. 이 광고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이 뜨겁다. 온에어 1개월이 조금 넘은 “너 몇 살이니?”편은 조회수 800만회, 온에어 2주된 “자연정수기간 40년”편은 벌써 700만 조회수에 육박한다. 물의 나이, 즉 얼마나 오래된 물인지? 라는 것이 그렇게 새롭고 관심거리일까? 사실 소비자의 관심을 끈 핵심은 단순히 물의 나이 때문이 아니라 좋은 물을 만드는 자연 조건 그리고 좋은 물의 기준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 광고캠페인이 성공한다면 30여년 전 “맥주의 95%는 물, 150미터 천연암반수” 하이트에 이어 대한민국 광고 역사상 두번째로 물로 성공한 케이스가 될 것이다. 하이트 캠페인이 성공한 이유는 단지 물이 좋다고 주장해서가 아니다. “맥주의 95%는 물”이라는 프레임을 바꾸는 충격적인 주장을 통해 물이 좋다는 것이 먹힐 수 있는 분위기를 사전에 조성했기 때문이다. 이 성공 공식에 백산수 캠페인을 대입해 보면 “맥주의 95%는 물”에 해당하는 메시지는 “물에도 나이가 있다”이며 이러한 주장을 통해 물에 관한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하여 물의 나이(자연정수기간)에 대한 관여수준을 높인다. “150미터 천연암반수 하이트”에 해당하는 메시지는 “자연정수기간 40년 백산수”다. 이러한 두 단계의 메시지들이 시너지를 이루어 소비자 인식을 바꾼다면 하이트가 그랬던 것처럼 물의 나이로 시장 판도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신재훈 프로필 ▶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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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동백작들의 영화 이야기②] 박인환과 GREY구락부, 영화이야기는 투 비 컨티뉴
- ‘목마와 숙녀’의 시인 박인환이 남긴 1950년대 영화 평론을 중심으로, 그가 살았던 명동 일대의 풍경과 전후 한국의 문화생활상을 추적한다. 짧은 생애 속에서 박인환이 남긴 흔적을 따라가며, 시와 영화 너머의 시대를 들여다보는 일종의 탐사 역사 에세이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오동진 영화평론가] 박인환과 그의 백작들의 흔적을 좇아 명동을 쏘다니는 일파들, 곧 필자와 L, SJ, 그리고 SA, P 등은 어쩌면 ‘명동백작(들)’을 닮은 것이 아니라 현과 K, M과 C 그리고 키티란 여성이 중심이 됐던 ‘GREY구락부’ 회원들을 추앙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저런 자료나 푸티지 없이 명동백작들의 1950년대적 삶을 유추하기란 어차피 많은 상상력이 발휘될 수밖에 없다. 명동의 술집 은성주점에 모였던 박인환, 김수영, 천상병, 전혜린, 이봉구 등은 무슨 얘기를 했을까. 그들 각자의 일상은 어떠했을까. 아마 GREY구락부가 추구했던 니힐리즘, 극단의 회의주의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야 말로 비밀결사(?) GREY 구락부의 일원이었을지도 모르고 바로 그런 점을 모티프로 하여 쓴 단편소설이 최인훈의 『GREY구락부 전말기』였다, 고 추정된다. 물론 상상력을 발동시킨 추측이다. 『GREY구락부 전말기』는 1959년 자유문학을 통해 발표됐다. 『광장』으로 한국문단의 전설이 된 최인훈의 데뷔작이었다. 1959년은 박인환이 돌연사한지 3년이 지나 있던 때였다. 최인훈은 1936년생, 박인환은 1926년생이었다. 최인훈 역시 명동을 쏘다니며 박인환 등의 주사(酒邪)를 엿보고 다녔을지도 모를 일이다. 구락부는 클럽의 일본식 표기이다. 50년대 사람들은 영어를 일본식으로 발음하기 일쑤였고 최인훈은 낡은 식민지 시대의 잔흔, 그 빛 뒤의 어둠이 1950년대 내내를 지배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을 것이다. 50년대는 전후의 피폐한 삶 그 자체였다. 희망보다는 비관이 지배했고 현실에 참여하기 보다는 도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도덕과 윤리보다는 퇴폐를 추구했을 것이다. 이데올로기가 망친 분단의 세상을 아예 무너뜨리고 다시 시작하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들이 북 대신 남을 선택한 이유를 찾아 내려 애썼을 것이다. 1920년대 유럽의 다다이즘이 1950년대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재현됐을 가능성이 높다. 최인훈이 주인공들의 모임 이름에 GREY, 곧 회색(분자)을 붙인 이유는 그 때문이다. 이 소설은 결국 남과 북, 좌와 우, 정치와 섹스 그 어느 쪽에도 소속되지 않는, 아니 소속되지 않으려는 회색분자들의 모임이라는 걸 나타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레이 구락부는 결국 키티란 여성 때문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회색분자들도 욕망 앞에서는 여지없이 굴복한다. 이 소설의 시작은 주인공 현이 경찰 취조실에서 심문을 당하는 장면부터이다. 현은 자신들의 모임이 얼마나 하찮은 딜레탕트들의 것이었는지를 증명하려 애쓴다. 그래야 살아서 나간다. 현같은 지식인의 자기 부정은 반공주의로 일관했던 당시의 시대적 억압이 얼마나 혹독했는 가를 반증한다. 그 이데올로기의 편향은 1970년대의 유신독재와 1980년대의 군부독재 그리고 2025년의 계엄 사태로 이어진다. GREY구락부의 현이란 인물이든 박인환이든 그들의 시대는 현재와 유리돼 있지 않다. 박인환의 지식인들과 그들이 의도적으로 내비쳤던 얕은 허울은 최인훈의 그레이 구락부에서 묘사됐다. 그 비겁과 옹졸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의 2025년에 이르러서도 지식인들의 현란한 수사(修辭)들로 연결되고 있다. 과거와 현재는 늘 동전의 앞 뒷면이다. 은성 주점의 입석은 1936년 지어진 이래 지금도 같은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극립극단 명동예술극장을 바라 보고 왼쪽으로 약 20미터쯤의 거리에 있다. 눈여겨 보지 않으면 흔히들 그냥 지나치는 ‘멋이라고는 하나 없는’ 입석이다. 당연히, 눈여겨 보는 사람들은 없다. ‘문화예술인이 찾았던 은성주점 터(銀星酒店址)’라는 이름으로 세워져 있다. 기자이자 소설가로 시인 박인환이 가장 많이 어울렸던 이봉구가 애칭으로 명동백작이라 불렸다고도 적혀 있다. 이 은성 주막에서 박인환이 쓴 전설의 통속 시 <세월이 가면>이 나왔다. 박인환과 작곡가 이진섭, 가수 나애심은 양은으로 만든, 찌그러지고 손때가 묻은 잔에 막걸리를 부어 마시면서 가사를 쓰고 곡을 붙이고 노래를 불렀다. 박인환이 휘갈려 쓴 종이는 노트도 아니었을 것이고 은성 주점 어딘 가를 굴러 다니는 누런 갱지(更紙) 같은 종이였을 것이다. 마치 화가 이중섭이 스케치북 종이가 없어 담뱃값 안쪽의 은박지에 그린 그림, 은지화(銀紙畵)와 같은 맥락이었을 것이다. 그 누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휘황찬란하게 빛났던 지성들은 100년의 역사를 향해 가며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고, 또 계속 전해질 것이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 그 눈동자 입술은 /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 그들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 여름날의 호수가, 가을의 공원 / 그 벤취위에 / 나뭇잎은 떨어지고 / 나뭇잎은 흙이 되고 / 나뭇잎에 덮혀서 / 우리들 사랑이 /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 그 눈동자 입술은 /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박인환의 감성은 명징했다. 사랑은 구체적인 것이며 그 구체성은 영(靈)보다는 육(肉)에 남는다. 마치 낙인이 찍히듯 입술과 눈동자에 남고 비로서 가슴 속으로 스며 든다. 그 눈동자와 입술은 내 가슴에 있다는 표현은 단순하지만 최고의 낭만성을 지닌다. 소시민적이고 자기 비애적이다. 그와 어울렸던 시인 김규동은 박인환을 이렇게 기억한다. “(박인환이) 술을 즐겨 마신 것도 결코 공연한 짓이 아니었다. 괴로울 때 혹은 견딜 수 없을 때 그는 술을 마셨다. 우리는 그 시절 아주 건강한 몸들이 아니었으므로 공복에 깡소주 퍼마시는 일이 피차 건강을 엉망으로 만든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술이 아니면 지탱이 안된다는 심정으로 술을 마셨다.” (박인환 시집, 범우사 刊 중에서) 1951년 박인환 김규동 등은 부산에서 전후의 동인지 조직으로 잠깐의 활동 후 해체된 <후반기>를 만들었다. 1951년에는 포성이 멎은 상태였다. 한국전쟁은 1953년에 끝난 것이 아니다. 1950년 6월에 시작돼 1951년 7월에 사실상 끝났다. <후반기>는 기성 문단을 배격하는 새로운 모더니즘 운동을 하자는 취지의 조직이었고 구태의연한 서정주의와 빛 바랜 감상주의를 배격하자는 것이 주된 행동강령이었던 모양이다. 그런 모임의 주축이었던 박인환의 입과 손에서 ‘세월이 가면’이 나온 건 놀라운 역설이자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후반기> 일원이었던 것으로 알 수 있듯이 박인환은 김수영 못지 않게 시의 역사성, 사회참여적 성격에 예민했던 시인이었다. 박인환과 김수영은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수영과 달리 박인환은 애초에 쁘띠 부르주아 출신이었던 탓에 투박한 민중주의 대신 소시민적 비애와 고독을 즐겨 노래했다. 1953년~1956년 사이 어디메쯤 에서 반 북한 정서가 하늘을 찔렀던 때 박인환은 거기에 맞춰(혹은 원고료를 벌기 위해) ‘새로운 결의를 위하여’란 시를 썼다. 기이하게도 이 시는 반공주의로 읽히지 않는다. “나의 나라 나의 마을 사람들은 / 아무 회한도 거리낌도 없이 그저 / 적의 침략을 쳐부수기 위하여 / 신부와 그의 집을 뒤에 남기고 / 건조한 산악에서 싸웠다 / 그래서 그들의 운명은 노호했다”고 시작하는 이 시는 중간쯤 이런 심정을 토로한다. “옛날이 아니라 그저 절실한 어제의 이야기 / 침략자는 아직도 살아 있고 / 싸우러 나간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고 / 무거운 공포의 시대는 우리를 지배한다 / 이 복종과 다름이 없는 지금의 시간 / 의의를 잃은 싸움의 보람 / 나의 분노와 남아 있는 인간의 설움은 / 하늘을 찌른다.” 박인환은 시대를 통탄했다. 그 통음이야 말로 지식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1950년대 박인환의 시적 통곡, 그 눈동자와 입술은 우리들 가슴에 여전히 남아 있다. 지금은 누가, 과연 어떤 지식인들이 시대를 한탄하고 있는가. 박인환이 70년의 격차를 두고 묻고 있는 질문이다. 오동진 프로필 ▶ 고려대학교 사학과 학사 / 前 연합뉴스 기자 / 前 YTN 기자 / 前 <필름2.0> <씨네 버스> <엔키노> 영화 전문 기자 및 편집장 / 前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 / 前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 前 부산 동의대학교 영화과 초빙교수 / 들꽃영화상 운영위원장 / 저서로 '작은 영화가 좋다', '사랑은 혁명처럼, 혁명은 영화처럼', '영화, 그곳에 가고 싶다'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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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고삐 풀린 가계대출…금리 붙잡기에만 매달려선 안 돼
-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은행권이 가계대출 관리 차원에서 대출금리를 4%대로 유지하며 대출 문턱을 높였지만 실제 대출 억제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높은 금리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대출 수요를 잠재우기 어렵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가계부채를 제대로 관리할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달 들어 지난 15일까지 불과 보름 만에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이 3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돈을 빌려 주택이나 주식과 같은 자산을 사들이려는 레버리지(차입) 투자‘ 수요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말 743조848억원이었던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15일 745조9827억원으로 2조8979억원 늘었다. 만약 월말까지 이런 속도로 대출 잔액이 늘어난다면 총 5조8000억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8월 9조6259억원 이후 전달 대비 가계대출 증가폭이 최대 규모에 이를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그간 은행권에 가계대출이 급격하게 늘지 않도록 관리해 줄 것을 주문했다. 이에 은행들은 지난해 10월과 11월, 올해 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가 낮아졌음에도 4%의 대출금리를 유지해왔다. 금리를 낮추면 대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가계대출 급증세는 더 이상 금리만으로는 대출 수요를 억제할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특히 금리보다는 부동산과 주식 시장 환경에 따른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달 가계대출 급증은 지난 2월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등으로 2~3월 사이 이른바 ’영끌‘을 통한 서울 일부 지역의 부동산 거래가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상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에 반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4월부터 본격으로 가계대출 잔액 급등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가 되려 대출 수요를 키우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오는 7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할 예정인데 이 경우 대출한도가 줄어들 수 있어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다. 대출로 투자하는 '빚투' 수요도 가계대출 증가세에 불을 붙였다. 미국 관세정책에 따른 불안으로 국내외 주가가 출렁이자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수요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대출 증가세는 금융당국이 높은 금리를 유지해 단순히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방식보다는 대출 심사 강화 등을 통해 가계대출의 내실을 높이고 관리하는 것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 일례로 지난 2월 금융위원회는 올해 가계부채 관리 방안 중 하나로 금융권의 여신심사 및 관리체계 점진적 개선을 제시했다. 대출자의 소득·재산·신용도 등에 따라 보다 정교하게 대출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가계대출은 부동산 시장 상황 등에 따라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 막연히 대출을 억제하는 것보다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려주고 관리 가능한 방안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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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263)] 진급은 치열한 보직 쟁탈전의 승리자에게 우선(하)
- [뉴스투데이=김희철 컬럼니스트] 대대장을 끝내고 정보참모로 보직으로 검토되고 있을 때, 인사참모는 필자에게 연락하여 다른 부대로 가는 것이 어떠냐고 타진하며 스스로 사단 참모 보직을 거절하고 다른 곳으로 떠나길 종용했었다. 치열한 경쟁 사회속에서 진급을 위한 살벌한 보직 쟁탈전의 서막이었다. 대대장 근무중인 필자에게 사단장이 수시로 “사단 참모로 들어오라”고 몇 번을 이야기했는데 인사참모의 제시안이 사단장 뜻이냐며 필자가 사단장에게 직접 확인하겠다며 단호하게 의견을 피력하여, 인사참모의 흑색 종용(?)을 뿌리치고 정보참모 보직을 차지할 수 있었다. 정보참모 보직을 마치고 다음 목표는 현 작전참모의 뒤를 이어 차기 작전참모 보직까지 꿰차야 했다. 왜냐면 작전직능(530)의 장교들은 기본적으로 필수보직인 사단작전참모와 합참 등의 정책부서의 근무경력이 있어야 대령 진급심사에서 최소한의 경쟁이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헌데, 이제는 태도가 180도로 바뀐 인사참모가 필자에게 연말에 새롭게 부임한 작전부사단장이 차기 작전참모는 합참에서 근무한 장교를 받는 것이 사단 업무에 유리하다며 본인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는 부사단장이 연대장 시절 예하 대대장이었던 육사 36기 장교가 정책부서인 합참에서 근무하지만 아직 작전참모를 못해 그를 위해 필자를 배제하려는 것이라며, 사단에서 대대장을 마친 자원이 사단참모를 하는 것이 우선인데, 그것을 깨버리고 타부대 근무 자원을 먼저 보직시키려하는 의도에 철저히 대비하라고 은밀하게 조언했다. 더불어 곧 계획된 국지도발훈련시에 정보참모로써 능력을 100% 발휘하여 기선을 제압하라는 고마운 충고도 곁들였다.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처럼 이번에도 작전참모 보직 쟁탈전에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생겼지만, 변화된 인사참모의 지원사격을 받으면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한편으로는 육사 선배와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한다는 것에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이번에 필수보직인 작전참모를 양보하면 나중에 그 선배처럼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었다 ■ 정형진 장군, 20세기 마무리와 21세기를 맞이하여 사단뿐만 아니라 육군 전체의 작전을 책임질 준비 그런데 인사참모의 고마운 충고와 다르게 당시에 필자가 우선 전력투구할 업무는 3월에 계획된 상급부대 통제의 국지도발훈련보다 앞선 2월12일에 치루어야할 충북도청에서 개최하는 통합방위지방회의 준비였다. 정보사령부 정형진 참모장과 협조하여 통합방위지방회의에서 최근 확보한 적장비 및 물자로 효과있는 전시를 할 수 있다고 사단장에게 보고했지만 더 확실하게 매듭을 짓기 위해서 필자가 직접 정보사령부로 날아갔다. 필자가 근무했던 승리부대의 중대장 전임자였었고, 무적태풍부대의 작전보좌관 근무시도 각별하게 맺은 인연을 가진 정보사령부 정형진 참모장은 필자를 보자마자 반가워하며 몸은 완전히 회복됐냐는 질문을 가장 먼저 했다. ([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180~183)] ‘유달리 인연이 많았던 정형진 장군의 통합메트릭스 신화’ 참조) 정 장군이 무적태풍부대의 연대장과 사단 참모장으로 근무할 때에 필자는 사단 작전보좌관과 예하부대 부대대장 보직이었다. 또한 필자가 진해의 육군대학에서 대대장반 교육을 받으며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 입원치료와 퇴원후 재활치료를 받은 상황을 너무도 잘알고 있었고, 만나자 필자의 건강상태를 제일 우선으로 염려해주어 감사했다. 그는 정보사령부 적장비 전시 담당자를 직접 불러 가장 최근에 확보한 최신예 적장비 및 물자를 제공하라고 지시하면서 정보참모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라는 당부를 했다. 더불어 20세기를 마무리하는 작전참모로 21세기를 맞이하여 사단 작전참모직책뿐만 아니라 육군 전체의 작전을 책임질 준비를 하라며, 아끼는 마음이 듬뿍 담긴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 상급부대의 압력과 작전부사단장 강권에도 불구, 작전참모는 사단에서 대대장, 참모로 근무한 장교로 선발한다는 원칙준수 유비무환(有備無患)라는 말처럼 국군 정보분야의 최고 전문수준인 정보사령부에서 제공한 ‘적 장비 및 물자의 전시’는 통합방위지방회의가 개최된 충북도청에 참석한 도지사, 시장, 군수 등 기관장들과 각부대 지휘관들의 호평을 받았고, 김선필 사단장 취임후에 민관군 전체가 모이는 첫 행사였던 통합방위지방회의는 대성공이었다. 물론, 이후 3월에 시행된 국지도발훈련도 당시 작전참모였던 구인회 중령(삼사14기)과 궁합이 맞는 장군멍군의 협업이 잘 이루어지며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통합방위지방회의와 국지도발훈련은 참모들의 노력도 한몫을 하며 극찬속에 마무리했지만, 사실은 김선필 사단장이 충청도 출신이라고 표명하며 지역 기관장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호응을 이끌어냈고, 훈련시에는 작전 전문가다운 명쾌한 작전 지침을 통해 일사분란하게 용병술을 발휘한 사단장의 리더쉽이 가장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었다. 사단장 취임후 연초의 중요 이슈 행사 및 훈련을 성공적으로 끝내면서 사단 인사참모는 6개월 뒤인 연말에 보직을 이동할 것을 대비한 앞으로의 사단 참모 보직구상을 사단장에게 보고하고 구두로 결심을 받았다. 왜냐면 현 작전참모가 9월 계획인사로 참모를 마치고 타부대로 전출을 간다는 보직이동 사항이 확실해지자, 이를 인지한 작전부사단장 강권하는 36기 선배를 비롯해 상급 및 인접 타부대에서 근무하는 필자 동기들을 포함한 작전 직능 장교들이 물밀 듯이 보직 쟁탈전에 가세하며 더욱 혼란스런 난리에 봉착하게 될 것을 대비한 사전조치였다. 김선필 사단장은 꼿꼿했다. 상급부대의 압력과 작전부사단장의 강권에도 불구하고 작전참모는 사단에서 대대장 또는 참모의 경력을 가진 장교로 선발한다는 원칙적인 뜻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고, 5월에 사전 보직 결정문서에 결재하여 내외부에서 예상되는 불필요한 논쟁을 차단했다. 또한 합참에서 사단으로 보직예정인 그 선배는 교훈참모로 먼저 근무한 뒤에 작전참모로 활용하기로 결정됐다. 이로서 작전참모 보직 쟁탈전도 어렵게 통과했지만 ‘이런 갈등을 겪은 후에 작전참모로 보직되어 어떻게 보직 쟁탈전으로 빚은 갈등을 융합시켜 사단을 발전시킬 것인가’라는 문제는 또다른 필자의 과제로 남았다. ◀김희철 프로필▶ 방위산업공제조합 부이사장(현),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2024년), 군인공제회 부이사장(~2017년), 청와대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제복은 영원한 애국이다(오색필통,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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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이재명 후보 ‘커피 원가 120원’ 발언…정책 의도 왜곡된 채 정치 공방으로 확산
- [전북/뉴스투데이=구윤철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군산 유세 과정에서 자영업자의 수익구조 현실을 언급하며 발언한 '커피 원가 120원' 표현이 정치권에서 의도와 다르게 소비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발언의 본래 취지는 자영업자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겠다는 정책 방향에 있었음에도, 일부 정치권에서는 맥락을 무시한 채 발췌 인용을 통해 공세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재명 후보는 군산 유세 현장에서 “5만원 주고 땀 흘리며 닭죽 한 시간 고아 팔면 3만원 남는다. 그런데 커피 한 잔은 8천원에서 1만원 받을 수 있는데, 원가가 내가 알아보니 120원이더라”고 언급했다. 이는 고강도 노동에 비해 수익이 저조한 자영업 구조를 지적하고 보다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갖춘 사업 환경으로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후 논란이 일자 이재명 후보는 TV토론에서 직접 입장을 밝혔다. “커피 원가 얘기를 한 것은 그 원재료 값이 이만큼밖에 안 드는데, 시설 잘 갖춰서 팔면 다른 전업하면 오히려 도움이 된다, 이 이야기를 한 것인데 이것을 왜곡해서 공격한 것”이라며, 본래 맥락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일부 세력의 정치적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전체 비용이 아니라 원재료만을 언급한 것”이라며 수치 자체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았다.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발언을 허위로 인용하며 악의적으로 확대 재생산한 국민의힘 김용태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이 ‘무고’로 맞고발을 예고하면서 법적 대응으로까지 번진 상황이다. 정작 자영업자 보호라는 정책적 메시지는 묻히고 발언 일부만을 부각한 공세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정당한 정책 논의가 실종됐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이재명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 계곡 불법 영업 구조를 정비하고 자영업의 공정성과 생존 기반을 확보했던 이력이 있다. 당시 상인들과의 협의를 통해 불법 시설 철거 후 오히려 매출이 증가한 사례를 만든 바 있다. 이 후보의 커피 예시는 이와 같은 정책성과를 바탕으로 제시된 대표적인 비유였다는 분석이다. 전북 지역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발언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일방적인 비난보다는 해석의 여지를 인정하는 반응도 나타난다. 전주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원가 120원이라는 말이 현실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 맥락이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고마운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정치인이 이렇게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며 현실 개선을 이야기한 건 오히려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군산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또한 “우리는 매일 매출과 비용을 계산하며 하루하루 버티는데, 여야를 막론하고 자영업자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이 후보가 직접 자영업 수익구조의 현실을 꺼내들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의 발언이 숫자 자체보다는 민생을 직접 언급하고 문제를 구체화한 접근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정책 후보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유세 현장에서 자영업자들의 문제를 단지 상징이나 구호가 아닌 '수익률 구조'라는 실질적 기준으로 설명한 사례는 드물었다. 이번 논란은 발언의 진의가 어떻게 왜곡되고 정치적으로 소비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단순한 수치 하나가 쟁점화되는 구조 속에서 오히려 실질적 민생 정책과 문제 해결 의지가 묻히는 것이야말로 더 큰 손실이라는 목소리가 지역 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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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수의 식탁이야기(50)] 늘어나는 2030 고혈압, 생활 속 예방법은
- [뉴스투데이=김연수 전문기자] 고혈압 환자가 20~30대 사이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중장년층의 질환으로 여겨졌지만,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 과도한 음주‧흡연, 스트레스, 비만 등의 요인으로 2030 고혈압이 낯설지 않은 현실이 됐다. 대한고혈압학회 2024년 보고에 따르면 국내 20~30대 고혈압 유병자는 89만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중 15%도 안되는 13만명만이 지속적인 병원 치료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 성인 고혈압 유병자의 인지율은 77%에 달하며, 치료율은 74%, 조절률은 59%에 이른다. 하지만 20~30대는 그 절반 수준인 인지율 36%, 치료율 35%, 조절률 33%로 나타났다. 17일, 세계고혈압연맹이 정한 ‘세계 고혈압의 날’을 맞아 고혈압의 증상 및 관리법에 대해 알아본다. 고혈압은 대부분 증상이 없고, 젊은 환자일수록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장기간 높은 혈압에 노출되면 심뇌혈관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고, 이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실제로 젊은 환자가 갑자기 뇌출혈, 심부전 같은 질병으로 두통, 어지럼증, 호흡곤란 등으로 응급실을 찾는 사례가 적잖다. 전혀 증상이 없다가도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인 만큼 평소 관리가 더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고혈압은 생활 속 실천으로 충분히 예방 가능한 질환으로, 특히 젊을수록 건강한 습관을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 평생 건강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혈압을 제대로 측정하고 진단하는 것이다. 가족력이 있다면 가정 혈압계를 통해 꾸준히 혈압을 측정해보는 것이 좋다. 혈압이 140/90 mmHg 이상 높게 나왔거나 가정 혈압이 135/85 mmHg 이상 반복되면 고혈압을 의심하고 진료를 받는게 좋다. 고혈압은 한번 측정으로 진단하지는 않는다. 측정 장소나 시간에 따라 혈압 자체가 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재거나 집에서 잴 때, 아침에 재거나 밤에 잴 때 혈압이 모두 다를 수 있다. 최근에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측정 방법들이 나오고 있다. 혈압의 변동성이 커서 하루 중 혈압이 계속 달라지거나, 진료실이나 가정, 직장 등 재는 곳마다 혈압이 달리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이럴 때는 진료실에서 처방받은 활동 혈압을 통해 하루 중 혈압의 변동이나 낮과 밤의 혈압 평균을 알 수 있다. 활동 혈압은 ‘커프’나 ‘반지 혈압계’를 착용해 측정한다. 하루 동안 일상생활을 보내면서 착용하고 있다가 반납하면 하루 중 혈압을 모두 측정할 수 있다. 활동 혈압을 측정하면 실제 고혈압이 맞는지, 밤에 혈압이 내려가는지, 아침에 혈압이 올라가는지 등 다양한 혈압의 변동을 확인할 수가 있다. 이를 근거로 약물치료나 생활습관 개선 등 혈압관리를 진행할 수 있다. ■ 하루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짠 음식 줄이기‧체중 관리 등 생활 속 예방법 찾아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활 습관 개선이다. 젊은 층일수록 꾸준한 운동과 건강한 식사, 적절한 체중 관리로 고혈압을 미리 예방할 필요가 있다. 고혈압 예방을 위한 운동으로는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이 가장 효과적이다. 하루 30분 이상, 주 5회 정도의 빠르게 걷기나 조깅,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을 실천하면 혈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꼭 헬스장에 가지 않더라도 출퇴근길에 한두 정거장을 미리 내려 걷는 습관이나,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생활 속 움직임만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 식습관은 가장 먼저 짠 음식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찌개나 국물 요리는 국물보다는 건더기 중심으로 먹고, 소금이나 간장은 되도록 적게 사용해야 한다. 라면이나 햄, 소시지 같은 가공식품, 배달음식도 피하는 것이 좋다. 대신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시금치와 브로콜리, 오이, 감자, 샐러리 등 칼륨이 풍부한 채소는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바나나, 사과, 키위 같은 과일도 혈압을 낮추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곡류는 현미나 귀리, 퀴노아 같은 통곡물을 섞어 먹는 것이 바람직하며, 식이섬유가 풍부한 콩이나 두부 등도 자주 섭취하면 좋다. 체중 관리 역시 고혈압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복부비만은 혈압을 높이는 주된 원인이라 항상 긴장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체중을 1kg 줄이면 수축기 혈압이 약 1mmHg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한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압을 급격히 올리는 작용을 하며,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인다. 금연은 단순히 혈압 관리 차원을 넘어 심장과 뇌 건강을 전반적으로 지키는 데 필수적이다. 음주는 삼가거나 줄이는 것이 좋으며, 불가피하게 마시는 경우에도 천천히 적은 양을 식사와 함께 마시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과도한 음주는 혈압을 갑자기 상승시켜 심각한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최근에는 건강관리 앱이나 가정용 혈압계 등 디지털 기기를 통해 고혈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젊은층도 늘고 있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혈압을 기록하고, 식단이나 운동을 함께 관리하면 병원 방문시 의료진에게도 유용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고위험군이라면 자가혈압을 정기적으로 측정해 조기에 건강 이상을 발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김연수 프로필 ▶ 연세대학교 아동가족학 학사 / 前 문화일보 의학전문기자 / 연세대학교 생활환경대학원 외식산업 고위자과정 강사 / 저서로 ‘4주간의 음식치료 고혈압’ ‘4주간의 음식치료 당뇨병’ ‘내 아이를 위한 음식테라피’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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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 칼럼] 난임 극복, 남자 중요성 커져…우선 금연부터 해야
- [뉴스투데이=최정호 산업 2부장 대우] 결혼한 남녀의 초산 경험 연령대가 올라가면서 난임 환자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필자 역시 난임 환자로 현재 46세이며 결혼 3년 차지만 아직 자녀가 없다. 시험관 시술로 2년 전 유산을 경험했지만 그래도 꿋꿋이 임신을 시도하고 있는 상태다. 얼마 전 엄마의 전화를 받고 아내는 큰 상심에 빠졌다. “임신이 안되는 게 아내가 노산인 탓”이라는 식의 시어머니(필자의 엄마)의 발언에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엄마에게 “내 정자가 이상해서 임신이 안되는 이유도 있는데 왜 며느리 탓만 하느냐”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러고는 삐쳐서 5월 8일 어버이날 부모님 댁에 찾아가지도 않고 전화만 드리는 불효를 저질러 버렸다. 필자는 유산 직후 정자 정밀 검사를 받았었다. 검사 결과는 참담한 수준이었다. 필자의 DNA가 기형인데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당시 주치의의 판단이었다. 또 기형정자증이라는 것도 충격이었다. 남자가 한 번 사정한 정자에서 정상 모양의 정자가 4% 미만일 경우 기형정자증이라고 한다. 필자는 검사 당시 3%였고 최근 1.0%까지 떨어졌다. 충격적인 결과였다. 계속되는 시험관 시술로 정자를 채취할 때마다 늘 “정상 모양의 정자가 없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곤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식 능력 향상과 정자 질 개선에 좋다는 건강기능식품(영양제)을 매일 한 움큼씩 복용한다. 또 라이코펜이 정자의 DNA 복원에 좋다는 얘기가 있어서 생 토마토 주스를 두 개나 마신다. 기자라는 직업상 식사 자리에서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도 정중히 거절한다. 몸이 안 좋아 병원에 갈 때에도 의사에게 시험관 시술 중임을 알리고 생식 능력과 정자 질 개선에 좋지 않은 약들은 빼달라고도 얘기한다. 또 체지방이 정자 생성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지하철 세 정거장 정도 거리를 걸어가는 등의 노력도 했다. 다행히 정자의 활동성이 개선됐고 정상 정자 비율도 1.5%로 향상됐다. 난임 관련 전문의들은 정자의 질을 떨어트리는 주범으로 흡연과 사우나를 꼽았다. 흡연의 경우 정자의 DNA를 손상을 줘 난자와 착상 후 분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만든다. 또 유산이나 기형아를 임신할 확률이 높아진다. 설사 DNA가 좋다고 하더라도 정자의 운동 능력이 떨어지고 기형정자가 많을 수 있다. 사우나를 이용하면 정자 수가 최대 50%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고환은 체온보다 약 2~4도 낮은 상태에서 정자가 생성되기 때문에 남자가 고온에 노출되는 것은 좋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지금 생긴 정자가 3개월 전에 생성된 것이라 문제를 해결해도 효과가 늦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정자의 활동성은 시험관 아기 시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고배율 현미경을 통해 좋은 정자를 난자와 착상시키기 때문이다. 활동성은 좋은데 다 기형정자라면 난자와 수정을 할 수가 없다. 여하튼, 난임은 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자의 잘못된 생활 습관 등으로 정자의 질이 좋지 않아 생기는 문제일 수도 있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돼 배아가 발달하는 시기에 정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난임 전문의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난임이거나 임신을 준비하는 남자라면 이제는 정자를 관리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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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262)] 진급은 치열한 보직 쟁탈전의 승리자에게 우선(중)
- [뉴스투데이=김희철 컬럼니스트] 대대장을 마치고 보직 쟁탈전 서막을 치루면서 어렵게 사단 정보참모로 근무를 시작했지만, 전군적으로도 대군신뢰도가 추락하는 매우 시끄러운 위기 상황이 계속되었다. 얼마전에 포천에서 공군 훈련중 폭탄이 민가에 떨어져 공군참모총장이 공개 사과를 하는 등의 곤혹을 치루는 사건이 일어났는데, 반복되는 역사처럼 그때도 강화도에서 북한의 공작선을 해상에서 놓치고, 인천에서는 나이키가 폭발했으며, 동부 사단에서는 90미리 사격훈련중에 폭발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했고, 일산에서는 155미리 조명탄이 민가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총체적인 부실이 현실로 나타나자 군의 수장인 국방부 장관은 바늘방석에 앉아있게 됐고, 연일 계속되는 각종 언론에서는 군을 질타하는 목소리만 높아져 당시 IMF로 움추렸던 국가 경제와 정치 리스크를 덮으려는 듯 정치와 학회 및 언론계의 모든 화살은 군에 집중되어 쏟아졌다. 그래도 일선 부대들은 변함없이 계속 흘러간다. 연말이 되자 참모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영전하는 김유봉 대령(육사31기)이 “대령으로 진급하려면 반드시 사단 작전참모를 거쳐야 한다며, 이미 신임 사단장에게 필자를 추천하고 약속을 받았다”라며 더 잘하라는 독려의 말을 남기고 떠났다. 군의 사고가 계속되는 가운데 연말연시을 맞이하여 군은 통상적인 군사대비태세 강화지시가 하달되고, 최전방 GOP를 비롯해 전부대가 경계강도를 높힌 근무를 한다. 이때 직업군인인 장교 및 부사관들은 일반 사회의 민간인처럼 연말연시의 휴일을 즐기기보다는 반대로 군사대비태세 강화지시에 따라 더 바쁜 일과를 보내게 된다. 그 와중에도 각부대에서는 신년초 새벽에 사단장을 비롯한 참모 및 지휘관들이 정복을 착용하고 인근 충혼탑 참배로 한해를 시작하며, 사령부에서는 신년인사를 겸한 하례식과 간부식당에 모두 모여 떡국을 함께 나누었다. ■ 사단장의 탁월한 통솔력에 매료되어 “어쩌면 저렇게 훌륭한 지휘관이 있을까?”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와 정기적인 인사방침에 따라 신임 사단장과 참모장이 보직되고 새롭게 편성된 참모들과 업무를 하면서 정례적인 신년 충혼탑 참배도 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참모부의 구성원들이 하나같이 사단장의 지휘방침에 감복하여 모든 면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두드러지게 표출되는 모습이었다. 군인들은 부대 근무시와 퇴근후에도 주로 전투복만을 입고 생활하여 우리의 전통복장인 한복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김선필 사단장은 설날이 되면 참모들에게 가능하면 한복을 착용하고 부부동반으로 사단장 공관으로 초대해 떡국을 함께 나누며 전우애를 돈독하게 나누며 우리 전통을 계승하도록 배려하였다. 사단참모로 보직후 3개월 정도를 보내며 어쩌면 저렇게 훌륭한 지휘관이 있을까?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사단장의 탁월한 통솔력에 매료되어 참모 모두를 사단장 신자로 만들었다. 또한 사단에서 보직을 마치고 타부대로 떠난 장교들도 새로운 보직에서 덕장(德將)인 김선필 사단장을 존경하며 그리워하는 마음을 보내와 감동이었다. 따라서 신년초 선영제 군단장과 조영길 군사령관의 초도 방문이 있었지만 사단장 부임후 첫 업무보고가 성공적으로 치루워지도록 모든 참모들이 자발적으로 성심을 다해 협업하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웠고, 결과 또한 극찬 속에서 마무리 되었다. 특히 교훈참모 조규홍 중령(육사32기)은 먼저 진급한 동기들이 연대장을 이미 마치고 뒤늦게 보직되어 참모중에 최고 선임자임에도 불구하고 사단장 최측근에서 솔선수범하며 동료 참모들을 리드하여 모범이 되었다. 이는 ‘정직, 성실로 최선을 다해 최상의 상태로 임무를 완수하라’는 사단장의 강조사항을 실천하는 현장이었다. ■ 차기 작전참모로 필자를 추천하고 약속을 받은 희소식을 무색하게 만드는 조용한 음모가 진행돼... 신년초 군단장과 군사령관의 초도 방문을 성공적으로 마치자 계속 이어진 당면 업무들이 정신을 못차리게 했다. 2월 충북지역 통합방위지방회의가 코앞으로 다가왔고, 이어 군사령부 및 군단 임무형지휘토의와 국지도발훈련, 추풍령방호전술토의, 쌍용훈련, 예하연대 전투단훈련평가 등이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정보참모로 가장 중요한 이슈는 6월에 계획된 중앙보안감사였다. 이 감사는 단순하게 부대를 평가하여 우열을 가리는 과정일 뿐만이 아니라, 잘못이 발견되면 군생활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는 처벌까지 받을 수 있어 필자는 다른 어떠한 업무보다도 가장 중요하게 염두에 두고 추진했다. 게다가 “2월 통합방위지방회의에서 적장비 전시를 하여 지역 기관장들의 안보의식을 높이는 것이 어떻겠냐?”는 사단장의 지침을 구현하려면 당시 사단이 보유한 적장비 품목으로는 효과가 미비하여 중앙의 지원을 요청할 필요가 있었다. 수소문해보니 정보사령부에서 적장비를 순회 전시한다는 정보를 포착했다. 해부대에 연락을 취하니 마침 정보사령부 참모장으로 정형진 장군이 근무중이란 사실을 확인했다. 정 장군은 필자가 무적태풍부대 근무시에 각별한 인연을 맺은 선배였다. ([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180~183)] ‘유달리 인연이 많았던 정형진 장군의 통합메트릭스 신화’ 참조) 정 장군과 일단 전화로 협조한 후에 사단장에게 통합방위지방회의에서 정보사령부의 지원을 받아 최근 확보한 적장비로 효과있는 전시를 할 수 있다는 보고를 했다. 지휘관의 지침을 실제로 구현하는 참모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보람을 느꼈다. 그런데 이 광경을 지켜보는 주변 참모들의 따가운 눈빛도 함께 느꼈다. 동시에 전임 참모장이 사단장에게 차기 작전참모로 필자를 추천하고 약속을 받았다는 희소식을 무색하게 만드는 조용한 음모가 진행됨을 인지했다. 연말에 새롭게 부임한 작전부사단장이 차기 작전참모는 합참에서 근무한 장교를 받는 것이 사단 업무에 유리하다며 인사참모를 압박했고, 사단장에게까지 보고하여 또다시 정보참모 보직할 때와 마찬가지로 이어서 작전참모 보직 쟁탈전이 시작됐다. (다음편 계속) ◀김희철 프로필▶ 방위산업공제조합 부이사장(현),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2024년), 군인공제회 부이사장(~2017년), 청와대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제복은 영원한 애국이다(오색필통,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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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훈의 광고썰전 236] 박보영의 삼다수 vs 40살의 백산수, 물 불 안가리는 물의 전쟁; 누가 누가 더 깨끗한가?
- [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삼다수와 백산수간의 양보 없는 물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백산수가 전지현에서 박서준으로 다시 임시완으로 모델이 바뀌는 동안에도 아이유를 계속 모델로 활용했던 삼다수가 박보영을 새로운 모델로 캐스팅했다. 박보영이 모델로 등장하는 첫 광고다. [제주삼다수 2025 TVCF _ 봄 인사 편] 노란 유채 꽃밭과 한라산이 어우러진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이 보인다 유채꽃 사이로 박보영이 꽃향기를 맡으며 걸어 다닌다 박보영 : 으~음 좋다 언덕에서 사람들이 박보영에게 손을 흔들며 “좋아마시”를 외치며 인사한다 바닷가 버스정류장에 모여 있는 학생들도 박보영에게 손을 흔들며 “좋아마시”를 외치며 인사한다 항구를 떠나는 배 위의 어부들도 박보영에게 손을 흔들며 “좋아마시”를 외치며 인사한다 (자막) ‘좋아마시’는 제주도 방언으로 ‘좋아요’라는 뜻입니다 박보영 : (어부들에게 인사하며) 저두요~ 좋아마시 (삼다수를 마시며) 다들 나처럼 ‘좋아마시’는구나 믿으니까 삼다수 좋아마심 (자막) 우리가 믿는 물 제주 삼다수 박보영과 만나는 제주의 이웃들이 ‘좋아요’를 뜻하는 제주 방언 ‘좋아마시’로 서로 인사를 나누는 장면은 광고의 참신성(Originality)을 높였고 제주 방언을 광고에 그대로 사용한 것은 친근감을 높이며 동시에 삼다수와 제주의 연관성(Relevance)을 강화한다. 좋다는 뜻의 ‘좋아마시’로 시작해서 좋아서 마신다는 의미의 “좋아마심”으로 마무리된 메시지 또한 그 브랜드를 구매(사용)해야 하는 이유인 RtoB(Reason to Buy)를 담고 있는 절묘한 카피다. 영상 측면에서도 삼다수의 핵심자산인 “제주”를 강화하기 위해 제주의 가장 아름답고 대표적인 모습인 노란 유채꽃과 초록의 줄기 그리고 파란하늘을 배경으로 편안하게 솟아 있는 한라산을 담은 풍경을 시작으로 제주의 다양한 아름다운 모습들을 보여주며 광고의 임팩트(Impact)를 높였다. 물론 과거 모든 삼다수 광고 역시 제주도를 배경으로 촬영했다. 그러나 과거 광고에서 활용된 제주가 촬영 장소가 제주라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 잘 알려진 명소를 중심으로 또한 모델을 돋보이게 하는 아름다운 배경에 가까웠었다면 새로 온에어 된 광고에서는 학생, 마을 주민, 어부 등 제주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과 제주에 놀러 온 외지 사람들을 모두 포함한 사람 사는 제주, 사람들과 어우러진 사람 맛 나는 제주를 담아내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이 광고는 Creativity를 평가하는 주요 항목인 R.O.I. 즉, 연관성(Relevance), 참신성(Originality), 임팩트(Impact) 측면에서 매우 잘 만든 광고다. 모델 캐스팅측면에서도 맑고 깨끗함 그 자체인 박보영은 누가 봐도 맑고 깨끗한 제주 삼다수를 떠올리게 하는 탁월한 선택이다. 광고를 평가하는 모든 기준과 항목에서 새로 온에어 된 삼다수 광고는 크리에이티브 그리고 모델 캐스팅 모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 그러나 이런 아쉬움은 남는다. 최근 화제가 된 제주도를 배경으로 절경과 사투리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폭삭 속았수다”와 콜라보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콜라보까지는 아니어도 드라마 온에어 시기와 광고 온에어 시기를 고려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니면 모델 캐스팅에 대해 조금 더 폭넓게 합목적적으로 생각 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 말이다. 드라마 배경도 제주 광고 배경도 제주, 드라마에서도 제주 사투리를 쓰고(사실 드라마는 제목에서도 대놓고 “폭싹 속았수다”라는 제주 방언을 썼고 드라마 내내 주요 등장인물들의 대화는 사투리로 이루어짐) 광고에서도 제주 사투리를 쓰고, 드라마에도 아이유가 주인공으로 나오고 광고에서도 아이유가 나왔다면 소비자의 인식속에 강력하게 자리잡은 [삼다수 = 제주 = 광고 모델 아이유 = 제주 방언(폭싹 속았수다, 좋아마시) = 드라마] 라는 이미지를 활용해 환상적 시너지, 다시 말해 대박을 이루지 않았을까? 물론 이러한 아쉬움이 남는 이유가 광고 외적 요인들, 즉 광고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단지 삼다수 모델이었던 아이유가 이런저런 이유로 드라마 주인공으로 캐스팅되고, 공교롭게도 그 드라마가 제주를 배경으로 사투리를 쓰는 스토리고, 운 좋게도 그 드라마가 대박을 쳤기 때문이지만 말이다. 신재훈 프로필 ▶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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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환종의 스쿠버 다이빙 시즌 5] 태국, 시밀란 리브어보드(8) Pineapple bay 그리고 Koh Che 포인트
- [태국(시밀란)/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일몰 시간이 다가오는지 주변이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산호 위에 그루퍼 한 마리가 앉아있는데, 이 녀석이 앉아있는 산호가 그루퍼의 몸통에 있는 무늬와 비슷하다. 부근의 말미잘 속에서는 흰동가리 가족이 노닐고 있다. 언제봐도 귀여운 녀석들이다. 주변이 어두워지면서 어느덧 출수할 시간이 되었다. 딩기 보트를 타고 모선에 돌아와서는 여유있게 더운물로 샤워를 하고 마른 옷으로 갈아 입고는 저녁 식사를 했다. 이렇게 해서 첫날 다이빙을 모두 마쳤다. 저녁 식사 후에 일행은 잭 강사와 같이 상부 데크에 모여 앉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이 배는 배 자체가 크다 보니 상부 데크의 공간도 무척 넓었고 다이버들이 앉거나 누워서 쉴 수 있는 선베드도 많이 있어서 매우 쾌적하게 휴식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오늘 다이빙을 하면서 겪었던 얘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특히 필자는 작년의 처참했던 수중 시정과 이에 따라 정말 열악했던 다이빙 경험과 비교하며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수중 시정의 요정”인 윤 교수와 같이 오기를 잘했다는 얘기를 몇 번이나 했다. 한편, 잭 강사는 필자의 공기 소모량이 많은 것을 언급하면서 필자가 수중에서 호흡하는 것을 유심히 살펴보았는데 ‘이러이러한 점을 수정하면 좋겠다’고 조언해 주었다. 그러면서 리브어보드 다이빙 기간중에 용량이 큰 공기탱크(15리터, 압력은 11.1리터인 일반탱크와 동일하게 200바임) 사용을 권했고, 필자는 이에 동의했다. 다음날부터 필자는 15리터 공기탱크를 2일간 사용했고 용량이 큰 공기탱크를 사용하니 출수할 때 공기 잔량이 잭 강사나 윤 교수와 비슷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리브어보드 4일차)은 일반 공기탱크로 교체하여 사용했는데, 잭 강사가 알려준 호흡법을 연습한 효과를 보았다. 출수할 때 필자의 공기 잔량이 잭 강사나 윤 교수의 공기 잔량과 비슷하거나 약간 적은 정도였다. 약 한 달 후에 필리핀의 아닐라오에서 다이빙할 때에는 잭 강사가 알려준 호흡법에 익숙해져서 공기 소모량이 전에 비해서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저녁은 몸이 피곤하기도 했고 내일의 다이빙을 위해서 가볍게 차 한잔하면서 얘기를 나누다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가지고 간 위스키는 내일 저녁에 마셔야지... 다음 날 아침,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났다. 생각해보니 전날 저녁에는 침대에 눕자마자 그대로 잠에 빠졌다. 푸켓에 도착한 이후로 예정에 없던 ‘day trip 다이빙’과 선착장에서 이 배까지 고속 보트로 이동하면서 쌓인 피로 등등이 있어서 몸이 매우 피곤했을 것이다. 그리고 숙면을 취할 수 있던 또 다른 이유는 작년에 탑승했던 배와 달리 이 배는 객실에서 엔진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엔진 소음에 대비해서 필자가 현역일 때 공군에서 지급 받았던 소형 고급 귀마개를 가져왔는데, 배에서 기거하는 동안 이 귀마개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2층으로 올라가서 간단한 음식을 먹고는 모두 모여서 오늘 입수할 다이빙 포인트에 대한 사전 브리핑을 하였다. 이날 첫 번째 다이빙은 ‘코체(Koh Che)’, 나머지 세 번의 다이빙은 ‘리셸리우 락(Richelieu Rock)’ 포인트에서 했다. 리셸리우 락 포인트는 이곳 시밀란 국립공원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포인트인데, 작년에는 정말 처참했던(우리나라 서해안과 같은 또는 그보다 못했던) 수중 시야 때문에 그 진가를 못 보았던 포인트이다. 지난 이틀간의 훌륭했던 수중 시야를 생각하면 오늘은 매우 기대가 되는 곳이다. 브리핑을 마친 일행은 장비를 착용하고 딩기 보트에 올랐다. 그리고 잠시 후 코체(Koh Che) 포인트에서 입수(입수 시간 07:20). 다이빙 시간은 40분, 최대수심 22.0m(평균 수심 13.5m), 수온은 28도. 시정은 바다속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몸과 마음이 인간 세계를 떠나 신선들이 사는 세계로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할 정도로 매우 환상적이었다. 아래로 내려가면서 깃대돔 여러 마리와 ‘5줄 스내퍼’들이 보인다. 바닥에 있는 큰 바위 밑에 뭔가 시커먼 녀석이 웅크리고 있는 것이 보였고 가까이 가서 보자 엄청나게 큰 곰치다. 잠에서 깨어났는지 천천히 입을 뻐끔거리고 있는 모습이 ‘나 건드리지마’ 하는 것 같았다. 약간 먼 거리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광량이 부족해서 사진이 선명하지 않다. (다음에 계속) 최환종 프로필 ▶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여단장,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現 국립한밭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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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국립임실호국원, 상징만 남고 실질은 실종…관리감독 실태 도마 위
- [전북/뉴스투데이=구윤철 기자] 13일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의 영령이 잠든 국립임실호국원에서 상식 밖의 음주 행위가 벌어졌음에도 관리주체는 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방관한 정황이 드러났다. 그동안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는 성지”라는 구호 아래 정비와 확충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점을 고려할 때, 운영 실태는 낙제점에 가깝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3일 본지 카메라에 포착된 현충문 앞 음주 장면은 단순한 일탈이 아닌 전반적인 관리 부실의 단면이다. 해당 장소는 호국원 내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공간 중 하나로 조문객과 유족, 일반 국민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장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묘지 예절에 반하는 음주 행위가 수 분 이상 지속됐고 직원들은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임실호국원 관계자는 “우리가 계속 계도 방송을 하고 있는데, 제가 나가서 다른 데도 아니고 이런 데서 하시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소주병 두 병이 있더라고요. 제가 제지를 해서 바로 정리를 했습니다”라고 밝혔다. 현장 대응이 있었음을 주장했지만 제지 시점이 한참 뒤였다는 점에서 초기 통제 실패와 현장 순찰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단순한 ‘한순간의 실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날 현장을 지나친 국립임실호국원 직원들은 아무런 제재 없이 술 자리 현장을 지나쳤고 이후 자신들의 업무를 현충문 입구에서 수행했다. 국립임실호국원 측은 방문자 통제, 질서 유지 등 기본적인 운영 매뉴얼조차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최근 신축된 제3충령당 시설이 늘어난 만큼 관리 인력의 충원과 교육, 운영 매뉴얼 개선이 병행돼야 함에도 기존 인력만으로 모든 구역을 관리하는 구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임실호국원의 운영 실태는 국가시설이라는 위상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시설의 상징성과 그간 투입된 막대한 공적 예산을 고려할 때, 현재와 같은 느슨한 운영 체계로는 성역으로서의 품격과 공공성 모두를 지켜내기 어렵다. 국립임실호국원은 매년 6·25, 현충일, 한식 등 특정일에만 ‘의전행사’에 치중하고 평상시에는 참배 환경 관리나 시설 통제에 허점을 드러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국가보훈부는 국립묘지관리법 제23조에 따라 음주, 취사, 소란 등의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통제·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립임실호국원은 이제라도 성역으로서의 품격을 회복하기 위해 전면적인 관리체계 점검과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하고 시설 규모에 맞춘 인력 확충, 정기 순찰 시스템 도입, 입장객 질서유지 규정 마련 등 전반적인 운영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 이곳이 ‘추모의 공간’으로 남을 것인가, ‘방치된 공간’으로 전락할 것인가는 이제 전적으로 운영 주체인 국립임실호국원의 책임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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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백종원의 뒤늦은 사과...등 돌린 가맹점주·주주들 돌아설까
- [뉴스투데이=서민지 기자] 대한민국 주방을 평정했던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올해 초부터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제품 원재료 함량 논란에서 시작된 잡음이 지역 축제 문제로 번지더니 급기야 사과문을 통해 방송 중단 선언까지 이르렀다. 뒤늦게 태세 전환에 나선 백 대표가 등 돌린 가맹점주와 주주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까. 백 대표는 남녀노소 누구나 따라하기 쉬운 요리법과 친근한 말투로 인기를 얻었다. 지역 농가와 전국 소상공인을 살리겠다는 진심이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전달되면서 진정성 있는 사업가로 자리 잡았다. 더본코리아 산하 식음료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백종원의 명성에 힘입어 규모를 확장했다. 더본코리아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는 빽다방·홍콩반점 등 총 25개, 매장 수는 전국적으로 2771개에 달한다. 실제 더본코리아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한 가맹점주는 이렇게 말했다. "전 국민이 아는 백종원. 백종원이 한다니까 믿고 시작했다." 백 대표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지만 결은 확연히 달라졌다. 백종원과 더본코리아 브랜드들의 건실하고 진정성 있는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유튜브 등 각종 SNS에서는 백 대표의 과거 방송 중 논란이 될 만한 발언까지 끄집어내 재조명하고 있다. 심지어 매장에 붙어있는 백종원 사진을 떼고 싶다는 가맹점주들까지 나타났다. 더본코리아 상장 후 첫 정기 주주총회에선 백 대표를 향한 주주들의 날 선 질문들이 쏟아졌다. 지난주엔 경찰이 더본코리아의 원산지 허위광고 의혹과 관련해 백 대표를 형사 입건하자 주주들의 원성은 더욱 커졌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가맹점주와 주주들이다. 한 가맹점주는 "기대와 달리 매장 출점 후 지속적으로 매출이 하락하고 있다"며 "더본코리아 본사의 지원책도 전무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올해 초 불거진 논란이 계속되면서 더본코리아 시가총액은 1000억원 이상 증발했다. 더본코리아는 소비자와 맞닿아 있는 프랜차이즈 식품사이자 주주들의 투자를 받는 상장사다. 사업 특성상 가맹점 매출과 수익이 올라야 본사도 성장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업 방향과 전략을 더욱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백종원과 더본코리아가 가맹점주와 주주들에게 실망을 안겼던 것은 사업 규모에 걸맞는 품격과 책임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백 대표는 단순한 요리 연구가가 아닌 8만5000여 명의 주주와 2700여 명의 가맹점주를 책임지고 있는 경영인이다. 평소 보여준 직설적이고 털털한 화법보다는 정확한 상황 판단과 사업 비전, 주주 소통 능력 등 대중을 이해시킬 만한 책임감 있는 화법이 필요한 때다. 백 대표는 최근 가맹점주와의 상생을 강조하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백 대표는 "단 한 분의 점주님도 두고 갈 수 없다"며 "본사의 수익을 가맹점주님들과 나눈다는 마음으로 대규모 지원 플랜을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더본코리아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가맹점주 상생 동반책으로 3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백종원을 믿고 더본코리아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선택한 이들에게 그의 진정성이 전달될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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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수의 식탁이야기(49)] 영화 ‘더 저지’로 돌아보는 부모와 자식 관계…갈등과 치유 이야기
- [뉴스투데이=김연수 전문기자]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이 차례로 이어지는 이 시기엔 자연스레 가족이라는 이름을 돌아보게 된다. 하지만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누구보다 가깝지만, 때로는 그래서 더 상처 주고 오해하기 쉬우며. 서로를 원망하거나, 무심히 살아가는 관계도 드물지 않다. 흔히들 부모 자식 간의 인연을 ‘천륜(天倫)’이라 말한다. 하늘이 맺어준 관계이자, 인간의 뜻으로는 끊을 수 없는 인연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주변을 보면 서로를 의지하며 따뜻하게 살아가는 가족도 있지만, 반대로 오랜 갈등과 상처를 껴안은 채 마음의 벽을 허물지 못한 채 살아가는 가족도 많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의 DNA는 외모나 건강뿐 아니라 성격, 감정, 행동의 패턴까지도 복사된다고 한다. 결국 우리 안에는 부모의 말투, 사고방식, 두려움까지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누군가 부모를 미워하고 끊어내며 살아간다면, 이는 곧 자신 안의 일부분을 밀쳐내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한 부정은 삶 전체를 무겁게 만들고, 결국 자신이 행복해지기 어렵게 한다. 심리학자 존 가트맨은 “부모의 마음은 자식의 모든 것을 보듬어 주는 저수지와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는 그 저수지를 너무 당연하게 여기거나, 흙탕물처럼 뒤흔들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 물이 마르기 전에, 고맙다고 한마디 전하거나,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이 관계를 회복시키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시작일 수 있다. 가정 안에서 형성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성인이 되어서도 인간관계, 자존감, 감정 조절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애착 이론’을 창안한 존 볼비는 어린 시절 부모와의 안정적 애착 경험이 이후 삶의 심리적 건강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 보았다. 특히 어머니 뿐 아니라 아버지와의 유대도 감정적 안정, 사회성, 진로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여러 연구에서 입증되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가족 구조와 역할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맞벌이 가정의 증가, 1인 가구 확산, 비혼과 비출산의 가치관 등이 복합되며 부모와 자식 간에 보내는 절대적인 시간은 줄어들고, 정서적 거리는 더 벌어지기도 한다. 자녀는 디지털 기기와 더 친숙하고, 부모는 변화된 세상에서 자녀의 삶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며 갈등이 생긴다. 이런 맥락에서 한 편의 영화가 떠오른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의 ‘더 저지(The Judge)’는 부모 자식 관계의 애증과 회복을 그린 드라마다. 성공한 변호사 헨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부와 명예는 가졌지만, 가족과는 단절된 채 살아간다. 어머니의 부고를 계기로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간 그는 아버지와 재회하지만, 그 관계는 이미 증오에 가까울 만큼 멀어진 상태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살인 혐의로 체포되고, 헨크는 마지못해 아버지의 변호를 맡는다. 법정에서의 충돌과 갈등 속에서, 두 사람은 수십 년간 묻어 두었던 오해와 상처를 하나씩 마주하게 된다. 알고 보니, 젊은 시절 사고를 쳤던 헨크를 아버지는 직접 소년원에 보냈고, 그 죄책감은 또 다른 재판에서의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졌다. 이 선택은 비극을 낳았고, 아버지는 이후 아들에게조차 마음을 닫아버린 것이다. 하지만 함께 부딪히고 도우며 보내는 시간은 헨크에게도, 아버지에게도 치유의 시간이 된다. 영화는 낚싯배에 나란히 앉아 있던 부자의 장면으로 절정을 맞는다. 아버지는 말한다. “내가 지금까지 만난 최고의 변호사는 바로 너다” 그것이 아버지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말이었고, 헨크는 그 한마디로 마침내 자신이 바랐던 사랑과 인정을 비로소 얻게 된다.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골이 아무리 깊어도, 이해와 회복의 여지는 남아 있다는 것. 하지만 그 회복은 대화와 용기, 진심 어린 마주침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정이란 때로는 익숙함 속에 숨어 있는 침묵의 공간이다. 당연한 줄로만 알았던 존재들이 어느 날 사라지고 나서야, 그 의미를 되새기는 일은 흔하다. 특히 부모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라는 착각 속에 자식을 품지만, 그 침묵이 오해가 되기도 한다. 자식은 “아직 기회가 있겠지” 하며 무심히 흘려보내지만,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5월은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내보기에 좋은 시기다. 미워했던 마음, 참아왔던 감정, 전하고 싶었던 고마움. 그 어떤 것이든 관계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단 한번뿐인 천륜이다. 인생이라는 시간표 안에서 너무 늦기 전에, 서로를 돌아보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가정의 의미를 되새기는 길이 아닐까 싶다. ◀ 김연수 프로필 ▶ 연세대학교 아동가족학 학사 / 前 문화일보 의학전문기자 / 연세대학교 생활환경대학원 외식산업 고위자과정 강사 / 저서로 ‘4주간의 음식치료 고혈압’ ‘4주간의 음식치료 당뇨병’ ‘내 아이를 위한 음식테라피’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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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칼럼] 대형마트 규제 13년…온라인 쇼핑시대에 효과 없다
- [뉴스투데이=이정석 산업2부장] 윤석열 정부에서 논의돼 오던 대형마트 규제 완화가 파면과 조기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더불어민주당으로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관련 논의도 중단될 공산이 크다. 최근 업계 2위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유통업계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되면서 대형마트는 월 2회 공휴일에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하고, 새벽배송 금지 등 영업시간도 제한을 받게 됐다.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취지였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130만 건의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 휴업일에도 전통시장의 매출은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의 일평균 식료품 구매액은 의무휴업일 기준 610만원으로, 대형마트가 영업하는 일요일의 630만원보다 낮았다. 오히려 영업 규제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등으로 온라인 구매는 가속화됐다. 2015년과 2022년을 비교해보면, 의무휴업일의 전통시장 구매액은 1370만원에서 610만원으로 55% 감소한 반면, 온라인 구매액은 350만원에서 8170만원으로 급증했다. 대형마트의 판매지수도 떨어져 2011년 1분기에 114.2를 기록했지만, 2024년 4분기에는 92.0으로 대폭 하락했다. 반면 인터넷쇼핑의 경우 2011년 1분기 21.8에서 2024년 4분기 135.3으로 급등했다.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온라인으로 옮겨간데다, 오히려 역차별로 인해 전통시장은 물론 대형마트마저 위축되는 효과를 가져온 셈이다. 이에 따라 최근 10년간 대형마트는 52곳,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202곳이 문을 닫았다.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돌입도 이와 무관치 않다. 유통 전문가들은 선진국들의 영업규제 폐지 정책을 참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웃나라 일본은 1973년부터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규제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2000년 폐지했다. 캐나다와 영국, 독일 등도 대형마트의 일요일 영업시간을 제한했지만, 이는 골목상권 살리기가 아닌 종교활동 보호가 주된 목적이었다. 온라인 쇼핑시대가 도래한 지금, 전통시장을 포함한 대형 오프라인 유통산업을 살리기 위해선 네거티브의 규제가 아닌 포지티브의 상생안 논의가 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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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눈] 정권 관계없이 '주택공급' 계속돼야
- [뉴스투데이=김성현 기자] ‘공급 부족’이라는 단어는 낯설지 않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된 단어였으며 정치권과 시장의 시각은 엇갈렸다. 문재인 정부 시절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의 주택 공급량은 부족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공급은 충분하다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시장은 연일 최고가를 경신했고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꿈은 더 멀어졌다. 정부가 공급 부족을 인정하지 않고 규제로 대응했을 때, 시장은 더 요동쳤다. 노무현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각종 규제를 도입했지만 공급 확대에는 미흡했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결과적으로 공급 위축을 불렀고 그 사이 수요는 쌓였다. 집값은 두 배 넘게 올랐다. 공급을 막으면 가격이 오르고, 가격이 오르면 무주택자들의 기회는 줄어든다는 단순한 원리가 작동했을 뿐이다. 시간이 흘렀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여야가 바뀌고 대통령이 바뀌어도 공급 부족 문제는 반복됐다. 그리고 이번 대선에서도 같은 논쟁이 반복되고 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기존 당론과는 다른 방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좌파가 집권하면 집값이 오른다는 공식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이 후보는 최근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고 용적률을 상향하며 분담금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기본주택 100만호’와 같은 공공 중심 공급 방안은 뒤로 밀리고, 민간 중심의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 방안이 전면에 섰다. 그간 민주당이 보여온 기조와는 분명 다른 행보다. 그러나 시장을 생각하면 불가피한 선택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급 부족을 부인했고, 결과적으로 수요 억제에만 집중하다 시장을 잃었다. 같은 길을 갈 수 없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해외의 시각도 같다.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는 “주택 공급 부족은 집값 상승과 경제적 불평등을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공급 확대가 시장 안정과 사회적 효율성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주장해왔다.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은 ‘공급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당장 공급이 부족하지 않더라도 공급은 끊기지 않아야 한다. 공급이 멈추는 순간 시장은 다시 긴장하고, 미래 세대의 부담은 커진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비슷한 길목에 서 있다. 대선이라는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어떤 정당이 승리하든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공급만큼은 멈춰선 안 된다. 공급을 멈춘 정부마다 집값은 올랐고, 무주택자는 좌절했다. 과거의 실패를 반복할 여유는 없다. 대선 공약과 정책은 정권마다 바뀔 수 있다. 그러나 공급 확대라는 기본 원칙만큼은 정권의 색깔과 무관하게 유지돼야 한다. 공급 확대는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다. 도시의 미래를 그리는 일이고 세대 간 형평성을 맞추는 일이며 무주택자에게 기회를 주는 일이다. 공급 없이는 또 시장에 질 뿐이다. 집을 가진 이들은 죄인이 아니고 집을 가지지 못한 이들은 반드시 주택 매입을 시도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대선이 다가온다.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이 쏟아진다. 공급이 빠진 부동산 정책은 의미가 없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공급은 계속돼야 한다. 공급은 시장과 국민의 안정이다. 그 단순한 진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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