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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드] “테슬라에서 주당 40시간 근무해” 머스크를 향한 연기금의 전일제 요구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깊숙이 개입하며 사방에 적을 만들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럼프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지만, 기관 투자자들은 더 많은 시간을 테슬라 경영에 힘쓸 것을 요구하고 나서 관심이 쏠린다. 투자전문매체 벤징가에 따르면 약 950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주요 연기금 및 기관 투자자 12곳은 최근 테슬라 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머스크가 최소 주 40시간 이상 테슬라에 전념할 것을 요구하며, 기업 지배구조의 전면적인 개혁까지 촉구했다. 해당 서한은 뉴욕시 감사관, 미국교사연맹(AFT),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 등 주요 공공 투자기관이 공동 서명한 것으로, 테슬라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심각히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한에서 기관 투자자들은 "테슬라의 현재 위기는 CEO의 부재에서 비롯된 장기적인 문제를 뚜렷하게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이는 머스크가 테슬라 외에도 X(구 트위터),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 AI 스타트업 xAI,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업 뉴럴링크 등 다수의 회사를 병행 경영하는 데 따른 시간 분산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다. 코넬대학교 존슨 경영대학원의 기업지배구조 전문가 사라 스탠리 박사는 “머스크는 시대를 대표하는 혁신가지만, 혁신은 언제나 전일제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며 “테슬라처럼 불확실성이 커진 시점에서, 경영 공백은 주주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관 투자자들은 또한 테슬라 이사회가 CEO 승계 계획을 수립하고, 다른 이사회 구성원과 개인적 관계가 없는 ‘독립적 인사’를 새로운 이사로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사실상 ‘머스크 친위 이사회’ 구조를 해체하라는 의미로, 미국 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중시하는 기관 투자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압박 전략으로 꼽히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스콧 케플러 교수는 “테슬라 이사회는 오랫동안 머스크의 영향력 아래 있었기 때문에 독립성과 견제 기능이 약화된 이사회로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며 “이사회 재구성은 테슬라의 ESG 등급 회복에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머스크는 지난주 X에 “나는 하루종일 일에 매진하고 있으며, 회의실과 공장에서 자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테슬라에 몇 시간을 쓰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일각에서는 최근 그가 ‘정부 효율성 부서(DOGE)’의 특별 정부 직원 역할을 중단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테슬라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으며, 실제로 테슬라 주가는 머스크의 거리두기 이후 주가가 50% 이상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여전히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12월 최고치 대비 약 26% 하락한 상태다. 테슬라의 경쟁력 문제보다 머스크의 정치적 발언, X 경영에 대한 논란, 그리고 자사에 대한 집중도 부족이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머스크는 최근까지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밀한 관계, 우파 성향의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의 크리스틴 윌버 교수는 “머스크의 정치적 입장이 테슬라라는 상장 기업의 이미지에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CEO의 시간 문제뿐 아니라 이미지 리스크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기관 투자자들의 이번 주당 40시간 이상 전일제 근무 요구는 단기적 성과 압박 이상의 의미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ESG 경영을 중시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테슬라에도 ‘정상적인 거버넌스’를 요구하고 있다는 신호로, 머스크의 개인 역량이 아닌 조직 차원의 리더십 체계를 마련하라는 뜻이다. 미국 연기금 전문가 리처드 플래너리는 “지금까지 테슬라는 머스크 개인의 카리스마로 이끌려왔지만, 기업이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도화된 리더십과 책임 있는 이사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테슬라가 연기금들의 요구에 어느 정도 응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머스크 개인의 능력만으로는 더 이상 테슬라를 지탱할 수 없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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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드] 29일 1분기 실적발표 앞둔 엔비디아 135달러 회복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오는 28일(현지시간) 2026 회계연도 1분기(2024년 2~4월) 실적을 발표한다. 한국시간으론 29일 오전이다. 글로벌 증시는 이번 실적 발표가 최근 주춤했던 엔비디아 주가 반등의 새로운 ‘추진력’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AI 반도체 수요를 견인하는 데이터센터 부문에서의 성장세가 지속되며, 또 한 번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월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의 실적 컨센서스는 조정 주당순이익(EPS) 0.88달러, 매출 433억 달러로 집계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EPS는 44%, 매출은 무려 66% 증가한 수치다. 클라우드 기업과 빅테크의 대규모 AI 서버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높은 성장률은 무리가 아니라는 평가다. 미국 씨티그룹의 반도체 애널리스트 앳킨슨은 “AI 서버 수요는 아직 성숙기에 도달하지 않았으며, 전 세계적으로 생성형 AI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데이터센터용 GPU에 대한 수요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모건스탠리도 최근 보고서에서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하드웨어 차원에서 이제 막 1단계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엔비디아의 핵심 제품군은 향후 2~3년간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며 강력한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 실적에서 완벽한 호재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미국 정부는 중국 수출용 저사양 AI 칩인 H20의 수출을 전면 금지했고,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약 55억 달러(한화 약 7조 6000억 원) 규모의 재고 평가손실을 반영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기적으로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비벡 아리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애널리스트는 “이로 인해 총이익률이 기존 가이던스인 71%에서 최대 58%까지 하락할 수 있으며, 조정 EPS가 컨센서스(0.88달러)를 밑도는 0.74달러 수준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이 같은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단기적으로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는 “이번 회계연도의 재고 손실은 일회성 요인에 불과하며, 장기적으로는 엔비디아의 AI 중심 성장스토리를 훼손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후 발표될 2분기 가이던스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2분기 매출 전망치를 기존 480억 달러에서 464억 달러로 소폭 하향 조정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요 기대감이 반영된 수치다. JP모건의 조셉 무어 애널리스트는 “2분기 가이던스가 다소 보수적으로 제시될 경우 주가가 일시 조정을 받을 가능성은 있지만, 이는 단기적 조정에 그칠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고객사들이 지속적으로 차세대 칩을 확보하고자 하는 상황에서는 실질적 하방 리스크는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날 실적 발표는 미국 서부 시간 기준 오후 2시(한국 시간 29일 오전 7시)부터 진행되며, 코렛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주재하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구체적인 사업 전망이 공유될 예정이다. 월가에서는 목표주가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리스크를 고려하더라도 12개월 목표주가를 160달러로 제시하며 매수 의견을 내놨다. 이는 현 주가 대비 약 22%의 상승 여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낙관적인 전망 덕분에 2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는 전장보다 3% 이상 오른 13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골드만삭스 역시 “AI 인프라 생태계에서 엔비디아의 경쟁력이 압도적인 만큼, 실적 발표 이후 일시 조정이 오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다시 강한 상승 추세에 진입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158달러로 제시했다. 한편, 일부 보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바클레이스는 “중국 매출 비중이 줄고 있는 점, 재고 조정 리스크, 경쟁사들의 추격 등을 고려할 때 밸류에이션 부담은 점차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엔비디아의 1분기 실적 발표는 AI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재고 손실 등 이익률 둔화가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견고한 AI 수요와 기술적 우위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때문에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기대보다 낮은 실적이 나와도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며, “AI 전환의 핵심 수혜주로서의 엔비디아 위상은 당분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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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드] 트럼프 리스크에도 미국으로 몰리는 역대급 자금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전쟁으로 인해 뉴욕증시가 패닉에 빠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역대급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용한 금융정보업체 TMX 베타파이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 21일까지 ETF 시장에는 약 4370억 달러(약 600조 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이는 2023년과 2024년에 이어 세 번째로 자금 유입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2년 연속 최고치 경신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으로 인한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금이 미국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왜 투자자들은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ETF에, 그것도 미국 ETF에 열광하는 것인지 배경이 궁금해진다. WSJ는 "ETF가 세금 혜택과 낮은 수수료 등 구조적 강점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올해 들어 더욱 두드러진 자금 유입의 배경에는 저가 매수 기회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4월,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가 급격한 조정을 받으며 시장의 변동성이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을 때, 미국 대표 ETF 중 하나인 뱅가드의 S&P500 ETF에는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금액이 유입된 바 있다. 뱅가드 그룹의 CIO 그렉 데이비스는 “4월 초 격동의 기간 동안 매수 대 매도 비율이 5대 1 수준이었다”며 “투자자들이 막대한 현금을 들고 시장을 지켜보다가, ‘투매가 나오면 바로 들어가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반응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 유례없는 유동성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현금의 힘’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시장의 조정을 매수 기회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변동성이 곧 기회라는 인식이 ETF로의 자금 유입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ETF는 개별 종목에 비해 리스크가 분산되어 있고, 거래 유연성도 높다. 이는 불확실한 글로벌 환경 속에서 투자자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베타파이의 리서치 디렉터 토드 로젠블루스는 “ETF는 본질적으로 포트폴리오 헤지 수단이면서 동시에 장기 투자 전략에도 적합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 미중 갈등 재점화,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주식 시장이 출렁일수록 오히려 ETF가 자산 배분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군별로 보면, 전체 자금 유입 중 주식형 ETF가 2687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채권형 ETF에도 1416억 달러가 유입됐다. 이 외에 원자재와 기타 자산군에도 각각 135억 달러, 134억 달러가 들어왔다. 이는 ETF가 단순히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도구를 넘어서 자산 전체의 위험을 관리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 캐나다와 멕시코, 그리고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를 경고하며, 자신이 요구하는 게임의 룰을 따르지 않을 경우 무차별적인 관세폭탄을 매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다가 미중 관세협상을 통해 90일간 고율관세를 유예하기로 하면서 관세전쟁의 긴장도가 완화되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주 다시 유럽연합(EU)를 겨냥한 고율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무역전쟁 불씨를 되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 발언으로 인해 세계 주식시장, 특히 신흥국 증시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발언은 미국 자산에 대한 상대적 신뢰도를 높이며, 미국 내 ETF 시장으로 자금을 유입시키는 역설적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ETF 시장에 유입된 자금의 상당 부분은 해외 투자자 자금으로 추정된다. 투자자들은 자국 통화가치 하락과 지정학 리스크 확대 속에서 ‘기축통화 기반 자산’인 미국 국채나 대형주 중심 ETF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단기 국채 ETF(SGOV)는 올해에만 170억 달러(약 23조 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BNP파리바 자산운용의 글로벌 전략가 루이스 하딩은 “미국이 정치적으로 혼란스럽더라도 여전히 가장 신뢰받는 시장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관세 전쟁은 세계 시장에는 혼란이지만, 상대적으로 미국 내 대형 기업들은 공급망 재편 속에서도 회복력을 입증해 왔다”고 말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까지도 ETF에 대한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확대될수록 ETF는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는’ 투자 수단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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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드] 1000원에서 950원까지 내려온 엔화, 다시 800원대 시대 올까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100엔당 1000원을 넘겼던 원·엔 환율이 최근 들어 950원대까지 낮아지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900원대 초반까지의 추가 하락 가능성까지 거론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다시 1000원을 상회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일본은행(BOJ)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방향, 그리고 지정학적 리스크 등 복합적인 외부 변수들이 원·엔 환율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 24일 100엔당 950원대를 기록했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달 29일에는 1009원52전으로 1000원을 넘어섰던 원·엔 환율이 최근들어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낸 것이다. 현재 원·엔 환율은 950원대 초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환율 하락의 핵심 요인으로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지연 가능성과 글로벌 증시 흐름을 꼽는다. 에드워드 리 HSBC 아시아 통화전략 헤드는 “미국과 일본 간의 무역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일본은행의 긴축 정책에 제동이 걸렸다”며 “시장에서는 당초 두 차례 금리 인상을 기대했지만, 현재는 그 기대가 빠르게 후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엔화 약세가 지속되며 단기적으로 원·엔 환율이 940원대, 경우에 따라 930원대 초반까지도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환율 하락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미국 증시의 회복세가 꼽힌다. 사라 모건 모건스탠리 수석 외환전략가는 “역사적으로 미국 증시가 상승할 때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에서 이탈해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엔화 약세로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최근 나스닥 중심의 기술주 반등은 위험 선호 심리를 자극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엔화의 상대 가치 하락을 초래했다”며 “만약 미국 증시가 추가 상승 여력을 소진한다면 이러한 흐름은 일시적일 수 있지만 당분간 원·엔 환율은 930~940원대 추가 하락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장기적 시각에서는 다시 원·엔 환율이 1000원을 회복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토마스 가르시아 골드만삭스 일본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최근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일시적으로 둔화했지만, 여전히 물가 상승 압력은 주변국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이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을 열어두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내수와 성장률 지표는 한국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엔화 강세, 나아가 원·엔 환율 반등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레이첼 클라크 뱅크오브아메리카 매크로 리서치 팀장은 “BOJ는 올해 한 차례 이상 금리 인상을 단행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으며, 반면 한국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양국 간 통화정책 차별화가 원화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녀는 “950원이 당장 바닥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여건 변화에 따라 1000원 회복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조나단 웨버 HSBC 외환 전략 부문 책임자는 “원화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중국 경제 둔화 등의 영향을 더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원화 약세가 더 깊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정학적 리스크나 글로벌 증시 불안정성이 겹칠 경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원·엔 환율은 반등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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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드] 11만 달러 천장 뚫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알트코인도 들썩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정책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진 가운데 대표적인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또 한 번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비트코인은 장중 11만2000달러에 육박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비트코인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비트코인의 급등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트럼프발 금융 불안이 안전자산 혹은 대체투자처로서 비트코인을 주목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국채금리 급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 불안 등이 겹치며 전통 금융자산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가상자산이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가상자산 규제의 제도권 편입 움직임이 비트코인 상승에 불을 지핀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9일 미국 상원이 통과시킨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명확한 규제 틀을 제시함으로써 가상자산이 제도권 내에서 기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기관투자자들의 유입을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스카이브릿지 캐피털 창립자 앤서니 스카마치니는 “지니어스법은 단지 규제가 아니라,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금융으로 끌어들이는 일종의 ‘합법화 선언’에 가깝다”며 “이는 곧 비트코인과 같은 주요 가상화폐에 대한 신뢰 회복과 연계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관 자금의 유입이 결정적인 상승 원동력으로 꼽힌다. 기관들은 직접 비트코인을 보유하기보다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나 비트코인을 대량 보유한 스트래티지 같은 기업을 통한 우회 투자를 선호한다. 소소밸류에 따르면 21일 현재 비트코인 현물 ETF 누적 순유입은 433억8004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블랙록의 아이셰어스 비트코인 ETF(IBIT)는 올해만 88억9784만달러가 유입돼 미국 전체 ETF 중 5위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기관들의 스트래티지 주식 보유량도 급증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웨일위즈덤에 따르면 노르웨이국부펀드와 스위스중앙은행은 각각 180만주, 12만주 이상을 새로 매입했다.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캘퍼스), 교직원 연금(캘스터스)도 스트래티지 매수대열에 가세했다. 블룸버그 ETF 애널리스트 제임스 세이파트는 “비트코인 ETF는 기관 투자자들이 가상화폐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경로가 됐으며 향후 유동성 확대와 가격 안정성 측면에서 비트코인 시장의 체질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비트코인 가격 전망에 대해 시장은 두 가지 시각으로 나뉜다. 하나는 제도권 진입과 기관 자금 유입이 본격화되며 ‘슈퍼불 마켓’이 전개될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반면, 단기 급등 이후 조정 가능성을 경고하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의 급등이 ETF 순유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유입이 둔화될 경우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여전히 높고, 규제 리스크와 글로벌 거시경제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제도화가 가상자산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피델리티 디지털 애셋은 “2025년은 제도권 편입이 본격화되는 해로, 비트코인은 금과 유사한 디지털 가치 저장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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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드] CATL 앞세워 글로벌 시장 판도 흔드는 중국 배터리 굴기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확연한 구조 변화를 맞이했다. 그 중심에는 중국의 CATL이 있다. 중국이라는 지역적 경계를 넘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전반에서 CATL은 굳건한 1위를 차지하며 무서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3대 배터리 기업(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이 한때 50% 이상을 차지하던 세계 시장 점유율은 현재 40% 선까지 밀려났고, 중국 업체들에 추월당하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 CATL은 2023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배터리 출하량의 약 36%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CATL은 테슬라, BMW, 현대차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글로벌 공급망을 넓혀왔다. 원재료 내재화, 기술 고도화, 정부의 강력한 산업 육성 정책이 삼위일체가 되어 중국 배터리 산업의 급성장을 이끌었다. 중국 정부는 ‘신에너지차(NEV)’ 확대를 위해 배터리 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이어왔다. 이에 따라 CATL뿐만 아니라 BYD, CALB, EVE에너지 등 다수의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글로벌 10위권에 진입했다. 미국 시장에서 규제로 인해 중국 기업들이 제약을 받는 사이, 이들은 유럽과 동남아, 중남미 등 제3지역에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국제 에너지 분석기관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의 사이먼 무어 CEO는 “중국 기업들의 빠른 배터리 기술 축적과 자체 공급망 확장은 과거 한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 역시 미국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K배터리’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SK온은 포드와 각각 합작법인을 세우며 북미 배터리 생태계를 공략해 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맞물려 전기차 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정책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전부터 “그린 뉴딜을 폐지하고 전기차 의무화를 중단하겠다”고 천명하며, 미국 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후퇴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미 GM과 포드 등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투자 축소 및 일시 중단을 발표하며 배터리 수요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예상보다 빠른 수요 둔화에 직면했다. 유럽 시장 역시 중국 기업의 ‘가성비 공세’에 밀리며 점유율이 급락했다. 실제로 유럽 내 중국산 배터리 점유율은 3년 새 3배가량 늘어난 반면, 한국산 배터리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요 둔화, 보조금 축소, 가격 경쟁력 하락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한 한국 배터리 3사는 현재 ‘생존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생산 속도 조절, 투자 계획 재검토, 비용 절감 등 비상경영에 들어간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하에서 보조금을 반영한 실적에서는 흑자를 기록했으나, 이를 제외하면 적자를 면치 못했다. 삼성SDI와 SK온도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으며, 북미 신규 공장에 대한 투자 회수 기간이 불확실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소한 미국 정부의 확실한 정책 방향이 정립되기 전까지는 보수적 경영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규모와 기술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배터리 원재료(리튬, 니켈, 코발트 등)에 대한 안정적 공급망 확보, 소형 모듈 기술 및 BMS(배터리관리시스템) 기술 고도화, 에너지 저장장치(ESS) 등 신시장 다변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좁혀진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프리미엄 전략’과 동시에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과의 협력 체계 구축, 산업 생태계 전반의 리질리언스(복원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 개입이 요구된다. 미국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사라 리우 연구원은 “한국은 전기차 시대 초기에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주도했지만, 이제는 산업 전체의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위해서는 공급망, 정치 리스크 대응 전략까지 종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산업정책, 외교 전략, 공급망 통제까지 총체적 역량이 맞부딪히는 국면으로 진화하고 있다. 중국의 공세와 미국의 불확실한 정책 환경 속에서 한국 배터리 산업은 생존과 도약의 갈림길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