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무장해제시킨 삼성증권 112조원 유령주식 미스터리" 공매도 규정 등 관련규정 줄줄이 무력화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직원의 실수로 우리사주 조합원들에게 배당금이 아니라 배당주를 나눠줬다가 주식 501만주가 시장에 일시에 풀리면서 대혼란을 일으킨 삼성증권 사태는 현행 자본시장법이 정한 거의 모든 공매도 규정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의도하지 않은 직원의 단순한 실수라고 하더라도 증권사 내부는 물론, 금융감독기관조차 모르게 112조에 달하는 '유령주식'이 어떻게 발행되고 또 실제 일부가 유통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아예 불가능하다는 무차입공매도 어떻게 발생할 수 있었나= 삼성증권 사태의 본질은 ‘있지도 않은 가상의 유령주식’ 28억1620만주가 우리사주 조합원 개인계좌로 전송됐고 이 가운데 실제 일부 주식(501만주)이 시장에서 팔렸다는 것이다.
공매도는 가상의 주식을 미리 팔고 결제일에 실물주식을 다시 사들이거나 대여를 통해 결제하는 무차입공매도(네이키드 숏 셀링)와 미리 주식을 빌려 이를 시장에 내다파는 차입공매도(커버드 숏 셀링)로 구분된다.
현행 우리나라 자본시장법은 무차입공매도를 아예 허용하지 않고 있다. 대신 차입공매도에 대해서는 일정한 방법과 가격 등에 따라 차입해서 매도하는 경우에 한해 허용하고 있다.
차입공매도를 위해서는 개인은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려야(대주)하고 기관과 외국인은 한국예탁결제원 및 한국증권금융 등의 중개기관을 통해 거래 당사자 간 주식을 차입(대차)해야 한다.
실물이 없는 주식을 미리 파는 행위는 무차입공매도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애초부터 금지시켰다. 다만 자본시장법은 결제불이행의 우려가 없는 경우에 한해 공매도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전환사채, 교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의 권리행사를 비롯해 유무상증자, 주식배당 등으로 취득할 주식이 결제일까지 들어온다는 것이 확실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삼성증권이 있지도 않은 가상의 주식을 나눠주고 또 실제 일부 주식이 시장에서 매각될 수 있었던 것은 직원이 배당금이 아니라 배당주로 입력했기 때문에 주식배당으로 간주돼 공매도로 보지 않고 그대로 시장에 팔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일부 주식이 시장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공매도주식에 적용되는 호가제한(시가보다 낮게 매도주문을 낼 수 없는 업틱룰)이 작동하지 않고 시장가로 팔린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주식발행한도, 배당주발행절차도 깡그리 무시한 ‘유령주식’ 28억주= 그럼에도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배당주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 통과, 신주발행 신청 등의 기본적인 절차가 필요하다. 또 주식을 통한 이익배당(배당신주발행)은 이익배당총액의 2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돼있다.
이번 삼성증권 사례는 주식배당에 대한 기본적인 절차나 근거가 전혀 없었고 발행규모 역시 이익배당총액의 2분의 1은커녕 시가총액(6일 기준 3조4247억원)의 32배에 달하는 28억1620만주(약 112조원)이나 발행됐다.
삼성증권의 총발행주식한도는 1억2000만주이며 실제 발행주식은 8930만주다. 발행한도를 23배나 초과해서 주식이 삼성증권 우리사주 조합원 계좌로 배달사고가 났는데도 그 과정에서 아무런 내부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고 감독당국의 감시 및 관리감독체계가 전혀 먹히지 않았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런 식의 방식이 통용된다고 한다면 어떤 상장사 직원이 나쁜 의도를 갖고 전산입력만으로도 가상의 주식을 위조지폐처럼 마구 찍어내서 이를 시장에 팔아먹고 튈 수 있다는 비판은 전혀 근거가 없지 않다.
더욱이 이번처럼 눈에 띄는 대규모 사고가 아니라 소량으로 이뤄지는 무차입공매도라면 적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의혹들에 대해 무차입공매도는 자본시장법상 원칙적으로 봉쇄됐고 현실에서 가능하지도 않다고 강조해온 금융당국이 답할 차례다.
이번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는 수백개 상장사 중 한 곳에서 의도하지 않은 직원실수로 벌어진 황당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제도적 맹점과 관리감시시스템의 치명적인 문제점들을 노출시켰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